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6호] 독일, 키르히 그룹의 파산으로 방송계의 지각 변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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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12.20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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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독일 방송계의 핵심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파악된다. 우선 급변하는 방송기술환경, 특히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맞는 정책적 실시를 필두로 하여 독일의 거대 미디어 재벌인 키르히 그룹의 파산을 둘러싼 방송산업계의 급격한 지각변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15대 총선과 관련한 각 방송사간의 각축전과 공영방송의 결정적인 승리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굵직한 맥락에서 2002년 독일 방송계의 동향을 방송정책, 방송산업, 그리고 프로그램 세 부문으로 나누어 종합 검토하고자 한다. 방송정책 부문 올 한 해 방송정책면에서 두드러진 점은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가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청소년보호 관련 법의 개정이고, 다른 하나는 지상파TV방송에서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에 관련된 정책의 실시이다. 우선 청소년보호법(JuSchG)은 지난 6월 21일, '공공 영역의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 위해 문헌 및 미디어 콘텐츠 보급에 관한 법'을 단일법으로 통합하여 연방참의원을 통과함으로써 주 차원의 청소년미디어보호국가협정과 조율하여 뉴미디어 환경에 맞는 청소년 보호 정책으로서 새롭게 제시되었다. 이처럼 새롭게 통합된 청소년보호법은 지난 8월 8일 청소년미디어보호국가협정(JMStV)의 내용에 합의함에 따라 청소년미디어보호국가협정과 더불어 2003년 4월 1일자로 발효될 예정이다. 새롭게 합의된 청소년보호법은 컴퓨터 게임과 전자 게임기의 연령제한 표시, 미디어의 폭력묘사에 대한 강력한 조치, 그리고 뉴미디어(방송 제외)에 대한 연방청소년위해미디어심의기구의 등급 부여 권한 부여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내용으로 연방과 주 차원의 합의를 도출해 낸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미디어보호국가협정이 지닌 의미는 뉴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청소년 보호 정책의 실현 가능성뿐 아니라 연방과 주정부 차원에서 미디어 감독의 효율적인 단일화를 이루고, 미디어의 폭력묘사로부터 청소년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 특히 이러한 법 제정 및 합의로 연방과 주정부간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문제가 보다 명료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미디어 감독의 효율적인 단일화 측면은, 그 동안 각 주마다 청소년 보호와 관련하여 다양한 기구, 기관, 위원회들이 분산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각 주들을 포괄하는 미디어 서비스를 위해 단일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상위 기구로 12인의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KJM)를 새롭게 둔다는 점에서 발견된다. 다른 한편 두드러진 정책 동향은 독일의 지상파TV 방송이 디지털방송으로 전환, 실시된 점이다. 지난 11월 1일 독일에서는 최초로 수도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주에서 지상파 아날로그 TV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제 이 지역에서는 ARD, ZDF, SFB 1, ORB, RTL, RTL 2, Sat 1, Pro 7 등 8개의 디지털TV 프로그램을 안테나로 수신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디지털방송 정책에 대해 베를린의 경제위원인 하랄트 볼프(Harald Wolf, PDS)는 이 디지털 기술이 이동방송 네트워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2006년 독일의 월드컵 축구대회는 좋은 기술조건에서 잔디밭과 해수욕장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또한 디지털TV의 미래 전략에 따른 긍정적인 전망에서 볼 때, 시청자는 앞으로 리모콘으로 여러 채널을 바꾸거나 수동적인 기존의 아날로그방송 수용태도에서 벗어나 항해하는 적극적인 TV의 주체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비스바덴의 언론사주협회 역시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 정책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들의 입장은 디지털 전환 장치를 이용한 디지털TV방송에 공적 투자를 행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별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주식회사의 자문기업인 insieme의 전자통신 전문가 랄프 쥐르테니히(Ralf S rtenich)에 따르면, 해마다 TV프로그램당 높은 비용이 지출되고 각 가정은 위성과 케이블 수신기보다 몇 배나 더 높은 구입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 비평가인 한스 헤게(Hans Hege)는 "디지털TV의 발전은 정치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산업 부문 올 한 해 방송산업 부문과 관련하여 독일 언론계를 휩쓴 기사는 단연 독일의 미디어 재벌 키르히(Kirch) 그룹의 위기, 파산, 그리고 미디어 산업계에 미친 효과와 대응에 관한 것이다. 