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7호] 미국, 미디어 소유규제 조항 존속 여부 논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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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3.01.30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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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디어 소유규제 조항 존속 여부 논란 FCC는 1996년 Telecommunication Act에 의거 격년으로 미디어 소유 제한 규정의 적합성과 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작년 말부터 FCC는 미디어 소유 규정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가 수차례의 공청회와 회의를 개최하여 각종 이해집단으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 산업 안팎의 다각적인 의견들이 분출되고 있는 가운데, 누가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을 움직이고 있는가, 누가 그들을 움직이도록 해야 하는가, 프로그램 제작 과정과 결과물에서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가 등과 같이, 미국 미디어 산업의 근간을 움직일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콜롬비아 대학에서 있었던 FCC 주최의 공청회, 미 상원 통상소위의 회의 내용, 그리고 미 네트워크 3사가 FCC에 제출한 미디어 소유 규정에 대한 의견 보고서, 그리고 이에 대한 시민 단체들의 반응 등을 중심으로 미디어 소유 규정에 대한 논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FCC 의장, 규제 조항 폐지에 무게 지난 1월 16일 뉴욕 콜롬비아 대학 법대에서 FCC는 미디어 업계의 이해 당사자들을 모아 미디어 소유 규제 조항들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공청회에서 FCC 의장인 마이클 파월(Michael Powell)은 "미국의 사법부는 계속해서 미디어 소유 구조에 대한 FCC의 제한 규정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개진해 왔다. 지난 2년 동안 4개의 소유 관련 규정이 법정에 올라갔고, 사법부의 심사를 거칠 때마다 폐기 조치되었다"고 말함으로써 규제 조항 폐지에 더욱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규제 조항의 운명에 대한 FCC의 결정이 각종 루머나 주관적인 의견이 아닌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규제 조항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려고 할 때마다 FCC는 난관에 부딪히곤 하였다. 개별 규제 조항마다 무수히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공청회야말로 FCC가 앞으로 통과해야 할 결정과정이 얼마나 힘들 것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고 할 수 있다. Center for Public Integrity의 사무총장인 찰스 루이스(Charles Lewis)는 미디어 산업, 로비스트, 국회의원, 정부 규제기관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지적하면서, 미국 의회와 규제기관들은 미디어 산업의 이해관계에 종속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그들의 이해에 부합되는 일에 도장을 찍어주는 허수아비들이라고 가혹하게 비판하였다. 루이스에 따르면, 1997년에서 2000년에 걸쳐 118명의 국회의원들과 그들의 수석 보좌관들이 미디어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아 여행을 하여 로비스트 혹은 미디어 경영층들과 입법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미디어 기업들이 7,500만 달러를 연방 정부 직위에 나서는 후보들을 위한 선거 보조금으로 지출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의 정책 입법과 집행 과정에 방송산업의 입김이 얼마나 거세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밝혔다. 반면 Fox Entertainment Group의 수석 부사장인 엘렌 애그리스(Ellen Agress)는 네트워크의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였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큰 기업은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애그리스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어느 누구나 미디어 기업을 만들 수 있고, 자기 생각을 개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방송, 신문 등이 여론 선도의 중심 위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하였다. 즉, 미디어 소유 규정의 근본적 가정이 되는 기존 매체에 대한 전체 사회의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 네트워크가 아직도 규모면에서 크고 힘이 있다는 것은 부인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네트워크들 안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 여론을 한쪽으로 몬다는 비판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애그리스의 주장이었다. National Association of Black Owned Broadcasters의 사무총장인 제임스 윈스톤(James Winston)은 미디어 소유 규정의 존속이야말로 흑인들이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교두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흑인 소유의 TV 방송국이 너무나도 적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에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고 말하였다. 윈스톤은 소수 집단의 목소리가 미디어에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의심쩍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FCC와 의회 내에 존재하는 의견의 다양성 FCC 자체 내에도 미디어 소유 규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인 마이클 콥스(Michael Copps)는 지난 주 미디어 소유 규정을 약간만 바꾸어도 어머어마한 정도의 좋고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신문의 교차 소유 같은 규정을 하나 없애는 것만으로도 광범위한 정도의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동일 미디어 시장에서 신문과 방송을 동시에 소유하는 것을 금하는 신문-방송 교차 소유 규정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왜냐하면 연방법원의 판사들이 이 규정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FCC 내부에서도 이런 추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 연방의회 내의 많은 의원들은 FCC가 너무 극단적으로 나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인 바이런 도르건(Byron Dorgan)은 한 개의 회사가 동일한 시장 내에서 무제한으로 매체를 소유할 수 있다면 개별 미디어 시장 내에 미디어 수가 증가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더욱 다양한 의견이 우리 사회에 존재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 하나의 입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역시 민주당 의원인 론 와이든(Ron Wyden), 공화당 의원인 케이 베일리 허치슨(Kay Bailey Hutchison)과 올림피아 스노우(Olympia Snowe) 등도 비슷한 생각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미 상원 통상위원회의 새 의장인 존 맥케인(John McCain)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가 오랫동안 선호해 왔던 미디어 소유의 탈규제를 재고려하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FCC의 미디어 소유 규정 심사 방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의회 안에서 계속 나오자, FCC 의장인 파월은 비난의 화살을 오히려 의회에 돌리고 있다. 