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54호] 독일, 공영방송 SFB와 ORB의 통합 논의 가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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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06.27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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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제1공영방송 ARD에 가맹된 지역 공영방송사들간의 통합이 진통을 겪고 있다. 진통의 주체는 베를린을 소재지로 한 SFB(자유베를린 방송)와 베를린 주변을 감싸고 있는 브란덴부르크 주를 주시청권으로 하는 ORB(동독 브란덴부르크 방송) 이들 두 개의 지방 공영방송이다. 양 방송의 통합은 이미 2001년 베를린 지방정부와 브란덴부르크 지방정부간에 이미 합의되어 있었으나, 그 구체적인 절차와 시행방법을 놓고 양 방송사간, 양 지방정부, 그리고 독일 공영방송의 인사권을 실제로 좌우하고 있는 독일 정당들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FB와 ORB간의 통합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첫번째 시도는 통일 직후에 있었다. 통독 직후 독일 정부는 동독 지역의 방송을 서독 지역으로 흡수한다는 전제 아래 동독의 관영 방송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었다. 이때 동독의 방송들만 일방적으로 해체한다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서베를린을 가시청권으로 하고 있던 SFB도 해체되는 방송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결과는 SFB와 ORB 두 방송 모두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다. 다만, 과거 동독의 북쪽에 위치했던 메클렌부르크-포어폼머른 주의 방송은 함부르크를 중심으로 한 NDR(북독일 방송)에 통합되었고, 중부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 지역은 같은 동독의 MDR(중부독일방송)으로 흡수되었다. SDR과 SWF의 통합으로 SFB와 ORB 통합 논의 재개 SFB와 ORB의 통합은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성사되지 않은 이유는 중앙 집권화를 꺼리는 독일 특유의 정치문화와 언론풍토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근저에는 서독인들로 이루어진 SFB가 동독인 중심의 ORB와의 통합으로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내적인 반발도 작용했었다. 양 방송간의 두 번째 통합 시도는 1990년대 중반에 있었다. 당시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주를 합병한다는 계획이 양 지방정부간에 합의되어 자연스레 양 방송사간의 통합 작업도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양 지방정부의 통합 계획은 뜻하지 않게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 주의 주민들이 투표에서 부결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무산되었던 것이다. 휴화산처럼 잠복하고 있었던 양 방송사간의 통합 논의의 불씨가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에 있었던 남부독일의 공영방송들인 SDR(S ddeutscher Rundfunk : 남독일방송)과 SWF(S dwestfunk : 남서부방송) 등 2개의 방송사가 SWR(S dwestrundfunk : 남서방송)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통합되면서부터이다. 베를린과 그 주변으로 한 지방 공영방송들간의 통합 분위기를 더욱 뜨게 만든 것은 정치권의 기상변화다. 그 동안 베를린 지방정부는 오랫동안 보수정당인 기민당(CDU)이 지배하고 있었고, 그 기간에 아직도 구동독 인사들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ORB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던 분위기이다. CDU는 ORB를 한마디로 '빨갱이 방송'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정치권의 기상 변화로 통합 논의 가속 반면에 SFB의 지도부는 CDU를 지지하는 인사들로 임명했다. 그러나 2001년 들어 CDU의 베를린 정부가 부정부패 스캔들로 지지율이 폭락하면서 결국은 지방정부의 권력을 SPD에 내주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뀐 것이다. 중도좌파 정당인 SPD는 사상 처음으로 구공산당의 후신인 PDS(민사당)와 연립정부를 구성하였고, PDS로서는 통일 이후 서독 위주의 정책을 띠고 있던 데 대한 제동을 걸 절호의 찬스라 여겼기 때문에 자기들의 집권연립이 있을 때 방송사 통합을 마무리짓자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성숙되었다. SPD로서도 이번이 친CDU 색채를 띠고 있던 SFB방송의 인적 청산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면서 다시 방송 통합작업을 재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마침 브란덴부르크 주정부는 연립정권이긴 하지만 SPD의 인사인 슈톨페가 주지사인 점도 작업에 용이한 환경이었다. 결국, 베를린 지방정부의 책임자인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과 슈톨페 브란덴부르크 주지사는 지난해 비공개 협상을 벌여 양 방송의 통합이라는 원칙적인 합의를 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밑그림을 발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야당인 CDU는 자기 당이 주도권을 잃을 상태에서 양 방송사간의 통합을 내심 반대했지만 좁은 지역에서 2개의 공영방송이 공존한다는 효율성과 경비절감 측면에서 반대할 명분을 찾기 힘들었다. 