피플 2

그렇소, 오늘도 김춘배요 웹툰 작가 ‘올소’

글 노윤영 사진 제공 올소

“오늘도 김춘배요.”
‘춘배 짤’은 메신저와 SNS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모티콘 중 하나로 꼽힌다. ‘김춘배’의 귀여운 표정과 동작이 초등학생부터 20대까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워요 기사님!>과 ‘김춘배’가 등장하는 <냐한남자>를 통해 인기 웹툰 작가 반열에 오른 ‘올소(Olso)’ 작가를 만났다.

반갑소 올소요

Q 웹툰 <세워요 기사님!>과 <냐한남자>를 즐겨 읽은 독자로서 올소 작가님을 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2016년 레진코믹스를 통해 <세워요 기사님!>으로 데뷔하셨죠. 언제부터 웹툰 작가를 꿈꾸셨나요? A 어릴 적에는 캐릭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만든 캐릭터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려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웹툰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Q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냐한남자>에는 냥국의 왕자 ‘김춘배’는 물론, 치킨 배달부로 살아가는 냥국의 ‘알프레도 4세(반휘혈)’, 춘배의 동생 ‘김영철’ 등 동물에 기반을 둔 ‘냥인’, ‘멍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어요. A 반려동물로 친근한 고양이, 강아지 캐릭터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한결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인간으로 변신 가능한 ‘냥인’, ‘멍인’이라면 독자들이 흥미로워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Q 작품 속 동물 캐릭터들은 사람으로 변신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캐릭터에 춘배, 영철 등 평범하거나 촌스러워 보이는 사람 이름을 부여한 것이 이색적으로 느껴져요. 이런 작명을 하게 된 이유는요? A 캐릭터 이름은 특이할수록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이나 유명인의 이름을 이용하기도 하죠. ‘김춘배’라는 이름은 특히 신경 써서 작명했습니다. 귀여운 반려동물이 그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갖고 있다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잘생긴 얼굴과 대비되는 촌스러운 느낌의 이름을 짓게 된 거죠.

Q “처음에는 대충 그린 듯한 귀여운 그림이라 낯설었지만, 보다 보면 너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라는 한 독자의 평을 봤어요. 요즘에는 이렇게 힘을 뺀 그림체가 인기를 얻는 것 같더군요. 이런 그림체를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장기 연재를 하면서 매번 작화에 힘을 주면 아무리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정신적·신체적으로 무리가 오게 마련이에요. 결국 작화가 무너지게 되죠. 하지만 초반에 약간 힘을 뺀 채 시작하면 완결까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그림체를 유지하며 연재할 수 있죠. <냐한남자> 역시 그런 작품인데,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낙서처럼 가볍게 그린 게 사람들에게 어필된 것 같아요. 무거운 것보다 가벼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요즘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10대, 20대 모두 사로잡았소

Q 10~20대 젊은 독자층은 특히 올소 작가님의 드립과 개그 코드에 열광하더군요. ‘냥국의 왕자’라는 설정에서 가져온 “그렇소”, “~하오” 같은 김춘배의 말투도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평소 좋아하는 개그 코드는 무엇이고, 작품에는 어떻게 반영했나요? A 일상에 침투한 비일상을 표현하는 상황 개그도 좋지만, 무엇보다 ‘어이없는 말장난’을 제일 좋아합니다. 말장난 드립은 사실 진짜 말로 할 때는 안 웃길 때도 많아서 현실 세계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못하죠. 하지만 제 작품에서는 제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일단 잔뜩 넣어봤어요.(웃음) 이런 저의 개그 스타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아서 기뻐요. 여러분은 정말 귀한 분들입니다.

Q 혹시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 있었나요? A 그동안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연령대 독자가 주 타깃이라 생각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왔어요. 그런데 연재 중 초등학생 독자들의 팬 메일을 많이 받았습니다. 제 웹툰을 보고 성장하는 어린이 독자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표현 수위가 그랬어요. 연재 초반 간간이 등장하던 욕설을 후반부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개그 요소로 활용하던 폭력 묘사도 줄였고요. 덕분에 자극적인 연출 없이도 충분히 캐릭터들의 매력을 표현할 수 있다는 배움을 얻었습니다.

네이버 웹툰 <냐한남자> Ⓒ올소

Q 한 인터뷰에서 캐릭터의 특징을 ‘색’으로 표현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춘배에게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흰색, 춘배의 그림자 같은 캐릭터인 나비에게는 검은색, 치킨 배달을 하는 휘혈에게는 프라이드치킨이 연상되는 주황색을 부여했다는 거죠. 그 밖에 작품을 그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A 춘배나 알프레도 4세, 보미 등 개성 있는 각각의 캐릭터가 주변과 맺는 ‘관계’에 특히 신경을 많이 씁니다. 캐릭터 간 관계가 확장되면 자연스럽게 세계관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들고, 그들의 관계 설정에 공을 들이는 거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우연히 마주친 시계 토끼를 따라가 이상한 나라와 만나잖아요? 독자가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작품의 세계관에 푹 빠질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Q 춘배나 영철 등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의 인기가 대단한데요. 웹툰과 이모티콘의 작업 과정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웹툰은 저 혼자 작업하지만 이모티콘은 모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만듭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주로 이모티콘을 쓰죠.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어야 호응이 좋습니다. 춘배를 예로 들자면 웹툰 속 춘배의 캐릭터성은 유지하되 ‘피곤한 표정으로 학교/직장에 가는 춘배’, ‘학구열에 불타오르는 춘배’ 등 사용자들이 공감하고 자주 쓸법한 표현을 반영하는 식이죠.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A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데뷔작 <세워요 기사님!>입니다. 지금 보면 그림과 이야기 모두 엉성하지만 처음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감성이 있었어요. 무모하지만 과감했죠. 지금은 다시 하라고 해도 절대 하지 못할 거예요. 캐릭터는 <냐한남자>의 김춘배에 특히 정이 갑니다. 춘배 덕분에 인기를 얻었고 제 꿈인 캐릭터 디자이너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으니까요.

Q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요? 그 밖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여태껏 개그 요소가 가미된 작품들을 만들어왔어요. 차기작 역시 개그 요소 가득한 학원 성장 드라마를 만들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웹툰 외에도 SNS 콘텐츠를 제작해 캐릭터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관심이 많아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이모티콘 등을 통해 <냐한남자> 완결 이후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를 간간히 전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로 꾸준히 활동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N

올소
2016년 웹툰 <세워요 기사님!>을 레진코믹스에 연재하며 데뷔했다. 2017년에는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있을 수가 없어>를 투믹스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냐한남자>를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했다.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을 소재로 판타지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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