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셈여림표처럼, 청춘의 시린 손을 잡아주다, 뮤지션 정예원

돌아보건대, 우리네 삶은 누군가가 지지해주고 위로해주었기에 이어진 게 아닐까. 뮤지션 정예원의 청춘을 위한 노래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셈여림표처럼, 때로는 희망찬 때로는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것. 오늘보다 더 행복한 내일을 노래하는 그녀를 마주했다.

‘뮤즈온’, 꿈에 날개를 달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네이버와 함께 우수 뮤지션을 발굴하고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뮤즈온’을 진행했다. 뮤지션들의 라이브 클립과 인터뷰 영상, 음반 제작을 지원하며 1~2라운드를 치른 후, ‘뮤즈온 2019 파이널 콘서트’의 실황 영상 온라인 투표와 종합 평가 과정을 거쳐 3라운드 경연을 진행했다. 최종 TOP5로 선정된 정예원은 일상을 잔잔하게 풀어낸 음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에게 뮤즈온은 그 자체로 행운이자 기적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1라운드만 붙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바쁘고 치열한 나날이었지만, 음악 콘텐츠부터 경연 무대, 앨범 발매, 단독 콘서트까지 부족함 없이 음악에 맘껏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저의 10년 운을 끌어다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미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뮤즈온 무대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맘껏 펼쳤다. “나의 작은 별에게”, “Subway”, “퐁당퐁당” 등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인상적인 리듬과 담백한 창법, 반짝이는 노랫말로 주목받았다. 다른 뮤지션과 경쟁을 해야 했기에 그 과정에서 힘든 점도 많았을 터.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그녀에게는 큰 무대도, 카메라의 빨간 불빛도, 심지어 인이어를 착용하는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매 라운드마다 많이 긴장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배워 나갔다.

“‘사람’이 ‘사람’을 버티게 한다고 하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특히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렸던 뮤즈온 파이널 공연은 가장 애착이 가는 무대로 남았답니다. 처음 음악을 시작하면서 ‘나중에 여기서 꼭 공연해봐야지!’했거든요. 이렇게 기회가 빨리 찾아올 줄 몰랐어요. 결과와 상관없이 공연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그날 지인들과 팬들께서 많이 와주셔서 무대하는 내내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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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따뜻한 온기가 되길

정예원은 무대에 설 때면 스스로를 ‘우리들의 내일을 위해 노래하는 청춘 라이터’라고 소개한다. ‘청춘 라이터’는 청춘에 대해 글을 쓰는 ‘작가(writer)’와 ‘불을 켜는(lighter)’의 의미를 더한 것인데, 꽃샘추위를 견뎌야 하는 봄, 즉 청춘들에게 온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청춘들의 내일이 어제보다 덜 아프길, 더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와 응원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주로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받는 그녀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가사다. 공감이 가되 뻔하지 않은, 번지르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표현으로 ‘삶, 사람,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녀가 처음 뮤지션을 꿈꾼 순간은 언제였을까.

“열한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에겐 ‘내일’이 간절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 전에 누워서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들의 내일이 조금은 덜 아팠으면, 조금은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막연히 가슴 속으로 품은 뮤지션이라는 꿈은 우연한 기회에 꽃피울 수 있었다. 언니, 남동생과 함께 JTBC “효리네 민박”이라는 방송에 출연해 자작곡을 선보이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한 시청자로부터 ‘생을 놓아버릴까 생각했는데, 노래를 듣고 다시 힘내서 살고 싶어졌다’는 메시지도 받았다. 자신의 노래도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더 늦기 전에 꿈을 이루고자 대학을 휴학하고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지만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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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변화, 꿈에 더 가까이

정예원은 뮤즈온을 통해 기분 좋은 변화를 맞이했다.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은 건 물론 지난해 말 자신의 첫 미니 앨범 “月見草 : 밤에 피는 꽃”을 발매했다. 싱글 곡을 낼 때와 다르게 훨씬 신경 쓸 것도 많고 시간도, 노력도 배로 들었지만 많은 이야기를 세세하게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작업으로 남았다. 뮤즈온을 통해서 무대를 즐기는 방법을 배운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아무래도 개인 뮤지션으로 활동하다 보니까 맘껏 음악 활동을 펼치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어요. 뮤즈온은 갈증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경험이 많이 부족했던 신인 뮤지션에게 이보다 더 큰 경험은 없었을 거라고 확신할 정도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꿈꿔왔던 것들을 다 실현하고, 후회 없이 내 음악에 몰두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 기운 팍팍 받아서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에게 좋은 음악이란 ‘특별하지 않은 음악’이다. 사람 냄새나는 음악이랄까. 가장 평범한 사람으로서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 오늘 하루를 힘겹게 견디는 이들에게 “살자. 우리 같이 살아보자”라는 마음을 건네는 가수를 꿈꾸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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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무대를 향하다

정예원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안도감을 느낀다. 다른 누군가도 나와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풍경이 공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공감은 어느 면에서 치유와 같다. 평범한 오늘이 꽤 소중하다는 깨달음과 함께 ‘괜찮다’는 위안을 느낄 수 있다. 매일매일 흐르는 일상이 그녀의 노래 안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녀는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며 해사한 미소를 지었다.

“제 무대와 노래를 오래도록 지켜내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정규 앨범도 내고, 페스티벌 무대에 나가는 그날까지요. 앞으로도 우리들의 내일을 위해 계속해서 노래할 테니 제 작은 숨에 귀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차분히 읊조리고, 대놓고 응원하기보다는 슬며시 위로를 건네는 정예원. 그녀의 노래 한 소절이 제법 큰 위안을 안겨준다. 그녀의 노래가 울려 퍼질수록 청춘들의 삶에 자그마한 희망이 샘솟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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