때문에 통합은 반대하지 않데 그 구체적인 내용에서 자당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자는 전략으로 선회하였다. 또, 신설 방송사명을 놓고 이름이 풍기는 이미지를 고려해 갑론을박에 주민공모작업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SFB와 ORB의 통합에 따른 몇 가지 사항이 6월 초 확정되었다. 첫째, 통합 방송사의 이름은 RBB(Rundfunk Berlin-Brandenburg : 베를린-브란덴부르크 방송)라 부르기로 했으며, 둘째, 이 통합 신설 방송은 2003년 6월부터 방영을 시작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새로운 방송사의 위치를 베를린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브란덴부르크 주의 수도인 포츠담으로 할 것인지는 양측간의 입장 차이로 아직 미결 상태이다. 가장 핵심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신설 방송사의 책임자 문제 역시 미정이다. 통합 기본 원칙 합의 현재까지 합의된 사항은 신설 방송사의 본사 위치는 신임 방송사 사장이 결정하고, 신임 사장은 방송위원회(Rundfunkrat)에서 임명한다는 것이다. 이 신설 방송사의 방송위원회는 3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지방정부들의 권한이 강하기 때문에 각 지방정부들과 중앙연방정부들간의 주요사항을 체결한 조약인 국가조약(Staatsvertrag)에 따르면, 지방 공영방송사 사장도 방송위원회에서 3분의 2의 득표를 얻는 사람이 선임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당초 이 신설 RBB의 사장은 ORB의 사장이었던 한스 위르겐 라젠바우어가 거명됐지만 CDU측의 반대가 워낙 심해 결국 외부에서 영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SFB의 사장 홀스트 셰틀레는 2003년 초로 계약기간이 끝난다. RBB의 신임 사장 채용공고는 올 가을 공개될 예정인데, ORB의 사장 라젠바우어는 자신의 선임이 불가능하게 되자 차선책으로 신임 방송사장에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여자일 것, 둘째, 동독 출신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서 방송과 관련을 맺은 사람은 1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2명으로 좁혀진다. 그 한 명은 197년부터 ORB의 라디오 담당 국장을 맡고 있는 한네롤레 슈테어(Hannelore Steer)와 역시 1997년부터 MDR의 라디오국장인 바바라 몰젠(Barbara Molsen) 두 명으로 귀착된다. 그러나 신설 방송사의 책임자를 외부에서 뽑겠다는 조건을 감안하면 바바라 몰젠 쪽으로 힘이 쏠리는 셈이다. 두 방송이 합병할 경우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하다. 그 출혈이란 방송사 직원의 대규모 감원을 뜻한다. 현재 SFB의 직원 수는 1,100명, 그리고 ORB의 직원 수는 670명이다. ORB방송의 책임자인 로젠바우어는 올해 초 신설 방송사는 1,400명만 고용될 것이라고 브란덴부르크 주의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 말은 약 4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해고된다는 뜻이다. 감원은 어느 나라나 대단히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특히 독일, 그 중에서도 동독 지역에서는 높은 실업률로 여론이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이와 관련해 구동독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PDS의 베를린 주의회 의장인 게진네 뢰취와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당내 의장인 로타르 비스키는 지난 3월 회견을 통해 3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신설 방송사의 프로그램 성격을 분명히 할 것, 둘째, 직원들의 사회복지 보장, 셋째, 모든 직원들의 일자리 보장이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도 신설 방송의 책임자는 여자가 바람직하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PDS는 동독 주민들의 여론을 고려해 신설 방송사의 위치도 포츠담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신설 방송사의 또 다른 문제는 SFB와 ORB 직원들 사이의 상이한 임금체계와 연봉의 차이이다. 이와 함께 양 방송사 통합에 따른 경제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부정적 요인도 거론되고 있지만 합병을 하지 말자는 원천적인 반대 의견은 아직까지 없다. 왜냐하면 1,700명 인력의 거대한 방송사 2개로 매년 4억 유로의 예산을 쓰는 것은 너무 심한 낭비가 아니냐는 여론이 대세이기 때문이다. RBB의 신설 작업이 마무리될 경우 지난 1990년 10월 통일된 이후 최소한 독일 방송계에서도 구동독 방송 내의 슈타지 첩자 색출작업과 함께 통일 이후의 통합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ㅇ참고 :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2002. 6. 6., 6. 8. / Der Tagesspiegel 2002. 5. 5. ㅇ작성 : 손관승(독일 통신원, sonbalro@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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