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00호] 영국, ITV의 오락 위주 편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 심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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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10.11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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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방송가에서 이야기되는 몇 개의 사건 및 이슈들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시청자들의 요구 및 방송사의 방송 윤리와 책임이 그것으로, 아직 뚜렷한 결말이 나지는 않고 있는 상태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응해 나가고 있는 방식이 다소 흥미롭다. 아동협회, 어린이 대상 광고 문제로 ITC를 비판 첫번째 에피소드는 아동협회(Children's Society)가 어린이 대상 광고에 적절한 규제를 가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ITC에 비판을 가한 사건이다. 이 문제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주제로 하는 시청자 단체의 토론에서 아동협회 계획부 책임자인 헬렌 시포드(Helen Seaford)로부터 제기되었는데, 그녀는 어린이 광고에 보다 철저한 제한, 즉 오후 5시 이전의 광고를 금하기 위한 심사 장치로서의 워치독(watchdog)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녀의 발언이 일년 중 가장 광고 시장, 특히 아동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활발해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나 2001년경 유럽 단위의 어린이 대상 광고 관련 제한 규정이 개시될 것이 예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이 나옴으로써 관련 분야의 기관들이 가지는 관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Carlton의 아동 및 청소년 편성 책임자인 마이클 포르테 (Michael Forte)는, 어린이 광고를 제한하는 것은 어린이 TV 방송사 에 커다란 어려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한다. 예컨대, 영국 상업 방송 채널 중의 하나인 ITV의 경우, 매년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에 지출하는 비용이 3,500만 파운드(약 7백억 원)에 달하는 반면, ITV가 (어린이) 광고 수익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수익은 그보다 350파운드(약 70 억 원)가 더 많은 3,850만 파운드이다. 그는 광고가 어린이들에게 주는 악영향의 정도가 늘 과장되어 왔다고 반박했다. 한편 ITC의 광고 및 스폰서 담당 감독인 스테판 로크(Stephen Locke)는, 광고를 금하는 것은 ITC의 임무가 아니라고 밝히고, 그렇지만 워치독은 내년 정기적인 규제에 관한 감사 작업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BBC 1의 [언더 커버], 모델 에이전시 회사의 부정 폭로 두 번째 에피소드는 얼마 전 BBC 1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언더커버(Undercover)]에 공개된 모델 에이전시 산업에 관한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에 의하면, 나오미 켐벨이나 신디 크로포드와 같은 슈퍼 모델들이 소속되어 있는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 회사인 Elite의 스태프들이 소속 모델들에게 강제로 약물을 사용케 하거나 사업상 이해 관계에 있는 사람들과 성 관계를 가지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13세 정도에 이르는 어린 소녀 모델들은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보내져 고객들과 마약을 즐기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일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이 방송이 나간 후 엘리트사의 대표자인 존 카사블랑카스(John Casablancas)는 관련 스태프들에게 모델들에게 무조건적인 사과를 하도록 명하고, 이후의 조치가 행해지기 이전에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로 하였다. ITV, 시청률 의식하여 연말 프로그램 오락 위주로 편성 세 번째 토픽은 최근 들어 TV 방송의 가장 큰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는, ITV의 연말 프로그램 편성 내용이다. ITV가 시청률 감소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이고, 이것을 연간 시청률 목표점까지 끌어올리려는 ITV의 노력 역시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고 있지만, 11월 말과 12월 초에 이르는 ITV의 주간 TV 편성표는 가히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 정도이다. ITV의 채널은 언론에서 '시청률 붙들기(rating grabbers)'라고 비꼴 만큼, 오락 위주의 프로그램 일색이다. ITV 채널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10시 뉴스의 방송 시간이 11시대로 옮겨지면서, ITV가 피크 타임대에 수행하던 공공 방송으로서의 책임의식이 무너지고 온통 흥행 위주의 방송으로 변질한 것으로부터 비롯한다. 