자금난으로 위기설이 나돌던 독일의 키르히 그룹이 결국 지난 4월 8일 주력 기업인 Kirch- Media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됨에 따라 독일의 미디어계뿐만 아니라 정계를 포함하여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독일의 미디어계를 장악하고 있던 키르히의 몰락은 전후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도산으로 인해 커다란 사회적·경제적 파장을 일으킬 정도의 대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유료 채널 서비스인 프레미레 투자의 실패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키르히 그룹의 지불 위기는 Axel Springer사가 지난 1월 키르히 그룹의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면서 불거졌다. 키르히의 지불 능력 부재에도 불구하고 Springer는 7억 7,000만 유로의 지불 요구를 굽히지 않았고, 결국 키르히의 아성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3월 26일자 SZ에 따르면 은행,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루퍼트 머독 간에 키르히 그룹의 구제 방안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 이 두 빅브러더는 자신이 참여하는 증자에 대한 대가로 채무 삭감을 요구했고, 채권은행들은 이에 동의 의사를 표했지만 결국 협상은 무산되고 키르히 그룹은 부채 65억 유로의 부담을 안고 파산 선고를 하고 말았다. 그러면 키르히의 위기로 인한 파장은 어떻게 나타났는가? 우선, 채권은행은 부채상환 방안에 고심하였고, 투자가들은 기업의 해체를 두려워하였으며, 무엇보다도 1만 명 가량 되는 키르히 그룹 종사자들은 실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당시 KirchMedia가 주도하는 키르히 그룹의 핵심사업과 관련하여 5,500명 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두 번째로 키르히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독일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분데스리가 축구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키르히 그룹이 분데스리가 소속팀들에 지불해야 할 중계권료 지급 능력에 암운이 드리우면서 독일 축구계는 잔뜩 긴장했다. 분데스리가의 전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는 키르히 그룹의 유료 TV 프레미레의 책임자 게오르크 코플러는 독일의 권위 있는 유력 일간지 국제적인 컨설팅 회사인 Roland Berger의 컨설턴트 보힝(Boching) 같은 사람들은 "독일에서 축구는 다시 재정 지원받기 힘들다. TV의 수입은 줄어들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인 울리 회네쓰(Uli Hoeness)는 축구의 성장은 끝났다고까지 말했다. 세 번째로 외국 기업에 대한 반감과 우려의 경향이 있었다. 미디어 정책면에서 볼 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루퍼트 머독이 키르히 그룹의 새로운 책임자가 될 경우에 대한 반감과 우려가 주를 이루었다. 비록 외국 기업의 증자를 통한 키르히 그룹의 재생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정치권에서는 키르히 그룹이 외국인의 손에 들어가는 데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다. 가령, 바이에른 주의 주매체기구(BLM)의 사장 볼프 디터 링(Wolf- Dieter Ring)은 3월 26일 성명을 통해 일자리 문제와 인수자의 미디어 영역에서의 역량면에서는 머독과 베를루스코니의 인수를 일단은 환영하지만 미국, 호주, 이탈리아와는 다른 공민영의 이원구조라는 미디어 시스템을 가진 독일의 상황에서 외국 기업이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탈리아의 수상이자 Fininvest/Mediaset의 소유주인 베를루스코니와 호주 출신의 미국 미디어 공룡 머독의 경우 자신들의 미디어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볼 때 독일의 카르텔법이나 미디어법에는 베를루스코니나 머독과 같은 외국인이 독일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을 근거는 없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미디어 시장을 지향하며 미디어 집중을 막는 법들을 지속적으로 무력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키르히 그룹의 붕괴로 인해 미디어 재벌간의 각축전이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키르히 그룹은 채권은행에 대한 부채상환을 위해 주식을 매각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이전부터 불거져 오던 미디어 재벌 Axel Springer사와의 갈등이 점차 정치적 입지를 둘러싼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는 키르히가 가지고 있던 주식의 판매가격과 구매대상의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입지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전의 키르히와 Springer의 양자 대결구도는 독일 서부 지역의 언론재벌인 WAZ의 개입에 따라 더 문제가 커졌다. WAZ 그룹이 키르히가 소유하고 있던 Springer 그룹의 지분을 원함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Springer 그룹의 계승자인 악셀 슈펜 슈프링어(Axel Sven Springer)는 WAZ 그룹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6월경부터 독일 방송계의 대규모 인수 합병이 일어났다. 