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아이돌 음악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속 어깨가 들썩이는 음악과 개성 넘치는 춤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밴드이날치(이하 이날치). 세 편의 영상은 2개월 만에 조회 수 2억 뷰를 넘겼고 최근에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화상 간담회에도 등장하며 그 인기가 마니아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 Q
-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A
- 안녕하세요. 저희는 소리꾼 넷(권송희, 신유진, 안이호, 이나래), 베이스 둘(장영규, 정중엽), 드럼 하나(이철희)로 이루어진 얼터너티브 팝밴드 입니다.
- Q
- 이날치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 A
- 2018년 광주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초연된 ‘드라곤 킹’이라는 애니메이션 음악극을 계기로 장영규 음악감독님과 소리꾼 네 명이 뭉치게 되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감독님이 함께 만들었던 음악을 밴드 구성으로 재편곡해 클럽에서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리고 베이시스트 정중엽과 드러머 이철희가 합류해 2019년 1월 홍대의 한클럽에서 이름도 없이 첫 공연을 치렀습니다.
- Q
- ‘이날치’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 A
- 조선 8대 명창 중 한 분으로 뽑히는 이경숙 명창의 예명을 따왔어요. 흥선대원군의 부름을 받아 어전에서 소리판을 열기도 했던 이경숙 명창은 소릿광대이자, 본래는 줄광대였습니다. 줄 위에서 ‘날치’처럼 잘 논다고 ‘이날치’라는 예명을 갖게 되었고, 우리 밴드의 보컬이 판소리를 한다는 점, 이날치 명창의 일대기가 예술가로서 흥미롭게 다가왔다는 점, ‘날치’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어감 등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이날치’라고 밴드 이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 Q
- 최근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으로 화제입니다. 이날치의 음악이 이 영상을 통해 사랑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A
- 일단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이날치의 음악과 앰비규어스의 춤사위, 뛰어난 영상미, 이 삼박자가 한국의 익숙함 속에 낯선 문화들을 잘 포착하고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이 부분이 보시는 분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 Q
- 현대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 A
- 앰비규어스와는 늘 신선하면서 동시에 오랜 친구처럼 많은 말이 필요없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2019년 9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으로 협업을 했을 때만 해도 함께 리허설을 할 시간이 없어 무대를 반으로 나누어 각자의 공간에서 공연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한 공간에서 적절히 섞여 다양한 모양의 무대를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그날의 공간 상황에 따라 간단하게 곡마다 동선 협의를 할 뿐, 서로 어떠한 간섭없이 자유롭고 즐겁게 함께 빛날 수 있는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한국관광공사
- Q
- 국악을 상업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A
- 판소리가 바탕이지만 어렵지 않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를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굉장히 낯설 수 있는 판소리를 송폼으로 편곡했고, 반복 구절과 춤출 수 있는 빠른템포로 음악을 만들었죠. 거기에 앰비규어스 춤이 더해져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 Q
- 이날치가 추구하는 음악은 무엇인가요?
- A
- 음악을 만들 때는 일단 각자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해요. 한 가지 요소를 위해 다른 요소들이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지양하고, 독립적인 요소들이 더해졌을 때 나오는 ‘이상함’에 매력을 느끼는 거죠.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겁게 춤추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려고 해요.
- Q
-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A
- 한국의 음악 시장에서 대중음악을 제외하면 다양한 시장이 정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능있는 많은 예술가들은 예술적 완성도와 가치를 고민하기 보다 생존의 문제에 늘 잠식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죠. 좋은 음악, 좋은 예술을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것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큰 시장, 새로운 시장을 향해 돌진해야 했어요.
ⓒ 한국관광공사
- Q
- 이날치의 노랫말이 ‘조선의 랩’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A
- 즐거워요. 인터넷 댓글을 보면 ‘조선 팝’이라고 해서 ‘조팝’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그런 반응을 접할 때마다 고맙고 즐겁습니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겨주시는 것 같아서 더 기쁜 것 같아요.
- Q
- 앞으로의 계획과 꿈에 대해 들려주세요.
- A
- 지금 이날치의 가장 큰 원동력은 화목한 팀 분위기와 음악에 대한 열정인 것 같아요. 많은 수의 멤버가 모인 만큼 조금이라도 불화가 일어나기 쉬울 텐데 다행히 지금 이날치는 매일 즐겁고 매일 행복해하고 있어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의지가 팀을 이어나가는 가장 큰 이유이자 전부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꿈은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 팀을 유지해 나가는 거’예요. 그리고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수궁가에서 아직 다뤄지지 않은 대목으로 싱글을 발표하려고 내부적으로 논의 중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보내주시면 좋겠어요.
좋은 콘텐츠란?
기본적으로는 내공과 실력이 있다면 어떤 콘텐츠 라도 많은 분들이 알아주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콘텐츠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을 지양했을 때 좋은 콘텐츠가 나오는 것 같아요. 생산하는 작업자와 소비자, 제작자 모두 소외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