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힐스벤처스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자동변환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지금껏 없었던 아이템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웨인힐스벤처스의 이수민 대표를 만나 데이터를 영상으로 변환하는 콘텐츠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저희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인공지능), 즉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AI 알고리즘을 사용해서 텍스트 데이터를 비디오 콘텐츠로 자동변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바쁜 와중에 잠깐 시간을 낸 이수민 대표가 웨인힐스벤처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웨인힐스벤처는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기업으로 있다가 스타트업으로 독립했다. 2017년 6월에 시작했으니 이제 만 3년이 지난 신생기업이지만 그 역량과 가능성은 그 이상이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수민 대표는 미디어 분야 신사업팀에서 서비스 기획을 꾸준히 해왔다. 업무 특성상 언제나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갈망은 그를 움직인 근간이 되었다.
“창업의 구체적 배경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들은 리포트, 문서, 책 등 텍스트를 점점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 텍스트를 영상콘텐츠로 전환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렸고요. 둘째, 2016~2017년 즈음 유튜브 검색 서비스를 접하고 우리나라도 영상콘텐츠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전에는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포털의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정보를 검색했는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저희는 2016년 그 시그널 신호를 보고 웨일힐스벤처스를 스타트한 겁니다.”
웨인힐스벤처스는 첫 둥지를 미국에 틀었다. 코로나19로 지금은 국내에 머물고 있지만 팬데믹이 사라지면 다시 미국시장으로 자리를 옮길 계획이다.
이수민 대표가 보는 TTV(Txt to Video) 시장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신생기업인 웨인힐스벤처스의 클라이언트가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신한금융. IBK기업은행 등 대기업인 이유도 ‘텍스트를 읽지 않는 세상’에 대한 대안을 두고 뜻이 통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을 사면 사용설명서를 읽으십니까? 삼성전자는 글로벌 사용설명서 프린트 비용으로 1,800억 원을 씁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이 없어요. LG전자도 마찬가지예요. 연간 800억 원을 프린트 비용으로 쓰는데 사람들은 읽지 않습니다. 금융권 약관도 마찬가지예요. 이해가 힘드니 안 읽어요. 저희는 그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사용설명서를 영상콘텐츠로 비주얼라이징하는 거죠.”
웨인힐스벤처스의 작업물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정보제공이 시각적으로, 직관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85% 정도까지 나온 것. 이는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지금의 웨인힐스벤처스가 완성되기까지 이수민 대표가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인재확보였다. 자사가 머신러닝, AI를 기반으로 자연어 처리에 특화된 개발을 하는 곳이다 보니 그 분야의 능력자를 모으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 대표는 CTO, 개발, 머신러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비전, AI, 개발디벨로프 멤버들을 팀빌딩하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고 말한다. 훌륭한 개발자 이전에 갖춰야 할 인성 부분까지 봐야했기 때문에 더 신중했다고.
“우리 직원들의 마인드셋과 멘털이 건강하길 바랐습니다.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기술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데 이때 자신이 갖고 있는 펀더멘탈(funda- mental)과 메타포(metaphor)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본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웨이가 사용하는 ‘만다라트’ 기법이라는 게 있어요. 개인의 주요 목표, 핵심 키워드를 각각 8가지씩 기록해 목표달성을 위한 도구로 쓰는데 저희는 목표대비 문제해결을 얼마나 빨리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가 걸릴 문제를 무조건 1시간 안에 풀고자 합니다. 스스로에게 빠른 성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저희만의 조직문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개발자로서 이수민 대표에게 데이터는 그 무엇보다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텍스트를 영상으로 자동변환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데이터는 가장 절대적인 재료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돈이 아닙니다. 대신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텍스트 데이터가 로우데이터(Raw Data)인데 이게 없으면 메타데이터 아웃풋이 영상 콘텐츠로 나올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저희가 네이버와 작업하는 게 소비자들이 이메일이나 블로그에 타이핑으로 인풋을 쭉 넣으면 동시에 피드를 받아서 영상콘텐츠로 전환하는 작업이거든요.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그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영상콘텐츠로 비주얼라이징해주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지금은 텍스트 데이터를 1시간 안에 영상콘텐츠로 전환이 되는데 이 속도를 최소 20분까지 줄이려고 해요.”
영상콘텐츠에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상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기존에 꼭 필요했던 디자이너, 아트디렉터, 애니메이터 등의 인력이 불필요해졌고 두 번째는 영상콘텐츠가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방송사, 미디어사에서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데 2~4주의 시간이 걸렸다면 웨인힐스벤처스의 결과물은 한 시간이면 된다. 이는 인공지능 자동화가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시간이다.
예를 들어 방송사가 만든 1,100페이지짜리 대본을 짧은 영상물로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요약정리부터 편집까지 단계를 거치는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웨인힐스벤처스에서라면 다르다. 내용 요약은 AI가 자연어로 처리한다. 핵심이 뭔지를 파악하고 감정조절선과 요약이 다 연결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트래킹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요약된 아웃풋은 자동으로 빠르게 영상콘텐츠로 전환함으로써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보장한다. “요즘 예능이나 드라마를 요약한 짧은 영상콘텐츠를 많이 본다”는 이 대표의 말에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는 이유다.
“지금은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예요. 리서치나 시장조사를 통해서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줘야 트래픽이 올라가고 조회 수가 상승하면서 진짜 킬러 콘텐츠가 되는 겁니다. 경영전략 분야 출판사와 저희가 작업을 한다면 먼저 기존의 소비자 데이터를 트래킹해요. 얼마나 많은 고객이 어떤 댓글을 달았고 어떤 구간을 반복해서 봤는지 시각화해서 데이터 애널리틱스 대시보드를 제공해드리는 거지요. 그럼 고객사에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원하는 콘텐츠가 이거구나, 하는 자각을 합니다. 그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텍스트가 사라지는 시대, 텍스트를 힘들어하는 세대, 웨인힐스벤처스의 목표는 하나다. 텍스트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비주얼라이징해서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초석으로 영상콘텐츠의 새 길을 닦고 있는 웨인힐스벤처스. 이들이 걷는 길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자못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