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라희 사진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
모더레이터:
이재민 웹툰평론가(웹툰인사이트)
토론 패널:
김은주 대표이사((주)디앤씨웹툰비즈), 박인하 이사장(서울웹툰아카데미), 심준경 대표이사(와이랩), 홍난지 교수(청강문화산업대학교)
이재민
오늘 이야기포럼에서는 원천 IP로 주목받는 웹툰·웹소설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웹소설 IP가 웹툰으로, 웹툰이 다시 영상으로 전개되는 과정이 이제는 일반적입니다. 웹툰과 웹소설을 영상화할 때 선호되는 장르가 따로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심준경
영상화의 제작비 측면에서, 미술이나 VFX(Visual Effect)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소요되는 장르가 더 선호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제작 주체 입장에서 웹툰을 원저작물로 삼고 영상화하는 이유는 해당 웹툰의 인기와 소재의 참신함을 통해 영상물 마케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거든요. 또한 이미 검증된 스토리나 캐릭터를 통해 흥행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때문에 영상화 수익의 기댓값이 제작비를 초과한다고 판단되면 영상화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웹툰이 인기가 좋고 영상화에서 기대하는 기대수익 값이 증가하고 있어서 간극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인하
웹툰·웹소설 IP의 가치가 글로벌하게 확장되고 있어서 영상화되는 장벽이 굉장히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웹툰과 영상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웹소설은 장르가 세분화돼서 유통됩니다.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장르와 해시태그 기반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작품들이 전면에서 소비되고 있거든요. 웹소설이 웹툰화되면서 ‘IP 이전’ 전략을 펼칠 때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트렌디한 장르가 효율적으로 넘어가지만, 영상화에 있어서는 다릅니다. 영상을 기획하고 투자받고 제작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스릴러나 로맨스, 크리처물 등과 같이 글로벌하게 나아갈 수 있고 문화적 차이가 없는 장르가 선호됩니다.
김은주
이제 장르의 한계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인기 있는 IP라면 어떻게 해서든 영상화하려는 움직임은 국내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장르와 관계없이 K-스토리가 밖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재민
한국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는 IP의 실사 영상화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의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 징검다리로서 애니메이션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난지
독자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작품에 대한 이른바 ‘팬질’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형식을 기대할 것입니다. 웹소설이나 웹툰이 영상화가 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팬덤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차원에서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보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 Z세대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굉장히 짧은 러닝 타임의, 자극적인, 몰입을 했다가 잊어버려도 무관한 방식의 웹소설이나 웹툰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거든요. 그에 맞춰서 전략적인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은주
웹툰에 움직임과 목소리를 더했을 때 와닿는 감각은 다르더라고요. 저희가 트레일러를 만드는 이유는 작품을 소개하고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PV(Promotion Video)를 통해 웹툰이나 웹소설이 이렇게 애니메이션화될 수 있다는 것을 제작사에 선보이려 만드는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는 매출이 높은 작품을 위주로 애니메이션 제작 요청이 있지만, 향후 3~5년 뒤에는 그 외 주목할 수 있는 작품들 또한 애니메이션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하
OSMU와 IP 비즈니스 전략이 서로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있는데요, 전통적 방식의 OSMU는 원소스 콘텐츠가 히트하면 그것이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으로 전개되는, 순차적 전략이었죠. IP 비즈니스 전략은 기획·개발 단계에서 IP의 방향을 잡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비즈니스를 전개할 것을 고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후에는 웹소설이나 웹툰이 실사 영상물로 이어질 때 애니메이션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전환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팬덤과 조우하는 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봅니다.
