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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관문인 이스탄불에서 전에 없던 장이 열려 한류 상인들이 K-콘텐츠 상품을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K-콘텐츠 해외 시장 개척과 확장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K-콘텐츠 엑스포 in 튀르키예'가 열렸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시작으로 중국 심천에 이어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행사다. 처음 K-콘텐츠 엑스포가 튀르키예에서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고무적인 감정을 느꼈다. 단순히 큰 한류 행사가 튀르키예에서 열리기 때문이 아니다. K-콘텐츠산업 관련 주요 기업들이 드디어 과거 실크로드(Silk road)의 종착지였던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방송, 게임, 웹툰 등 K-콘텐츠를 가지고 상륙한 것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웹툰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K-콘텐츠임에도 튀르키예 한류 팬들에게 이것은 늘 다른 세계의 일이었다. 현지 한류 팬들은 합법적인 경로로 방송과 웹툰을 소비할 수 있는 인프라를 찾을 수 없어 늘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해야만 했다. 현지에서 한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합법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류 팬들이 졸지에 불법 소비자로 낙인찍히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엑스포는 사업 교류를 위한 행사를 넘어 현지에서 K-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을 알리는 소식이기에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이번 엑스포 개최 도시가 이스탄불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스탄불은 동로마와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동서양을 잇는 교역 중심 역할을 해온 곳이자 실크로드의 해상 및 육상 노선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대표 도시다. 놀랍게도 K-콘텐츠 엑스포가 개최된 국가들은 과거 실크로드 경로들과 일치한다. 실크로드의 무역 상인들은 중국 장안(시안)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Samarkand)를 거쳐 이라크(바그다드)와 시리아(다마스쿠스)에서도 무역을 했고, 종착지인 튀르키예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까지 그 길을 확장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아반도는 해상 실크로드의 무역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무역 상인들은 실크로드를 오가며 비단만 거래한 것이 아니다. 도자기와 향신료, 보석류, 카펫, 진주와 같이 당대 최고의 고가 상품들 또한 거래됐다. 고부가가치성의 사치품 혹은 최고가의 상품을 특징으로 한다. 높은 운송비를 감수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익성이 보장된 상품이었던 것이다. 또한 낙타와 같은 수단으로 장거리를 이동해도 무리가 없는 가볍고 높은 가치의 상품이다. 마지막으로는 독점 가능한 희소성 있는 상품이다. 이번 엑스포 기간 동안 한류 상인들이 가져온 방송, 게임, 웹툰의 시장 가치를 실크로드 상인이 된 기분으로 자세히 보도록 하자.

< '2025 K콘텐츠 엑스포 in 튀르키예' 행사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3년간 방송, 게임, 웹툰 K-콘텐츠 3대 분야는 각기 다른 성장 궤적을 보였다. 게임은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산업으로 2023년 22조 원에서 2025년 25조 원~26조 원 규모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였다. 웹툰 역시 2023년 2조 원을 돌파하며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뤘다. 반면 방송은 OTT와 IPTV의 증가로 인해 광고 및 지상파 매출이 감소하면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튀르키예 시장 규모는 세계 28위에 불과하지만 2023년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은 9.66%로 조사돼 세계 1위로 평가된다. 2024년 드라마 수출 규모 1조 3881억 원을 돌파하며 세계 3위 드라마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고, 지난 3년간 성장세를 보인 웹툰 시장 역시 향후 5년간 27.4% 성장세가 예상된다. 게임 시장 역시 유럽 2위의 규모로 탄탄한 K-콘텐츠 생태계를 갖춘 잠재력 있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 엑스포에 참가한 한국 방송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옛날 실크로드 무역상들이 이스탄불에 고부가가치 상품을 가져와 부를 이뤘던 것처럼 한류 관련 기업 상인들도 고부가가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송, 게임, 웹툰을 가져와 현지 기업과 사업 행사를 가졌다. 당초 B2B와 B2C 형식으로 진행 예정이었던 이번 엑스포는 본래 계획과는 달리 B2B 행사에 치중했다. 때문에 예정과 달리 드라마 OST 콘서트를 통한 현지 소비자 참여 행사가 열리지 않고 막을 내려 많은 현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엑스포 현장 분위기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시장분석과 다르지 않았다. 국내 20개사는 글로벌 판권과 리메이크 수요가 높은 드라마 리메이크, 포맷 교환, 공동 제작을 주제로 현지 바이어들과 연일 상담을 이어가면서 실질적인 성과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CJ ENM은 <눈물의 여왕>, <선재 업고 튀어> 등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IP를 선보이며 튀르키예 방송사들과 리메이크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 <눈물의 여왕>은 지난해 이미 판권 계약을 마치고 현재는 공동 제작사인 HECE 미디어(HECE Medya)와 다스 야핌(Dass Yapim)에서 제작을 완료해 이달 초 방영 예정이다.

