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일요일 밤에 개최된 독일 총선은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 der) 총리의 재집권을 가능케 하는 한편, 선거 당일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과 투표 직후 유권자들에게 실시한 출구조사결과보도의 정확성에 대한 평가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에서 주목되는 승자는 단지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적녹연정만이 아니라 TV토론과 시청률의 성과를 한 번에 움켜쥔 공영방송이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경제침체와 400만 명에 육박하는 실업자 문제로 위기에 몰렸던 슈뢰더 총리가 제1공영방송인 ARD의 TV토론을 통해 사민당 지지율을 근소한 차이로 높여 스토이버의 기독연합을 제쳤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거 당일 개표 방송에 있어서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공영방송사인 ARD와 ZDF가 높은 시청률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ARD의 경우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결과와 득표결과 진단에 있어서 중대한 실수를 범한 반면, 민영방송사들은 정확한 득표 예측을 행함으로써 선거개표 방송의 정확한 보도를 위해 철저한 출구조사가 필요함을 여실히 증명하였다.
총선의 승자는 공영방송 ARD
2002년 9월 23일자 <슈피겔 온라인>에 의하면, 총선 당일 독일의 공영방송들은 이미 언급했듯이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여론조사기관의 부정확한 출구조사결과 보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경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ARD의 경우 ZDF보다도 앞선 점유율을 나타냈다. ZDF가 523만 명(18.8%)의 시청자를 확보한 데 비해 ARD의 경우 그보다 30만 명이나 많은 553만 명(21.2%)의 시청자를 확보했다. 특히 오후 8시 ARD의 뉴스 프로그램인 는 전체 시청률의 31.4%(1,090만 명)를 점유했다. 여기에 '제3의' 프로그램인 와 <3sat>의 시청률을 가산할 경우 는 39.4%(1,367만 명)나 되는 높은 시청률을 확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ARD는 선거 다음날인 9월 23일 '제1공영방송이 선택받았다'는 타이틀 아래 자사의 승리를 알렸다.
구체적인 시청률의 변화 추이를 보면, 선거 당일 오후 4시 45분에 ZDF와 RTL이 공동으로 먼저 개표방송을 시작했고, ZDF의 경우 그 방송보도 결과를 434만 명(12.2%)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하였다. RTL의 경우 중간에 자사의 가두판매 매거진 에서 제시한 바, 154만 명(8.0%)의 시청자를 확보하였다. 오후 5시에 개표방송을 시작한 ARD의 는 오후 7시 이후 553만 명(21.2%)이나 되는 시청자를 TV 앞에 불러모았다.
박빙의 접전을 보이는 투표결과에 대한 관심으로 밤에는 시청률이 더욱 상승하였다. 가령, ARD의 는 오후 8시경 1,090만 명(31.4%)의 시청자가 개표방송에 시선을 집중했을 뿐 아니라, 1시간 전에 방송했던 ZDF 프로그램 에서도 이미 708만 명(22.8%)의 시청자가 관심을 기울였다. 한편, RTL의 시사 프로그램 의 경우 6시 45분경 385만 명(12.5%)이 시청한 결과를 보였다면, Sat.1의 경우는 <18:30> 뉴스 프로그램에 불과 151만 명(5.2%)만이 이 방송 채널을 선택했다.
사영방송사, 빠르고 정확한 출구조사결과 보도로 공신력 확보
그러나 투표 후 출구 여론조사결과의 보도에 있어서 ARD는 몇 가지 문제를 노정하며 제대로 적중하지 못했고,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가령, ARD의 여론조사기관 Infratest-Dimap의 조사결과를 인용하여 부정확한 득표결과를 보도했고, 그 내용은 기민/기사당이 사민당을 제치고 훨씬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정 무렵 이러한 ARD의 출구조사결과에 근거한 득표수 예측은 빗나갔고, 오히려 반전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ARD가 출구조사결과를 다룬 최악의 <18시 분석>을 방송한 이후 명확해졌다. 당시 출구조사결과 기민/기사당 연합(CDU/CSU)이 사민당(SPD)보다 2% 앞서 있었고, ARD는 Infratest-Dimap의 출구조사결과를 통해 흑황연정[기민/기사당 연합과 자민당(FDP)]의 일시적으로 높은 득표수를 강조하며 승리를 예측했지만, 점차 그 예측이 빗나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 ZDF의 경우는 ARD와 달리 여론조사기관인 Wahlen의 조사결과에 따라, 흑황연정이 높은 득표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 보도 없이 사민당에 맞선 기민당이 저녁내 다소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영방송의 경우는 선거 당일 점유율에서는 공영방송보다 한참 뒤처진 결과를 나타냈지만, 빠르고 정확한 출구조사결과를 보도함으로써 개표방송의 확실한 공신력을 얻어낼 수 있었다. RTL의 경우 공영방송의 각축전 속에서 가장 앞선 오후 6시 7분에 두 거대 정당의 엇비슷한 접전을 예측했다. ARD는 6시 15분에, ZDF의 경우는 그 후 몇 분 뒤에 그와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RTL은 처음부터 ARD의 잘못된 출구조사결과에 편승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RTL 편성국장인 한스 마르(Hans Mahr)는 자사의 방송에 대해 만족스러워하면서 "득표수 산정에 있어서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옳았다. 또한 다른 방송이 흑황연정의 승리를 예측할 때 우리는 그것에 현혹되지 않았다."고 자찬하였다.
