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프라임타임 에미상(Primetime Emmy Awards)에서 HBO 오리지널 <쇼군(Shogun)>이 드라마 시리즈 작품상과 남녀 주연상 등 18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전 세계 주목을 끌었다. <쇼군 >은 미국의 FX 네트워크가 제작했지만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다수의 일본인 배우진이 등장해, 일본 콘텐츠에 대한 이목을 집중시켰다.
1. 일본 OTT 시장과 콘텐츠의 변화
일본의 방송·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1억 2천만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 시장을 탄탄히 다져왔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달리 2024년 현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가 일본 SVOD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넷플릭스(Netflix)와 일본 기업인 유넥스트(U-Next)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015년 일본 진출 후 2020년부터 유료 OTT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1) 콘텐츠로는 단연 애니메이션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글로벌 성장에 힘입어 2021년 사상 최고액인 200억 달러(약 2조 7,400억 엔)를 기록했다. 2) 넷플릭스는 이 기간에 전 세계 구독자의 절반이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시청했으며 일본 구독자의 90%가 해당 카테고리의 타이틀을 이용했다고 밝혔었다. 실제로 2022년 이후로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성장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Japan Online Video Consumer Insights & Analytics 보고서’ 3) 에 따르면 2023년 전체 SVOD 구독 수익은 33억 달러(약 4조5,500억 원) 수준으로 전체 시청량은 1,000분 이상이 넘는다. 데이터 분석 기업인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일본 SVOD 수익을 2023년 40억 달러에서 2028년 56억 달러로 연평균 6.8%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4)
SVOD 시장 성장과 함께 일본 OTT 속 콘텐츠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동안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콘텐츠, 미국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비되어 오다가, 2023년 이후 현지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콘텐츠 장르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 시청 경향이 바뀌고 있다. 2022년 시청 상위 10위(TV쇼 부문) 중 일본 애니메이션 <스파이X패밀리(SPY x FAMILY)>와 미국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를 제외하면 8편을 모두 한국 드라마 5) 가 차지할 정도로 한국 콘텐츠 소비가 매우 높았다. 8개의 한국 드라마가 시청 순위 2위부터 9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본의 한국 드라마 선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2023년에는 <더 글로리 >, <일타스캔들 >, <신사와 아가씨 >3편만 한국 드라마였고, 7편은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이 차지했다.
2024년에는 자국 콘텐츠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10월 말 기준 <눈물의 여왕> 을 제외하면 한국 드라마는 상위 10위에 오르지 못했고, <도쿄 사기꾼들(Tokyo Swindlers)>를 비롯해 일본 드라마가 5편, 일본 애니메이션이 4편으로 전체적인 소비 경향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1] 일본 넷플릭스 2023~2024년 상위 10개 TV쇼(출처: FlixPatrol)
일본 OTT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분석해도 그 결과는 비슷하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TV쇼 부문에서 1위~50위 콘텐츠를 분석한 결과, 2022년에는 미국 콘텐츠가 25개, 한국 콘텐츠가 14개, 일본 콘텐츠는 11개로 나타났었다. 그리고 일본 콘텐츠 11개 중 애니메이션이 7편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3년에는 상위 50위 중 일본 콘텐츠가 22개, 미국 콘텐츠가 19개, 한국 콘텐츠가 9편으로 일본 콘텐츠의 비중이 확대되었고, 일본 콘텐츠 22개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이 16개, 드라마 5편으로 애니메이션의 비중이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2024년에는 일본 콘텐츠가 전체 50위 중 48개로 압도적인 수를 차지하고 있고, 한국 콘텐츠는 1편, 미국 콘텐츠는 1편으로 불과 2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장르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36편으로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드라마는 6편, 예능 3편으로 장르도 확장되고 있음이 나타났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일본 애니메이션은 일본 미디어 산업과 OTT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OTT 산업에서 새로운 콘텐츠는 구독자를 유치하는 힘이 크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라이브러리(Library) 콘텐츠는 구독을 유지하는 힘이 크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이와 같은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 <주술회전(Jujutsu Kaisen)>, <스파이X패밀리 >, <최애의 아이(Oshi no Ko)>, <약사의 혼잣말(The Apothecary Diaries)>, <블루록(Bluelock)>, <진격의 거인 >, <체인소맨(Chainsaw Man)>, <블리치(Bleach)>등 10개 타이틀은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상위 50위 안에 들면서 ‘롱런 콘텐츠’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스파이X패밀리 >, <체인소맨 >, <블리치 >3편은 2022년부터 상위 50위 안에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니면서 두 해에 걸쳐 포함된 콘텐츠는 미국의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s)>,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 <본(Bones)>이었다. 이들 콘텐츠는 모두 2022년부터 상위 50위에 포진되어 있었다. 한국 콘텐츠 중에서는 2년 연속 50위 안에 포함된 콘텐츠는 없었다.
