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100호] 프랑스, UN 텔레비전 창설 제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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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02.10.11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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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뉴욕의 UN 기구에서 열린 제4차 국제 텔레비전 포럼에서 프랑스 대표 장 피에르 엘카바슈(Jean-Pierre Elkabbach)는 UN 기구의 문화 사업을 전파할 '인본주의적 견지의 국제적 텔레비전'을 창설하자고 제의했다. 장 피에르 엘카바슈는 전직 France T l vision(프랑스 공영 텔레비전 공사)의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국회 상원 텔레비전 방송의 사장직과 Lagard re 그룹의 미디어 정책 담당 고문직을 겸임하고 있는 프랑스 방송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엘카바슈의 제안에 대해 UN 기구의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nnan)은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해서 소요될 막대한 경비를 따져 본다면 그다지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심사숙고할 가치는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엘카바슈의 제안은 벌써부터 미국의 NBC와 CNN, 이탈리아의 RAI에서 파견된 대표들로부터 동의를 얻으며 지지 기반을 굳히고 있다. 엘카바슈의 제안은 UN의 로고를 매단 텔레비전의 창설이라는 의미 외에 더욱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그가 이 제안을 통해 상업적 이익에 연연한 나머지 저널리즘의 윤리를 망각하고 있는 오늘날의 많은 텔레비전 방송사에게 질책을 가하는 한편, 입에 넣어 주는 들큼한 오락물에 젖어 몽롱해진 세계의 시청자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4차 포럼, 후진국의 미디어 소외 현상에 대해 집중 논의 'UN 텔레비전의 창설' 제안은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 텔레비전이 차지하는 무게를 충분히 인식한 데서 연유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 UN 기구는, 정치적 지도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UN이 수행하는 의무를 이해시키기 위해 텔레비전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텔레비전의 창설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던 아난 사무총장 역시 전쟁과 빈곤에 대항하여 UN이 벌이는 투쟁에 있어 미디어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짐했던 것이다. 그러나, UN 기구는 텔레비전이 서방 국가의 정부 반응이나 여론에 미치는 획기적인 영향을 인정하는 한편, 선진국에 의해 미디어의 성장을 통제당하고 있는 남반구 후진국 국민들의 소외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번 포럼을 위해 UN 본부에 모여든 세계 90여 국가, 800여 명의 텔레비전 방송 대표들은 바로 이러한 미디어 이용의 격차를 여실히 파헤치고 있다. 세계의 발전과 평화에 있어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끼치는 영향을 가늠하고 이에 대한 제안을 제언하고자 모인 이들 대표들은 이를 계기로 텔레비전의 긍정적, 부정적 역할을 분석해 보이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점점 증대되는 텔레비전의 중요성과 관련, UN 기구의 정보/커뮤니케이션 사무처장보 켄사쿠 호겐(Kensaku Hogen)은, 텔레비전이 인간 활동에 원동력이 되는 정치·사회·경제적 능력을 형성하는 데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단언하고, 그러나 이 매체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경우에는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UN의 사회·경제 고문 위원장인 파올로 풀치(Paolo Fulci)는, 텔레비전은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시민 의식을 일깨움으로써 전쟁과 빈곤을 저지하고 개발과 평화를 도모하는 데 있어 매우 효율적인 도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지구적 차원에서 볼 때 텔레비전은 일반적 미디어 못돼 문제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상의 모든 인구가 일상적으로 텔레비전을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수신면에서 보면 개발도상국 인구의 고작 5%만이 텔레비전 수상기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 방송 내용은 더욱 한심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빈곤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 한 구석의 마을에서 주로 시청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가당찮게도 미국 대중 연속극이다. NBC News의 톰 브로코우(Tom Brokaw)는 이를 가리켜 '제3세계에서 돌고 있는 아메리칸 드림 사탕'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보는 남아프리카 여기자협회의 제니퍼 시반다(Jennifer Sibanda)의 비평은 비난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는 이를 '영상 제국주의'라고 이름짓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텔레비전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구매 태도는 자국의 문화를 전혀 개의치 않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렇게 사들인 프로그램들 어느 곳에서도 아프리카 대륙의 문화에 적응하려는 몸짓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 프로그램에 담겨진 섹스, 폭력 등은 전통적 가치를 완전히 말살하며 시청자들을 경악케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엘카바슈를 비롯한 이번 포럼의 참가자들은, 텔레비전이 세계의 발전이나 평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키고 있다. 