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는 영국의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의 대표곡이자 캐나다의 우주비행사 크리스 햇필드가 부른 리메이크로 유명한 곡이다. 여기서 모티브를 얻어 대중음악계는 우주와 같다며 이곳을 떠도는 수많은 별과 우주인을 위해 탐사하고 연구하는 기업이 있다. 콘텐츠 기업이자 플랫폼 기업으로서 대중음악 데이터를 관측하면서 지금도 끊임없이 유영하고 있는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콘서트 현장 실무부터 유튜브 콘텐츠 기획까지 20여 년을 음악 업계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경험을 쌓아온 김홍기 대표. 또다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왔으나 크고 작은 타 기업의 무수한 러브콜은 답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 한 지인이 투자를 할 테니 창업을 권유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김홍기 대표는 20대 시절의 에너지를 되찾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스페이스오디티는 음악을 주제로 여러 가지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양한 분야의 음악 관련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한다. 음악 뿐 아니라 앨범 재킷 등의 시각 디자인 그리고 뮤직비디오 영상 촬영 등 여러 감각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기획이 펼쳐진다.
“다방면의 아티스트를 서로 최적의 조합으로 연결해주고 원활한 협업이 이뤄지게 도와드려요. 음악을 중심으로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도록 판을 벌여주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이죠.”
아이돌 그룹처럼 스페이스오디티에도 스스로의 지향점을 관통하는 세계관이 존재한다. 별들이 빛나는 천체의 흐름과 동향을 관측하고 분석하는 ‘망원경’ 그리고 그중 별 하나가 무엇으로 구성돼 있고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세세히 들여다보는 ‘현미경’이다.
스페이스오디티는 대중음악계에서 각기 망원경과 현미경 역할을 해낼 거시적 데이터를 펼쳐보이는 서비스와 미시적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냈다. 바로 케이팝레이더 그리고 블립이다. 케이팝레이더는 K팝 그룹별 팬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데에서 출발했다.
“K팝을 산업으로 들여다보려면 누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봐야 하는데 음반차트나 음원차트로는 한계가 있었고, 팬 규모를 측정할 기준이 모호했어요.”
그래서 그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유튜브 등 멀티 플랫폼을 팔로우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 데이터를 종합해 전체적인 대시보드를 만들어냈다. 공식 뮤직비디오 유튜브 재생수, 공식 유튜브 구독자 추이, 공식 트위터 팔로우 추이 등을 실시간·일간·주간으로 각각 보여준다. 모든 업데이트는 스페이스오디티가 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24시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플랫폼마다 일일이 직접 들어가보지 않아도 실시간 데이터가 한눈에 들어오니 업계에서도 전략을 세울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었다.
빛이 깜빡이는 모양을 뜻하는 블립은 요즘 덕질을 책임지는 내 손 안의 덕메이트로 불린다. 콘텐츠의 홍수라는 표현처럼 너무 많은 플랫폼 속에서, 또 너무 많은 콘텐츠를 하나하나 찾아봐야 하다 보니 덕질을 즐기기가 버겁고 어려워졌는데, 이때 덕질을 도와주는 것이 바로 블립이다.
“블립은 입덕 단계에서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춰주며 조금 더 쉽게 팬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팬카페 내 데이터를 직접 분석해 리포트를 올리던 소수 헤비 유저의 역할을 블립이 알아서 척척 실시간으로 하게 된 것이죠.”
좋아하는 그룹의 뮤비 조회 수가 며칠 후 1억 뷰를 돌파할지 계산해주며, 원하는 멤버, 특정한 취향에 맞춰 필터링이 가능해 내 마음대로 고르고 골라 덕질을 더 세밀하게,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이건 찐 덕후가 만든 게 분명하다!” 바쁜 일상 가운데 덕질에 시간을 마음껏 투자하기가 어려워졌는데 덕후의 마음을 잘 알고 케이팝레이더와 블립으로 한번에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피드백이 쏟아졌다.
유례없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떨치는 K팝인 만큼 케이팝레이더와 블립 이용자의 40%는 외국인으로 그 비중이 굉장히 높다. 이에 스페이스오티티는 해외 팬덤에 대응하고자 영어와 일본어 등 하나둘 언어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김홍기 대표는 “인바디 측정으로 성분을 분석한 뒤 의사가 환자와 상담하듯이 살펴봐야 할 데이터를 제시해주고 업계와 함께 진단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며 의지를 다졌다. B2C로써도 프리미엄 버전이나 오리지널 콘텐츠 같은 구성을 머리를 맞대가며 기획 중이다.
스페이스오디티 1.0이 음악을 매개로 여러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의 입체적인 경험을 매듭지어주는 콘텐츠 기획이 중심이었다면 2.0에서는 케이팝레이더와 블립이라는 물리적인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제 김홍기 대표는 콘텐츠 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스페이스오디티 3.0을 꿈꾼다.
“콘텐츠와 플랫폼 모두를 가지고 있는 곳이 여기 스페이스오디티예요. 이를 한 데 엮어 시너지를 내는 결합 모델을 새롭게 고민하고 있는데요. 3.0을 언제 시작할수 있을지는 더 살아봐야 알겠죠? 스페이스오디티 2.0이 잘 자리 잡는다면 다음과 그 다음을 또 박차고 나아가는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요?
좋은 콘텐츠는 그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조금이라도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콘텐츠인 것 같아요. 꼭 어떤 교훈이 담기지 않았더라도 내적 동기를 안겨주거나 개인 정서에 큰 여운을 남겨서 한 인생을 바꾸게 할 만한 콘텐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