의회 내의 몇몇 의원이 현재 가속화되고 있는 라디오의 소유 집중 경향을 문제삼자 파월은,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FCC가 아니라 의회 자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6년 Telecommunication Act의 일환으로 라디오 소유 개수에 대한 상한선을 없앤 것이 바로 의회였기 때문이다. 라디오 소유 상한선 철폐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현재 미국 최대의 라디오 기업인 Clear Channel이다. 원래 이 채널은 미 전역에서 40개의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1,200개가 넘는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 결국 현재 미국 내 상당수의 라디오 시장이 하나 혹은 두 소유주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실정이다. 또한 파월은 FCC가 현재 벌이고 있는 미디어 소유 규정에 대한 광범위한 심사가 FCC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라, 미디어 소유 제한 규정 심사의 의무를 FCC가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연방 법원 판사들의 결정에 의해 시작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여러 논란의 핵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트워크 3사, 규제 철폐 의견 제출 한편 지난 1월 2일 Fox Entertainment Group, Inc., NBC, 그리고 CBS의 Viacom 등은 공동으로 미디어 소유 규제에 대해 자신들의 공통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FCC에 제출하였다. 이들의 기본 입장은 모든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소유에 대한 여러 제한 조치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지금의 미디어 시장은 완전히 그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러한 규정들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가령, 1960년대 워싱턴 D.C.에는 24개의 방송국, 3개의 일간 신문, 그리고 몇몇 잡지들이 있는 정도였지만, 2003년 현재에는 65개의 방송국이 있고, 수를 셀 수 없는 다양한 비디오, 오디오, 인쇄물들이 넘쳐나 주민들의 선택 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현상이 비단 대도시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소급의 미디어 시장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의 영향에 대해서도 논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미 전체 국민들이 누리는 미디어의 다양성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들 네트워크 3사는 미디어 경제학자인 브루스 오웬(Bruce Owen)의 이론을 바탕으로 현재의 반독점법만 잘 이용하더라도 경쟁적인 미디어 시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오웬은 미국 내의 다른 일반 시장이 오히려 미디어 시장보다 훨씬 더 높은 집중도와 가파른 진입 장벽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과, 경쟁 환경을 저해할 정도의 미디어 소유 집중을 반독점법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는 제반 미디어 소유 규제 법안들의 필요성은 그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웬의 논리를 빌려서 NBC, CBS, FOX 3사는 매체의 다양성(outlet diversity)이 관점의 다양성(viewpoint diversity)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이제는 고루한 것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들은 경제이론과 실제 시장의 작용 모두를 살펴볼 때 미디어 소유를 제한하는 조치는 FCC가 추구하는 목표인 다양성, 경쟁, 지역주의 그 어떤 것에도 실제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역설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오히려 역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하나의 기업이 여러 개의 미디어를 소유했다고 해서 그들이 다분화된 시장에 하나의 목소리로 접근할 것이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도 목소리의 다변화가 그들의 합리적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 3개 네트워크사들은 FCC가 '관점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 뉴스 및 공익 프로그램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쟁점들에 미치는 오락 프로그램들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기술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더 이상 미디어 소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미 주요 네트워크 3사의 보고서에 대해 많은 시민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Center for Digital Democracy는 네트워크 방송국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많은 경제 모델을 선별적으로 소개함으로써 소유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아직도 상존하고 있음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른 소비자 단체와 시민 단체에서도 다양한 양식의 보고서가 계속 만들어질 전망이어서 당분간 미국 미디어 업계 안팎은 소유 규제에 대한 논의로 뜨거울 전망이다. ㅇ 참조 : Center for Digital Democracy, FCC Should Junk All Ownership Rules, Say Fox, NBC, and Viacom/CBS: In a Joint Filing, Power-Hungry Media Companies Reveal their Political Agenda 2003. 1. 15. Broadcast & Cable 2003. 1. 20. CBS MarketWatch 2003. 1. 16. Fox Entertainment Group, Inc. et al., Report to FCC 2003. 1. 2. ㅇ작성 : 김용찬(미국 통신원,yongchan@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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