이재민
앞으로의 웹툰·웹소설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은주
저희가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비관적으로 봤어요. 이런 사례가 많지 않았을 뿐더러, 그마저도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니즈가 있다고 판단해서 실사화를 시작했고, 불과 4~5년 사이에 레드오션 시장이 되어버렸죠. 지금은 급기야 한 달에 30여 종의 노블코믹이 쏟아져 나와요. 영상화나 실사화, 게임화 또한 그러한 양상으로 갈 수 있어요. 산업적 측면에서는 이미 다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3~5년 뒤에는 또 다른 레드오션이 형성되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심준경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웹툰의 영상화, 애니메이션화, 게임화는 머지않은 미래입니다. 대전제는 한국 웹툰 제작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좋은 콘텐츠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작비 절감이나 효율에 대한 고민보다는 높은 퀄리티로 제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산업적 마인드가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웹툰 산업은 아직 산업화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해야 되는 시점입니다. 성공 사례가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서 산업 전반의 미래를 건설적으로 이끌어 가길 바랍니다
박인하
웹툰과 웹소설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시장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이제는 작업이 팀 위주로 전개됩니다. 이에 개인 작가들이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이 있습니다만, 글로벌 시장에 콘텐츠가 원활히 공급되어야 하므로 한국 웹툰과 웹소설 IP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될 것입니다. 개인 작가들의 창의성이 중요해지고 활동의 여지도 넓어져서 다채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지형이 생길 것이고요. 더불어 오픈 플랫폼이나 시장 경쟁에만 맡기는 게 아니라 플랫폼도 직접 나서서 개인 작가들을 위한 환경에 필요한 것을 찾아낼 필요가 있겠습니다.
홍난지
예비 창작자들과 저는 학계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시장과 트렌드가 급변하는 초경쟁 시대이지만 그만큼 더 좋은 작품과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시고 투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재민
웹툰과 웹소설 시장은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봅니다. 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는 또 다른 방법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모더레이터:
한재윤 이사(바운드엔터테인먼트 CFO/COO)
토론 패널:
고한얼 이사(메이크스타 CFO), 김광정 대표이사(스크리나), 백승재 대표(센트럴투자파트너스), 백승혁 팀장(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금융팀), 신강영 투자지원실장(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주))
한재윤
디지털 전환기 콘텐츠 투자 트렌드와 투자자, 기업 관점의 단계별 투자 전략에 대해 열린 토론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광정
제가 대표이사로 있는 스크리나는 ‘가상 소셜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관이라는 뜻인데요. OTT를 띄워놓고 채팅을 하는 서비스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중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장은 OTT로 전환됐지만, 상호 교류하는 방식은 온라인으로 바뀌지 않은 것에 시장적 기회를 포착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작년 8월 설립한 스크리나는 2회에 걸쳐 투자를 받았습니다. 씨드 단계이지만 투자자들이 아이템과 시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시청자가 계시다면, PoC(Proof of Concept, 개념 검증) 레벨까지는 끌어올리는 것이 투자를 유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재윤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 전략적 혹은 재무적 투자를 선택해야 할 경우가 있을 텐데요. 각각의 장단점과 의미는 무엇인가요?
신강영
수익 추구에 있어서는 전략적 혹은 재무적 투자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전략적 투자는 대기업이 직접 뛰어들 수 없는 분야에 속한 벤처나 중소기업에 투자를 해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펀드입니다. 그리고 유통이나 사업적 측면에서 대기업이 서포트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당히 적은 투자라고 봅니다. 반면 재무적 투자는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투자이기 때문에 상당히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콘텐츠 분야에서는 전략적 혹은 재무적 투자인지보다는 프로젝트 혹은 기업 투자 여부가 더 중요한 지점입니다.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프로젝트 투자를 반드시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투자는 일부 기업에만 자금이 들어가지만, 프로젝트 투자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가 진행되고 자금들이 결국은 산업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산업의 활성화 측면에서 프로젝트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수익성 측면에서 개선을 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의 배분 구조는 투자사에 불리합니다. 투자에 따른 제한을 해제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개선되면 프로젝트 투자도 활발해질 것입니다. 정책 당국의 심도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한재윤
팬데믹 이래, 장르나 콘텐츠 유통 방식에 따라 흥행 실적 차이가 나타납니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할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한얼
팬데믹을 기점으로 변화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중 콘서트는 팬들에게 주는 가치가 크고 시장도 컸습니다. 그러나 하이브조차도 2021년 1분기의 공연 매출이 0이었고, 간접 참여형 매출인 MD나 굿즈, 기타 콘텐츠 등을 통해 매출을 보완했죠.
