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65호] 독일의 퀴즈 붐과 비판의 목소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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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12.11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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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승리자가 될 수 있다!"라고 시청자에게 강력한 유혹을 던지며 현재 독일 방송계에는 퀴즈 붐이 불고 있다. 토요일 밤마다 퀴즈 프로그램을 필두로 오락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논란과 비평이 끊임없이 나올 정도이다. 이러한 퀴즈 붐을 일으킨 배경에는 국내외의 높은 시청률과 시장점유율을 획득하고 있는 독일의 민영방송 RTL의 퀴즈쇼와 전통적인 퀴즈쇼의 진행 방식을 모방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퀴즈쇼 진행자가 존재한다. 그러면, 이 성공적인 퀴즈쇼를 둘러싸고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첫 유로 백만장자의 탄생 독일에 퀴즈 붐을 일으키며 각종 화제를 낳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은 RTL의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Wer wird Mil- lion r?)>이다. 이 퀴즈쇼의 진행자는 독일 최고의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이자 퀴즈의 달인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귄터 야우흐(G nter Jauch)로서 퀴즈쇼를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귄터 야우흐가 진행하는 이 RTL의 퀴즈쇼가 다시 화제가 된 것은 유로화가 실시된 이래 1백만 유로의 상금을 획득한 첫 우승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1일 금요일 밤에 탄생된 행운의 주인공은 바이에른 주의 레겐스부르크 출신으로 음악과 철학을 전공하는 24세의 대학생 게르하르트 크라머(Gerhard Krammer)이다. 그녀의 우승을 결정한 문제는 "어떤 문학가가 건축기사 자격을 취득하여 스위스 취리히의 무료 목욕탕을 건축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선택 항목은 A: 요젭 로트(Joseph Roth), B: 마르틴 발저(Martin Walser), C: 막스 프리시(Max Frisch), D: 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 rrenmatt). 답은 C였다. 그 이전까지 최종 우승자는 마르크 화폐 시대의 두 도전자, 뮌스터 대학의 교수인 에크하르트 프라이제(Eckhard Freise)와 주부 마를렌느 그라프헤르(Marlene Grabherr)였다. 100만 유로화의 첫 수상자는 기출된 15항목의 관문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고, 시청자들은 첫 유로화 백만장자가 출현하는 광경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목적을 가지고 참여했다"고 운을 땐 크라머는 방송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알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문제를 풀지, 그리고 15문항 모두 제대로 풀 수 있을지 하는 것을 말이다. 원래 상금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돈이 없었고 이후에도 돈 없이 살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500유로로 살았다고 얘기하며 이후 뉴욕으로 여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후 이 퀴즈쇼의 진행자 야우흐는 2명의 마르크 백만장자 이후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우승자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처음으로 대학생이 끝까지 도전하여 승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 퀴즈쇼에는 527명의 도전자가 참여하였는데, 이중 여성이 230명, 남성이 297명이었으며, 전달된 상금 총액은 1,797만 9,653유로에 달한다. 성공의 비결 첫 유로화 우승자를 배출함으로써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킨 RTL의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는 현재까지 70개국 이상에서 80%를 넘는 시장점유율을 획득하였다. 이 방송 프로그램은 필리핀에서 노르웨이까지 강력한 문화침투의 한 현상으로 평가될 정도로 독일 방송계에서는 대표적인 퀴즈쇼 프로그램의 벤치 마킹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가 성공하게 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야우흐는 2002년 11월 6일자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의 비결은 나 역시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고 답하면서 이 방송의 포맷에 대해 만족을 표시하였다. 