2. 일본의 OTT 플랫폼 시장
2024년 일본의 OTT 시장은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 유형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는 주로 가정 내 고속 인터넷 보급과 특히 애니메이션 및 로컬 라이브 액션 콘텐츠 6) 의 수요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SVOD 침투율이 45%로 앞으로도 추가 성장이 가능한 시장으로 전망된다. 7)
[그림 2] 일본 OTT 시장 점유율 (출처: MPA Japan Online Video Consumer Insights & Analytics 보고서 재가공 / 기준 2023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약 1,86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면서 일본 내 구독자 수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일본 콘텐츠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서 81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 토종 OTT 플랫폼인 유넥스트는 지난 2023년 3월 또 다른 일본 OTT 플랫폼인 파라비(Paravi)를 인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넥스트는 일본 애니메이션, 현지 드라마, 스포츠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면서 최근 42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훌루 재팬(Hulu Japan)과 디즈니+(Disney+)도 일본의 다양한 현지 콘텐츠와 디즈니 프랜차이즈를 통해 각각 300만 명과 38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유넥스트와 파라비의 합병(2023)
유넥스트(U-NEXT)
2009년에 설립된 유넥스트는 일본의 주요 OTT 서비스 중 하나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특히 일본 내 애니메이션과 영화 콘텐츠가 강점이다. 유넥스트는 일본과 해외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영상 콘텐츠 외에도 음악과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층을 확대하고 있다.
파라비(Paravi)
파라비는 2018년에 일본의 방송사 및 미디어 기업들의 협력으로 설립되었으며,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 방송 콘텐츠가 중심이었다. 주요 주주로는 TBS, TV도쿄 등이 있으며, 일본의 인기 TV 드라마, 뉴스, 예능 등을 제공했다. 특히 TBS와 TV도쿄의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어, 일본 방송 콘텐츠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인수 합병 배경 및 전략적 이유
- 시장 경쟁력: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OTT 서비스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체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고, 특히 방송 콘텐츠를 포함함으로써 다양한 콘텐츠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였다.
- 콘텐츠 다양화: 파라비는 일본의 방송 콘텐츠와 드라마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고, 유넥스트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인수 합병을 통해 두 플랫폼의 콘텐츠가 크게 확장되었다.
합병 후 성과
파라비 인수 이후, 유넥스트는 방송 콘텐츠와 영화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면서 사용자 수가 증가했다.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아마존과 넷플릭스에 이어 3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고 두 서비스의 콘텐츠가 결합되면서 더 많은 사용자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면서 광고 및 구독 수익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일본 티바(TVer)는 광고 기반 VOD(AVOD) 플랫폼으로,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뉴스 등 현지 방송사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지상파 민영 방송사 8) 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TV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2015년 설립되었다. 티바는 지상파 방송을 보완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2024년 7월에는 최초로 4,000만 MUB(Monthly Unique Browser) 9) 를 넘어서는 성과를 나타내면서 유튜브와 같은 무료 플랫폼과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SVOD 플랫폼의 성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광고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그림 3] 일본 TVer의 MUB 성장 추이 (출처: TVer)
3. 일본 OTT 시장 전망: AVOD의 성장
일본 OTT 시장은 2024년에는 56억 7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0) 한국과 달리 일본 OTT 시장은 AVOD 시장과 SVOD 시장으로 분화되며 각각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스태티스타(Statista)는 일본의 OTT 전체 시장의 연간 성장률(CAGR 2024-2029)을 4.83%로 예상하며 2029년까지 125억 2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SVOD 시장은 2024년 32.5억 달러에서 2027년 39.6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일본에서는 티바와 같은 AVOD 플랫폼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태티스타는 2024년 AVOD 광고 시장은 24억 2천만 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SVOD 구독 수익에 75%에 육박하는 매출이다. 여기에 연간 성장률(CAGR 2024-2027)도 8.14%로 SVOD(6.81%) 보다 높아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SVOD와 함께 OTT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표 1] 2024년 및 2027년(e) 일본 OTT 시장 규모 비교
앞서 분석한 바와 같이 일본은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도 그만큼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 넷플릭스 시청 기록을 보면, 2024년 10월 말 기준 <귀멸의 칼날: 유곽 편> 과 <괴수 8호> 가 넷플릭스 전체 상위 10개 콘텐츠에 올랐다. 상위 50위에는 11위 <나 혼자만 레벨업(Solo Leveling)> 과 42위 <최애의 아이(Oshi no Ko)> 가 있다. 2023년 <주술회전>이 26위로 50위권 안에는 유일했고, 2022년에는 50위권 안에 한 편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 시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드라마 제작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드라마 제작비 규모는 황금 시간대인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방영되는 1시간짜리 시리즈의 예산이 에피소드 당 약 3,000만~4,000만 엔 수준이다. 11) 한화 3~4억 원 수준으로 국내 메이저 드라마의 제작비 20억 원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다. 다만 일본에서도 대형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2023년 TBS의 <비방(Vivant)> 는 몽골 로케이션 촬영 등으로 에피소드 당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12) , 2024년 여름 넷플릭스 재팬에서 공개된 <도쿄 사기꾼들> 에는 에피소드 당 1억 엔 규모를 투자 13) 하면서 대형 드라마 제작이 시도되고 있다.
