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FCC는 의원 전체의 반대로 EchoStar의 찰리 에르진(Charlie Ergen)이 300억 달러를 지불하고 DirecTV의 모기업이자 General Motors가 대주주로 있는 Hughes Electronics를 매수하려는 계획을 좌절시켰다. FCC는 EchoStar가 제기하는 인수 논리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EchoStar 측은 경쟁력을 갖춘 하나의 통합된 위성방송을 만들어야 케이블 방송사와 더욱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고, 수용자들은 EchoStar와 DirecTV로 나뉘어져 있을 때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되리라는 합병 논리를 전개했었다.
하지만 FCC측은 이러한 EchoStar측의 논리를 전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3개의 경쟁자 ― 지역 케이블 회사, EchoStar, DirecTV ― 가 있던 대부분의 지역 영상 시장이 2개의 경쟁자만을 갖게 되는 것인데, 합병으로 인해 경쟁 환경이 가열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지역 케이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일부 농촌 지역의 경우에는, 기존 2개의 경쟁 업체가 하나로 통합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미국의 법무성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choStar측은 합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앞으로 30일 안으로 신청서를 수정하여 FCC에 제출할 예정이다. 본 글에서는 FCC가 EchoStar와 DirecTV 합병안에 반대한 근거와 이번 FCC 반대가 두 회사에 미칠 영향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FCC의 합병 반대에 대한 EchoStar와 DirecTV측의 반응
FCC가 이번 합병안에 대해 거부 결정을 내리기 전인 지난 목요일까지도 EchoStar의 회장인 에르진은 이번 합병이 영상 산업 시장에 전혀 새로운 신규 업자가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종의 '구조적 변화(structural changes)'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합병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 자세한 사항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대개 두 위성방송사의 합병은 다음의 시나리오 중 하나를 따르게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첫째는 서경 61.5도상에 있는 위성을 Cablevision System에 팔아 넘기는 것이다. Cablevision System은 이 범위내에 다른 주파수를 갖고 있기도 하다. 둘째는 현재 EchoStar와 DirecTV의 송수신 장치를 완전 개방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다른 사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경쟁 DBS 회사를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게 된다. 세 번째는 서경 119도상에 있는 EchoStar의 위성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다. 아마도 세 번째 안이 가장 과감한 안이 될 것이다.
그 방안이 어떻게 되든 FCC는 미 전역을 포괄할 수 있는 세 개의 DBS 송신 권역이 하나의 회사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FCC가 이번 합병안에 반대하는 이유도 두 회사가 합치게 되면, EchoStar가 기존에 갖고 있던 서경 119도와 더불어 서경 101도, 서경 110도 등 전체 위성 권역을 새로 만들어질 회사가 다 포괄하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FCC의 협상안 거부는 General Motors에게도 엄청난 부담이 될 전망이다. GM이 원래 Hughes를 팔려고 했던 것은 자동차 생산 과정에 필요한 현금 동원을 위해서였다. 애초에 Hughes 주식의 30%를 소유하고 있던 GM은 EchoStar의 300억 달러 제안(1주당 22달러에 달하는 액수)을 받아들이는 대신, 미국 내에서 위성을 갖고 싶어하던 News Corp.의 매수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 News Corp.의 머독은 2000년 2월에도 DirecTV 매수를 시도했었는데, 그때 주당 32달러에 거래되던 Hughes를 GM이 주당 45달러에 달하는 가격을 요구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현재 Hughes는 주당 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다시 150억 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되파는 데만 해도 일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FCC의 이번 합병 금지 조치는 GM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미디어 투자은행의 전문가는 이번 금지 조치가 GM에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적게 받게 되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액수가 얼마냐에 상관없이 당장 손에 현금을 쥘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머독이 이번 합병이 무산되도록 강력한 로비를 벌였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머독 자신은 루머일 뿐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DirecTV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음 또한 인정하고 있다. 머독은 재시도를 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DirecTV를 쳐다본 것도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그때도 DirecTV는 많은 문제를 갖고 있었다. 그때보다 상황이 나아졌는지, 오히려 악화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번 FCC의 합병 금지 조치로 인해서 예상되는 EchoStar와 GM간의 협상 파기는 둘 사이의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가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합병에 대한 허가를 1월 21일까지 받지 못하면, EchoStar는 Hughes측에 협상 파기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EchoStar는 또한 협상 계약 내용에 따라서 Hughes 소유의 국제 위성방송인 PanAmSat 주식을 떠맡아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에르진이 어떻게든 이런 의무 수행에서 빠져나가려고 애를 쓸 것으로 보고 있다.
FCC의 입장
이번 합병에 대한 EchoStar측의 또 다른 논리는, 모든 방송 시장에 각각의 로컬 방송 채널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EchoStar와 DirecTV 둘의 채널 가용 개수를 합쳐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FCC는 이러한 논리도 근거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사실 이번 합병에서 중요한 이슈는 바로 위성방송이 지역 방송을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중계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케이블 수준에 미칠 것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 동안의 여러 자료가 앞으로 수년 내에 일개 위성방송 회사만으로도 지역 방송 채널의 80∼85%를 송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EchoStar의 논리에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FCC는 두 위성방송사의 합병안은 그 동안 FCC가 애써 조성해 왔던 경쟁적 방송 시장 환경을 소수의 독점업자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으로 대체하는 것일 뿐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구축해 온 미국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근본을 해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많은 반독점 전문가들은 에르진이 합병 발표를 하자마자 이것이 FCC에 의해서건, 미 법무부에 의해서건 곧 파기될 것으로 내다봤었다.
