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권라희 사진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유통팀
지난 4월 23일, ‘2021 글로벌 다큐멘터리 비즈니스 워크숍’이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유튜브를 통해 진행됐다. ‘한국 다큐멘터리 해외 진출 케이스’, ‘OTT 시대의 다큐멘터리 제작과 배급’,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콘텐츠’라는 주제로 약 3시간 동안 열린 이번 행사는 다큐멘터리의 오늘을 짚어보고 내일을 준비하는 교류의 장이 되었다.
모더레이터:
조지훈(프로그래머/프로듀서)
토론 패널:
형건(EIDF 사무국장/EBS 프로듀서), 조소나(프로듀서), 김정중(KBS 제주총국 편성제작국장)
조지훈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를 비롯해 콘텐츠산업과 방송, 다큐멘터리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오늘 3개 세션을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가 처한 상황과 문제점, 해외와 어떻게 협업하고 있는지, 제작·유통 방안은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자리를 갖겠습니다.
형건
한국은 다큐멘터리를 KBS와 EBS다큐프라임, MBC와 SBS 등 공영방송사에서 주로 만드는데, 제작 편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광고 매출이 줄었고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해외에 판매된 EBS다큐멘터리를 기준으로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에 정점을 찍고 점차 판매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공영성이 강조되고 시대적 이슈를 반영하는 장르라서, 이후에도 다큐멘터리에 대한 투자가 획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커미션 제도가 필요합니다. 영국 BBC, 미국 TBS, 독일 DW, 프랑스 아르떼 프랑스 등을 보면, 기획 단계부터 방송사가 참여해 독립 제작사와 함께 시작하고 커미션에 합의를 합니다. EBS도 다큐프라임을 통해 커미셔닝 제도(제작투자제도)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1년에 10~12편을 선정해 제작지원비로 2천만 원 정도, 플랫폼 방송권으로 1천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외부와의 교류를 시작하자는 의견에 따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BS다큐멘터리를 기준으로 전 세계 다큐멘터리 주제별·지역별 선호도와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미주(33%), 유럽(25%), 중화권 순으로 팔렸고, 장르로는 타겟 시청자를 특정하지 않아도 되는 문명사와 인문 다큐가 선호되고, 최근 자연과 과학 다큐도 인기가 많습니다. 시청자 타겟에 따라 다큐멘터리 콘텐츠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방송사의 경우, 다큐멘터리를 아시아에 판매할 때 편집 구조부터 바꿉니다. 아시아 시청자에 맞는 버전으로 따로 편집해서 현지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펀딩까지 받습니다.
김정중
다큐멘터리의 해외 진출을 여러 경로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담당 프로그램 변경이 잦고 직무가 순환되는 방송사 PD들에게는 사실 먼 이야기입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임기 중에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아서 다큐멘터리는 우선순위가 아니기도 하고요. KBS도 연출PD의 숫자가 줄어, 외주 제작사가 기획안을 제시하면 프로듀싱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큐멘터리 독립 제작사의 기획안도 참신하고 제작 수준도 높아 주도권은 이제 지상파 등 제도권에서 외부 제작사로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커미셔닝 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국내 지상파에서는 다소 힘들어 보입니다. 일본 NHK, 중국 CCTV, 이란 IRIB와 함께 KBS가 공동제작을 하기도 했지만, 사실상 프로그램 교환제작에 가까웠습니다.
지난 서니사이드오브더독(Sunny Side of the Doc) 피칭 마켓에서 프로젝트 피칭을 받고 프로듀서 겸 연출을 맡아 한국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워싱턴 DC의 로컬 공영방송사 웨타가 프로젝트를 제안해서 프랑스 배급사 제드가 커미셔닝을 하고 BBC가 공동제작으로 들어오면서 글로벌 버전으로 3개가 제작됐고 세계 10개국으로 판매됐습니다.
지난해는 홍콩 피닉스TV와 DMZ 다큐멘터리 공동제작을 했는데, 피닉스TV가 북쪽의 DMZ을 들어가 촬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풀 다큐멘터리로, 피닉스TV는 스튜디오에서 VCR 3개로 쪼개서 송출하는 등 글로벌 버전은 현지의 조건에 따라 제작됩니다.
