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발표된 FCC의 'Notice of Proposed Rulemaking(NPRM)' 에 따르면, FCC는 이번 심의의 기본적인 원리가 FCC의 전통적인 목표들, 가령 다양성의 촉진, 지역성, 지역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 등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러한 원리의 틀 속에서 세 가지 중요한 의제를 열거하고 있다.
(1) 다양성, 지역성, 경쟁이라는 정책 목표가 오로지 시장 작용으로만 확보될 수 있는가?
(2) 그렇지 않다면, 현행 미디어 소유 관련 규제들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고 있는가?
(3) 다양성, 경쟁, 지역성의 정책 목표를 계속적으로 실현해 나가기 위해 현행 미디어 소유 규제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이러한 틀 속에서 이번 심의의 대상이 되는 규정들은 다음과 같다.
- 신문/방송 교차소유 금지(Newspaper/Broadcast Cross-Ownership Prohibition)
- 지역 라디오 소유(Local Radio Ownership)
- 전국 대상 TV 소유(National TV Ownership)
- 지역 TV 복수 소유(Local TV Multiple Ownership)
- 라디오/TV 교차소유 제한(Radio/TV Cross-Ownership Restric- tion)
- 복수 TV 네트워크 소유 규정(Dual Television Network Rule)
FCC는 이번 심의를 위해 소비자들의 미디어 수용 행태, 각 매체에 대한 광고주들의 태도와 더불어 미디어 소유 구조가 다양성, 지역성, 경쟁에 미치는 효과 등, 미디어 시장 전반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시행할 예정이다. 10개의 독립된 연구들의 결과는 앞으로 몇 달에 걸쳐 발표될 예정으로 있다. 이러한 실증적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FCC는 내년 3월 규정 심의의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방송 소유제한 규정에 대한 FCC 심의의 배경
이번 FCC의 미디어 소유제한 규정 심의는 올해 2월 FCC가 규정 존속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방 항소법원이 방송과 케이블의 교차소유 금지 규정을 무효 판정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항소법원 판결의 요지는 정부의 어떠한 제한 조치도 확실하고도 분명한 사실적 기록을 바탕으로 해야지 추측이나 예견을 토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다양성의 보호가 중요한 정책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FCC에 동의하지만, 이 규정(방송/케이블 교차소유 금지)이 그러한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을 FCC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재판부는 FCC가 방송/케이블 교차소유와 관련된 규정을 다시 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FCC는 이 규정을 다시 살리는 것을 포기하고 전반적인 규제 조항 심의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미국 미디어 시장에는 방송과 케이블 교차소유를 제약할 아무런 규정이 존재하고 있지 않다.
방송 소유에 대한 규제는 각 시기별로 독특하게 구성되는 미디어 시장에 대한 탈규제 압력, 새로운 매체에 대한 기존 매체의 대응, FCC의 전통적인 가치들, 즉 다양성, 지역성, 경쟁의 보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변화되어 왔다. 1944년 이래 방송 소유 규제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1944년 : TV 방송국 소유 한도를 3개에서 5개로 상향 조정.
1948년 8월 : TV 소유는 5개로 유지하면서 AM 방송국 소유를 7개로 제한하고, FM 방송국 제한을 6개에서 7개로 상향 조정할 것을 FCC가 제안(소위 5-7-7 규정).
1953년 11월 : 5-7-7 규정 시행.
1953년 12월 : UHF 방송의 발전을 위해, UHF 방송국을 2개 소유할 경우 TV 방송국 소유 한도를 7개로 조정.
1970년 6월 : 케이블 시스템과 지역 방송국의 교차소유 금지 조치 시행.
1984년 4월 : 서비스 지역이 중첩되는 반경 100마일 이내 지역에서 3개 이상의 방송국 소유를 금하는 regional concentration rule 폐지.
1984년 12월 : 탈규제 조치의 일환으로 당시 7-7-7 체계를 12-12-12 (UHF 방송 소유 단서 없이)로 변환(1990년까지 존속하는 갖가지 단서 조항들도 함께 존속).
1985년 4월 : 12-12-12 시스템 시행. 1990년까지의 단서 조항 폐지. 전국 TV 시청자의 25% 점유를 넘을 수 없는 25% 제한 조치 추가. 소수계 운영 방송국을 최소한 2개 소유할 경우, TV 소유 개수를 12개로 확대.
1996년 2월 : 방송국 개수에 의해 소유를 제한하는 방식을 철폐하고 TV 방송국 소유 제한을 25%에서 35%로 상향 조정. 의회는 FCC로 하여금 방송 소유 규정 지속이 필요한지를 격년 주기로 심의하도록 명령.
2000년 5월 : 격년마다 이루어지는 방송 소유 규정 심의 후 FCC가 35% 소유 규정의 계속 유지를 결의하자 Fox사가 소송을 시작.
2002년 2월 : 연방 항소법원 케이블/방송 교차소유(Cable/broadcast cross-ownership) 금지 조치 철폐를 권고하고 FCC에 TV 소유제한 규정에 대한 근거를 제출할 것을 명령.