FCC는 이번 합병이 가져오게 될 영향에 대해서 다방면에 걸쳐 검토하고, 그 논의 결과를 공청회 요청 문건 형식으로 발표하였다. 그들이 주된 이슈로 삼은 것 중 첫번째는 합병이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이다. FCC는 다양성의 이슈를 프로그램 다양성, 관점의 다양성, 고용의 다양성 등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토의하였다. FCC는 프로그램 다양성과 고용 다양성에 이번 합병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점의 다양성 측면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으로는 위성방송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가 합병하여 오직 하나의 방송사만 존재하게 될 경우, 이 회사의 방침과 어긋나는 다른 견해들은 사장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FCC는 또한 이번 합병안이 FCC가 그 동안 추구해 왔던 방송 스펙트럼 정책에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 동안 FCC는 스펙트럼을 이용하는 음성, 비디오, 데이터 공급 서비스 시장 각각의 내부 그리고 시장간의 경쟁을 촉진해 왔다. 이런 스펙트럼 정책이 지향하는 바대로 다양한 종류의 영상 서비스가 공급되는 곳에서 공공의 이익이 더욱 증진된다고 FCC는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EchoStar와 DirecTV의 합병안은 기존 비디오 시장 전체의 경쟁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FCC는 예상하고 있다.
FCC는 기본적으로 GM/Hughes, DirecTV, EchoStar에 의해 소유, 지배되어 오던 라이선스와 관할권이 새로 만들어질 합병 회사로서의 EchoStar에게 넘어가는 것이 공공의 이익과, 편리와 필요에 어떤 유익을 가져올 것인지 EchoStar 스스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또한 합병 이후 반경쟁 및 기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그리고 부작용이 있을 경우 그 수준이 합병으로 인한 유익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입증하지 못했고 주장한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FCC는 이번 합병 사안을 행정법 판사에게 넘기고, 다음과 같은 쟁점 사항에 대해서 1차 판결(Initial Decision)을 내리도록 조처하였다.
(1) 첫번째 쟁점 : 이번에 제안된 합병 거래가 반경쟁이라는 부정적 해악을 초래할 것인가, 아닌가? 이 점에 대한 결론을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a) 상품 시장 : 영향을 받는 방송 상품 시장이 멀티미디어 시장 전체가 될 것인가, DBS에 국한될 것인가, 아니면 멀티미디어 시장 내 다른 부분이 될 것인가?
(b-1) 지리적 시장(Geographic market) : 합병 회사의 지리적 시장이 각각의 로컬 시장이 될 것인가? 이번 합병으로 영향을 받게 될 지리적 시장을 세 개의 하부 범주[어떤 종류인지에 관계없이 케이블 방송이 있는 시장, 저용량 케이블(low capacity system)이 있는 지역, 고용량 케이블이 있는 지역]로 나눌 수 있는가?
(b-2) 시장별 가입자 수
(c) 시장 참여 회사들, 시장 점유율, 집중의 정도
(d) 합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반독점 효과를 상쇄할 신규 진입의 시의성, 가능성, 그 효력 정도
(e) 합병이 방송 서비스의 가격, 질, 품질 개선에 미칠 효과 : 경쟁 회사들이 서로 담합을 바탕에 둔 활동을 할 가능성과, 합병된 회사가 일방적으로 반경쟁 행위를 일삼을 수 있는 능력의 정도를 고려하여
(f) 합병 회사가 제의한 전국 요금 프로그램의 효력, 잠재적 유익과 해악
(g) 다채널 비디오 제작 회사들이 적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에 합병이 미칠 효과
(2) 두 번째 쟁점 : 이번 합병이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해를 끼칠 다른 가능성이 있는가?
(a) 합병이 관점의 다양성에 미칠 효과
(b) 합병이 FCC의 스펙트럼 정책에 미칠 효과
(3) 세 번째 쟁점 : 이번 합병이 공공의 이익에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요인이 있는가?
(a) 비용 절감 등을 비롯해 합병 신청자들이 주장하는 합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유익들이 확실하고, 믿을 만하고, 구체적인가? 그리고 이러한 유익들이 공중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될 것인가?
(b) 이번 합병이 위성을 통한 인터넷 서비스 보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인가?
(4) 네 번째 쟁점 : EchoStar와 Hughes가 정부 당국에 의뢰한 서경 110도에 위치할 새 직접방송위성 STAR 1의 발사와 운영이 공중의 이익, 편리, 필요에 이바지할 것인가?
ㅇ참조 : FCC, Hearing designation order 2002. 10. 18. roadcasting & Cable 2002. 10. 14. Los Angeles Times 2002. 10. 22.
ㅇ작성 : 김용찬(미국 통신원, yongchan@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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