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포맷의 해외 수출 트렌드
글로벌 포맷 산업의 규모는 2023년 기준 300억 달러(약 39조원)로 알려져 있다.1) 국내의 경우 방송 포맷의 수출액은 2022년 기준, 33,618천 달러(약 453억 원)로 방송산업 총 수출액(948,045천 달러)의 3.5% 수준으로 나타났다.2)
전체 파이에서 차지하는 수치는 비교적 낮지만, 최근 한국 콘텐츠 포맷의 해외 수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3) JTBC의 인기 예능 콘텐츠로 야구 콘텐츠 붐을 이끌었던 <최강야구>는 2024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서 일본판 제작을 발표했다. 야구가 스포츠로써 인기가 높은 일본인만큼 스포츠 예능으로 팬덤 문화가 형성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예능 콘텐츠로 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최강야구: 일본판> 제작으로 JTBC는 ‘방송 콘텐츠 제작 – 방송 – OTT 서비스 - 직관 티켓 판매 – 팝업 스토어 굿즈 판매’에 이어 포맷까지 해외에 판매하며 ‘최강야구’라는 IP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를 남기게 됐다.
한국에서 유일한 콘텐츠 포맷 유통 회사로 알려진 ‘썸씽스페셜’은 2023년 MBN의 <배틀 인 더 박스(Battle In The Box)>를 영국과 미국 등 23개국에 성공적으로 수출한 성과와 자신들의 오리지널 포맷인 <더 비트박스(TheBeatBox)>를 국내 방송 전에 해외에 포맷을 수출하고, 현지에서 제작시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포맷(format)이란?
포맷은 방송영상산업에서 재현이 가능한 표준화된 구조로 한 지역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복제될 수 있도록 하는 상업적 요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Chalaby, 2016). 이는 퀴즈쇼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은 특정한 유형(non-scripted)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지칭하며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현지화되어 제작될 수 있는 표준화된 틀을 제공하게 된다. 반면, 창작자의 법적 권리를 의미하는 IP(지적 재산권, Intellectual Property)는 법적 보호가 보장된 창작물로, 창작자 이외에 다른 사람이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도록 창작물의 독창성과 고유성을 보호한다. 일반적으로 방송영상산업에서는 영화, 드라마 같은 스크립트(scripted)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2. 포맷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
글로벌 콘텐츠 시장 투자 규모는 넷플릭스,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가세하면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MPA에 따르면 2023년 인도, 한국 등 아시아 지역 콘텐츠 투자는 155억 달러에 달했지만4) 투자 금액 증가와 동시에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높아지고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은 기존의 TV와 케이블 TV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콘텐츠 유통 방식을 디지털과 스트리밍으로 바꾸면서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콘텐츠 유통의 입장으로 보면, 개별 국가나 권역별로 판매하던 유통 방식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일시에 콘텐츠를 판매하고 세계적으로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콘텐츠를 전 세계에 동시 제공하며, 제작비 효율화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검증된 포맷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하면서 기존에 로컬 중심에서 소비되던 콘텐츠 이용 패턴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소비되는 행태로 바뀌고, 콘텐츠 유통 또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등 효율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해당 제작사의 제작 역량을 보증하는 동시에 포맷 현지화를 통해 문화적 요소를 반영하며 각국의 특색 있는 콘텐츠로 변화하면서 콘텐츠 시장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중요 수단이 되고 있다.
적극적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또 다른 이유로 볼 수도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를 합친 글로컬라이제이션은 콘텐츠산업에서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현지 문화를 결합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 관점에서 보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는 한 지역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현지화된 콘텐츠 제작에 직접 투자하면서, 각국의 문화적 특성과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콘텐츠를 현지 제작사와 협업해 만든다는 강력한 장점을 갖게 된다.
3. 성공한 콘텐츠 포맷
해외에서 성공한 콘텐츠 포맷은 다양한 국가에서 현지화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5년 시작된 영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러브 아일랜드(Love Island)>는 유럽, 미국, 호주, 독일 등에서 현지화되어 방영되었고, 네덜란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빅 브라더(Big Brother)>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현지화되었다. 두 프로그램의 성공은 콘텐츠 포맷이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며, 콘텐츠의 재방송이 아닌 현지 각국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켜 콘텐츠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자리 잡으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 시기와 맞물려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일본 지상파 방송인 후지TV의 리얼리티 쇼 <테라스 하우스(Terrace House)>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방송된 이후 2015년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스트리밍 되었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면서 이후 <Terrace House: Boys & Grils in the City(2015.9 ~ 2016.9)>,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Terrace House: Aloha Stage(2016.11~2017.8)>, <Terrace House: Opening New Doors(2017.12~2019. 2)>, <Terrace House: Tokyo (2019.5~2020.5)>까지 4개의 시즌을 추가로 제작했다.
