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의 중심에는 뉴미디어, FAST 스트리밍 서비스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히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넘어서, 콘텐츠 제작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제작 산업 또한 극장 배급 외에 OTT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개봉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스트리밍 대기업들이 영화배급사에서 영화제작사로 전환했고, 스트리밍 대기업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영화를 제작하면서 ‘큰 화면’(극장)과 ‘작은 화면’(TV)의 구분이 희미해졌다. 1) 특히, 미디어 플랫폼 변화는 나라 간 국제 공동 제작(International Co-Production)의 환경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콘텐츠 투자가 증가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등장으로 인한 대륙 간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제 공동 제작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1. OTT가 국제 공동 제작에 미친 영향
2010년 초 이후 지난 10년 동안,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와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는 미디어 소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스트리밍은 이제 콘텐츠 소비의 첫 번째 플랫폼이 됐다. 2) 메조미디어가 공개한 세대별 남녀 미디어 이용 행태와 광고 접촉 반응 등을 조사한 <2024 타겟 리포트> 에 따르면 국내 20대의 일평균 OTT 시청 시간은 70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3) 전체 연령대의 일평균 OTT 시청 시간도 56분이나 됐다. 특히 10대와 20대에서는 TV를 전혀 시청하지 않는 비율이 각각 16%와 19%에 달해 OTT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4)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닐슨이 매달 조사하는 스마트TV 시청 점유율 ‘게이지(Gauge)’에 따르면 2024년 7월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은 6월에 이어 41.4%를 넘었다. 5)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는 전통적인 방송사의 서비스 환경과 달리, 국경을 초월한 전 국가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특정 국가나 지역의 콘텐츠를 그 지역 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넷플릭스는 2024년 8월 현재 190개국 넘는 곳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6)
이에 국제 공동 제작을 통해 글로벌 시청층 취향에 부합하는 보편적인 콘텐츠 제작 필요성 또한 더욱 증가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넷플릭스는 한국, 스페인, 인도,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배급하면서, 각국의 제작사들이 글로벌 오디언스를 겨냥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여 다양한 국가의 제작사들과 협력하여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사실상의 글로벌 제작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킹덤> , <오징어게임> , <스위트홈>과 같은 K-콘텐츠가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성공사례는 한국과 외국의 공동 제작 활성화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 국제공동제작의 정의와 유형
국제 공동 제작은 두 개 이상의 국적을 가진 제작사가 각국의 관련법과 국제 공동제작 조약 등에 따라 공동으로 기획, 투자, 배급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제작방식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국 영상물의 시장 지배를 막고 유럽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문화적 목적에서 공영 방송사를 중심으로 국제 공동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공동 제작을 통해 제작비 지원과 관세 혜택, 공동 시장 개척 등의 경제적 동기 요인 때문에 공동 제작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Hoskins & McFayden, 1993)
국제공동제작은 기본적으로 제작에 필요한 자원을 분담하여 이루어지므로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를 공동제작자가 공유하거나 나눠 갖는 등 공동 권리를 강조할 수 있고, 공동으로 권리를 나누기 위해서 공동의 자원-인력, 기술, 콘텐츠, 시설, 재정적 자원-을 부담하고 제작과정에서 국가 및 공동제작자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노력하는 방식이다.(송정은 외, 2014)
이러한 국제공동제작의 정의에 따라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공동제작의 유형을 분류하면 △리메이크 공동제작 △투자 공동제작 △인력과 기술 공동제작 △로케이션 공동제작이 있다.
· 리메이크(Remake)를 통한 국제공동제작
다른 국가의 영화, 소설, 만화 등 지적 재산권(IP)을 수입하여 자국에서 다시 제작하는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자국화 시킴으로써 안정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리스크가 그만큼 적어지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페인에서 제작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La Casa de Papel (2017-2021)>가 2022년 국내에서 리메이크 된 <종이의 집(Money Heist)> 과 덴마크 영화 <Den Skylidge >를 원작으로 미국 넷플릭스에서 리메이크 된 <더 길티(The Guilty)> , 영국의 미니시리즈 <Unforgiven >을 미국판 넷플릭스 영화로 리메이크한 산드라 블록 주연의 <브로큰(The Unforgivable)>등이 있다.
