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라희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캐릭터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게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나날이 스튜디오. <포레스트 아일랜드>, <후르츠어택>, <샐리의 법칙> 등을 제작한 박재환 대표를 만났다.
Q 안녕하세요, 박재환 대표님. 게임 PD이자 나날이 스튜디오의 대표로 계시다고요. A 나날이 스튜디오 대표 박재환이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처럼 독창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유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게임 제작을 꿈꾸고 있습니다.
Q 게임 PD는 무슨 일을 하나요? A 타깃 시장을 고려해 게임의 제작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일을 합니다. 여기서 실행은 각 파트의 팀원들에게 분배하고 관리하며 피드백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Q 게임 PD로서의 첫 시작은 어땠나요? A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는데, 교수님 소개로 게임회사의 인턴으로 입사한 것이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 이후 아이폰 출시와 함께 개인 개발자도 게임을 출시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고, 전 직장 동료의 제안으로 모바일 게임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앵그리버드>를 보며 게임을 통해서도 캐릭터와 세계관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처음에는 <후르츠어택>이라는 게임으로 창업사관학교의 지원을 받았고, <샐리의 법칙>이라는 게임을 통해 ‘2016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어 회사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 VR 게임과 하이퍼캐주얼 게임을 제작해오다가 최근엔 힐링 방치형 게임 <포레스트 아일랜드>, 전략 머지 게임 <원시전쟁>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Q
일을 처음 시작하셨을 때와 2021년 현재, 게임 제작 환경에 변화가 있나요?
A
창업 당시만 해도 유니티 엔진의 초기 버전만 있어서 제작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툴 등이 많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유니티 엔진, 언리얼 엔진 등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고 좋은 툴을 제공하는 게임 엔진이 많아 쉽고 빠른 게임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모바일 게임 시장 환경도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었고, 방대한 경쟁 콘텐츠에 대규모 마케팅까지 필요해지면서 작은 개발사가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장르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Q <포레스트 아일랜드>는 기능성 게임 중에서도 ‘사회공헌’ 게임으로 분류되는데,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와 목적이 궁금합니다. A 저희가 제작하고 있던 ‘숲을 되살리는 VR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만들어 보자고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프로토타이핑을 하다 보니 아름다운 숲과 귀여운 동물을 만드는 게임으로 자연스럽게 방향이 정해졌는데, 당시 호주에 산불 사태가 발생해 숲이 불타고 많은 동물들이 죽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어요. 거대한 산불로 사라진 자연을 회복시키는 내용을 게임으로 만들면 사회적인 주제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해당 콘셉트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포레스트 아일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퀀스가 있으신가요? A 화면을 터치함으로써 생명력을 심어 자연을 회복시키는 오프닝 시퀀스를 좋아합니다. 자연의 회복을 위한 작지만 위대한 첫걸음이라는 느낌이랄까요. 이후에도 다른 동물이 서식하는 지형이 처음 등장할 때마다 황폐한 지형에 생명력을 심는 시퀀스가 나오는데, 유저가 점차 자연을 회복시켜나가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Q <포레스트 아일랜드>를 제작하시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A ‘자연은 정말 위대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게임에 하늘, 땅, 바다의 자연과 동물을 모두 생동감 있게 담고자 했으나, 모바일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최적화를 고려하며 표현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습니다. 자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편안한 사운드 그리고 동물들의 생동감 넘치는 AI를 제작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유저의 피드백이 있으신가요? A 초기엔 황폐화된 지형을 회복시키는 시퀀스가 없었고, 단순히 새로운 지형이 솟아나는 연출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진행했던 FGT(포커스 그룹 테스트) 테스터 중 한 분이 ‘처음에 씨앗을 심어 자연을 회복시키는 연출이 좋았는데, 이후의 지형은 회복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자연을 생성하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는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자연 회복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서 이 의견을 적용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생겼고, 이후에 모든 섬이 처음 등장하는 과정에 황폐화된 지역을 생명력으로 되살리는 시퀀스를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Q 누군가에게 <포레스트 아일랜드>를 추천한다면? A <포레스트 아일랜드>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족들이 모두 같이 즐기면 좋을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두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집에서도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유저들에게 추천합니다. 나만의 아름다운 섬에 하늘, 땅, 바다 동물을 창조하고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동물들이 꽤 귀여워요.
