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7호] 영국, 공중파 시대 가고 멀티채널 시대 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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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3.01.30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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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전기가 다가오고 있다. 80년 가까운 텔레비전 역사를 지배해 온 공중파의 지배 시대가 마감하고 그 자리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멀티채널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 영국의 시청률 조사회사인 BARB(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ureau)가 지난 한 해 시청률을 종합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런 추세는 돌이키기 어려운 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다채널, 공중파 시청률 제압 위성방송과 케이블TV가 Sky Sports, MTV 등을 비롯한 다채널을 내세우면서 영국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지 10년 만에 그 동안 텔레비전 시장을 지배해 온 공중파 방송 ITV1을 넘어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주간의 시청률을 보면 이들 다채널들은 지난 43년 동안 방송 시장을 거머쥐어 온 상업방송 세력의 중추 ITV1의 시청점유율을 간발의 차이로 추월했다. BARB 조사에 의하면 이 기간 중 다채널 텔레비전의 종합시청률은 22.4%, 같은 기간 ITV1은 22.2%에 그쳤다. 크리스마스 주간에 전통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BBC의 코미디 다채널 위성이나 케이블 채널에서 이런 정도의 시청자를 확보한 프로그램은 없다. 평균 잡아 100만 명 정도이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의 최대 라이벌인 Manchester United와 Arsenal이 맞붙은 경기의 경우 229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일 정도로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과 맞상대를 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성적을 거두었다. 중요한 것은 다채널들의 종합시청량이다. BARB가 지난 한 해 동안의 다채널 위성과 케이블 네트워크들의 개별 프로그램 시청량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상위 160개 프로그램이 모두 1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동원했다. 100만 명 이상 시청자 동원 프로그램이 전해인 2001년에는 79개였던 데 비하면 두 배의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가장 주축세력은 아무래도 스포츠 장르다. 앞서 언급한 대로 5월 8일 Sky Sports 채널에서 중계된 'Man. Utd. v. Arsenal' 경기는 229만이라는 기록적인 시청량을 과시했다. 다음으로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인 프로그램도 역시 축구경기 중계로 3월 27일 Sky Sports에서 방송된 영국과 이탈리아 게임으로 201만 명의 시청자들이 지켜봤다. 비록 다채널 위성이나 케이블TV의 특정 채널이 ITV1의 시청률에 근접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다채널의 종합시청률이 공중파 시청률, 특히 ITV1을 앞섰다는 데 대해, 그것도 텔레비전 시청이 연중 가장 높은 시기인 크리스마스 주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점에 대해, 언론들은 TV 시청자들의 중핵이 마침내 공중파에서 위성 및 케이블의 다채널 텔레비전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22.4% : 22.2%는 비록 머리카락 같은 차이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시청자들의 시청행태에 극적인 변화가 현실로 나타난 사건으로 규정했다. Sky One, Sky Sports, MTV 그리고 Sky Movie로 상징된 다채널 위성 및 케이블 채널들은 1992년만 해도 시청점유율 5%대에 머물렀다. 이때 ITV1의 시청점유율은 40.9%로 난공불락의 세력을 과시했으며, 뒤를 이어 BBC가 33.6%의 점유율을 보였다. 다채널이 가능성을 보여준 때는 1996년. 마의 10% 점유율 벽을 넘어섰고, 이때 ITV1은 35.1%로 가라앉았다. 다채널의 상승곡선은 한 번도 꺾이지 않았으며, 반대로 공중파의 추락세는 반전되지 않아 지난해 ITV1의 시청점유율은 26.9%라는 초라한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ITV1 퇴락의 주요원인으로 ITV1이 가장 강력한 다채널 네트워크인 Sky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지만, 보다 중요한 흐름은 시청자들의 분화라는 데 대해 이견이 없다. BBC가 그렉 다이크(Greg Dyke) 사장 집권 이후 최고의 성과를 내놓고 있다고는 하나 ITV1처럼 다채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으로 BBC는 크리스마스 주간의 시청률 전쟁에서는 강한 면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그런 강세는 유지되어 약 30%의 시청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런 호성적의 주력 프로그램들은 집중적으로 투자한 오락 프로그램들이다. 레즈비언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다채널에 가입한 가구의 BBC 시청률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3.8%가 낮다. ITV1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각하게 8.6%나 주저앉았다. 이는 아날로그 공중파가 다채널 위성이나 케이블과의 정면대결에서 점점 위세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덧붙여 다채널 시대에 공영방송적인 프로그램의 설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영국의 위성과 케이블TV들은 무려 200여 개의 채널들을 방송하고 있다. 이들 채널들은 역사물에서부터 아랍 뉴스 서비스는 물론 심지어 BBC4나 CBBC 같은 공영 채널까지,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들을 커버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 위성 중심으로 갈 듯 언론들은 이런 시청률 결과를 놓고 디지털 방송 시대의 분수령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시장이 위성디지털, 케이블디지털, 지상파디지털로 3분할된 상태에서 위성디지털과 케이블디지털의 프로그램이 아날로그 공중파 채널을 눌렀다는 점은 향후 디지털 시장의 전망을 드러내 준다는 것이다. 즉, 다채널 위성과 케이블이 등장하기 전까지 방송시장을 거의 다 차지했던 공중파 ITV1과 BBC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것은 디지털 시장에서도 지상파디지털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은 지난해 지상파디지털 플랫폼인 ITV Digital이 결국 위성디지털인 Sky의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는 점에서도 나타났지만 이번의 시청률 역전 결과로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물론 이런 전망을 일률적으로 지상파디지털 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다채널 텔레비전의 최상위급 프로그램에는 지상파디지털 플랫폼인 ITV2나 E4 등의 프로그램들이 다수 자리잡고 있다. 공중파인 ITV1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던 신인가수 선발 프로그램인 그러나 이들 민영방송의 디지털 플랫폼과 달리 BBC의 디지털 채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5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동원한 디지털 프로그램은 단 두 개뿐이다. 그러나 지상파디지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승부는 사실상 끝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가입가구 10가구 중 6가구는 위성디지털 네트워크를, 또 3가구는 케이블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가입하고 있으며, 지상파디지털로 접속된 가구는 10가구 가운데 1가구에 불과하다. 여기다 케이블디지털 가입은 지난해 4/4분기 중 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영국의 디지털 방송은 위성디지털을 중심으로 자리가 굳어져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보급 계속 늘어나 디지털 시대의 중심이 위성, 케이블, 지상파 중 어디로 가느냐와 관계없이 멀지 않은 장래에 디지털이 아날로그 공중파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 같다. 이는 현재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통해 예측 가능하다. <가디언>지는 현재의 보급률이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영국 가구의 반 정도가 디지털 멀티채널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런 속도는 과거 비디오나 가정 컴퓨터 보급속도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르다. 놀라운 것은 지난해 ITV Digital이 붕괴된 상황에서 이 같은 디지털 보급률이 나온 것은 결국 영국의 높은 디지털 보급이 전적으로 머독의 Sky 위성디지털 네트워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지난해 3/4분기에 Sky는 무려 40만 가구를 신규 가입자로 끌어들였다. 이에 힘입어 디지털TV 가입자는 처음으로 1,1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출범 3년 만에 영국의 디지털TV는 위성, 케이블, 지상파 합해 10가구 가운데 4가구가 디지털 방송에 접속되어 있는 셈이다. ㅇ참조 : Guardian 2002. 12. 18., 12. 31., 2003. 1. 6. BARB 보도자료 2003. 1. 5. ITC 보도자료 2002. 12. 15. ㅇ작성 : 김사승(영국 통신원, s.kim1@ntl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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