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54호] 양방향 TV에 대한 소고 우리에게 양방향 TV는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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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06.27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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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양방향 TV(ITV)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우리는 과연 TV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와 똑같이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인가? TV와 컴퓨터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양방향 TV의 기능은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묶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인가를 관리해 주는 도구의 기능이다. 가장 쉽게는 EPG(electronic programme guide)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수백 개가 넘는 채널 중에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찾아서 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PVR(private video recorder)이나 VOD(video on demand) 같은 것들도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들이다. 여기서 TV 프로그램을 보는 행위는 기존의 TV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특정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점에 있어서는 훨씬 더 시청자의 관심과 스케줄에 편리하게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긴장하는 사람들은 바로 TV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이들이다. PVR이나 Tivo 등처럼 광고를 포함하지 않고 프로그램만 녹화되어 시청자들이 광고가 아닌 프로그램만을 보게 되는 것이 일반화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기존의 광고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보다 혁신적이고 개인화된 광고 방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며, 광고의 방식을 PPL(product placement)이나 pay-per-view, 각종 스폰서십 등으로 다각화하여 여전히 콘텐츠 생산이 이윤을 내는 비즈니스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범주로는 우리가 보통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을 ITV(Interactive TV)로 하는 일이다. 이메일, 웹 서핑, 채팅, 인터넷 쇼핑, 은행업무, 주식 거래, 게임하기, 음악 다운로드받기, 비디오 화상회의 등등 이루 셀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다. 필립스사는 최근 이러한 기능이 첨가된 최신 셋톱박스를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서 사진 보내기, 홈 원격 모니터링 기능, 온라인에 의한 의료진단 등의 기능들이 가능하다고 한다. 세 번째 범주로는 가장 독창적인 것으로서 양방향적 TV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즉, 시청자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 방식으로서 TV가 창조적인 매체로서 거듭날 수 있음을 시험하는 가장 큰 도전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로 이 지점이 수동적 시청자와 능동적 시청자의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곳으로 볼 수도 있겠다.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대부분의 TV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편안히 거실에 앉아 아무런 방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다. 그러나 양방향적 프로그램 제작이야말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진정한 양방향 TV가 될 것이다. 양방향 TV는 아주 서서히 다가오지만 결국은 우리의 TV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양방향 TV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양방향 TV를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수가 많아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일방향, 아날로그 TV의 바보상자로서의 위상에 종지부를 찍으며, 양방향적이며 똑똑한 디지털 TV가 약속하는 이상적 새 세상이 그만큼 심오하고 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방향성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양방향적'이라고 말할 때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한 번쯤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많은 학자들이 말했듯이 가장 궁극적인 양방향성(interactivity)은 얼굴을 마주하고 하는 대화일 것이다. 최소한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이 매체 테크놀로지에 사용되면 아주 복잡해진다. 가장 큰 이유로는 오랫동안 매체 테크놀로지에 있어서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했을 때는 일방적(one-way) 송출 모델에 근거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매스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즉시적이고 기능적인 피드백 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편지나 전화를 통한 피드백 등을 통해 나름대로 수용자의 참여가 있어 왔으며, 단순히 새로운 테크놀로지 미디어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통적인 상호작용 개념에서 본 '양방향성'이라는 것은 부분적으로 존재해 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의 통신과 방송매체, 그리고 컴퓨터의 빠른 융합 덕택에 전자매체의 범위와 스케일이 확장되면서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테크놀로지에서 이야기하는 '양방향성'은 무엇인가? 