텔레비전은 폭력적인 장면, 한시적인 장면, 선정적인 장면 등, 어두운 영상을 자양분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텔레비전은 오히려 사회적 반목을 증폭시키고 국가적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미디어 그룹의 방송 시장 독식 현상은, 그 고유의 문화를 무시한, 똑같은 주인공이 출연하는 똑같은 내용의 필름을 지구 곳곳에 전송하게 하는 데 한몫을 할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는 것이 이번 포럼 참가자들이 한결같이 우려하는 현상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세계적으로 송수신되는 텔레비전 방송에 막상 국제 뉴스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오락물보다 비싸고 재미는 적은 정보 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 위주의 방송 현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탓이다. 스리랑카의 '지루한' 전쟁 소식이나 에티오피아의 끊임없는 분쟁을 듣고 싶어하는 시청자는 거의 없다. 불행히도 이 같은 상업적 방송 논리는 세계적인 추세인 듯하다. UN 텔레비전, '예방 저널리즘'으로 기능할 수 있어 UN 기구가 그 이름으로 새로운 텔레비전 채널을 창설한다면 이것은 세계의 공영 방송과 사영 방송의 후원을 얻어 탄생하는 국제 방송이 될 것이다. 이 방송은 이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선 유럽의 Eutelsat을 통해 송신될 것이며, 그 방송의 내용은 인본주의적 가치를 근본으로 삼을 것이다. 이 방송은 UN의 임무를 설명하고 UN의 이미지를 재건하며, 재난이나 분쟁의 위험을 예고하고 인류가 당면한 위기를 영상화하는 '예방 저널리즘'의 풍토를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안전보장이사회가 보다 신속하고 확고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매체가 떠들기 시작한 안건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UN 기구는 이미 고유의 텔레비전을 보유하고 있다. 1945∼1946년에 창설된 이 텔레비전은 기구의 정보사무부를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사로 탈바꿈시킬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었다. 그러나 냉전 시대가 종결되면서 이 분야의 필요가 적어지고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으며, 이후 이 텔레비전은 본부 내 회의장 건물에서 하루의 일과를 요약, 방송하고 이를 다른 미디어에 송신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 특히, 몇몇 국가들이 이 텔레비전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비난광고라고 몰아붙이면서 그나마의 활동은 더욱 빈약해졌다. 1970년대 일년에 2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던 이 텔레비전은 이후 2년에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뿐이다. 그러니, 공공 정보의 제공은커녕 단순한 홍보 기구로 전락한 이 텔레비전의 존재를 이유로 새로운 텔레비전 창설을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적임에도 불구하고 UN 텔레비전의 실현에는 난관 많아 엘카바슈가 제안한 UN 기구의 텔레비전은 '시민을 일깨우는' 역할을 담당할 텔레비전이다. 엘카바슈는 악의 존재를 생생히 보여주고 그 위험을 예고함으로써 의식을 일깨우고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방송을 제창한 것이다. 새로운 텔레비전의 창설을 주장한 그의 연설에서 그는 정보 전달자로서 텔레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오늘날과 같은 사회에서는 텔레비전이 없으면 정보도 없다. 지구 한쪽에서 수천의 목숨이 사라진다고 해도 이를 알리는 방송이 없으면 이를 처단할 여론도 생기지 않는다. 엘카바슈나 그의 제안을 지지한 대표자들의 생각은 바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합일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업적 이익과 관계없는 시민의 텔레비전, 보편적이고 민주적인 텔레비전, 인본적 가치를 앞세운 텔레비전을 창설하기 위한 여정은 아직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듯하다. 비록 UN의 텔레비전이 지닌 고귀하더라도 막상 이를 수신할 인구가 여전히 선진국 인구로 제한된다면 그 의미는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엘카바슈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으랴'는 자세로, "일단 받아들일 마음이 갖춰지면 이용은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대응하고 있다. 결국, UN 텔레비전의 창설 제안은 아직은 많은 검토가 요구될 문제로 보인다. ㅇ 참조 : Le Monde '99.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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