위 사례와는 반대로, 한국의 콘텐츠가 해외에서 리메이크 된 경우도 있다. KBS 드라마 <굿 닥터> 는 미국 소니픽쳐스텔레비전 스튜디오에서 리메이크하여 미국 ABC에서 프라임타임에 방송된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시즌 1을 시작으로 2024년 5월, 시즌 7 까지 ABC에서 방송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자회사 Hulu에서도 스트리밍 되고 있다. <굿 닥터> 는 미국 ABC 뿐만 아니라 일본과 터키에서도 리메이크되어 2018년 일본의 후지TV와 2019년 터키의 FOX 7) 채널에서 <Mucize Doktor >방송됐다. 한국 OCN 드라마 <보이스> 는 2019년, 일본 Nippon TV에서 <보이스 110긴급지령실(ボイス 110緊急指令室)>과 태국 True4U에서 <Voice >로 각각 리메이크 되었다.
[표 1] 오리지널 콘텐츠와 리메이크 콘텐츠
· 투자(financing)를 통한 국제공동제작
기존에는 콘텐츠 제작비를 분담하며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통해 각 국가에서 제작에 필요한 자본을 각각 제공하고 해당 국가의 배급망을 통해 콘텐츠를 공동으로 유통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투자의 개념을 넓혀 개발도상국과 ODA(공적개발원조)로써 투자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한국 EBS는 캄보디아 정부와 진행한 ODA 사업의 일환으로 캄보디아의 온라인·모바일 기반 교육방송국 EBC(Educational Broadcasting Cambodia) 설립을 지원했다. EBS-EBC 공동제작 다큐멘터리
<캄보디아: 청춘의 왕국>
은 EBC에서 촬영 장비, 장소 섭외 등 제반 사항을 준비하고 EBS에서 방영권을 얻는 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자본과 배급망을 확보하고 현지화 전략에 따라 현지 제작사에 자본을 투자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게 하고 IP(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한 후 자신들의 배급망을 통해 글로벌로 배급하는 형태를 띤다.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제작비 투자를 통한 국제공동제작은 자본 확보가 쉬워지고 글로벌 배급망을 통해 콘텐츠 유통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러 제작사와 협업을 통해 공동 투자 및 제작을 통해 리스크를 분담하기도 하고, 시청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 연령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분석해 공동제작 국가 두 시장에서 성공 전략을 세우며 공동제작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OTT에서 공개되는 공동 제작 콘텐츠의 클로징 자막(크레딧 자막)이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제작사들이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참여했음을 보여준다.
· 인력 및 기술 측면의 국제공동제작
콘텐츠 제작 인력(감독, 배우, 스태프 등)이나 후반 작업 기술(CGI, 편집, 사운드 등)을 공유하는 공동제작 방식으로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 기술을 활용하거나 해외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술 우위에 있는 국가를 통해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으나, 단순 작업의 경우 인력비용이 낮은 국가의 제작사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도 있다.
애플 TV+의 <파친코(Pachinko)> 는 이민진 작가의 미국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미국의 유명 제작사 Media Res가 한국 제작사 바운드 엔터테인먼트, 미국 독립 제작사 토픽 스튜디오(Topic Studios) 등과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2022년 3월 시즌1 스트리밍 이후 최근 시즌2가 완성되어 2024년 8월 23일부터 스트리밍을 시작했다. <파친코> 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많이 다뤘지만 해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한국계 미국인들이 대본부터 연출, 연기까지 맡게 됨으로써 갖게 된 독특한 관점으로 글로벌한 공감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8)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은 원작부터 제작까지 한국과 일본의 공동제작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공지영 작가와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공동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드라마로 제작한 이 작품은, 한국인 문현성 감독과 한국 배우 이세영, 홍종현, 그리고 일본인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와 나카무라 안이 출연한다. 일본인 스텝들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
일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의 <유유백서> 는 일본의 ROBOT이 제작한 작품으로 만화를 실사화한 만큼 최첨단 시각효과가 많이 사용되었다.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와 많은 작업을 했던 스캔라인 VFX(Scanline VFX) 덕분에 <유유백서> 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는데 10) , 작업에 참여한 한국의 덱스터스튜디오는 “이 작품은 장르 특성상 화려한 색채가 강하고 VFX 비중이 높아 실력이 있는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대거 투입됐다”고 밝혀 11) 국제적인 기술 공동제작의 작품의 사례가 되었다.