이에 대해 존 블레어 수상조차도 언급한 바가 있을 정도로 ITV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주간 편성표에 나와 있듯, 7번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 (Coronation Street)](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기 연속 드라마 중의 하나), 5번의 [에머데일(Emmerdale)](연속 드라마), 5번의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시나요?(Who wants to be a millonaire?)](최근 가장 인기 있는 오락 프로그램 중의 하나), 그리고 역시 5번의 [남자를 사가세요(Men for Sale)](오락 프로그램) 등만 보더라도, 이 채널이 지향하는 방향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이다. 불과 몇 달 전 ITV의 총경영 책임장인 리처드 에어(Richard Eyre)는 강연회에서 '공영 방송은 이미 죽었다(Public service broadcasting was dead)'라는 주장을 폈다. 어떠한 식의 규제 장치로도, 이제는 공익을 위한 방송이란 불가능한 것이며, 단순히 그에 대한 믿음만으로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더 나아가, 그는 그러한 믿음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공 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상업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순적 태도가 원인 문제는 ITV 자체의 모순적인 태도에도 있다. 리처드 에어가 반(反) 공영 방송적인 태도를 당당하게 보이는 데 반해, ITV 네트워크의 대변인은, 'ITV의 공공 방송으로서의 책임은 여전히 잘 지켜지고 있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그리고 BBC가 '스턴트 텔레비전(stunt televi- sion)'이라고 비판한 ITV의 시청률 지향적인 편성 방식에 대해, ITV는 '우리가 ITC에 대해 가지고 있는 책임을 다하기 위한 용감한 편성 방식'이라고 밝히고, 'ITV의 상업적인 문제들과 공공 방송으로서의 책임 사이의 모순은 없다. 이것은 ITV가 항상 지켜왔던 가치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자기 모순적인 ITV의 태도에 대해 ITV 소속 지역 방송사들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United Productions의 경영대표인 존 윌리스(John Willis)는, ITV가 그간 지향해 오던 공공 방송적인 가치와 상업 방송적 현실을 재고해 보아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적어도 ITV가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할 수 없으며, 보다 상업 방송적인 방향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공공 방송의 죽음을 단언한 리처드 에어가 피어슨사로 옮겨가고, ITV가 여전히 공공 방송적 위치에 있다고 스스로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ITV의 방송 태도는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다.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로저 그레프(Roger Graef)는 이 점을 매우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월드 인 액션(World In Action)]이나 10시 뉴스의 실종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문제는 ITV가 좋은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토록 만드는 데에 있다." 고 말했다. 즉, 공공 방송의 책임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좋은 프로그램에 대한 가치를 느끼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는 것이다. ITV가 직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지방 방송의 질 문제이다. 팽창주의적이고 중앙 집권적인 경영 방식은 지방 방송의 현격한 후퇴를 가지고 왔고, 이러한 현상은 10시 뉴스가 시간 이전을 한 이후 보여지는, 지방 뉴스 시청자 감소 사실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방송의 공공성과 시청률 지향적 상업주의가 충돌 뉴스 시청률 감소에 대한 대대적인 검토 작업이 곧 개시될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ITV의 공공 방송적인 임무와 상업 방송으로서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ITV의 10시 뉴스 시간이 변경될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는 않는 가운데, 공영 방송의 질 높은 텔레비전을 위한 캠페인과 ITV의 '용감할 정도의' 시청률 지향주의적 편성표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 영국 상업 방송의 현실이다. 이 세 가지 에피소드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문제는 시청률과 방송 윤리 사이의 갈등, 또한 오락적인 문화와 방송사의 책임 사이의 충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방송사의 긍정적인 임무는 BBC 다큐멘터리와 같은 경우에서 보인다. 오락 문화 사업, 즉 자칫 TV가 선두에 나설 수 있는 그 자리를 TV 자체가 반성하는 작업이 요구되는 것이다. ㅇ 참조 : Broadcast '99. 11. 19., The Guardian '9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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