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56호] 영국 BBC와 BSkyB, 디지털TV 동거 | ||||||
---|---|---|---|---|---|---|---|
분류 | 기타 | 등록일 | 02.07.23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
||||
디지털의 미래는 무료 채널에 있다? 지난 3월 도산한 ITV Digital의 허가권 쟁탈전에는 모두 4개의 컨소시엄이 달려들었다. BBC를 주축으로 Crown Castle, BSkyB가 뭉친 'Free to View'와 ITV와 Channel 4의 컨소시엄 'Digital Terrestrial Alliance', 그리고 투자회사인 Apax Partners의 'Digital Television Broadcasting', UBM, NTL, S4C의 컨소시엄인 'SDN' 등이 6월 13일까지 허가 기구인 민영방송규제기구 ITC(Independent Television Committee)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ITC는 이들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7월 4일 'Free to View'에 ITV Digital의 허가권을 넘겼다. 허가 기간은 12년. 단, 'Free to View'의 경영권은 BBC가 행사하며 BSkyB는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3자간의 합작이지만 사실상 BBC가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다. 또 '무료 채널'이라는 기본전략에 대한 수정이나 채널 편성 기본정책의 변화 등 채널이 유료화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반드시 ITC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ITC가 BBC 컨소시엄에 허가권을 부여한 이유는 무료 채널 서비스에 점수를 준 것. BBC는 모두 27개의 무료 채널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5개의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CNN, ITV2, CBBC, BBC4, CBeebies 등 채널의 대부분은 BBC가 공급하며 BSkyB는 Sky News, Sky Sports, Sky Travel 등 3개의 채널을 공급한다. Crown Castle은 양방향 서비스 등을 담당한다. 그렉 다이크(Greg Dyke) BBC 사장은 "이전에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었던 '유료 채널'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받아들인 것은 영국 디지털텔레비전을 전혀 새로운 장으로 끌고 가라는 것"이라면서 "시청자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ITC의 로빈 비검(Robin Biggam) 위원장은 "BBC가 내놓은 무료 채널 서비스 계획이 지상파디지털의 활로를 열어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료 채널 서비스만이 아직도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고 있는 시청자들을 디지털로 끌어들여 디지털 완전 이양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ITC는 전체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무게를 두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이들의 최대 경쟁 상대였던 ITV와 Channel 4의 컨소시엄 'Digital Terrestrial Alliance'는 기존 ITV 디지털의 유료 채널 전략을 고수했다. DTA의 대변인은 "유료 채널을 통해 고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길만이 아직 디지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는 60%의 가구들을 디지털로 끌어들일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ITV Digial의 유료 채널 전략이 실패한 것은 전략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유료 채 널을 통해 제공된 프로그램의 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DTA는 유료 프로그램의 질을 제고하는 것과 함께 무료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무료 채널만 고집한 ITC에 의해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정부, '디지털 구하기' BBC에 맡겨 언론들은 BBC에 허가권을 부여한 것은 위기의 '디지털 구출작전'을 BBC에 넘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0년을 디지털 완전 이양 시점으로 잡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ITV Digital의 실패는 완전히 찬물을 끼얹는 일이었다. 그 실패 원인이 무리한 유료 채널 전략이었다는 점이 중론이다. 그런 만큼 무료 전략을 내세운 BBC 컨소시엄에 정부는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그러나 ITV Digital의 실패로 인해 디지털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 하는 점이다. BBC의 다이크 사장도 "지금까지 ITV Digital의 유료 채널 프로그램에 익숙한 기존 가입자들을 설득시키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문제해결을 위해 BBC는 향후 1년간 약 700만 파운드의 홍보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청자들의 신뢰상실이 홍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데 있다는 것이다. 우선 디지털지상파의 테크놀로지 자체의 문제다. ITV Digital 당시에 화면중단, 화질불량 등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주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테크놀로지 불량 때문에 25%의 가입자들은 계약기간이 끝난 뒤 재계약을 포기했다. 물론 BBC측은 이런 문제는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약 40개의 채널을 전송했던 ITV Digital과 달리 27개의 채널만 전송함으로써 채널 전송 능력의 여유가 생겼으며, 또 화질불량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출력 증강을 이미 정부가 약속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희소식은 400파운드가 넘던 셋톱박스 가격이 기술개발로 100파운드로 떨어진 것. 