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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일 스웨덴 정부가 추진한 국가 문화정전(kulturkanon) 제정 작업이 마무리됐다. 2024년 12월 정부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특별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문화정전 위원회 위원장은 역사학자 라르스 트레고르드(Lars Trägårdh) 교수가 맡았다. 위원회는 올해 2월 각 분야에서 선발된 선발된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다. 9월 2일 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인 스웨덴 문화정전(En kulturkanon för Sverige)를 파리사 릴리에스트란드(Parisa Liljestrand) 문화부 장관에게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문학, 음악,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 총 100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파리사 릴리에스트란드 장관은 "스웨덴 문화정전은 교양, 공동체, 포용을 위한 살아 있는 도구로서 더 많은 이들에게 스웨덴 문화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문화정전에 수록된 작품 일부 - 출처: SVT >
스웨덴 문화정전의 선정 기준은 명확했다. 1975년 이전에 창작된 것만 포함할 수 있었으며 최소 50년 이상 된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했다. 또한 '교양, 공동체, 포용'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더불어 위원회는 작품 선정 과정에서 정치적 개입 배제를 강조했다. 문화정전에는 문학, 산문, 논픽션, 시, 회화, 건축, 음악, TV 프로그램, 영화, 공연 예술, 법과 제도, 종교 시설, 발명품 등 다양한 종류의 스웨덴 문화유산이 포함됐다. 해외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의 『말괄량이 삐삐(Pippi Långstrump)』,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의 노벨상, 스웨덴의 아빠를 위한 육아휴가(Pappaledigheten), 스웨덴을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IKEA)의 첫 번째 매장인 앨뮐트(Älmhult) 지점이 문화정전 목록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한편 문화정전 제정 작업에는 이미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약 8백만 크로나(약 12억 원)가 사용된 것으로 보고됐다. 문화정전을 활용하기 위한 향후 계획도 논의 중이다. 위원회가 제안한 예산안에 따르면 유산기금(Allmänna arvsfonden)에서 약 1억 5,000만 크로나(약 2,228억 원)가 사용돼 문화정전 전담 재단을 설립하고 다차원적 디지털 포털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문화 예산 2,000만 크로나(약 298억 원), 총 6,000만 크로나(약 893억 원)가 배정돼 지역 박물관과 문화유산 기관이 정전을 대중에게 보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5,000부의 대중판 책자를 발간하는 데 50만 크로나(약 7억 4,000만 원), 임시 웹사이트를 3년간 운영하는 데 200만 크로나(약 3억 원)가 책정됐으며 노르딕 박물관(Nordiska museet) 내 상설 전시를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문화유산 목록을 작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화정전이 지속적으로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접근성과 활용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 제안을 바탕으로 정전을 사회 전반에 보급하고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스웨덴 문화정전은 국가 차원에서 스웨덴의 문화유산을 집대성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이번 작업은 단순히 국가가 특정한 문화유산을 지정하는 차원을 넘어 전문가들의 독립적 판단과 논의를 통해 진행돼 더 의미가 깊다. 스웨덴의 문화정전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동시에 국제문화교류의 중요한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단순히 과거의 문화유산을 기념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 정전이 어떻게 '살아 있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정부는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학문적, 문화적 권위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 시도했지만 문화정전 제정 소식 발표 직후부터 정치권의 극명한 대립과 학계 및 문화계의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는 문화정전이 단순한 목록이 아니라 정체성, 시대적 적합성, 포용성을 둘러싼 논쟁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방증하는 동시에 스웨덴의 사회의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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