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59호] 영국 공영방송의 고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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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09.06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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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의 리디먼트 사장, BBC의 상업화 관련 다이크 사장 비난 최대 상업방송인 ITV의 곤란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 책임을 지고 최고 사령탑인 데이비드 리디먼트(David Liddiment) 사장이 오는 가을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그는 물러나면서 다이크 사장을 추궁했다. 최근 가진 〔가디언〕지와의 단독 기자회견에서 리디먼트 사장은 "다이크 사장은 BBC 사장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리디먼트 사장은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방송인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입에서 이 같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발언이 터져 나오자 방송계는 물론 언론계 전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리디먼트 사장의 다이크 비난의 요점은 BBC의 상업화다. 다이크 사장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에 앞서 그는 먼저 방송계 전체의 관점에서 BBC의 상업화가 갖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작금의 방송산업은 변화가 극심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시장은 점점 더 분명하고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는 한마디로 명쾌하고 신속한 전략적 대응이다. 그의 말대로 하면 주주들은 얼렁뚱땅이나 혼란스러운 태도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그는 BBC가 방송계의 기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즉, 상업방송들의 전쟁 와중에 방송 전반에 걸친 중심을 세울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공영방송인 BBC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BBC는 이런 책임을 맡겨 두기엔 너무 무책임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BBC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한쪽의 파트너인 ITV의 희생을 남몰라라 한다."고 말했다. 방송시장은 공영과 상업의 견제와 균형으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BBC는 상업화 전략을 택함으로써 그런 원리를 무시했고, 나아가 공영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할 정도로 비대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공중을 보호할 수 있고 또 방송시장의 전체적인 균형을 지켜줄 하부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BBC는 내부의 이사회가 아닌 Ofcom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총체적인 문제에 대해 방송구조를 결정하는 정치인들이 너무나 무지하거나 혹 문제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행동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다이크 사장 개인의 문제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절망적'이라는 말로 다이크 사장에 대한 비난을 요약했다. "다이크 사장은 영국의 문화적 가치와 질, 다양성에 엄청난 불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도대체 BBC의 목적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중파 BBC1에서부터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을 보아도 BBC의 책임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다이크 사장이 경영의 귀재임은 분명하나 BBC 사장 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BBC1이나 BBC2에 무슨 프로그램이 방송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수백만 시청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적어도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가 이런 사람인지 확인할 도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가 보는 BBC의 책임론은 쉽게 요약된다. "BBC는 시청자들과 상대편의 상업방송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으며, 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또 과감히 나아가야 하는 방송"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독립제작사들에게 문을 보다 개방하고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이런 BBC의 책무를 일깨워 줄 수 있는 장치나 사람들이 BBC 안에 전혀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신 BBC 안에서는 시장논리가 승자로 등장했으며, 누가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시청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가가 유일한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리디먼트 사장의 BBC 비난은 사실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에딘버러 국제 텔레비전페스티벌에서도 그는 BBC의 상업화에 대해 극렬하게 비난을 퍼부었다. 