커뮤니케이션적 접근과 미디어 환경적 접근으로 나누어 설명해 볼 수 있다. 우선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양방향성이라는 것은 전해지는 메시지와 그것이 전해지는 과정에서의 피드백을 뜻한다. 그래서 양방향성은 참여자가 통제권을 가지고 역할을 바꿔서 행위할 수도 있는 정도를 뜻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단순히 새로운 매체뿐만 아니라 기존의 전통적인 매체에서도 양방향적 행위가 가능하다. 여기서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상호 교류를 이루는 것으로서, 기계가 중재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안에서 상호적(interpersonal)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정보공유 및 교환을 양방향성 혹은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요소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과는 달리 매체 환경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즉 테크놀로지가 제공하는 매체 경험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볼 때의 양방향성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중재된 환경의 형태와 콘텐츠를 수정·변화시키는 데 참여할 수 있음을 뜻한다. 매체의 기술적 구조가 그것이 제공하는 양방향성의 성격과 범위를 결정짓기 때문에 변화될 수 있는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주어진 매체의 양방향성 범위가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보다도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 시스템에 의해 매개되는 커뮤니케이션적 경험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매개되는 경험의 감각적 폭과 깊이'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원격현존(telepresence)과 명료성(vividness)이 양방향성에 있어서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대기시간, 실시간 상호작용, 반응의 즉시성 등이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두 입장 모두 '양방향성'을 편협하게 규정하고 있는 듯하다. 즉, 두 입장 모두 양방향성이라는 것을 매체가 구현할 수 있는 기능적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함으로써 자연발생적인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풍부성이라는 것은 어차피 컴퓨터 기술로 재연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양방향성의 다양한 모습들이 테크놀로지에 얼마나 통합되는가의 여부는 상관하지 않는다. 즉, 이러한 입장들에서는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미리 알 수도 없고, 사용자의 요구가 너무나 다양해져서 일일이 맞출 수도 없기 때문에 양방향성의 개념에 있어 사용자의 입장이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입장에 반기를 들고 양방향성이라는 문제를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권력관계 속에서 찾아보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기존의 매체와는 달리 새로운 양방향적 매체에서는 사용자는 청취자이며 동시에 화자이고, 소비자이며 동시에 생산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의 상호작용성이라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권력균형 변환에 관계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정보의 생산과 분배의 핵을 중심에서 주변으로 변화시킨다. 그러므로 양방향성은 본질적으로 '전복적(subver- sive)'이다. 양방향성은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이나 그 환경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사용자에의 권력위임(empowerment)을 뜻하는 것이다. 기존의 TV는 양방향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체리(Cherry)에 의하면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사람들에게 행위에 있어 새로운 자유를 주는지, 혹은 기존의 낡은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지, 나아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양방향적 미디어에 있어서 행위의 새로운 자유라는 것은 물론 사용자들의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을 뜻한다. 새로운 양방향적 매체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오락에서부터 지식 공유까지 실로 다양한 목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매체들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다. 이러한 개념적 프레임에서 살펴보면, 새로운 양방향적 매체가 제공하는 행위의 자유라는 '양방향성'은 다음 4가지 주요 요소를 갖는다. ①커뮤니케이션 능력: 매체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일대다一對多, 다대다多對多, 다대일多對一 등) ②유연성: 음성 - 데이터- 화상 정보를 통한 다양한 매체의 사용 ③프로그램 기능: 매체를 정보의 프로세싱과 생산 플랫폼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④창의성: 개인이 메시지를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보면, 양방향적 미디어라는 것은 이미 가공된 프로그램들이 들어 있는 채널을 뜻하는 편협한 의미가 아니다. 양방향적 미디어는 사용자가 생산과 정보 교환의 통제권을 가지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층위를 구성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방향성의 본연의 의미를 TV라는 매체에 적용시키고자 하면 금세 모순에 부딪히게 된다. 즉, 기존의 S-M-C-R-E의 TV 모델로 설명해 나가다 보면, TV 네트워크는 중앙 집권적인 위계질서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TV 시스템은 폐쇄적이고 경직된 특수한 목적을 가진 체계이다. 산업내부에서의 생산과정을 거쳐 제조된 정보를 중심에서 주변부로 배달하는 체계를 지속시키고 있다. TV는 정보 생산과 교환의 전과정에 걸친 통제권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모델을 가지고 양방향적 TV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비시키려다 보면 두 가지 커다란 모순을 해결할 것을 요구받는다. TV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 구조 사이의 모순이 그 하나이며, TV의 경제적 모델과 양방향적 매체의 경제적 모델 사이의 모순이 또 다른 하나이다. 