가격 부담 때문에 주춤했던 시청자들의 가입이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과연 새로운 체제의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보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다이크 사장은 30∼35 %의 미가입 시청자들이 디지털 지상파 방송이 유료이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았다는 한 조사결과를 내세우고 있다. '무료 채널'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전략은 이들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이유가 아니라 '무조건 디지털이 싫다'는 시청자군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하고 있다. 〔텔레그라프〕지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BBC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ITV Digital은 1998년 출범 때부터 프로그램 부족을 해결하지 못한 채 방송을 시작했다. 이런 콘텐츠 부족 상태에서, 그것도 가입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내용의 프로그램이 부족한 상태에서 한 달에 40파운드의 이용료를 요구했다. 이미 BSkyB가 주요 프로그램을 모두 거머쥔 상태에서 그에 필적할 만한 물건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었던 것이다. 〔텔레그라프〕지의 비평가인 질리언 레이놀즈(Gillian Reynolds)는 "축구나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BSkyB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단지 머독이 잘 되는 것이 배가 아픈 사람들뿐"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경영실패도 결정타를 날렸다. 무려 3억 1,500만 파운드를 주고 프로축구 중계권을 사온 것이다. 그러나 축구중계 하나로 이미 다른 프로그램에 실망한 시청자들을 돌려놓기에는 늦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BBC의 전략 역시 이 대목에서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BBC 컨소시엄은 채널 수를 오히려 줄일 작정인데 이럴 경우 기존의 ITV Digital의 시청자마저 BSkyB로 내몰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프로그램, 즉 콘텐츠의 부족이 ITV Digital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 다이크 사장은 절대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고 〔텔레그라프〕는 꼬집었다. 승자는 BSkyB 재미있는 것은 'Free to View'가 비영리 회사라는 점이다. 돈이 안되는 장사에 왜 미디어 장사꾼 머독이 달려들었을까. 이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머독은 자신의 독점적인 지위를 더욱 공고하게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 대답이다. BSkyB는 디지털 위성 방송을 통해 이미 약 900만 가구에 이르는 디지털텔레비전 가입 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가디언〕지는 BBC 컨소시엄이 모든 채널을 무료로 서비스하게 됨으로써 BSkyB가 영국 유료 채널의 유일한 공급자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머독은 BBC와의 컨소시엄 협상 때 '절대 유료 채널을 포함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여기다 BSkyB는 위성과 함께 지상파 디지털 방송까지 커버하는 전천후 디지털 방송으로 등장하게 됐다. 머독의 채널들은 더 많은 시청자를 앉아서 얻게 된 것이다. 비록 케이블디지털이라는 또 다른 장르가 있지만 케이블디지털의 점유율은 아직 위협할 만큼 크지 않다. 더구나 위성디지털은 케이블의 손이 닿지 않는 지역까지 커버한다. 그 동안 이 같은 머독의 세력 확장을 저지해 온 유일한 세력이 BBC였다. BBC와 BSkyB의 동거는 머독을 견제할 수 있는 이 최후의 손을 묶어버린 셈이 되는 것이다. 머독은 이 비영리 컨소시엄에 참여함으로써 결국 영국 디지털 방송의 패권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가디언〕은 이런 맥락에서 "ITC는 BBC가 컨소시엄에 가능한 모든 지상파 방송을 끌어들이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BSkyB가 이 컨소시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ITV, Channel 4 등 민영방송들은 BBC와 BSkyB의 손을 들어준 ITC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인 BBC가 머독과 손잡고 디지털 방송을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년 동안 공영방송인 BBC는 물론 위성 방송인 BSkyB로부터 끊임없는 패배를 겪어온 이들은 이번 허가권 쟁탈의 실패로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밖에 BBC는 수신료를 새로운 컨소시엄에 추가로 투입해야 함으로써 재정 압박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BBC측은 'Free to View' 서비스에 약 35억 파운드의 수신료 재원이 앞으로 1년 동안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질리언 레이놀즈는 BBC 컨소시엄이 무료 채널이라고 내세우지만 수신료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BBC 컨소시엄은 비용을 시청자에게 전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7년 BBC 재허가를 앞두고 이 문제는 또 다른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BBC가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정부로부터 일종의 채권을 갖게 된 셈이며, 이 채권은 허가 갱신 때 상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와 BBC가 '디지털 구하기'와 '재허가'라는 조건을 서로 교환한 셈이라는 것이다. ㅇ참조 : Guardian 2002. 6. 14., 7. 4., 7. 5. / Telegraph 2002. 6. 13., 7. 4., 7. 5. / The Times 2002. 7. 4., 7. 5. / Independent 2002. 7. 4., 7. 5. ㅇ작성 : 김사승(영국 통신원, s.kim1@ntlworld.com)
|
|||||||
첨부파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