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저작물 저작자의 정당한 보상을 보장하기 위해 영상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자에게 보상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수차례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입법화되지 못했다. 과거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영상저작물의 저작자 중 타인에게 그 영상물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자는 그 영상저작물을 복제, 배포, 방송, 전송 등의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공중에게 제공하는 자가 영상저작물을 제공한 결과 발생된 수익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정당한 보상’이란 저작물의 이용 수익에 따라 창작자에게 적절한 수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의미로 ‘fair remuneration’을 번역한 것이다. ‘추가보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당한 보상 청구권’ 또는 ‘추가보상청구권’ 도입에 관한 국내 논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의 이례적인 성공에서 시작되었다. ‘정당한 보상’ 또는 ‘추가보상청구권’이 OTT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OTT 독점 라이선스 콘텐츠에도 적용되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유형에 따른 OTT 영상콘텐츠 계약 형태
위와 같은 배경에서 OTT 영상콘텐츠의 계약 유형에 따른 권리관계를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
■ OTT 오리지널 콘텐츠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정의는 확립되어 있지 않고 OTT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 사이에 체결하는 개별 콘텐츠 제작 계약 내용에 따라 정해진다. 통상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는 OTT 사업자가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 저작재산권 등 모든 권리를 가지는 콘텐츠를 말한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계약관계는 건물건축도급계약의 구조와 유사한데, OTT 사업자는 건물주 또는 발주자, 콘텐츠 제작사는 건설업자 또는 수급인의 계약상 지위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저작권은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이분된다. 저작재산권과 달리 저작인격권은 그 성질상 양도가 허용되지 않는다. 오리지널 콘텐츠라 하더라도 저작인격권은 OTT 사업자에게 이전되지 않고 저작자에게 계속 남아 있게 된다. 저작인격권은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을 말하는데, 실무상으로는 저작자가 저작인격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특약을 체결하고 있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물 <안나> 의 각본 집필과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이 쿠팡과 제작사를 상대로 크레딧 삭제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저작인격권 침해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1)
OTT 사업자는 콘텐츠 제작사와 계약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저작재산권뿐만 아니라 제호(제목)에 대한 상표권 2) 등 권리, 어문적 캐릭터를 독점적으로 이용할 권리 3) , 전편(prequel), 속편(sequel), 스핀오프(spinoff), 리메이크(remake)를 제작할 권리 4) , 포맷 권리(format rights) 5) 등 일체의 권리를 전 세계에 걸쳐 영구히(throughout the universe in perpetuity) 보유하게 된다. 콘텐츠 제작사는 OTT 사업자와 사이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제작 비용 전액을 회수하고 일정 수준의 수익을 보장받는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창작자와 실연자는 저작권 등 지식재삭권 일체를 양도하는 대가로 저작권을 이용허락한 방송프로그램에 비해 높은 대가를 지급받는다. 6) OTT 사업자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시장에서 실패하더라도 콘텐츠 제작사 등에게 손실 분담을 요구하지 않으며, 성공하는 경우에도 수익을 분배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 OTT 독점 라이선스 콘텐츠
‘OTT 독점 라이선스’는 TV 프로그램 또는 극장개봉 영화를 하나의 OTT 플랫폼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실무상 OTT 독점, VOD 독점, 전송 독점이라고도 한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OTT 사업자가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등 일체의 지식재산권을 영구히 보유하는 반면 독점 라이선스 콘텐츠의 경우 OTT 사업자는 일정 기간 동안 전송권 등에 대해 독점적인 이용허락을 받거나, 기한부 양도를 받는다. OTT 사업자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이용허락)의 대상이 되는 권리는 ‘전송권’이다. 저작인격권과 마찬가지로 저작재산권은 여러 개의 지분권(枝分權) 7) 으로 구성되어 있어 ‘권리의 다발’(bundle of rights)이라고 한다.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배포권, 전시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권리들 중 일부만 양도하거나 라이선스(이용허락)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 저작권법상 공중공신권은 방송권, 전송권 등을 포함하는 개념인데, ‘방송’은 ‘수신의 동시성(同時性)’, ‘전송’은 ‘수신의 이시성(異時性)’을 각각 특징으로 한다.