< 튀르키예 바이어들과 사업 상담을 하고 있는 장면 - 출처: 통신원 촬영 >
YTN은 뉴스, 다큐멘터리 콘텐츠와 글로벌 채널 네트워크를 강조하며 현지 언론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카카오 엔터테인먼트(Kakao Entertainment)는 <이태원 클라쓰> 의 원작 만화 계약과 함께 <사내맞선> 등 인기 드라마 IP를 소개하며 웹툰 수출 확대의 대표주자임을 강조했다. B2B 상담을 진행하는 현장에서 통신원이 인터뷰를 진행한 기업 대표들은 소위 K-콘텐츠 4세대(2018년~2025년)에 속하는 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은 바로 직전 3세대(2010년~2017년)에서 경험한 SNS, 모바일, 게임과 같은 디지털 한류 시기의 경험에서 한 걸음 더 진보한 OTT, AI, 웹툰, 웹 소설 IP를 주요 콘텐츠로 한 상품들을 가지고 시장에 나왔다.
빅하우스 엔터테인먼트(Bighouse Entertainment) 이선영 대표는 인터뷰에서 "저희는 IP를 가지고 확장성 있는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특별히 이번에는 <귀족식당>이라는 타이틀로 전 세계 왕의 음식과 숨겨진 그들의 역사를 다룬 글로벌 다큐멘터리를 프랑스, 튀르키예, 한국을 기반으로 제작했고 현재 시즌 3을 제작 중입니다. 이 다큐멘터리가 웹툰과 어린이 교육 만화, 그리고 여행 상품으로 확장 개발돼 시리즈 배급 중입니다."라며 4세대 기반의 K-콘텐츠를 선보였다.

< 빅하우스 엔터테인먼트 이선영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
80여 개 회사의 현지 바이어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엑스포 기간 동안 6건의 MOU 협약이 체결됐다. 6건 중 두 건의 MOU 협약 체결을 맺은 퍼뷸러스(PAWBULOUS)의 유보라 대표는 "캐릭터 IP를 활용해 다양한 툰 혹은 애니메이션, 스낵 콘텐츠와 출판까지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라고 기업을 소개했고 "콘텐츠가 원활하게 배급되고 실제 수익을 낼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IP와 콘텐츠, 머천다이징이 같이 묶여 있는 경우에는 즉각적인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대목에서 바이어들이 큰 호감을 보였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위해 MOU를 체결하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퍼뷸러스 유보라 대표 - 출처: 통신원 촬영 >
2025년 이스탄불에서 열린 이번 K-콘텐츠 엑스포는 행사 기간 동안 총 535건, 1936만 달러(약 270억 원) 규모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동일한 기간에 개최된 한국콘텐츠 진흥원 튀르키예 지사 개소식이 이번 행사에서 얻은 결과에 대한 만족을 뛰어넘어 더 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이스탄불이 과거 실크로드 무역상들의 종착지였을 때처럼 동양과 서양에서 고부가가치를 가진 콘텐츠들이 이스탄불로 모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현선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직무대행은 "튀르키예 비즈니스 센터 개소를 계기로 현지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국내 콘텐츠 기업의 튀르키예 진출을 적극 지원해 양국 산업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유현선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직무대리의 튀르키예 비즈니스 센터 개소식 환영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지에서 리메이크돼 인기를 얻은 사례로 튀르키예판 <눈물의 여왕>이 꼽혔다. 엑스포 기간에 열린 리메이크 제작 관계자 토크쇼는 현지 투자자와 제작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눈물의 여왕> 제작사 CJ ENM의 이주현 팀장이 원작사 대표로 자리했고 튀르키예 제작사 다스(DASS)의 CEO 셀렌 세비겐(Selen Sevigen)과 Hece 미디어(Hece Medya) 창업자 에르게네콘(Ergenekeon)이 튀르키예 리메이크 제작사 관계자로 참여해 제작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지난 2024년 3월 9일 한국에서 5.9%로 첫 방송을 시작했고, 튀르키예 리메이크 작품은 현지 시간 9월 12일 시청률 8.7%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튀르키예 리메이크 작품이 한국보다 3% 이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류 작품의 현지화 성공 가능성을 데이터로 보여줬다. 또한 동시간대 2위 시청률로 지난해 2월 4.93%로 첫 방송을 시작한 <닥터 차정숙> 보다 더 높은 기록을 달성했다. K-콘텐츠 리메이크작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셀렌 세비겐 대표는 "<눈물의 여왕> 리메이크가 매력 있게 느껴졌던 이유는 현실적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스토리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비슷한 정서를 가진 튀르키예인들에게도 충분한 공감을 줄 수 있는 드라마로 다가왔다."라고 설명했다.

< 튀르키예판 '눈물의 여왕' 리메이크 제작 관계자들과 원작사 CJ ENM 이주현 팀장의 토크쇼 - 출처: 통신원 촬영 >
마지막으로 K-드라마 OST 콘서트도 이어졌다. <슈퍼스타K2> 우승자인 최정상급 보컬리스트 허각과 <2022 MBC 강변가요제 뉴챌린지>에서 자작곡 <휘파람>으로 극찬 속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한리이가 무대에 올랐다. 튀르키예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케이팝과 K-뷰티, K-푸드 등 한국의 여러 K-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는 인플루언서 지우가 MC를 맡았으며 한리이와 함께 OST 듀엣곡을 불렀다.

< 드라마 OST 콘서트 무대에 선 가수 허각, 한리이, 지우의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 직후는 아티스트가 관객의 취향을 알고 관객들도 아티스트와 함께 소통하며 서로의 경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무대가 종료되자마자 콘서트는 그대로 막을 내렸다. 실크로드의 종착점인 이스탄불에서 앞으로 최신 한류 콘텐츠가 더 활발하게 유통되고, 이를 통해 유럽과 중동, 아시아까지 새로운 실크로드가 확장되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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