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라이브 오디오는 계속 된다

글 김성민(조선일보 실리콘밸리 특파원)

엄청난 화제성을 불러 일으켰던 클럽하우스, 그 인기가 한 순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럼에도 페이스북과 레딧은 오디오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편집자 주

올 초까지만 해도 오디오기반 SNS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정말 뜨거웠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기 위해 필요한 초대장을 현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클럽하우스를 보는 시각은 석 달 전과 사뭇 다르다. CNBC,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외신들도 클럽하우스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데이터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3월의 클럽하우스 앱 다운로드 횟수는 지난 2월에 비해 72% 감소한 270만 회에 불과했다. 지난 1월 240만 회 다운로드 수준이던 클럽하우스는 2월에 960만 회로 다운로드 횟수가 폭증했다가, 3월에 다시 가라앉은 것이다. 보통 이런 식의 다운로드 횟수는 서비스의 화제성이 급격하게 고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이미 할 사람은 다 했고, 새롭게 해 볼 사람은 적다’는 거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쉽게 죽지 않는다. 지난 4월, 기업 가치 40억 달러(4조 4,000억 원)로 평가되는 규모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페이스북, 레딧, 트위터 등은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거나 준비 중이다.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식었는데도 유사 서비스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FOMO 자극한 클럽하우스

클럽하우스는 미국 스탠퍼드대 동창인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 로언 세스가 창업한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2020년 3월 시작한 음성 SNS이다. 오디오라이브 소셜미디어라 부른다. 쉽게 말하면 라디오나 팟캐스트와 비슷하다. 그룹 컨퍼런스콜의 형태로 음성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SNS라고 설명하면 더 정확하다.

클럽하우스는 서비스 운영의 가장 큰 특징으로 ‘폐쇄성’을 택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미 클럽하우스에 가입된 사람의 초대장이 있어야 서비스에 들어갈 수 있다. 이는 FOMO(Fear of Missing Out: 낙오될까 두려워하는 것)를 자극했다. 수많은 얼리어답터와 테크니션(기술인력)들은 너도나도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고 싶어 했다.

셀럽 효과도 컸다. 초기 클럽하우스에는 유명 인사가 넘쳐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을 비롯해 각종 연예인도 클럽하우스를 찾았다. 한국에서는 려원, 박문치, 스윙스, 장근석, 호란 등 연예인이 클럽하우스에서 많이 목격됐다고 전해진다. 뉴스에서나 보던 유명 인사들이 직접 사업이야기를 하고 농담 따먹기를 하는 모습에 대중들은 신기해했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콘텐츠가 넘치는 세상에서 ‘레알 전문가’와 셀럽들이 늘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려 클럽하우스 방은 미어터졌다.

줌이나 구글 미트 등을 사용할 때 자신의 모습이 화면에 어떻게 비칠까 걱정하느라 지쳤던 사람들은 잠옷을 입고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클럽하우스를 높게 평가했다. 2020년 5월, 1억 달러(약 1,120억 원)에 그쳤던 클럽하우스 개발사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의 기업 가치는 올 2월엔 10억 달러(약 1조 1,200억 원)로 10배 뛰었다.

폐쇄성의 한계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인기를 얻은 속도만큼이나 대중들의 관심도 빠르게 잃었다. 폐쇄성을 택한 탓에 확장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무나 못 들어오는 클럽하우스는 역으로 새로운 회원 증가세를 더디게 만들었다. 출시한 앱이 아이폰에서 대박이 나면 빠르게 안드로이드용을 만들어 시장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은 전체 직원이 50명이 채 안됐다. 개발자 부족으로 안드로이드용 클럽하우스 출시는 지체됐고 그 사이 클럽하우스가 가진 ‘신선함’은 사라졌다. 안드로이드용 클럽하우스는 5월이 돼서야 나왔다.