한편 국내 영상콘텐츠 계약실무는 ‘독점적 이용허락’과 ‘배타적 이용허락’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독점 라이선스 계약에서 ‘exclusive license’, ‘배타적 권리’와 같은 용어가 종종 사용되는데, 이러한 미국식 ‘배타적 이용허락’은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독점적 이용허락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OTT 사업자가 영상콘텐츠에 대한 전송권을 보유하고 방송사 또는 콘텐츠 제작사가 방송권을 보유하는 경우에도 그 효과 측면에서는 라이선스 기간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분권의 독점적 이용허락과 유사하다. OTT 사업자는 전송권 등 지분권을 영구히 또는 기한부로 직접 보유하거나(준물권적 권리), 계약에 따른 독점적 권리(채권적 권리)를 가짐으로써 OTT 독점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약과 달리 독점 라이선스 계약에서는 라이선스 대상권리, 라이선스 기간, 라이선스 지역, 선지급금(MG, minimum guarantee) 및 수익분배(RS, revenue share)와 같은 조건을 상세하게 규정한다. 콘텐츠 제작사는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하나의 글로벌 OTT 사업자에게 전 세계를 지역적 범위로 하는 독점 라이선스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여러 로컬 OTT 사업자에게 독점 라이선스를 지역별로 나누어 부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콘텐츠 제작사가 하나의 영상콘텐츠를 티빙(대한민국), 유넥스트(일본), 뷰(아시아, 중동), 라쿠텐비키(북미, 유럽) 등에 지역별로 독점 라이선스 하는 식이다. 독점 라이선스 콘텐츠의 경우 콘텐츠 제작사가 2차적저작물작성권, ‘속편 등’을 제작할 권리, 포맷 권리 등 권리를 계속 보유 및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OTT사업자는 독점 라이선스 계약에서 콘텐츠 제작사가 ‘속편 등’을 제작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OTT 사업자에게 독점 공급 등 우선협상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반대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OTT 사업자가 콘텐츠 제작사에게 ‘속편 등’ 제작에 관한 우선협상권을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비독점 라이선스 콘텐츠
‘OTT 비독점 라이선스’는 TV 프로그램 또는 극장개봉 영화를 동일 지역(territory) 내 복수의 OTT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국내 OTT 이용자들은 JTBC 방영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을 넷플릭스, 디즈니+, 티빙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재벌집 막내아들>을 비독점 라이선스 콘텐츠라고 부른다. 비독점 라이선스 콘텐츠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나 독적 라이선스 콘텐츠에 비해 법률적인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정당한 보상’ 또는 ‘추가보상’
다시 보상에 대한 논의로 돌아와서, ‘정당한 보상청구권’ 도입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i) 장기적으로 보면 흥행성과에 비례한 보상제도가 창작자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 창작물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 (ii) 단기적으로도 투자·제작·유통 부문에서 창작자에게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 (iii) 미국의 재상영분배금(residuals) 등 해외에 유사한 제도가 존재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반면, ‘정당한 보상청구권’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i) 국내 OTT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에게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여 K-OTT, K-콘텐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 (ii) 국내 저작자들이 받는 보상금보다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에 따라 해외 저작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금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 (iii) 보상청구권 도입에 따라 장래 발생할 비용을 고려하여 계약 당시 저작권 사용료를 감액하거나, 저작자들에게 부여하던 인센티브 등 수익배분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내세운다.
한편, 국내 영상콘텐츠 창작자들은 OTT 사업자와 같은 최종이용자가 정당한 보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OTT 사업자들은 창작자와 계약을 체결한 콘텐츠 제작사가 정당한 보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5개 창작단체(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독립PD협회)는 2024년 7월 25일 ‘K-콘텐츠 정당한 보상을 위한 창작자 연대’ 발대식을 열기도 했다.
