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4호] BBC 수신료 거부 움직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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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12.03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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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만에 민영방송 ITV를 누르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BBC가 최근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였다. 편파방송, 상업화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더니 정부가 유례없는 벌금부과 방침을 밝히고 급기야 수신료 거부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다. ITV 제압에 동원된 그렉 다이크(Greg Dyke) 식의 공격적 전략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불공정 보도에 대한 대항으로 수신료 거부운동 11월 3일 블라디미르 부코프스키(Vladimir Bukovsky)라는 러시아 망명가가 BBC가 불공정 보도를 일삼고 있기 때문에 수신료 납부를 거부한다고 밝히고 대규모 시민 거부운동을 조직하고 있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수준 이하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태도를 갖고 있는 BBC를 위해 강제적으로 징수되는 112파운드의 수신료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수준 이하'라는 주장의 근거는 상업방송과 맞대결을 위해 철저히 계산된 오락 프로그램을 생산하고 또 이를 편성했다는 것. 대표적인 예로 프라임 타임대에 버젓이 편성되고 있는 여기다 저녁 8시대에 폭력과 선정으로 얼룩진 "감옥에 갈 준비도 되어 있다"는 부코프스키의 수신료 거부 시민운동에는 피어슨경(Lord Pearson)과 같은 사회 저명인사가 적극 지원하고 나섰는데 현재 2,000명 수준의 지지자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부코프스키보다 더 집요한 수신료 반대론자가 있다. 수신료는 통상 우리말로는 '수신료를 납부한다'는 식으로 번역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이는 '수신면허권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수신료의 법적 근거는 1949년에 제정된 전신법(The Wireless Telegraphy Act)이다. 이 법은 '영국 내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수신하거나 녹화하는 장비를 이용하거나 설치하는 모든 사람은 텔레비전 수신면허권을 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수신면허권 없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밀러는 이 조항이 '모든 사람들이 공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정보를 수신할 권리를 갖는다'는 유럽협약 제10조의 인권협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가 112파운드의 수신료를 구매토록 강제함으로써 자기가 보고 싶은 Sky를 수신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렇게 많은 수신료를 냄으로써 Sky에 가입할 경제적인 가능성을 위축시켜 Sky의 정보를 얻을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리다. 밀러는 최근 게이빈 데이비스(Gavyn Davies) BBC 이사장이 "BBC가 실시한 포커스그룹 조사에서 압도적인 다수가 수신료 납부를 찬성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발했다. 만일 그렇게 '압도적 다수'가 수신료를 내겠다고 했다면 굳이 유럽협약을 어겨가면서 수신료를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수신료를 내겠다는 사람들한테서 가입료를 받든지 그 사람들 대상으로 광고를 하든지 하면 된다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광고를 싫어하면 그 사람들한테 자발적인 수신료나 가입료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직 한 번도 수신료 미납 문제로 BBC가 법원에 간 일은 없다는 점이다. BBC 내부의 한 인사는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며 만일 그렇게 되면 문제가 보통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신료의 법적인 근거에서부터 BBC의 공영성, 편파성 등 모든 문제들이 일거에 논란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으로 말해 현재 BBC가 공영성이나 편파성 문제에 대해 스스로 100%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수신료 징수 논리의 변화 그런데 문제의 유럽협약 제10조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 조항은 계속해서 '이 조항은 각국이 방송면허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언뜻 보면 '정부가 수신면허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밀러는 이에 대해 "이때의 방송면허란 수신면허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송에 대한 면허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로부터의 방송전송허가권을 갖지 않은 방송사업자가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라는 것이다. 결국 방송면허는 수신면허권이 아니라 전송면허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수신료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수신료의 정당성이 방송면허를 전송면허권에 대한 국가허가논리를 수신면허권에 대한 국가허가로 왜곡한 해석과 그에 의한 관행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조항은 유럽협약 제10조 2항이다. 이에 의하면 정보를 수신하고 공유하는 자유는 다른 사람의 똑같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에 의한 필요한 조건, 형식, 규제 및 벌금 등에 의해 규제를 받아야 한다. <텔레그라프>지는 이 조항이 결국은 모든 사람이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런 논리 때문에 수신면허료는 애초 '프로그램 수신권'이라는 권리의 개념에서 누구에게나 의무사항으로 부과되는 인두세(poll tax)로 변했다는 것이다. <텔레그라프>지는 이 점에서 수신료는 유럽협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가가 세금 또는 세금형식의 수신료를 징수하는 대신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조건이 있다. 