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6호] 영국, 디지털방송 환경을 고려한 규제틀 정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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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12.20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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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영국 방송계의 가장 큰 관심은 내년에 효력을 발휘할 새 커뮤니케이션법의 성립과 이에 의한 새 규제기구인 Ofcom의 구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논의의 본질적인 배경은 어떻게 디지털방송 시대를 규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새 시대를 준비하는 규제에 대한 논의와 달리 방송산업은 IT 불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에 발목을 잡혀 한 해 동안 불경기에 허덕여야 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방송의 중심축인 BBC는 반세기 만에 정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런 성공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디지털방송 규제를 위한 새로운 준비 새 커뮤니케이션법은 내년 의회 회기 내에 의회를 통과하게 된다. 골자는 미디어 분야의 산업화 및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한 소유규제완화에 있다. 지분제한을 대대적으로 완화하고 이종매체간 교차소유, 외국인의 투자까지 허용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한 해 동안 문화부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보완과 의견수렴을 계속해 왔으며, 최근 라디오 산업에 대한 소유규제완화 방침을 굳힘으로써 사실상 정부의 최종안을 마무리한 상태다. 새 법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곳은 분할지배구도에서 단일소유구조로 변하게 되는 최대 민영방송인 ITV다. 양대 지배주주인 Granada와 Carlton의 합병이 새 법으로 가능해졌다. ITV의 단일소유구조는 사실상 시장구조 전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현행법은 단일방송사업자가 15% 이상의 시청자 시장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다. Granada와 Carlton이 합병하면 15개 ITV 지역 프랜차이즈 중 12개가 합병회사인 ITV plc. 단일소유가 되고 시장점유율은 24%에 이른다. 여기다 광고시장 점유율 역시 상한선인 55%를 넘어서게 된다. 새 법은 이런 상한선을 훨씬 넓혀 놓겠다는 것이다. 결국 거대 미디어기업의 등장을 유도,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로써 영국 방송 시장의 구도는 BBC, ITV, BSkyB 등으로 크게 삼분이 정립될 전망이다. 물론 의회토론 과정에서 수정이 가해질 것이 분명하지만 방향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다른 관심사는 새 법에 따라 구성될 통합규제기구인 Ofcom다. 불문법 나라인 영국답게 비록 법이 있더라도 세부적인 법 적용은 결국 규제기구의 운영과 결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Ofcom은 ITC(Independent Television Commission), BSC(Broadcasting Standards Commission)를 비롯해 기존의 방송통신 분야 5개 규제기구를 통합한다. 서로 상이한 기능을 갖는 기구들을 통합하다 보니 이의 구성과 운영이 결코 간단치 않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패트릭 바르와이즈(Patrick Barwise) 교수는 규제의 범위와 규제목적, 집행방법에 있어 투명성과 일관성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위원회의 전문적인 운영능력을 강조했다. Ofcom은 단순한 규제기구의 성격을 넘어서서 경제적·사회적·문화적·기술적 문제는 물론 때로는 정치적인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난도의 업무처리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계가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Ofcom 운영의 전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이 투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위원회와 사무국간의 업무와 권한이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둘째, 위원장의 지도력이다. 성격이 크게 다른 기능들을 통합하는 만큼 탁월한 경영능력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 셋째, 위원회 결정의 합법성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권한이 막강한 만큼 시비를 없애기 위해 철저히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해 자기방어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Ofcom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본격 디지털 시대 준비 새 커뮤니케이션법이나 통합규제기구의 등장은 디지털 시대를 위한 제도정비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이런 제도정비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이나 시장구도의 측면에서도 영국 방송계는 획기적인 변화를 겪었다. 우선 37% 정도에 머물고 있는 디지털 보급률을 단번에 끌어올릴 것으로 평가받는 저가 어댑터가 개발됐다. 디지털 방송기기 제작사인 Pace Micro Technology가 99.9파운드짜리 어댑터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디지털방송은 위성디지털방송이나 케이블텔레비전에 가입하거나 셋톱박스가 내장된 디지털텔레비전을 구입해야 시청이 가능했는데 이 어댑터는 기존의 아날로그 수상기의 안테나선에 연결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가격면에서도 300∼400파운드의 기존 기기에 비해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의 개발로 디지털 수신을 주저하던 60%대의 아날로그 세대들의 디지털 진입이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다. 저가 수신기 개발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상파디지털 플랫폼인 ITV Digital의 몰락은 디지털방송 전략 전체에 먹구름을 덮은 악재 중의 악재로 꼽을 수 있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했지만 올해 최악의 뉴스로 ITV Digital의 실패를 꼽는 데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은 최대 공영방송인 BBC와 미디어 재벌 머독의 BSkyB가 손을 잡게 만드는 이변으로 이어졌다. 양자가 손을 잡은 Freeview가 ITV Digital의 허가권을 이어받아 10월 30일부터 31개 무료 디지털 채널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2010년 디지털 완전 전환이라는 목적을 위해 영국정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양자의 동거를 허용하는 고육지책을 동원한 셈이다. 그러나 Freeview가 디지털방송을 위기에서 구했지만 대가가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마디로 머독에게만 좋은 일을 했다는 것이다. Freeview는 비영리회사다. 기존의 상업방송인 ITV Digital이 비영리회사로 바뀌었다는 것은 돈 되는 상업시장에서 머독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확실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의 경쟁자가 비영리 무료 채널로 전환하면서 유료 시장에 대한 머독의 독점력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여기다 Freeview에 참여하면서 몇 개 채널을 제공함으로써 머독은 가만히 앉아서 약 900만 가구에 이르는 지상파디지털 시장의 시청인구를 차지하게 됐다. 