조소나
저는 흔히 크리에이티브 다큐멘터리라고 불리는, 연출자의 의도나 영화적 표현이 들어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독립 제작사 입장에서는 기관 지원이 있다 해도 자부담이 있기 때문에 대형 프로젝트를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자연이나 과학, 문명사 등 다큐 시리즈물을 독립 제작사가 작업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겁니다.
저희 제작사가 KBS미디어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투자를 받기는 했지만, 계약서 조율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상파에서 바라보는 다큐멘터리의 개념과 업무적 관습·문화가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의 방식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새로운 시도를 원하는 크리에이티브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게 커미셔닝 제도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이를 어떻게 체계화시키고 현실적으로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독립 제작사는 경제적 부담을 덜고자 해외 방송사나 스태프와 작업을 합니다.
베트남 전쟁 때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한국인 감독이 해외 방송사 스태프와 편집한 버전과 국내 편집자가 만든 버전으로 나누어 만들었습니다. TV버전 제작 제안을 받고 판권이 일본에 판매되었고 베트남과도 협의 중입니다. 이러한 과정에는 전체 스태프가 언어적 소통이 가능하고, 다큐멘터리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는 전제 아래 공동제작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작품에는 국제적인 맥락이 존재하고 해외 스태프가 자신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공동제작에 합류하기도 용이합니다. 그렇기에 다큐멘터리를 열심히 만들어 해외에 판매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작품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키프로듀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다큐멘터리의 공공성을 살릴 수 있는 홍보나 캠페인 등을 기획·개발 단계에서 시작합니다. 해외 방송사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판매까지 이루어지는 데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중
다큐멘터리의 소구력을 높이려면 제작 체계를 이원화해야 합니다. 방송사 시스템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다큐멘터리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외부 프로듀서와 교류하는 내부 인력이 있으면 방송사는 커미션만 고려하면 되기에 다큐멘터리의 긴 호흡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조소나
저희가 제작할 때 EBS에서 커미셔닝을 받았는데, 이것이 초기 기획개발 단계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되거든요. 초창기에 이 다큐멘터리 프로젝트가 가능성이 있는지, 해외 공동제작자가 원하는 방향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커미셔닝의 개념이라고 봅니다. 안정적 송출까지 약속 받았을 때 타 펀드에서도 다큐멘터리 작품을 택하게 되는 조건이어서 제작 체계를 이원화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지훈
미디어 환경이 달라져 다큐멘터리 제작의 주도권이 이동하고 OTT플랫폼을 통해 시장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로써의 다큐멘터리가 제작과 유통, 수익과 투자 등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방향성을 갖고 도전하는 프로듀서의 활약을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가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모더레이터:
조지훈(프로그래머/프로듀서)
토론 패널:
김선아(프로듀서), 이재혁(CJ ENM Factual Studio 국장), 김현기(KBS 프로듀서)
조지훈
글로벌 OTT와 방송사에서 송출되는 다큐멘터리는 제작 문법이 각각 다른가요?
김선아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커미셔너가 한국에서 찾고자 하는 작품이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TV에서 주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의 특성 중 하나는 나레이션이 많이 활용된다는 것과 이것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작품 전반을 이끌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레이션에 기반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수상 이력이 있어도 글로벌 OTT의 커미셔너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조지훈
다큐멘터리의 유통 구조에는 방송사와 해외 극장, 영화제가 큰 축을 차지합니다. 팬데믹 시대, 영화제라는 강력한 유통로가 막혀버린 상황에 글로벌 OTT는 신작 다큐멘터리를 공개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기도 한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재혁
글로벌 OTT와의 협업이라는 개념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마존프라임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넥스트 휴먼>은 오리지널이 아니라 KBS대기획으로 제작된 형태를 아마존프라임이 판권을 구입해서 송출한 것입니다. <손세이셔널-그를 만든 시간>은 tvN에서 방영된 6부작을 아마존프라임이 리버전으로 만든 것으로, 반 오리지널이라고 보면 되고요. 또한 얼마 전 제가 넷플릭스에서 피칭했던 작품은 오리지널입니다. 규모도 크고 예산도 많지만 넷플릭스의 통제 또한 따르겠죠.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그러한 층위를 고려해서 글로벌 OTT에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방송사라면 기존에 보유한 작품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우선 접근하겠지만, 독립 제작사라면 오리지널을 택해야 하겠지요.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OTT가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이면 독립 제작사뿐 아니라 방송사도 오리지널을 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CJ ENM도 플랫폼 모델과 제작사로서 글로벌 OTT를 대상으로 오리지널을 고려한,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실 방송사에 속한 제작자들은 구조상 피칭에 익숙하지 않아요. 글로벌 OTT에서 제작 여부가 결정되는 피칭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봤으면 합니다.