· 로케이션(Location)을 통한 국제공동제작
해외에서 콘텐츠를 제작·촬영하는 방식으로, 국가 간의 촬영지 공유를 통해 국제 공동제작이 이루어진다. 해당 국가의 자연환경이나 촬영 인프라를 활용하며, 국가에 따라서 로케이션 촬영 허가와 정부의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이 방식은 현지의 문화적 사실성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장소에서 촬영된 콘텐츠를 그 지역의 팬들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의 해외로의 확장이 용이해지고, 현지 촬영 국가의 지원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소개한 애플 TV+의
<파친코>
의 경우 한국과 일본 이민자의 삶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오사카와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이민자들의 삶을,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이민자들의 정착지로서 촬영하면서 공동 제작한 한국과 미국 외에도 일본과 캐나다에서도 촬영하는 로케이션 공동제작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의 흥행 성공으로 촬영지인 뉴질랜드는 많은 관광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아마존이
<반지의 제왕>
TV 시리즈를 제작할 때도 뉴질랜드 정부는 아마존과 협약해 제작비 중 1억 1,400만 달러를 세금 감면 형식으로 환급했다고 알려졌다.
12)
2. 국가별 국제 공동 제작 현황: 글로벌 시장 확장과 문화 교류의 필요성
국제 공동 제작은 문화 교류의 중심에 있다. 국제 공동 제작은 단순히 제작비용을 분담하고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시장 확장과 문화 교류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제작사들이 협력하여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단일 문화권을 넘어서 다수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청자를 확대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각국의 문화적 이해와 교류를 촉진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유럽은 국제 공동 제작이 가장 활성화된 곳이다. 역사적인 문화적 유사성과 언어의 공통점 때문이다. 스페인은 영국과 함께 유럽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선호하는 국가 중 하나다. 13) 최근 유럽 시청각 감독위원회(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에 따르면 2022년에 스페인에서 OTT 기업이 제작한 드라마는 34편에 달했다.
스페인은 아르헨티나, 캐나다, 프랑스, 포르투갈, 우루과이 등과 양자 공동 제작 협정을 맺고 있는 국가다. 스페인 기업 국제화 진흥원(ICEX)은 한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 영국, 중국, 일본, 인도, 터키를 협업을 위한 전략적 시장으로 지정했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는 국제 공동 제작에 가장 적극적이다. 스페인, 세르비아, 폴란드, 헝가리 등과 함께 대규모 프로젝트로
영국은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인도, 이스라엘, 자메이카, 모로코, 뉴질랜드, 팔레스타인 점령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양자 공동 제작 조약을 맺고 있으며 프랑스, 뉴질랜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적극적으로 공동제작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는 캐나다가 약 60개국과 시청각 조약을 맺고 있는 14) 세계에서 가장 큰 양자 공동 제작 조약 네트워크를 가지고 국가로 글로벌 제작 프로젝트에 자금 지원, 세금 공제 등을 제공하며 활발한 공동제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 또한 캐나다, 중국, 독일, 인도, 아일랜드, 이스라엘, 이탈리아,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과 공동 제작 조약을 체결하며 다양한 국가들과 공동 제작 협정을 맺고 있다. 호주는 공동 제작을 통해 세금 환급과 ‘스크린 호주 및 기타 정부 기관의 지원 자금’ 신청 기회를 준다. 또 호주 내 로케이션 촬영 시 ‘Location Offset’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로케이션 오프셋(Location Offset): 제작비의 일정 비율을 세금 환급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제작이 호주에서 이루어질 때 적용되며 40%의 영화 오프셋과 30%의 TV 오프셋이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액션 영화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가 호주에서 촬영되었다.