‘정당한 보상’ 해외 현황
‘유럽연합디지털 단일시장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에 관한 지침’(EU Directive 2019/790 on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in the Digital Single Market) 제20조는 이미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하였거나 권리를 양도하였더라도 저작자와 실연자가 원래 동의한 보수보다 그 저작물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이 계약 당시보다 현저하게 많으면 저작자는 추가적인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의 저작권법은 우리 저작권법 제100조와 같이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를 영상제작자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구성하지 않고, 배타적인 이용권을 설정하고 있다. 즉 영상저작물의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자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영상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저작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은 영상저작물을 직무상저작물(work-made-for-hire)로 처리하기에 영상제작자가 저작자(author)가 된다. 하지만 영상제작자는 감독, 배우, 작가 단체들과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배우조합(SAG-AFTRA)은 2023년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의 재상영분배금,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동반 파업을 하기도 했다. 미국작가조합은 대형 영화, TV제작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미국제작사연맹(AMPTP)과 스트리밍 재상영분배금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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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WGA-AMPTP 협약 체결 (출처: WGA, 2023.9.25.)
독일, 프랑스, 스페인에서 말하는 저작권 이전은 우리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의 ‘저작재산권 양도’, 즉 준물권적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작권 일원론을 택하고 있는 독일은 저작재산권을 양도할 수 없고, 양도 계약을 한 경우 배타적 이용권(ausschließliches Nutzungsrecht)을 설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프랑스에서 양도(cession)는 권리의 이용범위, 목적, 기간, 장소에 따라 제한될 것을 조건으로 한다. 스페인 저작권법은 저작권 양도를 저작물 이용권의 이전(Los derechos de explotación)으로 표현한다.
‘정당한 보상’ 국내 도입 방향
국내 OTT 사업자, 방송사업자, 콘텐츠 제작사는 모두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 사업자는 오랜 적자에 빠졌다. 방송광고 시장은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이고, 방송사업자들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콘텐츠 제작사는 제작비 상승과 투자위축, 작품 수 감소라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최근 영상콘텐츠 시장상황을 고려하면 ‘정당한 보상 청구권’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상황을 핑계로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제작사는 창작자 없이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없고, 훌륭한 콘텐츠가 없으면 OTT 사업자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저작권 ‘양도’에 대한 이해방식이 우리나라와 상이한 유럽 국가의 입법례를 모방하여 ‘정당한 보상’을 법제화하기보다 미국처럼 OTT 사업자 또는 콘텐츠 제작사와 저작자 사이에 협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정당한 보상’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OTT 사업자와 콘텐츠 제작사 중 누가 ‘정당한 보상’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창작자들 사이에서 분배적 정의, 즉 창작자 각자의 기여도에 비례해서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1) 이주영 감독은 2024. 2. 14. 전부 패소하였고, 현재 항소심(2심)이 계속 중이다.
- 2) 저작권과 상표권은 별개의 권리다. 상당수의 OTT 사업자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호를 상품분류 41류 등으로 상표출원하고 있다.
- 3) 영상콘텐츠에 등장하는 어문적 캐릭터(등장인물)는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4) 전편, 속편, 스핀오프(이하 ‘속편 등’)를 제작할 권리가 저작권법상 2차적저작물작성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실무계의 잘못된 이해다. ‘속편 등’을 제작할 때는 기존 영상콘텐츠의 소재, 아이디어, 등장인물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리메이크 권리는 2차적저작물작성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지만, 리메이크 영상물과 기존 영상콘텐츠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substantial similarity)이 인정되지 않으면 리메이크 영상물이 2차적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 즉 ‘리메이크=2차적저작물작성’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 5) 포맷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에서 정해지며, 실무상 포맷은 저작권보다 넓은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포맷을 베끼는 행위는 저작권침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 6) 기획개발 단계에서는 TV 방송 편성 또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작가 등과 방송 편성이 되는 경우와 OTT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이 되는 경우를 구별하여 계약조건을 미리 정해 두기도 한다.
- 7) 여기서 지분권은 ‘가지 지(枝)’자를 쓰며, 공유 재산에서 각자가 소유하는 몫을 의미하는 단어인 지분권(持分權)과 다르다.
- 8) WGA, Summary of the 2023 WGA MBA. WGAcontract 2023, 2023.9.25.
참고자료
- WGA, Summary of the 2023 WGA MBA. WGAcontract 2023, 2023.9.25.
- 성원영 (SLL중앙㈜ 법무팀장 / 변호사)
-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같은 학교에서 법학박사 과정을 마쳤다. 경희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저작권법을 강의하고 있으며,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한국특허전략개발원 감사,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