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신규 가입자의 증가를 불러일으켜, 오랫동안 OTT 운영의 핵심 동력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제작비로 인해 더 이상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OTT 기업들은 수익성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새로운 돌파구는 바로 ‘스포츠’이다. 스포츠는 시즌 단위로 진행되는 특성상 시즌 동안 구독자들을 일정 시간 동안 확보할 수 있으며, 수십 년에 걸쳐 성장한 구단들의 고정적인 팬덤을 공략할 수 있기에 OTT의 차세대 성공전략으로 불린다. 그러나 2022년 발표된 닐슨이 발간한 <2022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리포트>에 따르면, 스포츠 팬은 스트리밍, 앱, 게임, 플랫폼에 걸쳐 더욱 세분화되고 있으며 점점 스포츠 중계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길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중계권 확보 이후에도 OTT들은 ‘스포츠 팬덤’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발 빠른 노력을 선보여야 한다.
1. 팬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구조, OTT
방송은 전파를 활용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프로그램을 전송해야 하기에,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명제가 깔려있다. 그래서 방송 유형 중 하나인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도 코미디, 음악,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로 제작되어 왔다. 때문에 간혹 범죄, 미스터리 등을 일부 사람들의 선호가 강한 ‘마이너’한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은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며 종영을 맞이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구독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OTT가 등장함에 따라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콘텐츠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났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였다. 그렇기에 OTT들은 더욱 다양한 소재의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확보하며 구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콘텐츠 소비 패턴이 점차 개별화되며 이에 취향을 겨냥한 즉, 마이너한 소재의 콘텐츠들이 OTT에서 재탄생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가 범죄현장을 배경으로 출연진들이 역할을 롤플레잉 하며 범인을 추리하는 예능인 <크라임씬> 이다. <크라임씬>은 시즌 1~3까지 JTBC에서 방영되며 추리 예능을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만, 다소 마이너한 소재로 0~1%의 시청률을 보여 끝내 종영하였다. 하지만 시즌 3 종영 이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2017년, 티빙(Tving)에서 무려 7년 만에 새로운 시즌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렇게 팬덤은 종영했던 프로그램을 부활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구독자 확보와 유지를 위해서는 OTT는 더욱 팬덤을 적극 공략하기 시작하였다.
2. 국내 OTT의 스포츠 팬덤 활용 전략 : 야구 예능을 활용하는 티빙(Tving)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열기는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8월 18일, 5개 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 총 9만 1,527명이 입장하며 2024 KBO 누적 관중은 847만 5,664명으로 늘어,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 이덕분에 올해 3월부터 프로야구를 중계하기 시작한 티빙은 더욱 큰 덕을 누리게 되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 프로야구 개막 후 3~5월 일평균이용자수(DAU)는 183만 명을 기록했고, 이는 지난해 전체 평균 대비 약 38% 상승한 수치다. 또한 KBO 중계가 유료로 전환되며 많은 이들이 구독자 이탈을 우려한 것과 다르게 지난 5월에는 오히려 DAU가 190만 명으로 늘어나며 KBO 중계는 티빙의 구독자 확보에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1)
티빙은 이처럼 단독중계로 신규 가입자 확보 및 이탈률을 줄이는 것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2022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프로야구는 팬 10명 중 6명 이상(62.3%)이 충성도가 높은 ‘고관여팬’이다. 2) 그렇기 때문에 티빙은 관심 있는 리그의 지난 시즌 우승팀과 응원구단의 선수를 모두 알고 있고 유니폼을 보유한 팬을 뜻하는 ‘고관여팬’을 위해, 현재 방영 중이거나 방영을 종료한 야구 예능 프로그램을 모두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는 올해 KBO리그 개막 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최강야구> 는 물론이고, 개막 이후 진행되는 경기를 두 구단이 시청하며 응원하는 예능 <찐팬구역> 이 포함된다. 티빙은 기존 방송 야구 예능 프로그램 콘텐츠를 서비스 하는 것에 더하여, 오리지널 콘텐츠인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도 제작하여 다양한 야구 예능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 예능보다 ‘야구’에 집중한, <최강야구>
스포츠 예능은 대부분 은퇴한 선수들이 야구 경기를 선보이거나, 연예인들과 함께 경기를 선보이는 형태로 진행되곤 하였다. 그러나 2022년 6월 JTBC에서 방영된 <최강야구> 는 은퇴한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 구단이 타 구단과 경기를 펼친다는 흔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2024년 4월, 시즌 개막 후 발표된 10번의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7번동안 1위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3)