결국 ARD 편성국장인 하르트만 폰 데어 탄(Hartmann von der Tann)은 선거 다음날인 월요일, "다른 방송사들이 더 잘 평가했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평소 자기 팀의 '최선의 보도'를 강조해 왔던 그는 몇 년간 성공적으로 공동작업을 해왔던 여론조사기관과의 관계를 단절할 이유는 없다고 밝히며, "우리는 함께 오류를 찾을 것"이라고 자성했다.
반면, ZDF의 편성국장 니콜라우스 브렌더(Nikolaus Brender) 역시 자사의 성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빠르고 진지하면서 객관적"이라고 자평했다. ZDF의 Wahlen은 초과의석에 대한 예측뿐 아니라 그에 대한 진단과 출구조사결과에 있어서도 뛰어났다는 것이다. 사실 ZDF는 선거 다음날인 월요일에 문제없이 '가장 근접해서' 결과를 예측했다고 평가될 만하다. 시청률에 있어서는 ZDF는 ARD의 뒤에 처져 있었지만, 여론조사그룹인 Wahlen의 출구조사결과의 추이에 따라 점차 정확한 수치를 제시했고, 또한 박빙의 접전에 대해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출구조사결과의 정확한 보도라는 문제를 놓고 볼 때 두드러진 활동을 했던 방송은 단연 신속하고 정확한 출구조사결과를 보도했던 민영방송이다. 여기에 덧붙여 살펴볼 것은 앞서 본 시청자들의 관심과 시청률 경쟁, 그리고 출구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나타난 정확한 보도 문제와 함께 각 방송사간 TV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한 문제이다.
ARD, 부정확한 출구조사결과 보도로 승리 환호 못해
GfK 연구팀은 투표 다음날인 9월 23일 일요일 총선(9. 22.)의 상황들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였고, 거기에 방송사들의 환호하는 행동에 대해 기술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ARD는 선거 당일 밤의 '가장 많이 보는 방송'으로서 제1의 프로그램으로 위치한 와 에 대해 환호를 보냈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한 다음과 같은 일련의 상황들 속에서 발견된다.
선거 당일 오후 9시경, 완전히 투표결과에 관한 윤곽이 제시되었던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ARD가 시사보도 대신 제작했던 프로그램이자 감춰진 선거 에피소드들을 다룬 야심작 를 방송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기인한다. 하나는 이 프로그램이 개표 상황에 관심 있는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ARD가 시작부터 잘못된 출구조사결과 및 진단 보도를 행함으로써, 결국 저녁 9시 이전에 카메라 앞에서 오류에 대한 정정과 명확한 승리자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연합의 후보는 ARD 편성국장인 폰 데어 탄의 신념(ARD는 당신을 믿는다)으로 인해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선거보도상의 기법 및 서비스 개선 필요
이상과 같이 총선은 막을 내렸지만, 후보자간 경쟁만큼이나 치열했던 TV선거전은 시청률, 출구조사결과 보도의 정확성 문제 그리고 프로그램 편성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결과, 독일의 제1공영방송인 ARD의 부정확한 조사결과에 대한 문제뿐 아니라 시청자들에 대한 정보전달 과정상의 기법 및 서비스 문제에 있어서 몇 가지 과제를 남겼다. 가령, 기법상의 문제로서 주요 방송사들은 채널 서핑을 하는 시청자들에 대해 화면 명도 조절이나 연이은 득표 추이 보도를 위해 마련한 콘베이어 띠 설정 외에는 별도의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포괄적인 서비스의 측면에서 볼 때, ARD/ZDF의 사건보도 채널인 Phoenix의 경우 공영방송의 두 출구조사결과만을 전달했다면,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인 n-TV의 경우 모든 방송사들의 다양한 출구조사결과 및 득표결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포괄적인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요컨대 기법 및 서비스의 개선을 통해 차후 TV선거 보도의 질적인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 점 또한 이번 독일 총선 보도에서 방송 관계자들에게 남겨진 과제인 것이다.
ㅇ참조 : Spiegel Online 2002. 9. 23. Funkkorrespondenz 2002. 9. 27. TAZ 2002. 9. 24.
ㅇ작성 : 강진숙(독일 통신원, schaffen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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