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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을 휩쓰는 OTT 오리지널 드라마

지난 9월 개최된 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쇼군(Shogun)>이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 18관왕을 차지하며 단일 프로그램 최다 수상 기록의 역사를 썼다. 이는 2008년 HBO 드라마 <존 애덤스(John Adams)>가 13개 부문에서 수상한 기록을 뛰어넘은 결과이다. <쇼군>은 월트 디즈니(Walt Disney) 산하 채널 FX가 제작 및 방영을 담당하였으며, 디즈니의 OTT 플랫폼인 디즈니+(Disney+), 훌루(Hulu)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에서 제작된 작품이지만, 대사의 70%가 일본어인 <쇼군>이 전 세계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로 동아시아 콘텐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린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1) 이를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OTT 오리지널 드라마가 에미상(Emmy Awards)2) 후보로 진출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에미상과 OTT 오리지널 드라마

에미상은 1949년부터 시작한, 방송계의 오스카상(Academy Awards, the Oscars)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시상식이다. 에미상은 하나의 시상식이 아닌 데이타임, 스포츠 등 여러 개의 시상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에미상은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 사이인 프라임타임 시간대에 열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이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은 수상부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로 주요 부문이라 할 수 있는 배우, 감독, 작가를 대상으로 시상을 진행하는 드라마. 코미디, 미니시리즈 상으로, 시리즈별 7개의 부문3)으로 나눠진다. 두 번째로 의상, 미술, 편집, 음향, 조명 등의 기술진과 게스트, MC 등의 출연자, 드라마 외 프로그램에 대해 시상하는 크리에이티브 아트(Creative Arts)상이 있다.

에미상은 처음 개최 당시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방영한 작품을 대상으로 상을 수여했지만, 이후 미국 지상파 방송사로 대상을 확대하며 1988년에는 케이블 프로그램도 시상식 대상에 포함했다. 2013년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가 OTT 오리지널 드라마로서 최초로 상을 받게 되며, 수상 후보작이 OTT 오리지널 드라마까지로 확대되었다. 이후 2024년까지 드라마, 코미디,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OTT 오리지널 드라마는 2014년을 제외하고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며, 2021년에는 21개 부문에서 14개의 상을 차지하며 OTT 오리지널 드라마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넷플릭스의 첫 수상 이후로 한동안은 HBO와 미국 주요 방송사들의 경쟁 구도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2015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가 주요 부문 가운데 코미디 시리즈에서 3개의 상을 수상하였고, 2017년에는 훌루 오리지널이 넷플릭스보다 주요 부문에서 더 많은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여러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해외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OTT 오리지널의 첫 수상 이후 11년간 넷플릭스 작품의 수상 비중이 53.2%를 차지하며 압도적이었으며, 그 뒤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애플TV+(Apple TV+), 훌루의 작품들이 수상의 영광을 맞이했다.

[그림 1]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프라임타임 주요부문(드라마, 코미디, 미니) 수상작 수 (2013-2024년)

[그림 2] 주요 부문 수상작 중 OTT 오리지널 드라마 수상 비율 (2013-2024년)

수상을 위한 노력

넷플릭스는 2020년 에미상에서 처음으로 52개 작품이 160개 부문 후보에 올라 2019년 HBO가 세운 137개 기록을 경신하였다. 또한, 2020년에는 디즈니+, 애플TV+, 퀴비(Quibi)가 출시된 이후로 모든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이때부터 OTT 오리지널 드라마의 약진이 시작되었다.

[그림 3] 2020년 에미상 노미네이트 기록

이후, 2021년 에미상에서는 수상작의 67%가 OTT 콘텐츠였다. 그 가운데, 넷플릭스는 <퀸즈 갬빗(Queen’s Gambit)>으로 OTT 오리지널 드라마 가운데 최초로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총 4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사상 최초로 HBO보다 많은 트로피를 차지하며 2021년 에미상에서의 역사를 기록했다.

오랫동안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 미국영화협회 회원사가 되었으며,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estival)에도 많은 후원을 했다.4) 이를 시작으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애플TV+ 등은 텔레비전 아카데미와 협력해 주요 시상식 이벤트를 후원하고,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을 대상으로 작품홍보와 네트워킹을 강화하였다. 이처럼 헐리우드에서 OTT 오리지널 작품성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 것은 결국 OTT 플랫폼 내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구독자와 장기 구독을 유지하는 것과 연관된다.