이때 그는 "영국 텔레비전의 창의적인 정신이 지금 무지막지한 시청률 지상주의 바람으로 위기에 처해 있으며 BBC는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더 부추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그의 비난은 작년에 비해 한층 더 강도가 높아졌고 원색적이라는 것이 언론의 시각이다 BBC, "리디먼트 사장은 실패한 경영자"라고 응수 한편, BBC는 이 같은 리디먼트 사장의 비난에 대해 극히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으로 맞섰다. 비난의 당사자인 다이크 사장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그가 격렬하게 분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도 그럴 듯이 리디먼트 사장과 다이크 사장은 둘다 Granada 출신으로 아주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기 때문에 다이크 사장의 충격은 컸다는 것이다. 대신 BBC는 대변인이 나서서 감정적이라고 할 정도로 반격했다. 먼저 BBC는 리디먼트 사장을 "ITV 사상 최악의 시기를 경영했던 인물"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또 "BBC는 리디먼트 사장의 덕을 많이 봤으며 지금 그는 자신의 실패를 전가할 상대를 찾기에 급한 상황"이라며 비꼬기까지 했다. BBC의 한 관계자는 리디먼트 사장의 경영 실패를 조목조목 짚었다. 프로그램 제작 예산의 10%를 들여 무리하게 프로축구 중계권을 사들인 점, 토요일 저녁의 스타 동원 오락 프로그램의 실패, 여왕 즉위 50년 기념 프로그램의 실패, 메인 뉴스의 변덕스러운 시간대 이동, 지역프로그램 예산의 삭감 등으로 리디먼트 사장은 ITV를 위기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이런 BBC의 반론에 대해 리디먼트 사장은 ITV 경영의 악화를 경영 실패 때문이라기보다는 ITV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ITV가 단일 소유권하에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ITV는 Carlton과 Granada라는 두 개의 지배주주와 SMG(Scottish Media Group)의 중간급 주주, 그리고 Ulstrer TV, Channel 등 두 개의 소주주를 포함해 5개로 소유구조가 나뉘어져 있다. 리디먼트 사장은 "급격한 시장변화에 맞추기 위해 방송기업은 모든 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 전체가 일사불란한 대오를 갖추어야 하는데 ITV의 소유구조는 마치 제각각 주권을 가진 연방체제와 같아 시장변화에 적응하는 데 부작용만 낳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소유구조하에서는 어떤 통일된 결정을 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소유구조로 인한 ITV의 난맥상에 대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규제기구에서도 이미 인정, 새로 만들어질 커뮤니케이션법에서 ITV의 단일 소유구조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해결책이 현실화되기 전에 ITV의 부실이 한발 앞서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리디먼트 사장은 새 법이 발효되어 단일 소유구조가 확립되면 ITV는 빠른 시간 안에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디먼트 사장의 반론에 이어 ITV까지 BBC 공격에 나섰다. ITV 대변인은 BBC가 문제의 논점인 공공 서비스 논란에 대해 정직하게 토론할 생각은 않고 논쟁을 유치하게 어린애 싸움처럼 몰고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즉, "BBC는 자신에 대한 비난이 일면 문제를 적시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데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또 "이번에 BBC가 이처럼 격분하는 것은 리디먼트 사장이 그만큼 BBC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측의 이 같은 신경전은 그만큼 다이크 사장의 BBC 전략에 대해 ITV로서는 할말이 많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즉, ITV가 광고침체와 경영난이라는 이중고에 헤맬 때 공영방송인 BBC는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신료로 상업방송들을 밀어제치는 공격적 전략을 추진해 왔다는 점에 대해 ITV측은 불만이 많은 것이다. 상업적 전략, 정치권 불만 초래 그러나 다이크 사장, 나아가 BBC에 대한 최근의 비난은 방송계에서만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에 앞서 7월 중순경 이언 덩컨 스미스(Iain Duncan Smith) 보수당 당수를 필두로 한 정치권은 다이크 사장 및 게이빈 데이비스(Gavyn Davies) BBC 이사장에 대해 공격을 퍼부었다. 정치 프로그램의 폐지 움직임 때문이다. 7월 16일 스미스 당수는 게이빈 데이비스 등 BBC 이사진들과의 만찬에서 "만일 BBC가 의회정치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없애려는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간다면 영국의 민주주의 절차는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다음날인 17일 다이크 사장, 데이비스 이사장 등 BBC 경영진들이 하원 문화위원회를 상대로 한 BBC의 연차보고서 보고석상에 참석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격렬하게 따졌다. 문제의 발단은 시청률이 지극히 저조한 낮 시간대의 의회 프로그램인 〔On the Record〕와 〔Despatch Box〕 등을 폐지하려는 데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할애, 의회의 정치활동을 심층적으로 취재, 분석해서 보여 주는 프로그램으로 의원들의 활동을 가장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때문에 이들 프로그램의 폐지 움직임에 대한 반발은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원은 현재 BBC의 의회 프로그램 폐지 움직임과 관련하여 비난성명 채택을 추진 중인데,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60여 명의 하원의원 중 적어도 50명은 여당인 노동당 소속이다. 