김선아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에서 피칭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피칭 크리에이티브 덱(Pitching Creative Deck)’이라는 요건이 생겼어요.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투자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담은 내용을 말하는데요. 예전에는 1페이지 기획안을 내고 피칭에서 제작 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지금은 예고편과 같은 작품에 대한 시각적 자료를 만들어서 다큐멘터리 커미셔너에게 보내고 그걸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발전될지 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래서 저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분들에게 시퀀스를 하나 내놓을 수 있는 제작 중후반에 피칭을 하시라고 권합니다. 그러면 다큐멘터리 커미셔너 입장에서도 명확하게 제작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서 이후 전개가 빨라집니다.
이재혁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제작 단계에서는 피칭의 비중이 높지 않지만, 글로벌 OTT는 피칭에 최소한 50%의 에너지를 쏟아야 할 만큼 비중과 중요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제작 여부가 결정되어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커미셔너에게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비전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원대한 목표를 세운 피칭 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작품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고 스케일 있게 보여줘야 설득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지훈
글로벌 OTT에 접근하려면 기획 단계보다는 개발 과정을 거쳐 작품을 일정 수준 만들어놓고 프로듀서를 통해 피칭의 기회를 잡은 뒤, 그걸 발판으로 도약하는 방향을 봐야겠군요. 국내 방송사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김현기
제 경험으로는 한국과 해외에서 프로듀서를 바라보는 개념적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05년 당시, 제가 8년차 PD일 때 BBC내추럴히스토리유닛(Natural History Unit)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이나 업무는 그간 제가 PD로서 해온 것과 다르더군요. 그래서 그곳에서 펀딩하는 방법, 제작비 계산하는 방법 등 프로듀서로서의 행정을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그걸 KBS에 도입하려니 시스템이 달라 반발이 있었죠.
이후 다큐팀 10년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려고 글로벌 채널비즈니스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데, 해외 시장에서 원하는 한국 콘텐츠는 드라마와 K-POP이더라고요.
그러나 각종 시상식을 휩쓸 만큼 한국 다큐멘터리 제작 수준은 상당히 높아서 해외 시장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다큐멘터리 인재들이 글로벌 OTT와 협업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김선아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다큐멘터리 제작 방식에서 익숙한 나레이션 없이, 촬영본만으로 훌륭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야 승산이 있습니다. 이전에 글로벌 OTT에서 방영된 미국 다큐멘터리도 나레이션이 많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건 미국 로컬 방송사가 현지 스태프와 만든 다큐멘터리이고, 커미셔너가 한국 시장에서 찾고자 하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것이겠죠. 그들은 한국의 스토리를 영상적으로 완성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낼 창의적인 제작자를 찾고 있고, 현실화 할 프로듀서와 함께 갔을 때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김현기
글로벌 OTT와 협업해야 하는 건 비즈니스적 측면과 글로벌 OTT가 가진 영향력 때문이겠지요. 특히 플랫폼의 영향력은 레거시 미디어가 넘어서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김선아
무엇보다 글로벌 OTT는 창작자들의 창의적 역량과 제작비의 타당성을 인정해주고 협의가 원활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더불어 세계인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제작자들에게는 기쁨이고 자부심이 되죠.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넷플릭스 시리즈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로 만들어진 데는 좋은 작품이라면 한국에서도 480만 명이라는 관객이 다큐를 보러 극장에 온다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혁
특히 독립 제작자 분들은 글로벌 OTT를 통해 유리한 여건에서 작품을 만드는 기쁨과 더불어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전 세계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지난 영화사를 봐도 창작 과정에 자본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오리지널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OTT와 같은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할 수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모더레이터:
조지훈(프로그래머/프로듀서)
토론 패널:
이성민(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장해랑(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박원달(TBC 프로듀서)
조지훈
OTT시대, 대규모의 대중성 있는 콘텐츠가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또한 대중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 스케일이 커지고 제작비도 많이 드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역으로 소규모로 제작된, 크리에이티브 다큐멘터리가 설 자리가 부족해지는 것은 아닐지.