아울러 공동 제작은 양국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 제고와 이용자의 융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JTBC 예능 스튜디오 SAY와 베트남 국영방송사 VTV, 베트남 제작사 카티엔사(Cat Tien Sa)가 공동으로 제작해 지난 7월 베트남에서 방송된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는 베트남의 섬 푸꾸옥을 배경으로 치열한 사랑 경쟁을 펼치는 청춘 남녀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15) 베트남TV에서 처음으로 리얼리티 데이트 쇼에 다국적 출연진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6) 그동안 베트남과 한국 간 공동 제작 작업이 많았지만, 이 작품은 뉴미디어를 통한 첫 번째 협업으로 시작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고, VTV3에서 방송과 함께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해 동시 시청자 수가 6만 5,000명을 기록했을 정도로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제작발표회에서 베트남 국영방송사 VTV 다큐멘터리센터 뉴엔 뜩 화(Nguyen Duc Hoa) 부국장은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외에도 베트남 푸꾸옥의 관광 이미지와 베트남 및 한국 젊은이들의 용감하고 도전적인 모습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에 출연자들의 소셜 미디어 서비스에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의 댓글과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JTBC에 따르면 지난 7월 2일부터 9월 2일까지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이용량은 5억 4,910만 뷰(view)였다.
한편 일본 방송 TBS와 한국 포맷 기획사 썸씽스페셜(Something Special)은 최근 예능 포맷을 공동 개발하고 2025년 2월 MIP London 행사에서 론칭 하겠다고 밝혔다. 18) 이에 앞서 2024년 6월 일본 TBS는 해외 사업을 위한 전략적 허브를 서울로 삼으며 TBS KOREA를 설립했다. TBS는 앞으로 한국에서 드라마, 예능 쇼, 영화, K팝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공동 개발에 약 5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
3. 환경 변화가 이끈 국제 공동 제작의 다각화
글로벌 OTT 플랫폼들이 국제 공동 제작의 주요 파트너로 부상한 것은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지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하는 방송사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단번에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접근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공동 제작과 관련한 대표적 성공 사례로 넷플릭스의 <더 크라운(The Crown, 2016-2023)> 이 있다. <더 크라운> 은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다룬 인기 시리즈로, 영국의 레프트 뱅크(Left Bank Pictures)와 넷플릭스가 공동으로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더 크라운>의 제작을 위해 1억 달러(한화 약 1조 3,5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 고증을 위해 영국의 전문 제작사들이 의상과 세트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영국 이외의 장소에서 촬영을 위해서 스코틀랜드, 아프리카, 호주 등 현지 협력 제작사와 공동 작업을 통해 제작 퀄리티를 높이며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넷플릭스의 대표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제작 협업도 공동제작을 촉진할 수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결합한 환경에서의 콘텐츠 제작은 물리적 제약을 넘어 전 세계의 제작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제시한다. 최근 일부 영화와 드라마 제작 프로젝트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가상의 스튜디오에서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제작자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 있더라도 동일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것처럼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을 의미하면서 글로벌 팀이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조정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와 같은 클라우드 기술 도입은 국제 공동 제작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반지의 제왕: 권력의 반지(The Lord of the Rings: The Rings of Power, 2022)> 제작 시 19) , 아마존 스튜디오는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여 전 세계에 흩어진 제작진들이 실시간으로 협업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 여러 국가의 팀들이 동시에 작업하며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또한 넷플릭스의 <1899(2022)> 는 유럽 최대 규모의 XR 스테이지에서 제작됐다. 기존 계획으로는 유럽 전역에서 촬영 예정이었으나, 전체 프로젝트를 ‘인 카메라(in-camera) LED 캡처 방식으로 전환해 화제가 되었다. 20)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도 이러한 변화 흐름 속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국내 주요 OTT 플랫폼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5대 스트리밍 플랫폼과 함께 '콘텐츠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이를 통해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제작사와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 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협약의 핵심은 국내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단순히 국내 시장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동 제작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2024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서도 공동 제작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2024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은 역대 최대 규모인 1억 4,700만 달러(약 1,955억 원)의 비즈니스 상담액을 달성했다. 21) 이중 상당수가 국제 교류 협력 및 공동 제작 관련 금액이다.
