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임복(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
현실 그 이상의 세상. 초월 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오르고 있다. 과연 메타버스는 구름인가, 아니면 우리의 미래인가.
메타버스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보자.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SF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우리에게 메타버스란 무엇인지 가늠하게 했다. 영화 속 주인공 웨이드 와츠는 현실에서는 빈민촌에서 살아가지만 가상세계 오아시스에서는 가장 주목받는 모험가 퍼시발이다. 오아시스 내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오아시스 안의 경제활동과 현실 세계의 경제활동이 연결되어 오아시스의 수익으로 현실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영화 개봉 후 3년이 지난 지금, 당장 주위를 봐도 오아시스와 비슷한 가상현실 게임을 찾기란 힘들다.
그렇다면 지금 언제 올지 예측할 수 없는 메타버스는 거품인 걸까? 메타버스를 거품으로 보는 이유는 지금 당장 VR과 AR등 화려한 기술이 접목된 것들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풀다이브 메타버스(FullDive Metaverse: 완전몰입형 가상현실), 즉 우리의 몸은 현실에 있지만 의식은 게임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테지만, 그 전까지는 PC와 모바일을 통해 가상 세계에 접속하는 경우가 더 많다. 메타버스 초기에 나온 게임들을 ‘소셜’이 보다 강조된 게임이라고 구분하면 이해하기 쉽다. 메타버스로 인정받는 소셜 게임들이 있다.
2021년 3월, 메타버스로 많은 관심을 받은 게임 <로블록스>가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로블록스>는 화려한 그래픽이 적용되지도 않았고, 어찌 보면 유치해 보이기도 하는 게임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인정받은 기업 가치는 371억 달러, 약 42조 원에 가까웠다. 어째서일까? 미국의 경우 16세 미만 아이들 절반 이상이 여기에 가입을 했고 하루 평균 쏟아 붓는 시간은 156분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1분기 결제액만 해도 6억 5,230만 달러(약 7,300억 원)로, <로블록스>는 하나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20년에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에서 미국 힙합 뮤지션 트래비스 스캇이 5회 공연으로 2,000만 달러(약 216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서로 죽고 죽여 단 한명만 살아남는 배틀로얄 게임에 비무장 지대인 ‘파티로얄’을 도입해 유저들이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덕분이다. 힐링 게임으로 유명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서는 LG전자가 ‘올레드 섬’을 만들어 자사 제품을 홍보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전시 중인 작품을 동물의 숲으로 가져가 전시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배포했다.
이렇듯 메타버스 초기에는 사람들이 모이는 ‘소셜’ 게임들이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게임들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해 만든 또 다른 사회이기도 하므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문화 기술이 메타버스의 세계에도 복제되어 적용되고 있다.
수많은 ‘게임’이 있음에도 왜 모든 걸 메타버스라고 칭하진 않을까? 성공적인 메타버스 모델에는 3가지 공통 요소가 있다.
첫째, 높은 자유도다. 이용자는 자신을 닮은 또는 마음에 드는 아바타를 생성하고, 자유롭게 생활한다. 정해진 미션이 있는 게임도 있고, 아예 없는 게임도 있다. 선택은 자유다. 하루 종일 낚시를 하거나, 여행을 하며 돌아다니거나,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사업을 할 수도 있다.
둘째, 소셜(사회적 연결)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연결은 필수다. 아바타끼리 만나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고 채팅을 하거나, 하다못해 감정 표현이라도 가능해야 한다. 게임을 넘어 SNS로 자신의 플레이나 아바타를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수익화다. 여기에서의 수익화란 게임을 제공하는 회사뿐 아니라 게임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과 플레이어들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말한다. 예를 들어 로블록스와 제페토는 누구나 게임 속 의상과 맵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제공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미니 게임과 의상으로 돈을 벌 수 있다. 게임 속 세상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03년 린든 랩의 <세컨드 라이프>가 이미 있었다. 말 그대로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라는 의미의 <세컨드 라이프>는 앞서 이야기한 메타버스의 3요소 모두가 갖춰진 게임이었다. 게임 속 화폐는 실제 달러로 환전할 수도 있었고 플레이어들은 다른 유저의 가게에 취업해 돈을 벌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세컨드 라이프>는 왜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까?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PC 기반의 한계였다. 한 자리에 앉아서 해야 하는 게임은 한계가 있다. 반면 지금 뜨는 게임들은 모바일과 PC는 물론, 콘솔 게임기로도 접속할 수 있다.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모바일 혁명에 적응하지 못한 점도 한계였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라는 SNS 측면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빠른 연결을 이기지 못했다.
두 번째 이유는 콘텐츠의 부족이다. 아무리 자유도가 높다고 해도 유저들에게 모든 걸 맡겨 놓는 건 한계가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메타버스 게임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제페토와 로블록스의 다음은 무엇이 될까? VR과 AR을 통한 가상현실의 세상이 등장할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PC와 연결하거나 스마트폰을 장착할 필요 없이, 단독 기기만 실행하면 언제 어디서든 가상현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기기는 먼 곳에 있는 사람들과 리듬 액션 게임, 복싱, 탁구, 테니스는 물론 회의도 가능하게 했다.
두 손을 콘트롤러 두 개로 대신하는 기술은 아직 아쉽지만, 이제 곧 VR 전용 장갑과 슈트가 나오면 우리는 실감 나는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나아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이 등장하면, 그때는 진정 가상현실 메타버스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페이스북의 호라이즌이 이를 준비 중이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메타버스는 구름인가 아니면 미래인가. 답은 나와 있다. 메타버스는 미래이며, 또 다른 기회의 세상이다. 소셜 게임에서 가상현실까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더라도 그 안에 필요한 콘텐츠들은 디자이너, 건축가, 금융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과 연결될 수 있다. 메타버스는 이미 와 있는 미래다. 당신은 준비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