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NHK방송문화연구소가 '가정 속의 텔레비전·2002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의하면, 다미디어화가 가속화되어지고 있는 가운데도 과반수가 넘는 54%가 가족단란에는 텔레비전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제시되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1979년 조사결과의 46%보다도 8% 높은 수치로, 텔레비전 시청이 아직도 가족 시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태를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텔레비전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논쟁
텔레비전의 사회적인 영향력에 관한 다양한 조사와 가설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텔레비전의 사회적인 영향력에 관한 논쟁은 방송연구자들에게 있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테마의 하나이다.
일본에서도 청소년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텔레비전의 영향력 문제이다. 일본 방송계에도 청소년에 의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 오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민간방송연맹에 의해 30년 전에 논의된 1963년의 '어린이에 미치는 영향력' 논의와 1999년의 '청소년과 방송문제에의 대응'에서 논의된 청소년에 관한 텔레비전의 영향력 논의 내용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우선, 1963년 일본민간방송연맹이 주최한 '시청자와의 간담회'에서 시청자 대표측이 방송계에 제시한 개선대책을 보면 ①19∼22시의 프라임 타임에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을 것, ②소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격조 높은 프로그램을 편성할 것, ③청소년의 정서 및 교육의 일환으로서 고급 음악 프로그램을 편성할 것, ④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방송할 것, ⑤잠재적 비행 청소년의 비행 방지에 도움이 되는 건전한 프로그램을 편성할 것 등의 5개 항이 주장되었다.
1999년에 '청소년과 방송문제에의 대응'에서 논의된 내용에서는 ①청소년의 지식 및 이해력을 높이고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적어도 매주 3시간 이상 방송할 것, ②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일본민간방송연맹에서 제작해 방송할 것, ③17∼21시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은 아동 및 청소년의 시청 시간대임을 고려해 충분히 배려할 것 등이 주장되었다. 즉, 청소년에의 영향력 문제에 관한 논의는 표현이 틀릴지는 모르지만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결국, 위에 제시된 2개의 사례는 텔레비전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력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점에 비추어 영향력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및 연구가 일본에서 진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동시에, 문제가 생긴 뒤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방송사의 의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텔레비전과 청소년에 관한 논의
1. 1951∼1955년 : 저속 라디오 비판 - 각계에서 자율규제 기구의 정비 및 확대
2. 1956∼1959년 : 텔레비전의 저속 프로그램 비판 대두 - 방송법 개정으로 프로그램 심의회 및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제도화
3. 1960∼1964년 : 폭력 프로그램의 비판 - 프로그램 향상위원회 설치
4. 1965∼1975년 : 퀴즈,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CF, 심야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론 - 방송 가이드라인의 수정
5. 1977∼1982년 : 청소년 대상의 CF 비난 대두
6. 1983∼1988년 : 심야 프로그램의 성 표현에 대한 비판 - 취재 및 표현방법도 주목
7. 1989∼1997년 : 방송윤리에 관한 문제 다발 - 다채널간담회 발족
8. 1998∼2002년 : 방송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미디어 규제 법안 제출
이러한 가운데 1998년 실시된 미디어와 중·고교생 조사에서는 어린이의 텔레비전 시청이 어머니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가 밝혀졌다. 또한 1997년의 가족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는 3명 중 1명이 자신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을 느낄 때는 가족과 더불어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라고 답해 텔레비전의 영향력 분석을 위해서는 새로운 분석틀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텔레비전 시청이 가족간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개인 단위의 시청행동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 또한, 실제로 텔레비전 시청 형태에 관한 많은 조사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개인 단위의 시청행동 분석에 머물러 가족과 텔레비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에의 총체적인 영향력 분석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청행동의 분석 자체가 궁극적으로는 텔레비전의 광고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므로 방송사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텔레비전과 가족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시청 형태 조사와 텔레비전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력의 분석은 자연히 등한시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도 하나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텔레비전의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한 논의의 긴 역사에 비하면 일본에서 이루어진 텔레비전의 청소년에 대한 영향력 조사가 의외로 미미한 점도 사실이다.
텔레비전의 가족 시청 실태
1979년 실시된 텔레비전의 가족 시청에 관한 조사 당시에 비해 텔레비전의 위상은 크게 변했다고 하지만 텔레비전이 가족 단란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심적인 미디어라는 점은 이번 조사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우선 가족이 모였을 때 '텔레비전의 스위치를 켜놓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77%의 가정에서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었다. 이러한 수치는 1979년의 67%와 비교해 보면 약 10%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가족이 모였을 때 '텔레비전이 필요한가 어떤가'에 대해 질문한 결과 1979년에 비해 '필요'라고 답한 사람이 8% 증가한 54%인 반면, '불필요'라고 대답한 사람은 4% 감소한 11%였다.
하지만 가족이 모두 모여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평균 텔레비전 시청시간과 비교해 역으로 감소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족이 모두 모여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의 감소 원인으로는 가장의 퇴근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과, 한 대 이상의 텔레비전을 소유하고 있는 가정의 비율이 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결국 가족 모두가 모여서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가는 가장의 귀가시간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가정의 경우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청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또한, 일견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이의 연령에 의해 가족의 텔레비전 시청 형태가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령 유아 및 초등학생이 있는 가족의 경우 저녁 7∼8시 사이가 텔레비전 시청의 피크인 반면, 중·고등학생 이상이 있는 가정의 경우 저녁 7∼10시 사이에는 거의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고 있었다.
이외에도 특징적인 점으로는 어머니의 경우 저녁 7시에서 10시 사이에 두 번에 걸친 적극적인 시청 형태가 보여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녁 7시대의 첫번째 적극적인 시청 형태는 아이가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대로 아이와 더불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이다. 저녁 9시대의 두 번째 적극적인 시청 형태는 본인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으로 가정 내에서는 어머니가 가장 텔레비전을 많이 보고 있으며 적극적인 시청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가정에서의 텔레비전 시청은 어머니의 시청 형태에 의해 청소년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1979년의 조사에서는 어린이의 텔레비전 시청은 어머니의 교육관과 텔레비전 시청시간이나 프로그램의 시청 지도에 의해 시청 형태에 많은 차가 보여지고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러한 차는 거의 보여지지 않았다. 즉, '어머니가 어린이의 텔레비전 시청을 통제하고 있는가'는 실제적인 어린이의 시청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으로, 앞으로 텔레비전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력 연구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이루어진 조사결과에 의해 텔레비전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력의 유무 및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조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개개인에 따라 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결과가 어떠한 형태로든 텔레비전이 청소년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기존의 연구조사에서는 청소년 개개인의 텔레비전 시청 패턴과 폭력적인 행동의 상관관계를 살피거나 영향관계를 규명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즉, 텔레비전과 청소년 개개인 사이의 인과관계 규명이 중점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이번 조사는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가족 시청이라는 시점에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고 보여진다.
ㅇ참조 : 민간방송 2002. 9. 13. NHK放送文化硏究所여론조사 화일 No.25, 2002. 7. 방송연구와 조사 2002. 9.
ㅇ작성 : 김경환(일본 통신원, k-kim@sophia.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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