방송 소유제한 규정에 대한 FCC 심의 결과 예상
방송 소유 규제 역사에 대한 대략의 개요에서 보여지듯이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 방송 소유제한은 전반적으로 제한 축소의 방향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번에 실시되는 FCC의 미디어 소유 규정 재심 역시 방송사들과 신문사들의 소유 규모와 범위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쪽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심의의 방향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미디어 소유에 대한 탈규제를 통해 엄청난 정도의 미디어 소유 집중이 발생하고 그럼으로써 미디어 시장의 대격변이 있게 될 것이다."라고 FCC 관리를 역임한 블레어 레빈(Blaire Levin)은 예상하고 있다. CBS를 비롯해 MTV, Nickelodeon 등의 케이블 네트워크, UPN 네트워크 방송, 34개의 TV 방송국과, 180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는 Viacom은 즉각적으로 FCC의 이번 심의 조치를 환영하면서 심의를 통해 현재의 미디어 소유 규정들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지가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Viacom은 전국에 걸쳐 39%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어 35% 규정을 실제적으로 위반하고 있는데, 현재 잠정적 면제 조치하에서 방송국들을 운영하고 있다.
탈규제의 방향은 민주당계인 마이클 코프스(Michael Copps) 의원을 제외한 다른 3명의 FCC 의원들의 목소리로도 확인되고 있다. 특히 캐슬린 애버네이티(Kathleen Abernathy)는 "현행 미디어 소유 관련 규정들을 파들어가면 갈수록 더 큰 혼동만 갖게 된다."고 하면서 한마디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현행 방송 소유 규정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강력하게 표현하고 있다. 케빈 마틴은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규정에 대한 심의는 이미 훨씬 전에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말하면서, "오늘날 신문은 거대한 합병이 종종 이루어지는 방송 및 제반 다른 정보 산업과 차별적으로 다뤄져 왔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제한 완화 예상을 바탕으로, FCC 심의 결과가 나오기도 훨씬 전인 현시점에서 벌써 다양성과 경쟁 구조가 파괴되는 미디어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단체인 The Center for Digital Democracy는 미디어 소유 규제의 완화는 국가 안보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의 리더인 제프 체스터(Jeff Chester)는 "소유 집중화된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계속해서 국제 뉴스 부서, 탐사 보도, 언론인들을 위한 다양한 자원들을 감소시켜 왔다."라고 하면서 이러한 점이 미국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점에는 FCC 의원인 마이클 코프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Consumers Union의 워싱턴 지부 소장인 진 키멜만(Gene Kimmelman)은 "각 지역마다 하나의 기업이 신문, 복수의 TV 방송국, 라디오 방송국, 케이블 시스템, 인터넷 서비스를 모두 장악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FCC의 Mr. Powell은 탈규제를 지지하는 사실들만을 편협적으로 골라낼 것이다."라고 FCC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소수계 방송국의 우려
이런 탈규제가 흑인, 여성, 최근 이민자 등이 소유, 운영하는 소수계 방송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 역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소수계의 방송 소유 감소는 다양한 목소리의 존재라는 차원에서 중대한 이슈가 되어 왔다. 특히 현재 미국에서 흑인 소유 방송국 수의 급감은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이번 달 Black Brocasters' Alliance, National Association of Black Owned Broadcasters, The Black Entertainment & Telecom Association이 합동으로 주최하는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심각하게 논의되었다.
일반적으로 말해 소수계 방송사는 백인 주류 방송사에 비해 자금 동원력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1978년 미 연방 정부는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tax certificate program을 실시하였다. 이 제도의 덕택으로 소수계 소유의 라디오 방송국이 288개, TV 방송국이 43개, 케이블 방송국이 31개로 늘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미 의회는 이 제도를 1995년에 폐지하였다. 그 이후 미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는 소수계 소유의 방송국이 줄어드는 현상을 탈규제의 부작용 중 하나로 파악하고, 세금 감면 혜택의 부활을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지난 의회 회기에서 상원 통상 소위의 의장인 존 맥케인(John McCain)과 하원 통상 소위의 실력자인 민주당 찰스 레인절(Charles Rangel)이 각기 제출한 법안은 별다른 토론을 거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세금 감면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묵살된 것은 아니었다. 현재 FCC의 의장인 파월과 상원의 야당 지도자인 트렌트 로트(Trent Lott) 모두가 이 안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 역시 현재 이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루어질 방송 소유 구조 탈규제의 거대한 물결에서 소규모 방송국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주목해서 볼 점이다.
ㅇ참조 : The Boston Herald 2002. 9. 13. Electronic Media 2002. 9. 16. Dallas Morning News 2002. 9. 13. Chicago Sun Times 2002. 9. 13. Broadcasting & Cable 2002. 2. 25., 6. 18., 9. 16. FCC News 2002. 9. 12. Warren's Cable Regulation Monitor 2002. 9. 23.
ㅇ작성 : 김용찬(미국 통신원, yongchan@usc.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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