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5호] 신중해진 미 중간 선거 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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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12.11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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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5일 있었던 중간 선거에서 미국 방송계는 매우 신중한 보도 자세를 보였다. 접전을 보이는 지역에서는 끝까지 당선자 발표를 미루는 등 이들이 이렇게 조심스런 보도 자세를 보인 이유는 2000년 대선에서의 뼈저린 실수 때문이었다. 당시 미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VNS(Voter News Service)가 제공한 잘못된 당선 예측을 아무 의심 없이 보도함으로써 플로리다에서의 승리를 몇 차례나 번복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그 이후 시스템 보완 작업을 벌여온 VNS가 이번 선거에서는 아예 출구조사 보도를 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각 네트워크와 CNN 등 뉴스 채널들은 확실한 정보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어떠한 예측성 보도도 자제하였다. 본 보고서에서는 중간 선거날 미 방송사들의 보도 행태와 그 배경, 그리고 VNS 시스템 보완 상황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예측 보도를 자제한 선거 방송 중간 선거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방송사의 제작 책임자들은 한결같이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마음으로 선거 방송에 임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CNN의 애론 브라운(Aaron Brown)은 "이번에는 실제 투표 결과에 바탕을 두고 보도할 것이다"라고 선거 방송에 대한 자사의 정책을 밝혔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리는 이 말이 미 방송계 전체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CNN은 "특히 접전 지역에서는 결코 성급하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는데, 다른 방송사들도 거의 같은 보도 방침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NBC의 빌 휘틀리 (Bill Wheatley) 역시 "만약 이번에도 2000년 대선의 플로리다와 같은 접전이 있게 된다면 어떤 방송국도 결과를 성급히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CBS News의 사장인 앤드류 헤이워드(Andrew Hayward) 또한 "절대로 2000년 대선에서 벌어졌던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때만 보도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워싱턴에 소재하고 있는 NBC News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디렉터인 바바라 레빈(Barbara Levin)도 "이번에는 매우 신중하게 대처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정말로 최대한으로, 최대한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비장한 각오를 비추기도 했다. 미 방송사들이 선거 보도에 대해 이렇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이유는 2000년 대선에서 저질렀던 실수에 대한 악몽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ABC News의 정치부장인 마크 핼퍼린(Mark Halpherin)은 그 실수에 대해 "미국 선거 방송 역사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급소를 보인 사건이었다. 이번 중간 선거야말로 우리가 매우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우리는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CNN과 같은 종일 뉴스 방송 채널들의 경우 이번에 프라임 타임이 시작되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꼭 "아직 최종 결과를 발표할 단계는 아닙니다"라는 멘트가 꼭 붙었다. 선거 생방송 중에 CBS는 2000년 대선에서 VNS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하는 녹화 방송을 내보내기도 하였다. 물론 CBS가 앞으로 VNS 자료를 보도할 때는 철저한 검증을 거칠 것이라는 멘트가 따라붙었다. 녹화 방송이었던 탓에 VNS가 출구조사 정보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은 담지 못했다. 아직도 불완전한 VNS 시스템 지난 2000년 선거 이후로 미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각각 1,0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씩을 투자하여 VNS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 시스템에 대한 계속적인 수정 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중간 선거 전에 시스템 정비를 끝내지 못한 VNS측은 이번 중간 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VNS의 CEO인 테트 사바글리오(Ted Savaglio)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운 결과다. 새로운 시스템을 지난 몇 달 동안 계속해서 테스트해 왔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가 아직도 만족스러운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 주 단위와 전국 단위의 선거 결과 모두를 제공하기를 바랐는데 아쉽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VNS는 2004년에야 시스템이 복구될 전망이다. VNS 출구조사 발표가 취소되었다는 발표가 나오기 전,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원래 갖고 있었던 선거 보도 전략은 이러하였다. 지난 대선 때와는 달리 승자 발표를 좀더 뒤로 늦추고, VNS에서 들어온 자료를 바탕으로 예측 보도를 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예측이 내려졌는지에 대해 배경을 상세히 설명할 계획이었다. 