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CCA N 인터뷰 1

삼겹살의 재발견 (주)이엘TV 백헌석 대표

글 권라희 사진 김성재(싸우나스튜디오)

‘제14회 한국독립PD상’ 대상, ‘제33회 한국PD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푸드 인문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 KBS 연말 특집으로 편성돼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4.5%를 기록한 <삼겹살 랩소디>의 제작자 백헌석 대표를 만났다.

삼겹살과 돼지고기에 대한 찬가

Q <삼겹살 랩소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글로벌 OTT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접한 <셰프의 테이블>, <길 위의 셰프들>, <타코 연대기> 등 전 세계 다양한 음식 문화 콘텐츠들이 무척 흥미로웠어요. 우리나라 음식 문화 콘텐츠를 글로벌 스타일로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승부가 될 거라 판단했습니다. 삼겹살을 선택한 것은 돼지고기가 한국인의 대표적 음식 재료이고 한국인의 감성이 잘 묻어있는 식문화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국인들이 테이블 위에서 직접 조리하는 삼겹살 구이를 흥미롭게 생각하기도 하고요.

Q <삼겹살 랩소디>는 밤에 보면 큰일 날 것 같아요. 돼지고기를 굽고, 찌고, 삶는 모든 과정을 맛깔나게 구현하셨는데요. A 가장 중요한 건 영상과 소리였습니다.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식재료와 완성된 음식이 맛있게 보여야 합니다. 더불어 조리 과정에서 생기는 음향과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소리는 맛의 느낌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에 최고의 품질을 만들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과 여러 차례 회의하고,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최고의 장비를 선택했습니다.

Q <삼겹살 랩소디>의 프리젠터로 백종원 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새로운 음식 콘텐츠 스타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유명인이면서도 음식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프리젠터를 원했고, 백종원 씨가 유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KBS와 넷플릭스 편성도 백종원 대표가 프리젠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촬영이나 인터뷰, 돼지고기 미식회 촬영 또한 완벽했고요.

Q <삼겹살 랩소디>는 국내 방송영상제작사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로는 최초로, KBS와 넷플릭스에 공동 편성되었는데요. 공동 편성될 수 있던 배경 또는 이를 위해 준비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첫째로는 <삼겹살 랩소디>라는 제목 자체의 흥미로움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번째는 ‘삼겹살’과 ‘돼지고기’라는 식재료와, 돼지 한 마리로 만드는 다양한 요리에 초점을 맞추고, 그것의 사회·경제적 스토리를 풀어낸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세 번째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백종원 프리젠터의 캐스팅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요. 마지막으로 콘텐츠 IP를 제작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편성에 유연함이 있어, 지상파와 OTT 공동 편성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보물찾기의 즐거움

Q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의 첫 시작과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MBC 프로덕션에서 1998~1999년에 <대학생국토대장정> 1, 2회 행사 기획과 다큐 제작을 담당했습니다. 그때 학생들과 함께 20여 일간 걷고 생활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이후 <세계경제대탐험>, <혈관과의 전쟁>, <심야 스페셜> 등을 제작했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MBC <요리보고 세계보고> 연출과 팀장을 맡으며 음식 문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MBC <찾아라! 맛있는 TV>, MBC 다큐 스페셜 <냉면>, MBC 스페셜 <커피에 미치다>, <맛의 방주> 등을 제작해오다가 2017년 처음으로 IP확보의 필요성을 느껴 자체 투자로 <종가시절>을 만들었습니다.

Q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계신데,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뭐니 뭐니 해도 스토리 발견(발굴)의 즐거움이 아닐까 합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새롭고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나만의 스타일로 꾸며 세상에 선보이는 즐거움 말이죠.

Q 일을 시작했을 때와 2021년 현재,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편성의 기회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10여 년 전부터는 훌륭한 작품도 많아져 투자 환경도 나아진 것 같고요.

Q 어떻게 하면 좋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을까요? A 시간이 축적돼야 좋은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자기만의 분야나 장르를 찾는 게 중요하고, 그걸 찾은 후에는 지치지 않고 버티면서 나만의 스타일로 과감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면 분명 좋은 작품이 나올 겁니다.

K-푸드 랩소디

Q 이엘TV는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져있나요? 구성원 모두가 음식에 관심이 많은가요? A 2005년 회사를 창립했는데, 창립 멤버 2명이 지금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10년 근속 2명, 9년 근속 1명 등 오래 근무하는 직원들이 꽤 있네요. 대체로 음식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 같고요.

Q 이엘TV가 추구하는 방향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음식에 담긴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알면 사람과 지역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가 담긴 음식프로그램은 멋진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식에 담긴 재밌는 스토리와 우수함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누군가가 손해를 입거나 피해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사실 확인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주)이엘TV

Q 이 자리를 빌려 다큐멘터리 제작자 또는 제작사의 대표로서 콘진원에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A <삼겹살 랩소디> 산파는 콘진원입니다. 콘진원 다큐 제작 지원금이 없었다면 <삼겹살 랩소디> 제작은 매우 어려웠거나 시도할 수 없었을 겁니다. 평소 구현하고 싶었던 영상과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고 제작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제작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고마움과 감사를 ‘제33회 한국PD대상’ 시상식 수상 소감으로 말씀드렸는데 본방에서 삭제되어서 아쉬웠어요.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Q ‘2021년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도 선정돼 다큐멘터리 <한우 랩소디>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후에도 푸드 콘텐츠 <랩소디>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A 올 2월부터 자체 투자로 <냉면 랩소디>를 제작하고 있고, KBS <다큐 인사이트>를 통해 7월 29일과 8월 5일에 방송 예정입니다.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 및 전 세계로도 서비스 됩니다. 동시에 <한우 랩소디>도 제작중이며 12월 초에 같은 방식으로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2022년부터는 <김치 랩소디>, <국밥 랩소디> 등 10개 테마 20여 편의 한식 랩소디 시리즈를 제작 예정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A 음식 인문 다큐로 축적된 스토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한 웹드라마, 영화를 제작하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소재는 ‘냉면’이 될 것 같네요!N

백헌석 (주)이엘TV 대표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졸업. 1993년 MBC 프로덕션에서 PD로 출발 이후 2005년 ㈜백프로 프로덕션 대표로 문화 다큐멘터리와 교양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MBC <요리보고 세계보고>, <찾아라! 맛있는 TV>, 다큐 스페셜 <냉면>, <커피에 미치다>, <맛의 방주> 등 음식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20여 년간 제작했다. 현재 한식 랩소디 시리즈로 <냉면 랩소디>, <한우 랩소디>를 제작 중이다.

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인 방송영상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으로 방송, 뉴미디어, 신기술 기반, OTT 특화 콘텐츠 등 산업 수요에 기반한 드라마, 예능, 교양, 다큐멘터리, 포맷 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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