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55호] 프랑스 새 정부, 공영방송의 임무 재정립 작업 착수 | ||||||
---|---|---|---|---|---|---|---|
분류 | 기타 | 등록일 | 02.07.15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
||||
새 내각, 공영방송의 시청률 수준에 불만족 라파렝(Raffarin)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새로 구성된 내각에서는, 3개의 공영 채널이 평균 40%의 시청자들로부터 시청된다는 사실에 대해, 공영 채널이 수혜하는 공공 재원에 비추어 볼 때 40%라는 전반적 시청률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당 의원이 3분의 2 이상인 국회에서도 공영방송의 자질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특히 공영방송의 문화적 빈곤을 지적하면서 "France 2의 경우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채널이 소멸해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우려를 내보이기도 했다. 한편, 교육/교양 채널인 France 5는 교육적 의무 수행에 있어서는 인정을 받았으나 소수 편향적인 시청률이 문제점으로 거론되었다. 지역민 서비스를 방송 목표로 하고 있는 France 3은 현재로서는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된 유일한 공영 채널이다. 공영방송의 위상에 대한 논쟁은 지난 5월 5일 시락(Chirac) 대통령 재선에 이어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우파가 압승을 거둠으로써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공영 채널의 상업적 탈선에 대한 비난은 이미 대선 준비 과정에서부터 대두된 것이었다. 시락 대통령은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던 지난 4월 8일 "프랑스 텔레비전의 전통을 진정으로 숭앙하기에, 오늘날 공영방송이 범하는 문화적 임무의 소외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다."며 "공영 서비스가 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광고에 좌우되지 않는 굳건한 재원이 필수적이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프랑스 정부와 방송계에서는 공영 텔레비전 방송사의 대대적 구조 재조정 가설과 국가 재정 부담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권 교체와 함께 불어닥치기 시작한 이 회오리바람은 단순히 공영 채널의 재정비 정도를 겨냥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 또한 조성되고 있다. 공영 채널의 사영화를 주장해 오던 우파가 갑자기 공영 채널의 문화 정책을 '걸고 넘어지는 것'은 비판을 밑거름으로 공영방송의 사영화를 위한 물밑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20일 유력 주간지 〔엑스프레스(Express)〕지는 6월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영방송의 재원 충당 방식과 경영 방식이 호되게 비판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France 2의 자본이 부분적으로 사영화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소식은 아이야공(Aillagon) 문화부 장관의 측근을 통해 다음날로 부인되었으나 공영방송의 거취는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아이야공 장관은 "공영방송이 공익 의무를 저버리는 면이 없지 않다."며 "France 2와 France 3의 재원 조달 방식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공영방송의 재정원에 대한 문제는 유럽연합 쪽에서도 제기되었다. 2001년 10월부터 적용된 '유럽 공영 텔레비전 방송의 위상 규정 의무'의 일환으로 공영방송의 재정 평가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평가는 정부가 공영방송 프로그램 공급과 관련된 비용을 적절히 조달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영방송의 재정 조달의 정당성을 판가름할 만한 정확한 회계 분석 방식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의 사영방송 TF 1이 지난 1993년 France T l vision을 대상으로 제기한 '불법 경쟁' 소송은 아직도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비슷한 사례를 지닌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역시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영 텔레비전의 미래에 관한 논쟁에 추가될 또 하나의 주제는, '어떤 프로그램―종교, 정치, 교육, 문화 장르―을 통해 공영방송이 사회적 연결고리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에 지난 6월 7일 아이야공 문화부 장관은 이 분야의 전문가인 카트린 끌레망(Catherine Cl ment)에게 France T l vision 그룹의 프로그램 분석 및 평가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작업이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지닐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편성표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예산과 시청료 재원 France 2는 2001년 예산의 60%인 9억 7,340만 유로를 시청료 수익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40%는 광고 수익으로 충당하였다. 