또한 방송사들은 VNS의 집계가 정확한지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과 선거날 저녁에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대체할 프로그램까지도 구비해 놓고 있었다. 개표가 다 끝나기 전 당선자 예측을 돕는 출구조사가 미국에서 처음 실시된 것은 1967년이었다. 하지만 미국 TV 방송사들은 1990년 전 까지도 여전히 개별적으로 선거전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투표 성향을 예측하려 하였다. 이런 가운데 1990년 ABC, CBS, NBC, FOX, CNN, AP 등이 함께 VNS라는 컨소시엄 시스템을 조직하여 출구조사 등 선거 보도에 필요한 자료를 공동으로 개발,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각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선거당 2,0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참여 방송사들은 2000년 대선에서 VNS의 투표 확인 시스템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지를 뼈저리게 발견하였다. 물론 이는 방송사들뿐만 방송을 통해 선거 결과를 미리 확인하려 했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느낀 것이었다. 2000년 대선에서 VNS는 표를 예측 집계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연산 잘못으로 플로리다 주에서 승자를 두 번이나 잘못 발표하였다. 그 결과 승자가 몇 차례 바뀌었다. 문제의 직접적 원인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산술 근거로 삼는 표본 오차 크기가 실제 표 차이보다 컸던 데 있었다. VNS 시스템은 플로리다 주 전체 투표의 12%나 차지하는 부재자 투표 성향을 예측하는 데도 실패하였다. AP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와 VNS의 자료를 교차 비교했을 경우 최종적으로 오류를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또한 VNS측의 시스템 장애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두말할 필요 없이 당시 모든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말할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루이지애나 주의 공화당 의원인 빌리 타우진(Billy Tauzin)은 "방송사들의 집단적인 친고어 성향이 시스템 오류에 반영된 것이다"라고 까지 혹평하였다. VNS를 보완할 정보 소스 개발을 추구해 온 미 방송사 결국 방송사들이 2000년 대선을 통해 배운 교훈은 이것이었다. 누가 당선될지 모를 정도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선거에서는 VNS를 지나치게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 선거에서 VNS의 예측 능력은 대단히 정확했고, 그 때문에 방송사들이 VNS에 거의 무조건적인 신뢰를 갖고 있었던 것이 2000년 대선에서 보인 실수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CBS News의 부사장이자 VNS 운영 위원인 린다 메이슨(Linda Mason)은 이제 앞으로도 VNS가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지난 2000년 대선 때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신 하드웨어를 구비하고, 외부 컨설팅 회사를 고용하여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나름대로 보완책 강구에 나서고 있다. 예측 발표 취소 조치가 내려지기 전 VNS의 원래 계획은 출구조사 예측 정보와 함께 투표 분위기를 측정하는 설문 결과와, 투표자들의 인종별·연령별 투표율을 각 네트워크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VNS의 불완전한 상태를 감안해서, NBC와 CBS는 합동으로 2,60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선거를 앞두고 며칠 동안 설문조사를 따로 실시하였다. 이 설문에서 이 두 방송사는 VNS 설문에 들어 있는 것과 동일한 내용을 질문하였다. 이외에도 각 네트워크 방송사들과 CNN 등의 뉴스 채널들은 나름대로의 보완책들을 개발, 사용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CNN의 새로운 투표 집계 시스템인 RealVote이다. CNN은 이 장치를 가장 근소한 차이의 표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10개 주에 한정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미 방송 네트워크들은 어느 때보다 AP를 중요한 정보원으로 이용하였다. AP는 2000년 대선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승자 예측을 미루어 정보 신뢰도를 높였다. 사실 VNS 자체도 AP가 집계하는 투표율 결과를 자신의 데이터 처리 과정에 삽입할 예정이었다. 또한 몇몇 네트워크는 자체 출구조사를 실시하였다. Fox News Channel은 South Dakota, Missouri, Florida, New Jersey 등 박빙의 싸움이 되었던 10개 주에서 전화를 이용한 출구조사를 실시하였다. 사실 이러한 자체 조사는 이미 VNS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네트워크에게 큰 부담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나치게 완만해진 선거 보도에 대한 불만도 대두 지금까지 소개한 대로 지난 2000년 선거 때의 악몽과 VNS 시스템 복구가 선거 전에 마무리지어지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대부분의 미 방송사들은, 차라리 제일 늦게 보도를 할지언정 잘못된 보도로 망신당하는 일은 피하는 쪽을 택하였다. 그리하여 전반적으로 네트워크들의 선거 방송이 느슨해졌다는 평가들이 내려지고 있다. 왜 선거 막바지로 접어드는 순간에도 자기들이 당선 예측을 하고 있지 않는지, 늘상 해오던 투표 성향 분석 등을 왜 하지 않는지 등을 앵커들이 구구절절 설명한다든지, 개표가 막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기들이 이번에 할 수 없는 말들이 뭔지를 시시콜콜 설명한다든지 하는 게 오히려 선거 방송의 박진감을 떨어뜨려 놓았다는 것이다. 방송사들이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신중함을 보이는 이유를 이해는 하면서도 이런 행태가 결국 "무지와 비겁함과 거짓말의 위장이다"라고 모질게 비판하는 목소리 역시 없지 않았다. ㅇ참조 : The Atlanta Journal and Constitution 2002. 11. 6. Broadcasting & Cable 2002. 11. 6., 11. 11. USA Today 2002. 11. 1. Financial Times 2002. 11. 6. ㅇ작성 : 김용찬(미국 통신원, yongchan@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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