전통적인 TV 시스템에서는 통제권이 중심에 있었던 반면 양방향적 매체에 있어서는 이러한 통제권이 주변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텔레비전 시스템은 이러한 통제권의 이양을 용인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 온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양방향적 TV를 새롭게 정립해 나간다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자와 시청자간의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새롭게 바꾸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매체에다 단순히 몇 가지 기능만을 첨가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새로운 시스템은 새로운 태도와 사회적 행동양상을 요구한다. 이는 사용자만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제공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두 번째 모순인 경제적 모델에 대해 이야기하면, 기존 TV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은 중앙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주변에 있는 수용자들에게 대량으로 전달하는 중개자의 역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이러한 중개자의 역할은 결국 '통제'의 문제이다. 생산에 대한 통제, 유통에 대한 통제 그리고 소비에 대한 통제가 그것이다. 그러나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통한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이러한 중재자의 역할이 필요없어지고, 따라서 중앙의 힘이 약화된다. 통제불능하고, 단편적이며 개방되어 있고 다양한 양방향성의 고유한 성격 떄문에 양방향성은 경제적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는 아마도 양방향성에 근거한 다양한 기술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텔레비전이란 친근하면서도 성공적인 경제 모델이며 사회적 통제 메커니즘이다. 또한 이는 이미 오랫동안 모든 곳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약간의 투자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TV는 ITV의 플랫폼으로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궁극적으로 양방향성이라는 것이 VCR에 있어서의 양방향성, 혹은 전원을 켜거나 끄는 양방향성 정도에 국한될 것이다. 결국 ITV의 주요한 서비스라는 것이 비디오 주크박스 서비스, 혹은 날씨나 스포츠, 뉴스 관련 정보 등의 데이터 서비스가 되든지, 아니면 홈쇼핑, 비디오 게임, 게임쇼와 같은 시청자 참여, 비즈니스 목적의 화상회의 등에만 한정적으로 제공된다는 것을 뜻한다. 설사 ITV가 전자민주주의에 도입된다고 할지라도 결국 여론조사에나 사용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수용자는 기존의 TV 모델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양방향적' TV라는 것은 '반응적(reactive)' TV에 불과한 것이다. ITV라는 개념에 근본적으로 깔려 있는 긴장은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양방향성과 조직 모델로서의 텔레비전 형태 사이의 문화적 모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패러다임의 충돌이다. ITV는 기존의 TV와는 제도적으로, 문화적·기술적으로 완전히 다른 산업이다. 이는 기존의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체계가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양방향적 TV는 텔레비전으로 하여금 중앙 집권화된 문화적·역사적 성격을 벗어던질 것을 요구한다. 바로 그 기존의 내재적인 편견 때문에 TV 커뮤니케이션 모델은 양방향성을 기술적인 신호교환 정도로만 그 의미를 축소하면서 자신은 여전히 모든 통제권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양방향적 TV에 있어서의 '양방향성'이 양방향성과 TV라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모순을 풀 생각도 없이 단순히 TV에 접목되어 버린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테크놀로지의 체계는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환경 안에서 문화적 실천이나 정치, 규제, 그리고 경제적 요인들과 같은 서로 다른 요소들간의 역사적 상호작용에 의해 그 형태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테크놀로지 시스템의 구조라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상호작용이 구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영국 BBC 양방향 TV 실험의 성공사례 위와 같은 맥락을 고려하면서 최근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실험되고 있는 양방향적 매체의 경우를 살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 같다. 전통적으로 영국의 북부는 BBC가 특별히 큰 인기를 끌고 있지 못한 곳이다. 이곳은 보다 주변부 의식이 강하며, 정치적으로는 노동당이 강세이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영국 왕실로 대표되는 전통적 영국이 가져다주는 특혜에서 소외되어 왔다는 의식이 강하게 퍼져 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중의 한 곳이 헐(Hull) 지방이다. 지금 이곳에서 라디오 방송국과 더불어 BBC는 양방향적 매체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조용한 실험을 하고 있으며, 이는 헐 지역 사람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받으면서 이곳 사람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8개월 전까지만 해도 '라디오 험버사이드'는 영국에 존재하고 있는 무수한 지역 라디오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BBC와 더불어 이 지역의 전화 사업자이며 Pay TV 사업자인 킹스톤 커뮤니케이션(Kingston Communication)의 기술적 도움으로 가장 진보적인 양방향적 서비스를 실험하는 매체가 되고 있다. 