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6호] 프랑스, 공영 텔레비전의 문화 편성 공론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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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12.20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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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화부는 '텔레비전과 폭력'에 관한 크리에젤(Kriegel) 보고서에 이어 '텔레비전과 문화'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접수하엿다. 크리에젤 여사와 마찬가지로 역시 철학자인 카트린 클레망(Catherine Cl ment) 여사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공영 텔레비전 채널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자리'에 관한 분석으로 문화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지난 10일 보고서를 제출받은 문화부 장관은 내년 1월 안으로 이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France T l vision 그룹의 마르크 테씨에(Marc Tessier) 회장과 '공영 텔레비전의 문화 프로그램'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 텔레비전에 있어서 문화의 개념 공영방송사 그룹의 주문에 따라 제작된 '텔레비전과 문화'라는 보고서에서 인류학자 발테르 드 토마시(Walter de Tomasi)는 '문화'를 '공동체 내에서, 사회를 분열하고 분열된 사회를 인간 집단으로 재구성하는 각종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성취시키는, 변화를 거듭하는 패러다임의 공유'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인류학적 정의는 학문적으로는 매우 타당하지만 실제 방송에 적용하기에는 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방송위원회(CSA)가 1998년 발표한 '문화 프로그램의 개념에 관한 공문'은 방송에 있어서 문화의 의미가 얼마나 광범위한 것인지를 실토하고 있다. 이 공문에 의하면 "문화적 프로그램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의미를 현실적으로 정확히 가려내기는 불가능하다. 한편에서는 문화적 엘리트주의에 입각하여 문화의 개념을 예술, 공연, 연극, 음악, 오페라, 발레 등에 국한시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오락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을 문화 프로그램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가 하면, '모든 것이 문화적인 것'이라는 문화지상주의적 견해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클레망 보고서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개념으로 인한 혼선을 피하기 위해 앙드레 말로(Andr Malraux : 전 문화부 장관이자 문필가)의 문화 개념을 답습하기로 결론짓고 있다. 즉, 방송이 취급할 '문화'를 '예술적 의미의 문화가치'에 국한시키자는 것이다. 이로써, 모든 장르의 음악, 모든 주의의 미술, 각종 연극, 무용, 조각, 장식, 디자인, 설치, 건축,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모든 영화, 드라마, 거리 예술, 온갖 서커스, 다큐멘터리, 시, 소설, 사상 등, 모든 종류의 예술이 예외 없이 방송 대상이 되는 반면, 토론이나 오락 프로그램, 리얼리티 쇼, 토크 프로그램, 사회고발 등은 문화 프로그램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2. 시청률 vs 질적 평가 최근 3년 동안 극장을 찾는 프랑스 영화 인구는 자그마치 50%가 증가했다. 비디오 카세트나 DVD를 통해 영화감상을 하는 인구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처럼 앞서가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텔레비전 영화에 돌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싸구려 영화의 재탕, 삼탕식 편성으로는 시청자들을 수상기 앞으로 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클레망 보고서가, 공영 텔레비전 채널이 시청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이다. 시청자들의 욕구를 도출시키고 이를 충족시키는 문화 프로그램을 방영할 수 없다면 시청률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오페라 시즌이면 광대한 오페라 하우스들을 빈틈없이 채우는 인구, 록 콘서트장을 메우는 인구와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문화 프로그램=시청률 저하'라는 공식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클레망 연구서의 제언이다. 클레망 보고서는 시청률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음으로써 좋은 시청률을 거둘 수도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경우는 그 대표적 예이다. 광고 삽입을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시청률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BBC는 오히려 높은 시청률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영방송과의 경쟁은 숫자의 경쟁이 아니라 내용의 경쟁, 프로그램 수준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 시청률이 아니라 질적 수준과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시청자의 만족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청자 우편, 전화, 인터넷 메일 등을 통해 신속히 수렴할 수 있다. 유럽 차원에서 결성된 유럽 시청자 협회 역시 시청자 만족도 평가의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클레망 보고서는, 시청률 집계 결과에만 연연하지 않고 프로그램의 질적 평가에도 주목하는 것이야말로 공영 텔레비전이 지향해야 할 태도라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정기적으로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을 제안한다. 