반드시 개개인의 권리와 사회 전체의 공공이익 사이에서 엄격하게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의 엄격한 균형이란 정보를 획득하는 자유에 대한 어떠한 제약이라도 공영방송의 목적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수신료나 세금은 제공되는 서비스나 혜택과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지나치게 많이 부과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 고도의 법적인 논리에 관한 문제지만 그 동안 소홀하게 여겨져 면이 없지 않다. 최근 저명한 법조인이자 현직 판사인 레스터경(Lord Lester)은 이 문제와 관련해 BBC에 명쾌한 유권해석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수신료는 현실적으로 균형되고 형평성을 갖추는 정도로 책정되어야 하며 모든 사람들의 이해와 권리를 보호한다는 법적인 목적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텔레그라프>지는 레스터경의 이 같은 언급이 결국 수신료 규모의 적정성과 BBC 프로그램의 공영성 및 형평성 등을 포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밀러 역시 BBC의 형평성과 공영성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자기가 워싱턴에 살 때 공공교육재단에서 운영하는 지역공영방송인 WETA에 자발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했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 지역의 한 대학에서 운영하는 지역라디오에도 가입비를 냈다고 했다. 이들 방송들이 결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광고의 영향에서 벗어난 다수의 독립적인 프로그램 제공자들이 상업방송이 주지 못하는 대안을 제공한다는 것이 자발적 수신료 납부의 이유였다는 것. 이에 비해 BBC는 현정권인 노동당 정권에 지나칠 정도로 경도되어 있다는 것. 따라서 만일 BBC 외에 독립적이고 신뢰할 만한 방송사업자가 있다면 당연히 그쪽에 가입할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디지털의 다채널 시대에 BBC 없이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백 개의 채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BBC만을 위한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BBC에 벌금 부과 BBC 프로그램의 문제는 결국 일을 내고 말았다. 10월 29일 정부는 만일 BBC가 프로그램의 기준을 지키지 못할 경우 25만 파운드에 이르는 벌금을 BBC에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BBC는 내부의 이사회와 프로그램 심의기구인 방송기준위원회(Broadcasting Standards Commission)의 규제만 받아왔다. 물론 내년 말경 새 커뮤니케이션법이 통과되면 BBC는 새 통합규제기구인 Ofcom의 제한적 규제를 받게 될 것이지만 이번 정부의 결정은 이에 앞서 BBC에 대한 외부 규제, 그것도 BBC 역사상 최초로 벌금형을 가할 수 있게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물론 ITV를 비롯한 민영방송들의 거센 로비가 작용했다. 그 동안 이들은 방송사에 재정적 타격을 가하는 엄청난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아 왔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조작한 잘못 때문에 Granada와 Carlton은 무려 200만 파운드의 벌금을 내야 했고, Channel 4 역시 비슷한 이유로 15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들은 왜 BBC라고 이런 규제에서 제외되어야 하느냐고 정부를 강력하게 추궁해 왔다. 그러나 BBC는 벌금부과를 반대해 왔다. 이때 BBC가 내세운 논리는 아이러니컬하게 수신료였다. 즉, 시청자한테 받은 수신료는 프로그램 제작에 써야 하는데 그 돈으로 벌금을 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데이비스 이사장은 "벌금을 내기보다는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을 해고하는 쪽이 차라리 낫다"면서 반발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상하 양원합동의 특별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벌금부과를 결정했다. 노동당 상원의원이자 영화제작자인 퍼트남경(Lord Puttnam)이 위원장을 맡은 이 소위원회는 절대다수의 의결로 BBC에 대한 벌금부과를 정부에 권고했다. 퍼트남경은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BBC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BBC의 형평성을 BBC의 말 그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공영방송인 BBC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야당인 보수당은 벌금부과만으로도 부족하다고 나설 정도로 BBC의 공정성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고 있다. 보수당의원인 존 위팅데일(John Whittingdale)은 "결코 BBC를 내부조직의 규제만 받도록 내버려둘 수 없으며 새 커뮤니케이션법이 Ofcom의 제한적인 규제만 받도록 한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영방송과 똑같이 100% Ofcom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BBC도 벌금부과방침을 수긍하기에 이르렀다. BBC는 "정부의 결정은 BBC와 다른 방송사업자가 엄격하게 구분되는 목적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필요성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더 이상 BBC에 대한 외부의 압력과 불만을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BBC의 편파성과 상업성 문제는 벌금부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재원인 수신료 거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사실 공영방송의 수신료 징수 난항은 BBC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공영방송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수난이다. 밀러에 의하면 뉴질랜드에서는 25만 명의 시청자들이 수신료를 거부하자 결국 수신료제도 자체가 폐기됐고, 프랑스에서는 수신료 회피가 사람들 사이에 농담처럼 보편화됐다. 또 같은 영국 땅인 북아일랜드에서는 아무도 수신료를 내지 않고 있으며, 만일 수신료 징수원이 미납자를 찾아갔다가는 시청자들에게 얻어맞아 다리가 부러질 정도다. EU법원에는 최근까지 수신료와 관련된 소송이 10여 년 동안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를 처리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도 100만 파운드에 이른다. 공영방송의 재원으로서의 수신료는 점점 더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ㅇ참조 : Guardian 2002. 10. 29., 10. 30. Telegraph 2002. 10. 24., 10. 25., 10. 28., 11. 4. Sunday Times 2002. 9. 29.,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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