[그림 4] 에미상 노미네이트 이후 드라마 시청률 성장(2024.7.12-25.)

루미네이트(Luminate)는 2024년 에미상에 지명된 작품이 공개되기 전과 직후 기간의 스트리밍 시청률을 분석하였다. 코미디 시리즈 작품은 7월 19일~25일 평균 5%의 상승을 기록하였으며, 훌루의 <보호구역의 개들(Reservation Dogs)>는 48% 증가하였다. 또한 드라마 부문에 지명된 모든 작품들은 29주(7월 12~18일)와 30주(7월 19일~25일) 사이에 평균 5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특히 애플TV+의 <슬로 호시스(Slow Horses)>는 스트리밍 시간이 119% 증가하였다.

한편, 디즈니+의 2024년도 3분기 신규 구독자 수는 21%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였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기관 EoD(Entertainment on Demand)은 이에 대해 <쇼군>과 <더 베어(The Bear)>의 에미상수상이 디즈니+의 새로운 구독자 유입을 일으켰다고 밝혔다.5) 이는 오리지널 작품은 아니지만, 에미상이라는 권위적인 시상식에서의 수상이 스트리밍 플랫폼에 큰 성장을 가져다주는 것을 대표하는 사례이다.

비영어권 OTT 오리지널 드라마의 최초 수상

2022년 에미상 수상작의 60% 이상은 OTT 작품들 오리지널 작품들이었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방송사(NBC, ABC, CBS 등)의 작품은 일부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전체 수상 비중의 약 40%를 차지하였다.

한편, 2022년 프라임타임 시상식의 최대의 화두는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비영어권 작품 중 최초로 작품상을 받은 작품이었다. 기존 에미상은 미국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중요한 기준이었다. 다만 <오징어 게임>은 한국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를 통해서 미국에서 방영되었기 때문에 미국 내 방송과의 연계가 필수적인 에미상 자격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미국 시청자 대상’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을 의미한다. 또한 <쇼군>이 올해 에미상에서 18관왕을 차지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림 5] 제 74회 프라임타임 수상자(배우 이정재, 감독 황동혁, 자료: 연합뉴스)

[그림 6] 제 75회 프라임타임 수상자(배우 사와이 안나, 배우 사나다 히로유키, 자료: 연합뉴스)

콘텐츠산업의 지평을 넓히다

에미상에서 수상 작품 범위를 OTT 오리지널 작품까지 넓힌 것처럼, 아시아의 시상식도 변화를 맞이했다. 2019년, 한국 및 아시아 전역의 여러 콘텐츠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아시아콘텐츠어워즈(ACA)에 OTT 작품을 더해 아시아콘텐츠어워즈 & 글로벌OTT어워즈로 확대하였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청룡영화상은 2023년부터 OTT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 ‘청룡 시리즈어워즈’를 진행하고 있다.

OTT 오리지널 드라마는 전 세계로 향하는 플랫폼을 빌려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며, 여러 세대와 문화적 배경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만들어낸 변화는 시청자들에게도, 제작자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갈 전망이다.

  1. 1)스페셜 타임스, 미국을 휩쓴 일본 드라마 '쇼군'…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 컸다, 2024.9.16.
  2. 2)에미상은 미국 텔레비전 예술과 과학 아카데미(ATAS), 미국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NATAS), 국제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IATAS)에서 주최하는 미국 텔레비전계 최고의 시상식이다.
  3. 3)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연출상, 작가상
  4. 4)PD저널, 넷플릭스, 에미상 싹쓸이... 韓 작품 수상 머나먼 꿈 아니다, 2021.9.24.
  5. 5)KANTAR, Emmy awards success helps Disney+ to remain #1 in new subscription additions, 2024.10.24.

참고자료

  1. 스페셜 타임스, 미국을 휩쓴 일본 드라마 '쇼군'…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 컸다, 2024.9.16.
  2. KANTAR, Emmy awards success helps Disney+ to remain #1 in new subscription additions, 2024.10.24.
  3. PD저널, 넷플릭스, 에미상 싹쓸이... 韓 작품 수상 머나먼 꿈 아니다, 202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