채널의 연평균 시청률은 21%였으며, 채널은 총매출액의 17.5%를 프랑스 및 유럽 프로그램(다큐멘터리, 연속극, 만화) 제작에 투자하였다. 2001년 France 3의 예산은 10억 3,630만 유로, 이 가운데 70%가 시청료 재원으로 충당되었다. France 3의 연평균 시장 점유율은 17%였으며, 채널은 18%의 예산을 프랑스 및 유럽 프로그램 제작에 투자하였다. France 5는 2001년 예산 1억 3,500만 유로 중 87%를 시청료 재원으로 충당하였으며, 나머지 13%를 광고 수익으로 채웠다. 2001년 채널의 연평균 시청률은 2%였다. 공영방송, 시청률에 연연한 편성으로 비난 현재 공영방송의 프로그램 편성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공연 중계와 다큐멘터리의 심야 방영 추세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주만 하더라도 France 2는 셰익스피어의 〔헨리 5세〕 공연 중계를 새벽 2시에 편성하고 있으며, France 3은 다큐멘터리 매거진 〔역사의 서류철(Les dossiers de l'Histoire)〕을 새벽 1시 15분에 편성하고 있다. 한편, 원맨쇼 공연 중계는 저녁 11시 45분에, 문학 프로그램 〔캠퍼스(Campus)〕는 11시 15분에 편성되고 있다. 토론 프로그램의 소멸 현상도 공영방송 편성 정책의 허점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넉 달 동안의 선거 방송은 정치 토론 프로그램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저녁 11시에 편성된 France 2의 〔낱말 맞히기(Mots crois s)〕를 제외하고는 정기적 토론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공영방송이 사영방송과 마찬가지로 시청률 사냥에 급급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공영방송의 법적 의무 2000년 개정된 방송법이 규정하는, ‘공영방송의 방송 목표 및 방식 계약 요강’에 의하면 공영 텔레비전의 의무는 다음과 같다. 공영 텔레비전 방송사는 모든 시민의 텔레비전이다. 이런 의미에서 가능한 한 폭넓은 대중을 결집시키는 한편, 개개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공급하여야 한다. 공영 텔레비전 방송사의 프로그램 공급은, 사회․교육․문화적 의무, 프로그램의 다양성, 문화 프로그램 및 어린이 프로그램 분야에서 다각적이고 풍부한 프로그램 편성, 독립 제작 활성화를 추구하는 텔레비전 제작 노력 등 네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공영 텔레비전 방송사는, 창의성, 질적 완성도, 방송윤리 면에서 본보기를 제시할 의무를 지닌다. 공영 텔레비전의 채널은 모든 종류의 저질성을 탈피하여야 한다. 공영 채널의 시청률 추구는 상업적 성취 의도가 아니라 대중의 욕구 충족을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공영 채널은 또한 정보의 정확성, 공정성, 다양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더욱이 France 2는 오후 6시경에 미국 형사 시리즈 〔JAG〕을, 아침 9시에는 역시 미국산의 싸구려 솝 오페라 〔미와 부, 그리고 사라(Amour, Gloire et Beaut )〕 등을 편성하는가 하면, 프라임 타임에도 할리우드 영화를 방영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일반 대중의 텔레비전이 되어야 한다."는 공영방송사측의 주장은, 이들 프로그램이 구가하는 시청률로 보아 타당해 보이기도 하지만, 공영 텔레비전 본연의 임무로 보아서는 도무지 수긍을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공영 텔레비전의 편성 정책과 시청료 수익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 공영방송사 사장 미셸 코타(Mich le Cotta)는 "연극이나 음악 공연을 그대로 녹화해서 방영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나폴레옹(Napol on)〕이나 〔에르나니 결전(La Bataille d'Hernani)〕 같은 연속극도 더없이 훌륭한 문화 전달의 창구 역할을 한다."고 응수한다. 〔엑스프레스〕를 비롯한 시사 전문지와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굵직굵직한 자리를 맡아온 '프랑스 방송계의 여장부' 코타 사장은 은퇴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공영방송에 대한 새 정부의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사영방송에서도 활약한 코타 사장은 "공영방송이라고 해서 광고를 전면 금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광고 수익은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반이 될 뿐 아니라, 공영방송의 명맥을 잇는 비밀 병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광고를 없애는 경우 모든 재원을 국고에서 충당해야 하는데 만일 정부가 공영방송의 위상을 문제삼아 재정원을 거두어 버리면 "그 날이 공영방송의 제삿날이 될 것"이라는 것이 코타 사장의 설명이다. 공영방송의 위상과 의무에 대한 논쟁은 "문제가 많다."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측의 주장이 팽팽히 엇갈린 가운데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ㅇ참조 : Le Monde 2002. 6. 25. ㅇ작성 : 오소영(프랑스 통신원, soyouoh@aol.com)
|
|||||||
첨부파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