지금까지 머독의 세력확장을 막아온 유일한 상대가 BBC였다면 Freeview의 동거로 인해 머독의 견제책은 사실상 사라져 버린 것이다. 불경기 당분간 이어질 듯 규제제도와 시장구도의 변화가 가시권에 접어들기는 했지만 2002년의 영국 방송계는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IT산업의 침체와 9·11 뉴욕테러로 인한 광고시장의 불황은 2004년까지 걷힐 기미가 별로 없다는 예측이 속속 나왔다. 6월 말경 세계 최대 광고회사의 하나인 WPP의 마틴 소렐(Martin Sorrel) 회장은 특히 9·11 테러와 관련된 세계무역거래의 불황이 영국 미디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지적했다. "올해 세계무역량은 9·11 테러로 바닥에 가라앉았던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고, 또 내년은 올해보다 나아지겠지만 정상적인 시장 회복은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아테네올림픽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기불황은 당연히 기업들의 광고 및 홍보비용지출 축소로 이어진다. 7월초에는 또 다른 세계적인 광고회사인 Zenith Optima가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시장동향을 근거로 한 보고서에서 "월드컵 반짝 수요가 있지만 다시 수그러들고 있고 연말까지 반등할 기미가 없다"면서 "IT산업 호황에 힘입었던 1999∼2000년 수준으로의 회복은 2004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며칠 뒤에는 영국광고협회(IPA)가 또 다른 자료를 내놓았다. 영국 대기업들이 홍보지출 가운데 특히 미디어 부문 지출을 대폭 삭감했다는 것이다. 불경기에 기업들은 미디어 광고보다는 DM이나 세일즈 프로모션 등의 직접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경기는 당연히 프로그램 제작 형태에 영향을 미쳤다. 광고주들의 주머니가 인색해지자 이들의 주머니를 풀기 위한 묘안들이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형태가 광고주 직접투자방식(Advertiser-Funded Pro- grammes)이다. 이는 광고주가 프로그램의 스폰서에 그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광고주가 프로그램 제작의 예산결정과 집행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공동제작에 가까운 형식이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광고주는 자사 홍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즉, 프로그램의 장르나 성격, 질 등이 제품 특성 및 자사 브랜드에 효과적으로 어울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제작단계에서부터 개입해서 점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있다. 돈을 내놓은 광고주가 제작과정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할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다. 때문에 거대 제작자들은 AFPs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꺼리고 있다. 그러나 불황기에 언제까지 이런 매력을 못 본 체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돈뿐 아니라 제작방식도 저예산에 초점을 맞추어 변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분야가 그 예다. 영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다큐멘터리 장르가 상당히 활성화된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분야 제작행태 변화는 의미가 적지않다. 저예산제작은 제작자, 감독, 카메라맨, 음향, 녹음을 한 사람이 하는 1인 다역이 기본이다. 이런 전략은 'fly-on-the-wall'과 같은 제작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에 특히 효율적으로 적용된다. 스튜디오 제작 중심의 드라마는 비용절감이 사실 쉽지 않은 장르지만 이 역시 올 한 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탁월한 제작자가 체계적 제작일정관리에서부터 제작과정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효율적 경영을 추진할 경우 제작비가 현저하게 절감된다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났다. 이 때문에 유능한 제작자 스카우트가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불황기 프로그램 제작 전략은 예산 줄이기만이 능사가 아니다. 중소제작자들의 저예산전략과 달리 메이저 제작사들은 오히려 공격적 전략을 펼쳤다. 일단 성공한 포맷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퍼부어 시장을 석권한다는 계산이다. ITV의 경우 공전의 히트를 친 <빅브라더>류의 리얼리티쇼나 흔들리는 공영방송의 위상 BBC는 지난해 1955년 ITV 등장 이후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시청률 수위자리를 차지한 여세를 몰아 올해도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이런 시청률 성공은 곧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시청률만 좇는다'는 비난이 뒤따랐으며 공영방송의 상업성이 도마에 올랐고 곧이어 수신료를 왜 내야 하느냐는 반발을 불러오게 됐다. 11월에는 결국 수신료거부 시민운동이 조직되기에 이르렀다. 밀러는 수신료가 '간섭 없는 정보획득의 권리'라는 유럽협약이 보장한 인권을 침해한다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즉, 112파운드의 비싼 수신료를 냄으로써 보고 싶은 유료채널 가입비용을 앗아간 것은 이런 정보획득권리를 침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그럼에도 정부는 2006년에 끝나는 BBC의 특허장을 연장하면서 이후 15년간 수신료 징수를 더 허용할 방침임을 밝혔다. 디지털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또 그 재원은 수신료 외에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표명에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수신료 문제는 BBC의 위상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인데 논의의 싹을 자를 수 있는 발언을 하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BBC를 정부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BBC 내부에서조차 이런 해석에 동의할 정도다. 물론 BBC는 나름대로 정부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Ofcom의 규제를 막아야 하는 것이 BBC의 현안이다. 정부와 BBC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BBC에 대한 여론 악화는 사장인 그렉 다이크(Greg Dyke)를 겨누고 있기도 하다. 그가 BBC 부활의 주인공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반대입장에서 보면 그는 공영방송 BBC의 위상을 편파성과 상업성의 구렁텅이로 몰고 간 주범이기도 하다. 공영과 민영간의 균형이 다이크의 상업적 전략으로 깨어졌고, 영국의 문화적 가치와 질, 다양성에 불이익을 가져다 주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요컨대 2002년 한 해 영국 방송은 한편으로는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바빴지만 시장은 커다란 지각변동을 겪었고, 와중에 영국 방송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BBC는 위상의 혼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이 본질적으로 디지털 시대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들이며 따라서 당분간 방송계의 주요 이슈로 계속 자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ㅇ작성 : 김사승(영국 통신원, s.kim1@ntl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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