시청자와의 관계 유지는, 공영방송의 중장기 정책 체결안이나 France T l vision의 의무요강서에 명시된 '시청자 중심의 방송활동 원칙'에 부합되는 사안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3. 문화 프로그램 편성 시간대 공영 텔레비전의 두 채널은 의무요강서에 명시된 내용에 따른 문화 프로그램 방영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이는, 이들 채널이 적어도 양적으로는 규정된 문화 프로그램 시간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들 문화 프로그램의 방영 시간대이다. 철학자 데리다(Derrida)의 저서 설명이나 마리아 칼라스의 흑백 다큐멘터리, 벨기에 록 가수 아르노(Arno)의 감동적인 인터뷰 등은 모두 공영 채널을 통해 얼마 전 전파를 탄, 주옥 같은 문화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나 이들 문화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는 잠을 줄여야 했다. 대다수의 문화 프로그램이 일요일 꼭두새벽이나 평일 심야, 심지어는 새벽 한두 시에 편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클레망 보고서는 심야 시간대, 여름 바캉스철 등 한적한 시간대로 밀려난 문화 프로그램을 주시청 시간대에 재편성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저녁 시간대 편성의 경우는 적어도 저녁 10시 45분 이전에, 심야 시간대 편성인 경우 0시 30분 이전에 편성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문화 프로그램 방영량에 대한 의무요강서 규정을 완화하는 대신 편성 시간대에 대한 규정을 강화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과 관련하여 클레망 보고서는, 문화 프로그램 중 클래식이나 록 등 음악 콘서트의 중계는 녹화 중계보다는 생중계를 우선할 것을 권장한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현재 공영 채널이 방영하고 있는 문학 다큐멘터리 시리즈 <역사의 세기(Un sic cle d' crivains)>, 신간 소개 단신 <하루 한 권(Un livre un jour)> 등 문학 프로그램과 대중 음악 콘서트 <빰빠라밤(taratata)>, 유아 노래자랑 <팬들의 학교(Ecole des fans)>, 흘러간 샹송을 다시 불러보는 <노래 속의 행운(la Chance aux chansons)> 등 음악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의 신설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을 제의하고 있다. 4. 아티스트-방송사-시청자 네트워크 마련 CSA는 얼마 전 방송 제작물의 정의에 대한 연구를 통해 '방송에 실렸다고 모두 방송 영상 제작물은 아니다'라는 점을 상기시킨 바 있다. 문화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이다. 영상 제작물로서 인정을 받을 만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콘텐츠를 프로그램으로 소화해 낼 기량이 요구된다. 아티스트와 방송인의 긴밀한 유대는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해 불가결한 요인이다. 클레망 보고서는 다양한 예술 장르의 아티스트와 방송국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France T l vision 그룹 조직 내에 프로그램 및 정책 담당자와 동등한 위상을 지니는, 문화 및 예술 책임자를 임명할 것을 제안한다. 더불어, 클레망 보고서는, 공영방송사 내에 창조력과 혁신을 장려하는 가벼운 구조의 연구조직을 조성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제작된 문화 프로그램은 시청자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 2000년 8월 법안은 시청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시청자 자문위원회가 France T l vision의 행정위원회와 1년에 두 차례의 회담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전달할 것을 권고했다. 클레망 보고서는 이 자문위원회 실현을 위한 구체적 칙령을 정립하고, 각종 시청자 협회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프로그램 자문위원회를 조성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클레망 보고서는 공영방송사와 주주 사이에 문화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기능을 감안한 특별 평균 시청률을 명시하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위해서 시청률의 감소를 감수한다는 내용을 의무요강서 및 주주 총회를 통해 공표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보고서가 강압적 규정이 아니라 해결책을 강구하자는 제의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힌 공영 텔레비전 방송사의 테씨에 회장은, 공영 텔레비전의 '사회적 기능'을 '매체적 특성'보다 강조하는 클레망 여사의 분석에 동의를 표했다. 반면, 정계 일각에서는 클레망 보고서가 공영 텔레비전의 의미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실제로, 디디에 마튀스(Didier Mathus)를 비롯한 몇몇 국회의원들은, "이번 보고서의 제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공영 텔레비전을 Arte의 판박이로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나 상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듯하다. 마튀스 의원이 설명하는 대로라면, 공영 텔레비전이 문화만을 고집하는 방송으로 그 활동 범위를 축소하게 되면 시청률이 감소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부분적으로나마 사영화가 불가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공영방송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 같은 지적은 클레망 보고서의 적용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공영 텔레비전이 여름철이나 심야 시간뿐 아니라 주시청 시간에도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클레망 보고서-밤과 여름'의 적용은 내년 1월 말경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ㅇ참조 : Le Monde 2002. 12. 11. La Nuit et l'Et (Rapport de Caterine Cl ment) 2002. 12. ㅇ작성 : 오소영(프랑스 통신원, soyouoh@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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