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7호] 영국, 고급 프로 내세운 BBC, 디지털에서 고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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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3.01.30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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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고급 프로 내세운 BBC, 디지털에서 고전 광고수익을 노린 상업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에 과연 고급 프로그램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세계 최대의 공영방송 BBC의 디지털 시대 고민은 한마디로 이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다. 불행하게도 지난 한 해 성적으로 놓고 볼 때 대답은 부정적이다. 적어도 시청률만 가지고 본다면 '디지털 시대의 공영방송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제2지상파디지털 플랫폼 Freeview의 고전 영국의 시청률 조사기관인 BARB(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oard)가 지난 한 해 방송시청률을 결산해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BBC의 디지털 채널들은 악전고투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영실패로 문을 닫은 ITV Digital의 허가권을 이어받아 지난해 10월30일 새로 시작한 BBC의 제2지상파디지털 플랫폼 Freeview의 성적은 참혹하다. 특히 BMRB(British Market Research Bureau)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199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어떤 방법으로든 디지털TV에 접근하지 않고 있는 10명 가운데 7명이 Freeview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가운데 1명만이 불과 99파운드라는 획기적인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는 Freeview용 셋톱박스를 구입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향후 Freeview 가입의사가 가장 확실한 시청자들이다. 또 이들 가운데 2명은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대답했다. 결국 이들을 제외한 10명 중 7명의 디지털 미전향 시청자들은 Freeview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조사수치는 정부로서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결과이다. 2006년 완전 디지털 전향을 못박아 놓고 있던 터에 ITV Digital 실패라는 악재를 만났고, 위기의 디지털을 BBC를 내세워 구출하려고 한 계획에 먹구름이 덮이기 시작한 것이다. 재미있게도 출범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BBC는 Freeview가 방송시작 2주 만에 셋톱박스 6만 5,000대를 판매했고, 제조업체는 수요에 물량을 대지 못할 정도라며 Freeview가 조기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었다. 그러나 BMRB의 조사는 이런 예기치 못한 셋톱박스 판매의 실제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셋톱박스 대금을 일시 지불하고 채널 전체를 시청하는 패키지 구입자야말로 가장 안정적인 가입자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수치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다. 다시 말해, 초기 시청자들의 관심은 언제든지 꺼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다 BBC의 주장은 언뜻 보기만 해도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근거가 허약하다. 이미 1,060만 가구, 성인시청자 기준으로 무려 1,850만 명이 위성과 케이블 텔레비전을 통해 디지털 방송에 연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수치는 디지털에 대한 관심이 이미 꼭대기에 올라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후발주자인, 그것도 실패한 플랫폼을 신장개업해서 내놓은 지상파디지털 플랫폼인 Freeview가 선발주자들과 경쟁할 만한 점유율 확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BMRB는 Freeview가 제아무리 잘 나간다 해도 개별 시청자 350만 명 선에서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MRB의 수석연구원인 게리 오스틴(Gary Austin)은 "이런 조사결과는 Freeview가 아직도 시청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위성디지털이나 케이블디지털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상파 디지털TV의 장점을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고급 채널, BBC4는 거의 외면당해 Freeview의 고전은 상업 채널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급 프로그램들을 묶어놓은 BBC4의 현실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작년 3월 4일 방송을 시작한 BBC4의 프라임 타임대 평균 시청자는 3만 1,000명에 불과하다. 프라임 타임대 어떤 프로그램의 경우 시청자 수가 3,000여 명에 그친 적이 있을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다. 지난 한 해 내내 평균 정도 규모의 시청자를 확보한 프로그램은 단 2개이며, 그나마도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인 BBC2에서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의 재방송분이었다. 하나는 BBC2에서 방송되는 최고의 과학 다큐멘터리 두 번째는 작년 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방송된 그 다음으로 성공한 프로그램은 화가 모네의 작품을 분석한 시리즈물 조지 알라가이아(George Alagiah), 커스티 랭(Kirsty Lang) 등 쟁쟁한 뉴스 프리젠터들을 내세워 의욕적으로 나섰던 뉴스 프로그램은 작년 말 현재 평균 시청자 9,000명이라는 참혹한 성적을 냈고, 결국 알라가이아는 BBC1의 메인 뉴스로 돌아가고 말았다. 영국에서 방송되는 디지털 채널 프로그램 상위 160개 가운데 BBC4 프로그램이 하나도 끼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치부되고 있다. BBC4는 본질적으로 오락 중심 미디어로 분류되는 텔레비전에서 고급 프로그램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아무리 틈새시장 채널이라지만 과연 연간 3,0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수신료를 이처럼 별 효과가 없는 곳에 퍼부을 이유가 있느냐는 점이다. 당장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비난이 재연되고 있다. 애초 BBC4의 실제 노림수는 위성디지털과 케이블디지털에 대한 우회적 대응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디지털텔레비전판 Radio4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특별히 새로울 만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BBC로서는 BBC4의 전략적 의미는 아주 크다. 만일 BBC4가 다른 상업 디지털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고급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아직까지 디지털 전향을 미루고 있는 시청자들을 디지털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발판 역할을 한다는 증거만 확보되면 BBC 전체의 디지털 전략을 정부나 시청자들에게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BBC4는 BBC 전체 디지털 전략의 지렛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제는 독특한 포맷과 내용의 고급 드라마, 다큐멘터리, 클래식 음악 등을 주무기로 내세우면서 차별화,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음에도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단발성 프로그램의 경우 호응이 좋은 것도 있지만 주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집계 프로그램으로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죽을 쑤고 있다. 결국 BBC4가 당초 의도대로 움직이기는커녕 오히려 BBC 전체 전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수신료 낭비 논란 재연 물론 BBC로서도 할말은 있다.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프로그램 전체를 끝까지 시청한 숫자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잠시라도 시청한 수는 무려 1,040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BBC4의 감사인 롤리 키팅(Roly Keating)은 "점점 나아지고 있으며 Freeview의 출범으로 상황은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BARB의 시청률 통계가 디지털 방송에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 BBC4의 성공을 시청률만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 대변인은 "BBC4는 본래 높은 시청률을 얻기 어려운 채널"이라면서 "만일 이 채널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면 오히려 '고급 프로그램을 저질화시켰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명분과 논리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낭비라는 정치권의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Chris Bryant) 하원미디어상임위의 노동당 의원은 하원회의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해 Freeview가 필요하고 또 고급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BBC가 주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면서 BBC의 디지털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하였다. 농촌 지역의 경우 케이블 네트워크도 부족하고, Freeview를 보려 해도 볼 만한 채널이 없어 결국 시청자들은 BSkyB를 통해 디지털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과연 디지털 멀티채널 시대에 공영방송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영국 방송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 ㅇ참조 : Guardian 2002. 12. 17., 2003. 1. 7., 1. 8. BARB 보도자료 2003. 1. 5. BMRB 보도자료 2002. 12. 15. ㅇ 작성 : 김사승(영국 통신원, s.kim1@ntl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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