현재 킹스톤은 영국 내에서 유일하게 폐쇄 광대역(sealed broadband)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전화선으로 수많은 TV 채널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VOD 서비스, 24시간 비디오 스트리밍과 이메일 통신이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지금의 BBC 사장을 맡고 있는 그렉 다이크(Greg Dyke)는 요크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북부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다. 따라서 이번의 헐 프로젝트에 개인적으로 적극적인 후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ITV의 전(前) 사장으로서 북쪽으로 갈수록 가난하고 젊은 시청자층에서는 BBC의 인기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적 제약 속에서 BBC는 전략적으로 헐 지역을 선택했다. 새로운 양방향적 테크놀로지는 공영방송인 BBC로 하여금 시청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이며, 시청자들은 BBC로부터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선 인터넷 서비스에 접속하는 속도가 놀랍도록 증가한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일단 접속된 뒤에 제공되는 서비스의 높은 화상도, CD와 같은 수준의 소리, 또한 VOD 서비스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는 방대한 자료(BBC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들은 모두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BBC가 헐 지역만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VOD 서비스는 극히 일부이다. 그러나 기존의 BBC가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양의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킹스턴 커뮤니케이션이 BBC를 그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또한 이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지역 서비스에 연결할 수 있는 헐 양방향 포털(Hull Interactive Portal) 역시 많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아직 많은 것이 시작 단계이지만, 이러한 실험은 디지털 텔레비전이 지역 뉴스와 정보 서비스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삶에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에서의 양방향 서비스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킹스톤은 지역 학교에 광대역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각급 학교는 BBC Hull Interactive를 통해 BBC가 보유하고 있는 BBC 교육자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교육적 목적을 위한 사용의 잠재성은 무척 크다. 또한 이 시스템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의 Sky News Active 발표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생방송되는 프로그램에 텍스트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선(The Trench)〕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헐 지역 군인들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되어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리모트컨트롤을 이용하여 시청자들은 텍스트 메시지를 방송사에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으며,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동안 군인들은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었다. BBC에 의해 잊혀졌던 이 작은 지역에서 BBC는 이제 새로운 매체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히려 지역 주민들을 열광케 하는 것은 기존의 BBC가 가지고 있는 인기 드라마가 아니라 지역 관련 콘텐츠라는 것은 앞으로의 양방향 서비스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많다. 헐 지역의 새로운 수족관에 대한 프로그램이 전국에 방영된 다음에는 그곳을 찾는 관광객의 수도 크게 늘었다. 5명의 지역 주민들(청소년부터 중년의 농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비디오 카메라를 나눠주고 매주 이들이 찍어 오는 프로그램을 방영해 주는 〔헐 일기(The Hull Diaries)〕도 지역 주민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마치 살아 있는 연속극과 같다. 만약 이 출연자들에게 미리 연습을 시켰다면 그처럼 리얼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지역 뉴스나 날씨, 스포츠 등도 모두 인기 있는 아이템들인데 아직까지는 BBC포털을 이용해서 전국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새롭게 가공된 정보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는 'News Juke Box'처럼 사용자들이 자신의 관심에 맞는 뉴스를 선정해 올려놓는 게시판(bulletin)과 같은 서비스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깨닫게 되는 진리는 양방향적 TV에는 투표나 내기 걸기, 혹은 광대한 마케팅 시장의 기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헐 프로젝트는 5년 동안 지속될 계획인데, 이 기간에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기술로 가능하게 되는 새로운 세상의 아주 조금만을 조심스럽게 실험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것이 잘만 쓰인다면 아마도 양방향 TV의 미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세상을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ㅇ참조: "Interactive television: Is it coming or not?" Television / Quarterly, vol. 32(4), Winter. pp. 18∼22. / "A machine-like new medium: Theoretical examination of interactive TV", Media, Culture & Society, 24: 217∼233. / "BBC's bridge to the future", Television, May, 2002. pp.6∼7. ㅇ작성 : 은혜정(영상산업연구센터 책임연구원, hhceun@kb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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