즉, 이 방송은 실제로 상호작용적인 특성을 띠면서도 가정에 유익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컨셉트와 효과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닌데, 그것은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오락의 백악기 시대'로 돌려보내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이러한 방식이 가정에 매우 유익하다는 것은 가족 단위의 흥미진진한 텔레비전 방송의 저녁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경험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퀴즈쇼의 진행을 통해 이러한 교육효과를 만들어냈던 이른바 퀴즈쇼의 대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방송사를 오가며 과거 퀴즈 프로그램의 인기 진행자로 활약했던 한스 요아힘 쿨렌캄프(Hans-Joachim Kulenkampff), 독일의 퀴즈 마스터이자 저널리스트, 그리고 TV방송 진행자로서 전후의 독일 방송계에서 활동했던 로버트 렘케(Robert Lembke), 그리고 1980년대 ZDF의 쇼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퀴즈쇼의 인기 진행자로서 주요 방송시간대를 가정에 유익하게 만든 한스 로젠탈(Hans Rosenthal) 등이 이 '퀴즈의 대가' 반열에 드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에게 퀴즈쇼와 TV 오락방송은 예술이자 가족 단위의 결속과 교육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의 장으로 간주되었고, 실제 그들은 이러한 효과의 발원지이기도 하였다. 그러면, 퀴즈쇼가 갖고 있는 드라마적 요소들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음 세 가지 측면, 즉 거액의 상금을 통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점과 힘든 경쟁의 조건에서 자력으로 끝내 승자와 패자로 판가름된다는 점에서 동화 속의 판타지를 퀴즈쇼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 스타가 탄생하고, 시청자는 자신이 퀴즈의 답을 명령한 것처럼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퀴즈쇼와 새로울 것 없는 공영방송의 오락 프로그램 한편, 이러한 쇼 프로그램의 다양한 효과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미디어와 문화 사회학자인 마르쿠스 클라이너(Marcus S. Kleiner)와 예술가인 마빈 클라다(Marvin Chlada; 작가, 영화감독, 음악가)는 이러한 TV 스타 현상에 대해 2002년 8월 24일자 <노이네 취르히 차이퉁(Neue Z rcher Zeitung)>에서 '미디어 사회의 새로운 성자―미디어 비평에 대한 비판(Die neuen Heiligen der Medien- gesellschaft. Eine Kritik an der Medienkritik)'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TV 오락 프로그램의 '1회적인 스타 제조 현상과 추종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즉, 미디어 사회의 성자(스타)는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일시적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자는 더욱더 강력한 권력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시청자들은 TV 방송에 등장한 스타와의 동일시를 통해 신분상승을 꾀함으로써 순응주의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비판적 입장을 제시하였다. 실제로 2002년 독일의 방송계를 둘러싸고 가장 두드러진 것은 공영방송이 주시청시간대에 오락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양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이전보다 오락 프로그램이 더 증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오락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있는가?"라는 반문이다. 저녁 시간대 오락방송의 편성을 보면, 공영방송은 제1채널에서 월요일마다 전통음악을, 제2채널의 경우 목요일마다 전통음악과 퀴즈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그리고 RTL의 퀴즈 방송이 월·금·토요일 밤마다 나간다. 이러한 편성은 양적으로는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TV 오락 프로그램이 장기간 그리고 관성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 주시청시간대의 TV 오락 방송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가령, 독일 제2공영방송인 ZDF의 오락 프로그램 <룸스핀넨(rumspinnen)>의 경우 '창의적인 브레인들'에 대해 얘기하지만, 시청자들은 쇼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야우흐가 진행하는 RTL의 퀴즈쇼를 모방했지만 자선기금을 목적으로 한 퀴즈쇼인 ARD의 <예륵 필라바의 스타 퀴즈(Starquiz mit J rg Pilawa)>는 적절한 공영방송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퀴즈쇼, 이대로 좋은가?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은 TV 퀴즈쇼 어디서나 내거는 광고 멘트이다. 이것은 시청자도 누구나 이 경쟁에 참여하고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연극제작자이면서 패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크리스토프 슐링엔지프(Christoph Schlingensief)에게 퀴즈쇼는 '사회적 위치에 대한 허상'을 만든다. 그것은 대결구도에 부합하기 위해 신속히 반응하면서 답을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 문제와 해답이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사회에서 해답 없는 질문들은 폐기된다. 퀴즈쇼가 시청자의 기억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퀴즈풀이 본능을 자극하지만 자칫 시청자에게는 '소리치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은 퀴즈쇼가 풀어가야 할 또 다른 과제일 수 있다. ㅇ참조 : Spiegel Online 2002. 11. 6. Funkkorrespondenz 2002. 11. 15. taz 2002. 11. 7. Faz 2002. 10. 18. ㅇ작성 : 강진숙(독일 통신원, schaffen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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