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4년 미디어 산업의 M&A 개요 및 동향
1) 미디어 기업의 M&A
2024년이 시작되면서부터 인수합병(M&A)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던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7월 7일 이사회를 통해 스카이댄스(Sky Dance)와 총 80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국내에서는 토종 OTT 1, 2위를 경합하던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의 합병을 위한 매각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등 어느 때보다 스트리밍 사업자의 M&A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상위 3개 인수합병은 2019년 디즈니 그룹의 21세기 폭스 인수(거래 금액 약 713억 달러), 2018년 AT&T의 타임워너(Time Warner) 인수(거래 금액 약 854억 달러)와 컴캐스트(Comcast)의 위성방송 스카이 인수(거래 금액 약 400억 달러)를 꼽을 수 있다. 디즈니는 폭스의 영화 스튜디오와 TV 제작사,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과 FX 네트워크(FX Networks) 등의 케이블 네트워크, 스타 인디아(Star India)를 인수하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제작과 네트워크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였고 당시 새롭게 시작한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에 더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었다.
미국의 최대 통신사인 AT&T는 비즈니스 맞수이자 NBC유니버설을 소유한 컴캐스트와 경쟁을 위해 HBO, 워너 브라더스, CNN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를 인수함으로써 콘텐츠와 네트워크의 결합을 강화했다. 반면 NBC유니버설을 통해 영화제작사 유니버설 픽처스(Universal Pictures), NBC(지상파)와 NBC 케이블 네트워크를 소유한 컴캐스트는 비슷한 시기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시장에서 플랫폼의 지위를 공고히 해왔던 위성방송 스카이(Sky) 인수를 하면서 글로벌 확장을 강화했다.
앞선 사례보다는 규모는 다소 작지만 2020년대 들어서 의미 있는 인수합병이라면 아마존(Amazon)의 MGM 인수를 꼽을 수 있다. 아마존은 2021년 5월, 할리우드 스튜디오인 MGM을 84억 5천만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듬해인 2022년 3월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으며 인수합병을 마무리 지었다. MGM은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 <록키(Rocky)> , <핑크 팬더>등 4,000여 편 이상의 영화와 17,000편 이상의 TV 에피소드를 보유하며 풍부한 IP를 갖고 있는 제작 스튜디오로 아마존은 MGM 인수를 통해 OTT 스트리밍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콘텐츠를 강화함과 동시에 아마존 스튜디오(Amazon Studios)가 MGM의 기존 IP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이렇듯 지금까지 M&A는 기존 미디어 기업으로써 몸집을 불리고 부족한 콘텐츠를, 네트워크를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우위를 점하려고 하는 전략적 M&A가 주를 이뤄왔다.
2. 글로벌 OTT M&A
2024년에 들어서면서 글로벌 관점에서 미디어 산업의 중심축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함과 동시에 선형 TV 시장이 쇠퇴하는 등 미디어 산업 지형의 변화가 일어나자, 각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은 매각하고, 가입자를 확대하며 보다 수익 확대로 전략 방향을 수정하면서 인수합병은 물론 경쟁사와도 서비스 합작을 하는 등 산업지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PWC는 2024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분야의 글로벌 M&A 트렌드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1)
2024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산업은 기술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략적 M&A(인수합병)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M&A의 주요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1. 자산 조정과 구조 개편(Distressed Assets and Restructuring)
• 전통적인 선형 미디어 모델에서 벗어나 자본 배분을 최적화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회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음
• 스트리밍 경쟁의 심화와 플랫폼 간 콘텐츠에 대한 수요 증가, 소비자의 맞춤형 미디어와 라이브 이벤트 경험에 대한 선호도 증가가 M&A 활동을 더욱 촉진하고 있음
2. 인도 시장의 성장(India as a Growth Hotspot)
• 인도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그 규모와 소비자 지출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M&A에 매력적인 지역으로 부상
• 디즈니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y)의 85억 달러 규모 합병과 WWE와 넷플릭스의 50억 달러 규모의 10년 계약과 같은 주요 거래는 인도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경쟁적 풍경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
3. 대규모 기업 거래의 회귀(Return of Corporate Megadeals)
• 2024년 상반기에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대기업 거래가 부활하는 조짐을 보임
• 하반기에는 유명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재구성과 새로운 규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거래에 계속 참여할 것으로 예상
이러한 트렌드는 기업들이 시장 위치를 개선하고 새로운 청중에 접근하며 신흥 트렌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M&A가 중요한 전략임을 보여준다. 기술적 발전과 함께 전략적 인수합병에 초점을 맞춘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미디어 환경의 변혁기를 마련하고 있다.