스미스 당수는 또 의회 출입 정치 담당 기자들과의 회견에서도 BBC가 영국의 민주주의 작동 시스템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BBC를 비난했다. 그는 이런 BBC의 움직임이 최근의 일련의 노동당 정권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자신들의 문제를 감추려는 정치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그는 이런 맥락에서 두어 달 전 총리실이 180여 년 역사를 갖고 있는 의회정치 취재 시스템인 '로비 시스템'을 폐지하고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 방식을 택한 것을 싸잡아 비난했다. '로비 시스템'의 폐지로 기자들이 정부를 감시하고 심층취재할 수 있는 길을 막아 버렸다는 것이다. 즉, 노동당 정권이 의회정치 담당 기자들의 취재력과 영향력을 감소시켜 정치적인 논쟁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음날인 7월 18일, 데이비스 이사장은 또 한 번 이례적인 입장표명을 해야 했다. 무려 100만 파운드에 이르는 경영진에 대한 보너스 지급 문제 때문이다. 비용절감으로 디지털 재원을 마련한다고 했던 다이크 사장이 보너스를 사상 최고로 인상할 수 있느냐 하는 도덕적인 문제까지 제기됐던 터였다. 여기다 하원에서는 BBC가 시청자들이 보지도 않는 디지털 채널에 수백만 파운드의 수신료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다이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임금은 전년에 비해 25%나 인상됐으며, 다이크 사장의 경우 보너스 6만 9,000파운드를 비롯해 총연봉이 61만 8,000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액수는 토니 블레어 수상을 비롯해 영국 공직자 연봉 중 최고액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데이비스 이사장은 "BBC 경영진들은 최고 수준의 경영진으로 언제든지 훨씬 많은 돈을 받고 민간 부문으로 옮겨갈 수 있는 유능한 사람들로, BBC가 성장하려면 이런 경영진의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해명하고, 자신들의 연봉은 민간 부문에서 받던 액수의 8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문제 진화에 나섰다. BBC 사장 직선제? 이처럼 다이크 사장을 비롯한 BBC 경영진에 대한 각계의 불만이 계속 제기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BBC 사장의 시청자 직접선출 방식 도입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보수지인 〔텔레그라프〕는 다이크 사장을 반인반수의 괴물 센토에 비유하면서, 그는 한편으로는 공공 서비스를 부르짖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루퍼트 머독을 연상케 하는 상업방송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BBC 역시 다이크 사장처럼 괴물이며 현재 몸집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인상률을 넘어서는 수신료뿐만 아니라 자체 플랫폼 외에 또 다른 민영지상파 디지털까지 차지해 더 이상 예외적인 존재로 내버려둘 수 없는 괴물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BBC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했다. 조세나 다름없는 수신료를 내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구금형까지 각오해야 하는데 그 대가는 시청자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세부담이 곧바로 납세자의 혜택으로 돌아오는 교육이나 의료복지와 같은 다른 공공 서비스와 달리 BBC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는 커지기는커녕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시청자들의 BBC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감소하고 있어, 디지털 다채널이 더 보편화되면 BBC의 불필요성은 더욱 심해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BBC의 총 시청 점유율은 38% 정도인데 다채널 시청 가구의 경우 이 수치는 27%로 떨어진다. 더욱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보급률이 미국처럼 90%에 이르면 이 수치는 25%로 더 줄어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갈수록 공영방송의 존재 정당성이 희박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존재가치의 위기를 해결하는 길은 "BBC가 아니면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는 것이 이 신문의 결론이다. 다이크 사장에 대한 비난은 그가 바로 이 같은 명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상업화로 가고 있다는 데 모아진다. 그래서 이 신문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BBC 사장의 시청자 직선제이다. 즉 수신료 납부용지에 '다이크 사장', '제레미 팍스만(Jeremy Paxman, 뉴스프리젠터)' 등 사장을 비롯한 BBC의 주요인물들의 이름을 명시해 가부 여부를 체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뽑힌 경영진이 감히 시청자의 이익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발상이다. 요컨대 누누이 되풀이되는 이야기지만 디지털 시대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새롭게 정립하지 않고는 안 되는 귀로에 서 있다. 다이크 사장을 둘러싼 이번 논란들은 프로그램의 내용에서부터 경영진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새로 정의되어야 할 문제들이 아주 많다는 점을 보여 준다. ㅇ참조 : Guardian 2002. 6. 24., 8. 19., 8. 20. / The Times 2002. 8. 20. / Telegraph 2002. 7. 12., 7. 17., 7. 18. / 보수당 보도자료: 7월 16일자. ㅇ작성 : 김사승(영국 통신원, s.kim1@ntl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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