장해랑
오늘 이 자리는 다큐멘터리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생각하는 자리라고 보여집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다큐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진실을 나타내는 다큐의 정신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죠. 현재의 진실을 기록하는 방식이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대한민국의 현실을 담아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죠.
조지훈
그러한 역할을 할 다큐멘터리가 유통되려면 콘텐츠산업 안으로 들어와야 하고, 창작자도 생활이 유지되어야 하겠죠. 팬데믹으로 인해 로컬리티가 중요해졌고 글로벌 OTT는 로컬 마켓을 공략하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다큐멘터리에 끼친 영향은 어떻습니까?
박원달
로컬리티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인 것 같습니다. 한국적 문화의 지역 아이템이잖아요. 이것이 글로벌 OTT에서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라는 각 나라별 콘텐츠로 확장됐습니다.
지역에는 다큐멘터리로 담을 만한 다양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저 또한 대구 TBC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잡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다큐멘터리 제작하는 데 의미만으로는 되지 않고 회사의 수익도 채워져야 하니까요.
선한 영향력에 집중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다보면, 가치를 인정받고 결국 수익 모델로 전환될 수 있다는 걸 저는 경험했습니다. 5년째 제작 중인 <풍정라디오>가 그 사례인데요, 산골 마을 어르신들의 라디오방송 도전기와 달라진 삶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풍정라디오>의 결과를 바탕으로, 경상북도에서 2억 펀딩을 받았고 영주시 부석면 소천리에 같은 모델의 마을미디어를 만들고 그걸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성민
최근 수익을 내면서도 사회나 환경문제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임팩트 투자나 기업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강조하는 ESG경영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과거보다 사회적 가치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행동력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공익을 추구하면서 수익적으로도 이어지는 기반이 만들어진다면,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금이 콘텐츠 가치투자의 적기라고 봅니다. 큰 작품은 글로벌로 가고 세상을 기록하는 작은 작품들이 영속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해랑
다큐멘터리가 시장성을 갖기 위해 자본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제작을 위해 OTT를 중심에 둘 필요는 있겠지요. 콘텐츠 소비자의 니즈와 코드, 사회적 트렌드의 반영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다큐멘터리에서 VR 등 기술적 도입을 통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실험적으로만 끝나고 있어요. 다큐멘터리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콘텐츠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포맷으로, 기술적 발전까지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따라 가봐야 할 것입니다.
이성민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다큐멘터리가 글로벌 다큐멘터리 전문 OTT 다필름스(DaFilms)에 진출한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국제영화제 수상작이나 초청작 등만 엄선해서 유럽 지역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로 운영되는 플랫폼인데, 기사를 보고 이제는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한편 베를린필하모닉이 온라인 공연 구독 서비스를 하는데 이 또한 거대한 미취합 팬덤이 한데 묶이는 계기라고 봤습니다.
다큐멘터리의 섹터가 커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정책의 역할이라면, 전통예술의 중요성을 인지한 정부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채널을 만들었던 것처럼, 다큐멘터리의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한 온라인 공공 OTT를 운영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적은 비용으로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기반이 생겼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겠지요.
조지훈
다큐멘터리와 같은 마이너 장르가 상업 콘텐츠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영역을 차지하는 방법이 있죠. 장단점이 있는데, 포털사이트에 있으면 눈에 자주 띌 수는 있지만 오히려 상업적인 콘텐츠에 묻혀버릴 수가 있고요. 독립적인 콘텐츠는 전문성을 가질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인지도와 투자 여력이 떨어져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는 사회적 가치, 임팩트, 캠페인 등의 연결선에서, 수익이 아니라 공익이 목적인 데에 활용되도록 다큐멘터리를 순환시킬 방법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장해랑
다큐멘터리가 숏폼 콘텐츠로써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충분히 가능합니다. 세계공영방송총회 인풋(INPUT : Television in the public interest)을 통해 선보인 사례가 많습니다. 숏폼은 그저 스낵컬처만의 개념은 아닙니다. 그에 맞는 주제와 방식으로 숏폼 다큐멘터리가 이미 제작되고 있어요.
박원달
오늘 이 시간은 다큐멘터리가 중심 콘텐츠로 떠오르고 원활하게 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매력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지훈
다큐멘터리적 요소는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그래서 중요합니다. 때문에 앞으로도 콘텐츠산업 속 다큐멘터리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