Q 게임 제작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기성게임은 주로 폭력성을 기반으로 한 플레이 방식을 차용하고, 중세시대 등 비슷한 세계관을 많이 다룹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앵그리버드>와 같은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게임이 흥행하고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죠. 저는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세계관을 다루는 게임이 가진 가능성을 발견했고, 게임 제작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게임도 문화와 예술로 다수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인간의 다양한 감정선과 세계관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 나날이 스튜디오는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있고, 각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A 저희는 게임을 구상하고 실체화하는 ‘기획’, 세계관과 캐릭터를 표현하는 ‘아트’,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프로그램’ 이렇게 세 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획은 그야말로 어떤 게임을 만들지 구상하고 그것을 실체화하는 문서 및 피드백 작업 등을 수행하고, 아트는 게임의 그래픽을 평면에 표현하고 그것을 입체화하거나 움직이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램 파트는 그것을 실제 작동하는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일을 합니다.
Q 최근 채용 공고(라이브 서비스 게임 기획/운영)를 올리셨는데, 어떤 능력과 자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한번 출시하면 제작이 마무리되었던 전통 패키지 시장의 게임과는 다르게 요즘의 게임, 특히 모바일 게임은 ‘서비스’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매장을 운영하듯이 게임 내에 새로운 할 거리와 살 거리를 채우고, 고객의 불편사항을 듣고, 개선하고,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죠. 이 과정에서 유저와 소통하며 이를 정리하여 콘텐츠, 시스템으로 기획하실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꼼꼼하시고 논리적인 분이라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네요.
Q 대표로서 제작사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하고 그 가치를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을 만드는 제작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게임도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좋은 매체라고 생각하거든요.
Q 이 자리를 빌려 게임 제작자로서 또는 제작사의 대표로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A 저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기능성게임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인건비와 사운드, 번역 제작비 등 <포레스트 아일랜드>의 실질적인 제작비 지원을 받았는데요. 제출해야할 서류의 양도 적어지고 지원 절차가 많이 간소해졌다고 느껴집니다. 의견을 보태자면 웹페이지에서 바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할 수 있게 되면 더욱 편리해질 것 같네요. 더불어 시장성 있는 각 플랫폼별 게임들을 많이 지원해주시면 한국 게임시장이 더욱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Q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풍부한 아이디어를 다양한 포맷으로 구현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나날이 스튜디오의 비전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날이 스튜디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닌텐도나 픽사처럼 재밌는 상상력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현재는 게임 제작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가 만든 캐릭터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애니메이션, 굿즈, 테마파크 등 다채로운 매체로 확장되어 사람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회사가 되길 희망합니다.
박재환 대표/게임 PD
건국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2012년 나날이 스튜디오를 창업하여 대표를 맡고 있다. <샐리의 법칙>, <후르츠어택>, <헬로펫 하우스>, <포레스트 아일랜드> 등을 제작했으며, <샐리의 법칙>은 ‘2016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최우수상, 힘내라 게임인상 대상 등을 수상하고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2016 올해의 게임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원시전쟁>을 제작 중이다.
기능성게임 제작지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의 재미요소와 교육, 기부, 사회적 문제해결 등 사회적 기여가 결합된 기능성게임 제작지원을 통해 게임의 순기능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2020년부터 기능성게임 제작지원 지정(사회공헌) 부문을 통해 UN-SDGs(지속가능개발목표)와 개발하는 게임의 목적을 연계하여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