1) 뉴 파라마운트(New Paramount)의 탄생
ABC, NBC, FOX와 함께 미국 4대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CBS를 보유하고 있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MTV, 니켈로디언(Nikelodeon), 코미디센트럴(Comedy Central) 같은 케이블 TV 채널과 스트리밍 서비스인 파라마운트+, FAST 플랫폼 플루토TV(Pluto TV)와 1912년, 미국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쳐스를 소유하고 있는 말 그대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다. 2006년 하나였던 회사를 바이아콤(Viacom)과 CBS로 분리해 Viacom은 MTV 같은 케이블 네트워크와 영화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CBS는 방송과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맡아서 각각 운영하다가 2019년 이사회를 통해 다시 합병하며 사명을 ‘ViacomCBS’로 변경하였다. 이후 2022년 ViacomCBS는 스트리밍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보다 친숙한 ‘파라마운트’라는 브랜드로 입지를 확대하고자 사명은 ‘파라마운트 글로벌’로 변경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스카이댄스 미디어(Skydance Media)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터미네이터>
시리즈,
<스타트렉>
의 2013년과 2016년 시리즈,
<탑건: 매버릭>
(2022)과 같은 영화는 물론 넷플릭스 코미디 시리즈
<그레이스 앤 프랭키(Grace and Frankie)>
(2015~2022),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Tom Clancy’s Jack Ryan)>
와
지난 7월 7일,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스카이댄스 미디어는 총 80억 달러 규모의 M&A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합병 과정과 주요 투자 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합병 및 투자 개요
• 계약에 따라 파라마운트의 비상임 회장인 샤리 레드스톤(Shari Redstone)의 가족 지분 매각
•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최대 주주인 내셔널 어뮤즈먼트(National Amusements, Inc.) 2) 를 24억 달러에 인수
•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스카이댄스 인수합병(약 47억 달러)
• 인수 합병 후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 글로벌에 15억 달러를 투자해 기존의 부채를 상환
• 최종 인수합병 시점은 2025년 상반기 마감 예상
② 인수합병의 의미
스트리밍 서비스 무한 경쟁 속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은 대형 사업자에 고전을 겪고 있는 파라마운트+의 운영사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157억 달러(약 21조 원)의 부채를 보유 3) 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 재조정이 필요했다. 인수합병은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미디어 경쟁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콘텐츠 소비의 분산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파라마운트 서비스는 탄탄한 자본과 전문성을 갖춘 스카이댄스와 합병을 통해 애니메이션, 게임, 스포츠 같은 스카이댄스가 갖고 있던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스카이댄스 미디어의 기술 역량과 콘텐츠 제작 역량을 플랫폼을 갖고 있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흡수하며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구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2) 세계 최다 인구, 인도 시장에서 M&A
인도 경쟁위원회(CCI)는 2024년 8월 28일, 글로벌 미디어 기업 디즈니와 인도의 다국적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 Limited, RIL)의 인도 내 미디어 자산 합병 계약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합병 금액은 85억 달러(한화 약 11조 4,700억 원)이며 합병을 통해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경기인 크리켓을 디즈니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① 합병 개요
• 2019년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인도 내 스타 인디아(Star India)/핫스타(Hot Star) 사업을 인수
• Hot Star를 인수하면서 보유하고 있던 크리켓 경기인 인디언 프리미어 리그(IPL)의 스트리밍 권리를 2022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자회사 Viacom 18에 빼앗기고 대신 30억 달러에 유료 TV 중계권리만 인수(IPL 스트리밍 중계권을 확보한 Viacom 18의 구독자는 급증하는 반면, Disney+ Hotstar의 구독자는 급감)
• IPL 스트리밍을 중계권을 확보해 자사 OTT 플랫폼인 지오시네마(JioCinema)에서 무료로 스트리밍 하던 Viacom 18은 서비스 경쟁 압박이 커짐을 느끼자 2024년 2월, 디즈니와 함께 신규 합작 법인(조인트 벤처) 설립 계약을 체결(릴라이언스는 조인트 벤처에 14억 달러를 투자하고 지분 63% 인수, 디즈니는 37% 인수)
• 인도 경쟁위원회 CCI에서 최종 승인(2024.8.28.)