[그림 1] <최강야구>(자료: JTBC)
<최강야구> 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재미와 감동을 위한 선수 개인의 서사는 배제하고, 선수를 제외한 연예인은 한명도 등장하지 않은채 2시간 30분동안 오로지 ‘야구경기’ 그자체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제작진이 233명, 카메라가 총 100여대를 투입하여 마치 야구 경기의 생중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스포츠의 기본속성인 ‘승’에 집중하며, 7할 승률을 달성못할 시,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파격적인 조건탓에 선수들은 더욱 치열하게 경기에 임한다. 이덕분에 <최강야구> 의 인기는 예매를 위한 동시 접속자 수는 15만명 이상, 이번 시즌 5 경기 연속, 전 시즌 13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하며 인기가 더해지고 있다. 4)
장시원 PD는 프로그램 시즌 1 초반 인터뷰를 통해 “최강야구가 한국 야구에 미치는 영향을 의식하고 있진 않다” 5) 고 밝혀지만, 프로그램 방영 이후 KBO 리그의 인기가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최강야구>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스포츠 종목의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표적인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 야구팬도 주인공이 되는 시대, <찐팬구역>
[그림 2] <찐팬구역>(자료: ENA)
스포츠 예능프로그램 하면 주로 ‘경기’를 중심으로 한 예능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스포츠에는 언제나 선수들을 뒤에서 응원하는 팬들의 ‘열띤 응원’이 존재한다. 메타서베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야구 경기장을 가장 찾는 큰 이유 가운데 ‘열심히 응원하는 경기장의 분위기를 즐기고자’는 답변이 47%를 차지할 정도로 특히 야구는 팬들의 응원문화가 돋보이는 스포츠이다.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 선수가 아닌 최초로 스포츠 팬들의 응원에 집중한 예능
<찐팬구역>
(ENA)이 지난 6월 12화를 끝으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찐팬구역>
의 첫 번째 시즌은 18연패를 기록할 당시에도, 3년 연속 꼴찌에 머무르고 있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는 팬들이 주인공이었다. <찐팬구역>은 연예계 대표 한화 골수팬으로 불리는 차태현, 인교진, 이장원 그리고 한화의 영구결번 선수인 김태균 선수가 매회 게스트로 출연하는 상대 야구팀의 팬들과 함께 야구를 관람하며 묘한 신경전과 함께, 각 구단의 응원문화를 알 수 있던 예능으로 야구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정 구단을 응원하는 팬덤을 주축으로 진행되는 예능인만큼 진입장벽은 높지만, 스포츠의 필수 요소인 팬과 응원을 예능 콘텐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스포츠 예능의 폭을 넓힌 새로운 시도라는 평을 받고 있다.
■ 입문자부터 고인물까지 모든 야구팬들을 위한 예능 :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
[그림 3]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자료: 티빙)
야구 팬을 소재로 한 예능이 큰 인기를 끈 것을 바탕으로, OTT 내 KBO 리그 단독 생중계를 진행하고 있는 티빙은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라는 이름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는 프로그램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야구 ‘덕후’에 포커스를 맞춘 예능으로 이를 통해 티빙이 확실하게 야구팬덤을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1부에는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대표자인 개그우먼 엄지윤이 직접 구장을 방문하여 구단 관계자로부터 구단의 역사를 듣고, 현장의 팬들을 즉석으로 섭외해 함께 응원하며 야구에 대해 알아가는 <입덕가이드>코너로 구성된다. 이후 2부에는 전직 야구선수부터 연예계에서 유명한 야구 골수 팬 등이 10개의 구단의 대표자로 출연하여 매화마다 야구와 관련된 주제로 토론을 벌이며 ‘최고의 구단’을 가려낸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다소 복잡한 규칙과 용어가 사용되기에 신규유입이 어려운 스포츠이지만, 티빙은 신규 야구팬의 유입을 고려한 <입덕가이드>코너를 마련하였으며, 이는 8월말 기준 공개된 6편의 영상들이 모두 조회수 100만을 넘으며 ‘야알못’(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3. 해외 OTT의 스포츠팬덤 활용 전략
■ 세계적인 OTT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WWE의 만남 : Netflix
넷플릭스는 2016년 대학 풋볼 리그에 관한 스포츠 다큐멘터리
그렇게 꾸준히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오며 프로스포츠 생중계에는 도전하지 않던 넷플릭스는 올해 1월, 2025년부터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의 주간인기 프로그램인 ‘RAW’의 독점 중계를 시작함을 밝혔다. WWE의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8월 말 기준 1.04억명에 달하며, 이는 미국 4대 스포츠인 NBA, NHL, NFL, MLB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를 월등히 앞서며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스포츠임을 증명하는 수치이다. 이에 더해 프로레슬링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라고 불릴 정도로 웅장한 테마음악과 함께 경기장의 조명, 선수들의 의상, 제스처 등을 통해 하나의 서사가 생겨나는 스포츠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넷플릭스의 주력인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포츠 종목이다.