사람들을 모았던 셀럽 효과도 사라졌다. 유명 경제인이나 연예인 등 셀럽들은 클럽하우스를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셀럽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접속했던 일반인들도 함께 사라졌다. 콘텐츠의 한계도 명확하다. 클럽하우스는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다.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야만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일하느라 클럽하우스를 하지 않는 낮 시간에는 참여할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사용자들을 겨냥한 광고나 스팸 대화가 오히려 더 많다.

일각에서는 클럽하우스가 ‘아재들의 전유물’이 됐다고 한다. 수평적인 대화를 지향하며 탄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스피커(발언자)만 이야기하는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이 됐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를 더는 하지 않는 한 30대 IT 업계 종사자는 “클럽하우스가 갈수록 마이크를 잡은 ‘꼰대’들의 발언대가 되고 있다”며 “라디오가 낫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럽하우스의 장점과 단점, 강점과 취약점을 잘 알고 있는 IT 업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라이브 오디오 SNS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올 여름 사용자가 타인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라이브 오디오룸’ 채팅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트위터도 음성 SNS인 ‘스페이시스’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미국의 레딧도 음성을 이용한 서비스 ‘레딧토크’를 개발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도 라이브 오디오 비즈니스를 위해 지난 3월 라이브 오디오 앱 ‘라커룸’ 개발사인 베티랩스를 인수했다. 링크드인도 전문가 중심의 오디오 서비스를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IT 업체들이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식었는데도 우후죽순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는 이유는 라이브 오디오 시장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인사이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2018년 4억 7,020만 달러(5,300억 원) 규모였던 세계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시장은 매년 10.8%씩 성장해 2027년 11억 6,640만 달러(1조 3,2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도 글로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2030년에 753억 달러(8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디오는 인간에게 가장 근본적이면서 빠르고 쉬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글을 남기는 것보다 클럽하우스나 스페이시스 등에서 간단하게 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더 쉽다.

특히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사람들은 영상보다 음성이 더 편리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화상 미팅 때는 옷차림이나 외모 등에 신경 써야 하지만 음성으로만 하는 의사소통은 그럴 필요가 없다.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CEO는 “산업계의 많은 이가 그렇게 생각하듯, 라이브 오디오는 앞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될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했다.

라이브 오디오 플랫폼은 MZ세대에게도 딱이다. 영상이나 글처럼 한 곳에 앉아서 집중해 보는 것이 아니라, 음성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MZ세대의 취향에 맞는 플랫폼인 셈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쉽다. 유튜브처럼 촬영하고 편집하거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사진을 고를 필요가 없다. 앱을 실행하고 말만 하면 된다. 간편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설화를 조심하라

약점도 있다. 음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는 휘발성이 강하다. 영상처럼 눈길을 끄는 것도 아니고, 글처럼 어딘가에 활자로 기록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IT 업계에서는 화제가 되는 오디오 부분을 시각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다른 SNS와의 콜라보를 통해 화제성과 집중도를 높여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라이브 오디오는 말로 인한 ‘설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예민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잘못된 혐오 발언이 나오거나, 상대방과 감정 섞인 대화가 진행될 위험성도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해당 라이브 세션을 진행하는 호스트와 모더레이터를 조직적으로 선발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콘텐츠다. 라이브 오디오 플랫폼이 승승장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하면서도 전문적이고, 재미있는 대화들이 많아야 한다. 초기엔 라이브 오디오 플랫폼 사업자가 나서 화제의 오디오 세션을 기획해 새로운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로 승승장구하는 라이브 오디오 콘텐츠는 정치적인 것들이 많다. 하지만 라이브 오디오 콘텐츠 시대가 제대로 열리려면 정치적인 것 외에도 경제와 문화, 테크 분야에서 다양한 스피커가 등장하고 수준 높은 대화들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우후죽순 등장하는 라이브 오디오 플랫폼들은 갑자기 인기를 잃은 제2의 클럽하우스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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