대형 신문사와 방송사들 간에 전례없는 주력 기업의 매각과 지분 판매가 잇따르고 있고 미디어 시장 판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 주역은 독일의 민영방송계를 양분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재벌인 베르텔스만(Bertelsmann)과 슈투트가르트를 소재지로 대형 신문사와 출판사, 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홀츠브링크(Holtzbrinck) 그룹, 그리고 역시 대형 신문사를 휘하에 거느린 그루너 플루스 야르(Gruner+Jahr) 등 독일의 거대 언론 재벌들이다. 요컨대 홀츠브링크의 계열사가 그 동안 보유해 왔던 모든 방송 관련 지분을 베르텔스만에게 넘기고, 홀츠브링크는 대신 인쇄 미디어 사업에 전력한다는 것이며, 방송 매각 대금으로 베를린의 신문 2개를 그루너 플루스 야르 그룹으로부터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런 베르텔스만이 또다시 홀츠브링크 재벌이 보유하고 있던 TV 채널과 라디오 방송국 등을 사들여 키르히 그룹이 공중 분해되고 있는 독일의 민영방송 시장에 유일한 슈퍼 파워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프로그램 부문 올해 초부터 독일 방송 프로그램의 이슈를 선점한 것은 '퀴즈붐'이다. 2월 28일 당시 출발부터 독일 방송 전체의 퀴즈 프로그램 수는 60여 개를 넘을 정도로 방송사간의 각축전을 벌였다. 이러한 퀴즈 열풍붐을 일으킨 주역은 RTL 방송의 퀴즈 프로그램인 <누가 백만장자가 되는가(Wer wird Million r?)>이다. 독일의 대표적인 민영방송사인 RTL은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15분이면 1,600만 명의 시청자들을 TV 앞에 묶어 두는 대기록을 세움으로써 독일 방송 사상 시청자 수의 기준으로 볼 때 가장 성공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공비결은 퀴즈의 달인으로 지칭되는 퀴즈쇼 진행자 귄터 야우흐(G nther Jauch)로서 그의 행동과 말투는 유행되기도 했다. 또 다른 성공비결은 이 퀴즈쇼를 통해 실제 백만장자가 탄생한 뒤부터였고, 그 시너지 효과는 '백만장자의 꿈'으로 이어져 서점에서 퀴즈 관련 분야의 서적 판매량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RTL의 퀴즈쇼는 유로화가 실시된 이래 지난 10월 11일 백만 유로의 상금을 획득한 첫 우승자가 나옴으로써 다시 퀴즈붐을 일으켰다. 한편, 이 퀴즈쇼를 필두로 한 오락프로그램은 2002년 독일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이기도 했다. 공영방송이 주시청시간대에 오락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양적인 증가는 없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오락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있는가?"라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 번째로 올해 TV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 것은 공영방송의 독일총선 TV토론이다. 지난 9월 22일 실시된 독일 제15대 총선 과정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일요일 밤 1,5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을 불러모았던 이 TV토론은 지지율이 높았던 막강한 도전자였던 기독사회연합(CSU)의 바이에른 주 총리 에드문트 슈토이버(Edmund Stoiber)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사민당(SPD)의 게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 der)가 재임에 성공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의 TV토론은 두 번에 걸쳐 이루어졌다. 제1회 TV토론은 8월 25일 민영방송인 RTL과 Sat1이 실시했고, 제2회 TV토론은 2주 후인 9월 8일 독일의 제1공영방송인 ARD와 제2공영방송인 ZDF가 공동으로 개최했다. 특히 이 두 번째 토론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지난 10월 5일 쾰른에서 개최된 TV 방송상 시상식에서는 두 여성 진행자 사비네 크리스티안젠(Sabine Christiansen)과 마이브릿 일너(Maybrit Illner)는 정보방송 부문의 대상에 선정되었다. 2002년 9월 23일자 <슈피겔 온라인>에 의하면, 총선 당일 독일의 공영방송들은 이미 언급했듯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여론조사기관의 부정확한 출구조사결과 보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경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ARD의 경우 ZDF보다도 앞선 점유율을 나타냈다. ZDF가 523만 명(18.8%)의 시청자를 확보한 데 비해 ARD의 경우 그보다 30만 명이나 많은 553만 명(21.2%)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특히 오후 8시 ARD의 뉴스 프로그램인 <오늘의 뉴스(Tagesschau)>는 전체 시청률의 31.4%(1,090만 명)를 점유했다. 이에 따라 ARD는 선거 다음날인 9월 23일 '제1공영방송이 선택받았다'는 타이틀 아래 자사의 승리를 알렸다. ㅇ참조 : S ddeutsche Zeitung 2002. 2. 1.∼11. 6. Der Spiegel/Spiegel Online 2002. 2. 4.∼11. 6. Funkkorrespondenz, 2002. 8. 16.∼12. 6. epd medien 2002. 3. 27∼9. 7. ㅇ작성 : 강진숙(독일 통신원, schaffen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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