TKO 대표 마크 샤피로(Mark Shapiro)는 WWE가 중계되는 2025년 1월부터 WWE 스타에 대한 다큐멘터리 등의 추가 콘텐츠를 제작할 것임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 스포츠 자산을 활용하는 구단 자체 OTT : Liberty Live
2022년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포츠 리그인 NFL이 자체 OTT인 NFL+를 론칭하며, 스포츠 리그와 구단의 자체 OTT 출시는 스포츠 계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스포츠 중계를 중심으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비하인드 영상, 혹은 다큐멘터리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자체 OTT 내에서도 기존 스포츠 콘텐츠 제작을 넘어 스포츠 팬덤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사례가 등장했다.
미국 농구팀인 ‘뉴욕 리버티’가 2024년 6월 출시한, 자체 OTT ‘Liberty Live’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팬들을 위해 시즌 티켓 회원을 새로운 팬 로열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경기 관람을 물론이고 하이라이트 영상, 구단 관련 기사 읽기 등에 참여하여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구독료는 월 $4.99로 구독자는 앱에서 적립한 포인트를 사인이 들어있는 기념품, 이벤트 티켓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이는 스포츠 팬 개인이 원하는 맞춤형 혜택을 설계하고 타인이 경험할 수 없는 독점적 스포츠 경험 제공이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6) Liberty Live의 사례는 앞으로 스포츠 팬덤을 고려한 OTT의 시도가 중계, 콘텐츠 제작에 넘어 팬들의 개인의 경험을 반영하여 스포츠 자산을 활용한 OTT 운영의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4. 스포츠 팬덤 겨냥하는 OTT의 미래
국내외 OTT들은 이제 스포츠 중계를 넘어, 스포츠와 관련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그들의 팬 경험을 확대시키기 위해 스포츠 자산 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포츠 팬덤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은 KBO 리그의 인기와 함께 KBO 중계를 진행하고 있는 티빙이 야구 팬들을 공략하고자, TV 야구 예능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것과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도 제작하며 야구팬들을 붙잡는데 주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특정 스포츠의 인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OTT 플랫폼의 팬덤을 활용한 스포츠 중계가 시작되는 독특한 양상과 함께, 자체 OTT에서 스포츠 자산을 활용해 구단팬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등 더욱 다양한 스포츠 팬덤을 위한 노력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인 ‘팬’들은 개인화된 관람 경험과 함께,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여러 방식으로 즐기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러하여 앞으로 OTT운영의 차세대 전략으로 불리는 스포츠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OTT들은, ‘스포츠 팬덤’의 요구와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들의 팬 경험 확대를 위한 다채로운 스포츠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 1) 뉴스1, 야구 이어 농구도 품은 ‘티빙’…스포츠 앞세워 넷플릭스 ‘정조준’, 2024.7.1.
- 2) 머니투데이, 수원 삼성-SSG랜더스, 팬충성도 가장 높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보고서’ 발간, 2023.5.8.
- 3) 국민일보, 열기 더하는 야구예능 …“소비력,열정 갖춘 팬덤 매력적”, 2024.7.29.
- 4) 네이트, ‘최강야구’, 13 경기 연속 매진…동시접속자 15만명↑, 2024.7.10.
- 5) 쿠키뉴스, 장시원 PD “야구 중계 너머의 재미, 찾고 싶었어요”, 2022.7.7.
- 6) itworld, “스포츠 팬덤 문화, 연결성과 개인화 통해 몰입형으로 전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2024.1.29.
참고자료
- 국민일보, 열기 더하는 야구예능 …“소비력,열정 갖춘 팬덤 매력적”, 2024.7.29.
- 네이트, ‘최강야구’, 13 경기 연속 매진…동시접속자 15만명↑, 2024.7.10.
- 뉴스1, 야구 이어 농구도 품은 ‘티빙’…스포츠 앞세워 넷플릭스 ‘정조준’, 2024.7.1.
- 머니투데이, 수원 삼성-SSG랜더스, 팬충성도 가장 높아…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보고서’ 발간, 2023.5.8.
- 쿠키뉴스, 장시원 PD “야구 중계 너머의 재미, 찾고 싶었어요”, 2022.7.7.
- itworld, “스포츠 팬덤 문화, 연결성과 개인화 통해 몰입형으로 전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2024.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