② 인수합병의 의미
• 인도 스트리밍 시장 점유율이 26%에 달하는 디즈니+핫스타와 7%인 Jio Cinema가 인도 최고 인기 스포츠 경기인 IPL(크리켓)의 통합 서비스를 위해 조인트 벤처 설립
• 국내외 모든 크리켓 경기를 통제하는 인도 정부는 디즈니와 릴라이언스가 크리켓 경기 스트리밍에 대한 광고 요금을 부당하게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
• 폭스(Fox)로부터 인수한 핫스타로 인도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디즈니가 인도 기업인 릴라이언스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소니(Sony Pictures), 넷플릭스, 아마존과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인도 시장을 두고 격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스카이댄스, 디즈니와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M&A 외에도 2019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를 운영해 온 월트 디즈니는 지난해 말 컴캐스트(Comcast)로부터 훌루의 지분 33%를 8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하고 2024년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완전한 운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디즈니+와 훌루는 보다 강력한 스트리밍 번들 패키지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3. 국내 OTT M&A 현황과 전망
지난해부터 M&A가 점쳐졌던 CJ ENM의 티빙과 SK스퀘어와 지상파 3사가 소유한 웨이브의 합병은 2023년 12월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이후 2024년 9월 현재까지 합병 절차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티빙은 CJ ENM이 48.8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그 외 KT스튜디오 지니(13.54%), SLL중앙(12.75%), 네이버(10.66%), 미디어그로스캐피털제1호(13.54%)각 나머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반면 웨이브는 SK스퀘어가 40.50%를 확보하고 있으며, KBS, MBC, SBS가 똑같이 19.80%를 소유하고 있다.
[그림 1] 티빙 웨이브 지분 구조 (자료: KCA 미디어 이슈 & 트렌드 리포트, 2024.2.13.)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지연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각 주주사의 이해관계가 달라 세부적인 조건에 대한 의견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합병 비율, 전환사채(CB) 상환, 합병 후 콘텐츠 공급 대가 등 민감한 사항의 조율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4)
그동안 티빙은 월간 사용자(MAU)가 2023년 12월(583만) 대비 27% 성장한 740만 명(2024년 6월, 모바일인덱스 기준)으로 급증하면서 넷플릭스(동기간 1,096만)의 67.5% 수준까지 따라가고 있다. 반면 웨이브는 430만 명으로 큰 변동폭 없이 증가하는 티빙과의 점유율 격차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웨이브는 지난 7월과 8월 파리 올림픽을 스트리밍 하면서 시청자가 8배나 증가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지만, 올림픽 특수에 가깝다고 지적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5)
티빙이 모기업 CJ ENM의 지속적인 드라마 흥행과 KBO 프로야구 중계, 그리고 <환승연애>등의 스테디셀러 예능 프로그램이 더해져 지속적으로 넷플릭스와 격차를 줄이면서 존재감을 높이는 반면, 웨이브는 합병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콘텐츠 투자, 마케팅 등 여러 부문에서 투자시기를 놓치는 등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내 OTT 업계는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들의 자산 조정과 구조 개편, 수익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 경쟁사와의 서비스 합작을 위한 M&A를 통해 합병 전후의 상황에 대한 학습효과를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한다. 국내 OTT의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확대, 글로벌 진출 등 많은 미션이 기다리고 있다. 전략적 인수합병이 본질적으로 사업영역 강화와 탄탄한 업계 생태계 구축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합병 성사 여부를 빠르게 조율하고 다음 스텝을 위한 경쟁 전략 마련이 필요할 시점이다.
- 1) PwC, PwC’s Global Entertainment & Media Outlook 2024–2028, 2024.
- 1) 1936년에 설립된 내셔널 어뮤즈먼트는 레드스톤이 소유하고 있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지배주주로 클래스A 주식의 약 77%를 보유하며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셔널 어뮤즈먼트는 파라마운트 글로벌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 자산과 미국, 영국, 라틴 아메리카에서 극장 브랜드인 Showcase Cinemas, Multiplex Cinemas, Cinema de Lux를 운영하고 있다.
- 1)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Reliance Industries Limited, RIL)는 인도의 다국적 대기업으로 석유화학, 정유 공장, 리테일과 Jio Platforms(지오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도 최대의 민간 기업이다.
- 1) 이코노믹 데일리, 티빙-웨이브 합병 난한, 복잡한 주주구성과 이해관계 조정이 걸림돌, 2024.07.12.
- 1) 뉴스워커, OTT 언더독 웨이브, 파리올림픽 반짝 특수... “일시적 현상” 의견도, 2024.08.12.
참고자료
- 뉴스워커, OTT 언더독 웨이브, 파리올림픽 반짝 특수... “일시적 현상” 의견도, 2024.8.12.
- 이코노믹 데일리, 티빙-웨이브 합병 난한, 복잡한 주주구성과 이해관계 조정이 걸림돌, 2024.7.12.
- Paramount. Skydance Media and Paramount Global Sign Definitive Agreement to Advance Paramount as a World-Class Media and Technology Enterprise. 2024.7.7.v
- PwC. Global M&A Trends in Technology, Media & Telecommunications. 2024.6.25.
- Sportsnaut. Apple TV Wins Exclusive Rights to MLS: What This Means for Soccer Fans. 2024.4.12.
- Television Business International. Disney & Reliance Industries agree $8.5bn merger. 2024.2.29.
- Television Business International. Reliance, Murdoch & Paramount-backed Viacom18 strike deal for Disney in India. 202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