한편, 한국 콘텐츠는 방송사를 중심으로 해외로 포맷을 판매하며 현지화를 시도했다. 2013년 방송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tvN의 <더 지니어스>는 이듬해인 2014년 NATPE 마이애미 마켓5)에서 네덜란드에 포맷을 수출한데 이어 같은 포맷을 2023년 영국 ITV에도 수출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포맷을 판매한지 8년 만에 NTR의 주문 의뢰를 받은 로컬 프로덕션 회사 Tin Can이 제작을 맡아 NPO3 채널을 총 8부작이 방송됐다.6) 유명인 중심의 한국 출연진과 달리 네덜란드의
4. 글로벌 포맷 유통에 고려할 점
지난 7월 19일 ‘라이선싱 콘퍼런스 2024(이하 라이선싱 콘)’에서 <더 트레이터스(The Traitors)>를 제작한 올쓰리미디어(all3media)8)의 샤브리나 듀게(Sabrina Duguet) 아시아태평양 총괄부사장은 ‘현지화 최적화와 비용 절감’이 포맷 활용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된 TV포맷인 게임 쇼 <더 트레이터스>는 네덜란드의 <배신자들(De Verraders)>을 기반으로 제작된 지능형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영국과 미국, 캐나다, 프랑스, 스페인, 뉴질랜드 등 25개국에 판매됐다. 지난 2023년 미국 버전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1위에 올랐으며9), 영국에서 방송된 시즌2는 630만 명이 시청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18명의 참가자 중 한 명의 배신자를 찾는 이 게임쇼는 포맷을 단순히 판매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국가별 현지화 과정에서 각색과 제작 등에서도 적극 참여하면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제작비의 경우 각 국가별로 차이가 많은 만큼 다른 국가의 제작 사례를 공유하고, 촬영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포맷 비즈니스의 최대 장점인 만큼 이런 노하우를 제작에 녹여낼 필요가 있다. 듀게 부사장은 “제작 바이블이 있지만 새로운 지역, 국가의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개선점을 수정해서 담는다”며 워크샵을 통해 전 세계 고객사와 광고, PPL, 새로운 게임과 같은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더 트레이터스> 영국과 미국 버전은 영국의 같은 고성에서 촬영되어 비용을 절감시켰으며 프로듀서는 두 버전이 전혀 다른 느낌이 나올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러한 독특한 제작 방식은 한국의 콘텐츠 포맷을 사고 싶지만 높은 제작비에 고민하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참조할 수 있다. 대형 세트를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하지 말고 <더 트레이터스>처럼 거점 지역을 함께 만들어 제작시설을 공동화 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제작비가 절감될 수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스트리밍 플랫폼은 콘텐츠 배급 유통의 역할을 넘어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생산하는 역할까지 확대될 것이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선 한국형 콘텐츠 포맷을 개발하는 전문가와 기업 육성이 필요하다. K-콘텐츠의 포맷 수출은 콘텐츠 제작사에게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으로 한국의 우수한 콘텐츠 제작 능력은 콘텐츠 포맷의 잠재력도 함께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에도 포맷 전문 회사들이 육성되어 더 활발한 IP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해외 수출과 제작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 1)이코노미스트. 한국 유일의 포맷 수출 기업 ‘썸씽스페셜’이 특별한 이유. 2024.3.29.
- 2)2022 콘텐츠 산업조사.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 3)스포츠경향. 인기드라마 ‘스토브리그’ 일본판 나온다. 2024.8.28.
- 4)Variety. Asia Content Investment Slows to Single-Figure Growth, Says Report. 2024.8.29.
- 5)National Association of Television Program Executives Market은 방송 프로그램 포맷, 콘텐츠 판매와 네트워킹을 위한 행사로 매년 1월 미국 Miami에서 개최된다. 최근에는 스트리밍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OTT 서비스 및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의 NATPE Streaming 행사도 개최되고 있다.
- 6)NTR 홈페이지(https://ntr.nl/the-genius/516)
- 7)CJ NEWSROOM. CJ ENM 히트 IP ‘더 지니어스’ 영국 최대 민영방송사 ITV에 포맷 수출. 2023.10.13
- 8)2003년 설립된 올쓰리미디어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TV, 영화, 디지털 제작 및 배급회사다.
- 9)파이낸셜뉴스. ‘더 트레이터스’ 라이징 글로벌 슈퍼 IP, 성공 요인 무엇?[라이선싱 콘]. 2024.7.19.
참고자료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2022 콘텐츠 산업조사 2022.
- 스포츠경향. 인기드라마 ‘스토브리그’ 일본판 나온다. 2024.8.28.
- 이코노미스트. 한국 유일의 포맷 수출 기업 ‘썸씽스페셜’이 특별한 이유. 2024.03.29
- 파이낸셜뉴스. ‘더 트레이터스’ 라이징 글로벌 슈퍼 IP, 성공 요인 무엇?[라이선싱 콘]. 2024.7.19.
- Chalaby, J.,The Format Age. Television’s Entertainment Revolution. Popular Communication 14(4):1-3, 2016.
- CJ NEWSROOM. CJ ENM 히트 IP ‘더 지니어스’ 영국 최대 민영방송사 ITV에 포맷 수출. 2023.10.13.
- Variety. Asia Content Investment Slows to Single-Figure Growth, Says Report. 2024.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