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영국의 거리에서는 로케트의 카운트다운과 함께, 'the magic num3er'라는 광고판을 종종 볼 수 있다. 잘못 표기한 것 같지만 2003년 2월 9일, 기존의 BBC Choice를 대신하여 새로이 출범한 디지털 채널 BBC 3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재치 있는 광고 카피이다.
오후 7시부터 오전 4시까지 방송되는 BBC 3은 목표 수용자를 25∼34세의 젊은이로 삼고 있는 뉴미디어 채널로 다른 채널들과의 차별화, 다문화, 쌍방향 채널을 지향하고 있다.
새로운 오락 프로그램, 코미디, 현대 드라마와 음악 프로그램들로 젊은 성인 수용자들을 끌어들이며, 공영방송의 임무와 관련하여, 사실 프로그램, 뉴스, 시사, 과학, 비즈니스와 윤리 프로그램의 방송을 강화할 계획이다.
BBC 3의 프로그램 중 20%는 쌍방향 서비스되는데, 디지털TV 장치들을 이용하여, 디지털 텍스트, SMS 서비스가 가능하다.
BBC 3의 책임자, 스튜어트 머피(Stuart Murphy)는 "BBC 3은 현대적이며, 혁신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영국 프로그램들로 채워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BBC 3은 어린 범죄자에서 저널리스트로 변신한 데이비드 아킨산야(David Akinsanya)에 의해 제작된 를 첫날 방송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청소년기에 소년원에 수감되었던 경험이 있는 아킨산야는 소년원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당시 같이 수감되었던 사람들을 추적했다. BBC 3은 앞으로 이런 종류의 공영성이 강화된 편성을 계속해야 한다.
BBC 3은 3명의 흑인 여성 코미디언이 출연하는 <3 Non Blondes>라는 몰래카메라 코미디 프로그램도 방송한다. BBC 3의 주시청시간대 뉴스 프로그램인 도 다른 매체들과 차별화된 뉴스 의제들을 미디어에 지식이 있는 시청자들에게 내보내고자 한다.
심지어 채널 책임자, 스튜어트 머피는 "는 뉴스가 어떻게 발전하며 그것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보고되는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 미디어 산업의 배후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가디언>이 BBC 3의 목표 수용자인 25∼34세를 대상으로 포커스 그룹 연구를 한 후, 프로그램 측면에서 BBC 3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다큐멘터리가 다소 단순하지만, 채널의 양질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이 인상적이며, 토크쇼들이 실망스럽긴 하지만,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들은 기대할 만하다고 밝혔다.
순탄치 않은 개국 과정
BBC 3의 개국 과정은 그다지 순조롭지 못했다. 영국 문화부 장관 테사 조웰(Tessa Jowell)은 2001년 9월, 1차 신청서를 시장에서 충분히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2002년 9월 BBC 3의 개국을 승인하면서도 BBC 3의 공영방송적 요소와 관련하여 까다로운 허가조건들을 제시했다.
허가조건은 뉴스, 시사, 교육, 음악, 예술 프로그램들을 최소 15% 편성해야 한다, 또 1년에 최소 15시간의 과학, 종교, 비즈니스 프로그램들을 편성해야 한다, 주중 주시청시간대에 15분짜리 뉴스 프로그램이 송출되고, 자정까지 매시간 1분 뉴스가 방송되어야 한다 등이다.
BBC 3은 매년 새로운 분야의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이 분야에서 최소 6개의 창의적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한다. 80%의 프로그램들은 특히 BBC 3을 위한 것이고, 90%의 편성 프로그램들이 영국과 유럽에서 제작되어야 한다.
편성의 25%는 독립제작자들의 프로그램에 할당해야 하는데, BBC는 최소 예산의 4분의 1을 독립프로그램 제작자들의 프로그램에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까다로운 조건은 2년 후에 BBC 3을 다시 심사하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업방송사는 긴장, 독립제작자는 환영
다른 BBC 디지털 채널들이 좀더 상업방송이 간과하는 목표 수용자들 ― 예를 들어, CBBC는 어린이, CBeebies는 5세까지 유아 등 ― 을 위주로 하는 반면, BBC 3의 목표 수용자는 기존 E4, Sky One 등의 상업방송 경쟁자들의 목표 수용자인 16∼34세와 중첩되고 있다.