넷플릭스를 기준으로 일본 콘텐츠는 비영어권 콘텐츠 중 한국과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 많이 시청되고 있다. 14) 일본 드라마가 일본 내수시장에서 빠르게 시청자들을 흡수하고 있고 잇따른 대규모 제작을 통해 해외 시장을 동시 공략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플랫폼 측면에서는 일본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SVOD와 AVOD가 함께 성장하면서, 탄탄한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한국과 함께 콘텐츠 경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 1)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OTT 동향 분석 “일본 OTT 시장의 지각 변동과 시사점”, 2023 Vol.1
- 2) The Hollywood REPORTER, “Why Japan Is on the Precipice of a Content Boom”, 2023.12.19.
- 3) AMPD, Japan Online Video Consumer Insights & Analytics, 2024.02.05
- 4) Broadbandtvnews, “Japan SVoD market to hit $5.6 billion in 2028”, 2024.8.29.
- 5) <이태원 클라스> , <사랑의 불시착>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환혼> , <사내 맞선> , <작은 아씨들> , <기상청 사람들> , <서른, 아홉>
- 6) 라이브 액션 콘텐츠는 애니메이션과 대비되는 용어로 일본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실사 형식의 콘텐츠를 말한다.
- 7) ADVANCED TELEVISION, “Forecast: Japan SVoD market to hit $5.6bn”, 2024.8.29.
- 8) 니혼TV(NTV), TV 아사히, TBS, TV 도쿄, 후지TV가 공동 출자하여 티바를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 9) 특정 웹사이트나 디지털 플랫폼에서 한 달 동안 접속한 고유 브라우저 수로 동일 사용자가 여러 기기나 여러 브라우저로 접속할 경우 따로 집계(즉 중복되어 집계)
- 10) Statista Market Insights, “OTT VIDEO – JAPAN”, 2024.10 UPDATE
- 11) nippon.com, “The Difficulties with Exporting Japan’s TV Dramas”, 2024.4.3.
- 12) SCREENDAILY, “Japan launches first official film and TV production incentive scheme”, 2023.12.12.
- 13) Netflix Japan. “Netflixシリーズ「地面師たち」7月25日(木)配信決定!前代未聞 100億円を巡る驚愕の不動産詐欺事件 <ティーザー予告&アート解禁>”, 2024.6.13.
- 14) Netflix, 2024 Q2 Shareholder Letter
참고자료
-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 OTT 동향 분석 “일본 OTT 시장의 지각 변동과 시사점”, 2023 Vol.1
- ADVANCED TELEVISION, “Forecast: Japan SVoD market to hit $5.6bn”, 2024.8.29.
- Broadbandtvnews, “Japan SVoD market to hit $5.6 billion in 2028”, 2024.8.29.
- AMPD, Japan Online Video Consumer Insights & Analytics, 2024.02.05.
- Netflix Japan. “Netflixシリーズ「地面師たち」7月25日(木)配信決定!前代未聞 100億円を巡る驚愕の不動産詐欺事件 <ティーザー予告&アート解禁>”, 2024.6.13.
- Nippon.com, “The Difficulties with Exporting Japan’s TV Dramas”, 2024.4.3.
- SCREENDAILY, “Japan launches first official film and TV production incentive scheme”, 2023.12.12.
- Statista Market Insights, “OTT VIDEO – JAPAN”, 2024.10 UPDATE
- The Hollywood REPORTER, “Why Japan Is on the Precipice of a Content Boom”,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