2024년에는 서유럽 권역 최초로 프랑스가 참여했다. △미디어완 아틀란티크(Mediawan Atlantique) △엘레펀트 인터내셔날(Elephant International) △페데라시옹 스튜디오(Federation Studios) △고몽 TV(Gaumont TV) △미디어완 이마지시메(Mediawan Imagissime) 등 총 5개 사가 각 사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쇼케이스도 진행됐으며 한국 콘텐츠 기업들은 이들과 콘텐츠 공동 제작을 논의했다. 문체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BBC 스튜디오(BBC Studios) 및 동남아 대표 스트리밍 플랫폼 뷰(Viu)와 글로벌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투자 및 유통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2024.8.27.)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 제작 및 투자 협력 ▲방송영상 콘텐츠 글로벌 유통 확대 도모 ▲기타 국내외 방송영상 콘텐츠산업 발전 및 공정한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사항 등 글로벌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투자 및 유통 확대를 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도 했다.
4. 국제 공동 제작의 미래
◼︎ 지속 가능한 제작 모델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로 인해 촉진된 국제 공동 제작은 앞으로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한 콘텐츠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프로젝트에 대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왔으나, 공동 제작을 통해 22)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탐색함으로써 공동 제작에 긍정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24년 5월 열린 국제 TV쇼 <시리즈 매니아(Series Mania)>에서도 유럽 TV 제작의 4가지 주요 트렌드 중 하나로 ‘지속 가능한 공동 제작’을 선정했다. 유럽 시청각 감독 위원회(European Audiovisual Observatory) 수잔 니콜체프(Susanne Nikoltchev) 이사와 질 폰테인(Gilles Fontaine) 시장 정보 담당 대표가 진행한 세션에서 폰테인은 유럽 TV 시리즈의 경우 공동 제작 수가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영화에 비해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처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 간의 공동 제작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다른 언어를 쓰는 국제 공동 제작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동제작에서는 다양한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스토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과 공동 협업의 개념을 단순한 공동 제작이 아닌 공동 기획, 집필, 제작 등 공동 개발로 넓힐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향후 국제 공동 제작의 흐름 중 다른 하나는 비대면 협업 환경의 발전을 꼽을 수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 협업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클라우드 기반의 제작 시스템을 활용한 국제 공동 제작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공동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버추얼 프로덕션 영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23) 에 따르면 글로벌 버추얼 프로덕션 시장은 2023년 29억 7,000만 달러에서 2032년 100억 7,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며, 중국의 경우 LED 월(Wall) 도입과 영화 제작자들 간의 협력 증가로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간 버추얼 프로덕션을 이용한 협업도 가속화될 수 있다.
[그림 1] VP시장 규모 예상(자료: Variety, 2024.5.23.)
◼︎ 콘텐츠 제작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안
국제 공동 제작은 콘텐츠 제작과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과거에는 로컬을 중심으로 특정 국가나 지역의 제작사들이 주로 자국 내 관객을 타깃으로 콘텐츠를 제작했으나, 이제는 시청 타깃이 글로벌 오디언스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제작 형태, 콘텐츠 소비에 대한 속도와 범위 등 새로운 계획과 전략이 필요해 졌다.
글로벌 오디언스의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의 제작은 국제 공동 제작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제작사들이 협력하여,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반영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한국 전통적 요소인 사극과 좀비물을 혼합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처럼 글로벌 오디언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스토리텔링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 공동 제작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의 중요성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 더 나은 협업을 위한 과제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각국 제작사들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은 국제 공동 제작에서 직면하는 중요한 도전 과제 중 하나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필요하다. 각국의 규제 및 법적 문제도 국제 공동 제작에 있어서 중요한 해결 요소다. 이는 국제 공동 제작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영상콘텐츠 제작과 기업간 협력에 대한 각국의 법적 규제를 철저히 이해하고 준비한 제작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제작에 대한 정부 지원이다. 국제적 공동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호주의 ‘로케이션 오프셋’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국 내에서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민간 차원의 기술적 지원과 협력을 촉진해 국제 공동 제작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국제 공동 제작의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이전과는 다른 과정을 거친 콘텐츠가 탄생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공동의 협력을 통한 풍부한 문화적 교류와 괄목할만한 산업적 성과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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