음악, 드라마, 예술, 시사 프로그램 등의 종합 편성도 기존의 상업방송들과의 차별성을 떨어뜨린다.
상업방송은 BBC 3의 책임자, 스튜어트 머피의 "E4와 Sky One을 괴롭히겠다."는 발언에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기존 상업방송들은 시청률과 광고수입의 감소를 우려하여, 정부를 대상으로 BBC 3의 허가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였다.
상업방송의 우려와 정부가 BBC를 통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하여, 정부는 엄격한 조건들을 제시했던 것이다.
반면에 독립제작자들의 대표기구, Pact의 회장, 존 맥베이(John McVay)는 BBC 3 편성의 25%를 독립제작자의 제작물로 채워야 한다는 조건을 단 결정을 "BBC의 독립제작자들의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식에서 큰 변화"라며 매우 환영하였다.
현재의 규정에 따르면, 모든 BBC 편성의 25%는 독립제작사로부터 제작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특정 채널에 할당된 것은 처음이다. 실제 BBC 3의 쿼터는 편성시간과 관련된 것이지만, BBC는 정부에 독립제작자들의 프로그램에 예산의 25%를 쓰기로 약속했다.
높은 재방률은 문제점으로 지적
9,700만 파운드짜리 오락 채널이 첫방송부터 높은 재방률로 인하여 언론과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처음 2주 프로그램의 거의 50%가 재방송이다. 실제, BBC 3의 첫 12일 동안 방송될 95시간 20분의 편성분 중 45시간 40분이 재방송이다.
BBC 3의 첫 주 방송에 BBC의 간판 연속극 의 한 주분이 BBC 1보다 먼저 방송된다. BBC측은 첫 주에 시청자들을 BBC 3으로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하지만, 언론과 시청자들의 수신료 낭비라는 지적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 외에도 조니 보언(Johnny Vaughan)의 새로운 토크쇼 시리즈를 방송한다. BBC 1의 책임자인 로레인 해게시(Lorraine Heggessey)도 지난 12월, 에 출연하여, BBC 3이 자체 토크쇼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BBC의 다른 디지털 채널들도 비슷한 편성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문화 채널인 BBC 4는 BBC 2의 프로그램들을 활용하고 있으며, 고전 코미디, 드라마 라디오 BBC 7도 Radio4의 프로그램들을 내보낸다.
BBC 대변인은 BBC 3의 높은 재방률과 관련하여, "BBC 3의 장점 중 하나는 시청자들에게 BBC의 간판 프로그램들을 볼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디지털 시청자들은 다른 시간대에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는 유연성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방 편성에 대해 BBC 자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는 바, BBC 경영위원회의 한 위원도 "BBC의 이와 같은 편성이 진입전략으로는 유효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BBC 3에 대한 허가조건과 관련하여 2년 후의 심사는 방송 서비스의 방송시장에 대한 영향 평가와 공공 협의체의 독립적인 평가를 포함한다. 이 결과는 BBC 3의 존폐뿐만 아니라 BBC 전체의 칙허장 심사과정에 포함될 것이다.
BBC 3은 BBC에게 있어, 가장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채널일 수도 있다. 만약에 BBC 3이 실패한다면 수신료 낭비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성공한다면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간 BBC 프로그램들에서 속어나 욕설을 많이 사용한다는 시청자 단체들과 BSC(Broadcasting Standards Commission)의 지적이 있었다.
보수당의 문화담당 대변인, 휘팅데일(Whittingdale)도 BBC의 새로운 온라인 부분이 이미 상업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제품들을 베낀 것이고, BBC News 24, BBC 3 그리고 UK History 채널이 상업 채널들과 너무 유사하다고 공격했다.
이런 것들이 BBC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일부 인사들에게 시빗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BBC 3의 개국은 디지털 방송 시대의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게 한다.
○ 참고 : The Guardian 2002. 9. 17., 9. 18., 2003. 1. 1., 1. 23., 2. 3. The Times 2003. 2. 8. www.bbc.co.uk
○ 작성 : 안임준(영국 통신원, rouch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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