리서치 결과, 코로나 이후에도 팬덤 활동에 소비를 하겠다는 팬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때문에 저희 메이크스타도 그에 발맞추어 온라인 콘서트나 비대면 사인회 등의 서비스를 하려고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굿즈 상품에 대한 고민도 지속하고 있고요. 이후에도 대면과 비대면이 공존하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기업 관점에서 봤을 때 콘텐츠 투자 전망은 밝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사례를 들면, 미국 멤버십 플랫폼 ‘패트리온(Patreon)’은 4조 원이 넘는 기업 가치로 펀딩을 받았고, 셀럽이 직접 영상 메시지를 찍어주는 앱 ‘까메오(CAMEO)’도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팬덤 비즈니스나 플랫폼 비즈니스 등은 산업 내에서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재윤
정책적으로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금융정책에 있어 어떤 시사점이 있다고 보시나요?
백승혁
투자와 융자 지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정책금융제도를 통해 콘텐츠 기업의 원활한 자금 확보에 기여함으로써 기업의 경영안정과 혁신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투자유치 지원을 위한 맞춤형 통합 IR 프로그램 ‘케이녹(KNock)’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투자 쪽으로는 개별펀드에 출자해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모태펀드가 대표적이고, 융자 지원으로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 맞춰 성장하는 콘텐츠 기업을 위해 올해 신설된 ‘K콘텐츠혁신성장보증’과 미래에 완성될 콘텐츠를 담보로 제작비 일부를 대출받을 수 있게 하는 ‘문화산업완성보증’ 그리고 콘텐츠 기획, 제작, 사업화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문화콘텐츠기업보증’ 등이 있습니다.
정책금융제도는 정책지원과 금융지원을 통해 콘텐츠산업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기반을 마련하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양적 보완은 콘텐츠가치평가 연계펀드 재원확충, 콘텐츠 투자연계 지원, 융자규모 확대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금을 확보하여 콘텐츠를 양적 공급한다는 측면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핫한 콘텐츠에 자본 쏠림현상이 있기에 보완책이 중요하겠습니다. 질적 보완은 콘텐츠 기업이 일반적인 투자사나 은행, 보증기관에서 심사를 받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중간자적 역할을 맡아, 콘텐츠금융제도를 통해 추천받은 기업은 보증한도나 보증비율, 보증료, 이자비용에 대해서도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금융이 콘텐츠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재윤
앞으로 콘텐츠 제작사가 투자를 유치하려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백승재
최근 콘텐츠 트렌드는 OTT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고 스토리텔링 형식 또한 바뀌고 있습니다. 제작자에서 기존 소재에 한정되지 않고 범위를 넓혀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될 것을 염두에 두고 원천 스토리를 만든다면 투자 유치가 보다 용이할 것입니다.
또한 디지털 전환 시대의 창업은 큰 기회라고 봅니다. 네덜란드의 기업 ‘케타비키’는 디지털 예술품, 수집품 등을 가지고 플랫폼을 만들어 1,000억 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고, 독일 기업 ‘홀로라이드(Holoride)’는 차량에서 XR(확장현실) 게임을 할 수 있는 헤드셋과 플랫폼을 만들어 100억 원 이상을 투자받았습니다.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가상현실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고, 밸류 체인(value chain)에서도 여러 가지 가치를 플랫폼화하고 있기에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한재윤
오늘 금융포럼에서 유용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디지털 전환기, 콘텐츠 투자에 대한 관점을 확장하고 콘텐츠 기업의 전략을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추후 금융정책적으로도 다각적인 접근과 보완을 통해 콘텐츠산업이 부흥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