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투자 대비 저조한 실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애니메이션(Anime)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면서도 높은 시청 실적을 나타내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2021년 발표된 Precedence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애니메이션 시장은 약 64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1)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장르가 스트리밍을 만나면서 소비패턴이 유지되고,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과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콘텐츠 수요 점유율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1. 팬덤 꽉 잡는 애니메이션 OTT
■ 크런치롤(Crunchyroll)
글로벌 애니메이션 구독 스트리밍인 ‘크런치롤’은 최근 수 년 간 급성장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크런치롤은 지난 2020년 소니(Sony)가 AT&T로부터 9억 5,7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크런치롤의 글로벌 시장 구독자는 7,000만 명 수준이었으나, 4년이 지난 지금 크런치롤의 구독자는 1,30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인기에 힘입어 크런치롤은 동남아시아 및 인도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2)
소니는 2024년 초 크런치롤과 기존 보유하고 있었던 또 다른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퍼니메이션(Funimation)’을 합병해 통합 애니메이션 스트리밍3)을 완성했다. 크런치롤은 2024년 5월 현재 1,653개 타이틀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통합 구독자는 1,560만 명에 달한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SPE) CEO 토니 빈치케라(Tony Vinciquerra)는 지난 5월 30일 전략 브리핑에서 “크런치롤은 향후 몇 년 동안 SPE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특히, 일본 외 글로벌 지역 구독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영화, 게임, 음악 사업으로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및 테크놀로지 대기업이지만, 애니메이션 <데몬 슬레이어>를 제작한 애니플렉스와 크런치롤을 보유한 ‘글로벌 1위 애니 플랫폼’ 이기도 하다.
크런치롤은 <데몬 슬레이어> 시리즈를 비롯해 루피와 해적단이 원피스를 찾는 모험을 그린 <one Piece>, 스파이 가족의 비밀 임무와 일상을 그린 <Spy x Family>, 주술사들의 싸움을 그린 <Jujutsu Kaisen: season 2> 등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의 특성 상 많은 콘텐츠들이 시리즈로 운영되면서 구독자들을 lock-in하는 효과가 매우 크다.
■ 라프텔(Raftel)
글로벌 애니메이션 열풍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토종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라프텔’이 대표적이다. 라프텔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전문 방송하는 유료 방송 채널(PP)인 애니플러스를 최대 주주로 두고 있다. 당초 라프텔은 애니메이션 VOD가 아닌 추천 서비스만 제공하는 플랫폼이었으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되고 애니메이션 TV채널들이 고전하자 2017년부터는 직접 콘텐츠 유통에 나섰다.
라프텔은 기타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가운데 2023년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2024년 3월 21일 공시된 라프텔의 최대 주주 ‘애니플러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라프텔 매출액은 297억 원으로 전년대비 42억 원 성장했다. 당기손익도 동기간 4억 9000만 원에서 24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매출과 수익 면에서 성장하고 있다. 라프텔은 2022년에 연간 매출 250억 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킨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애니맥스 코리아’도 인수했다. 특히, 합법적인 경로로 접하기 어려웠던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라프텔’ 구독으로 이어지면서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라프텔의 월간활성사용자 수는 꾸준히 50만~6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4)
‘라프텔’의 힘은 역시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나온다. 웹툰을 원작으로 귀엽고 따뜻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호평 받는 오리지널 <슈퍼시크릿>이나 리디 BL 웹소설을 원작으로 온라인 시청을 위해 제작된 로맨스 애니메이션 <시멘틱 에러> 등 라프텔은 한국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스트리밍 한다. <Attact on Titan(진격의거인)>이나 <데몬 슬레이어>, <Jujutsu Kaisen(주술회전)> 같이 일본에서 출시한 신작 애니메이션의 90% 이상5)을 일정 기간 독점 스트리밍하고 있는 라프텔은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지 않는 희귀작도 방송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2. 대형 스트리밍도 애니메이션 확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불황 속 애니메이션 장르가 선전하는 이유는 ‘확실한 팬층’ 때문이다. 주머니가 가벼워진 고객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구독을 줄이는 중이지만 코어팬들은 애니메이션 채널을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글로벌 콘텐츠 수요를 측정하는 패럿 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에 따르면 글로벌 애니메이션 장르 수요(실시간 및 디지털)는 2023년 1월 이후 12월에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구독 번들은 ‘넷플릭스와 애니 스트리밍’이라 할 수 있다.6)
[그림 1] 글로벌 애니메이션 수요도
시장조사기관 암페어 애널리시스(Ampere Analysis)는 유럽이 애니메이션 붐이 불고 있는 초기 시작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9년 이후 일본 외 지역에서 SVOD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타이틀이 전 세계적으로 3,000개에서 6,000개로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애니메이션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따라 넷플릭스, 맥스(MAX) 등 글로벌 스트리밍도 애니메이션 콘텐츠 편성을 늘리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아시아태평양(APEC) 시장 공략을 위해 일본 애니메와 한국 웹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일본 애니메는 K-콘텐츠와 비영어 장르 콘텐츠 인기 순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5월에 발표한 암페어 보고서(Ampere Analysis)에서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타이틀이 2019년 600개에서 2023년 900개로 50% 증가했고, 독점 라이선스 콘텐츠(exclusive licensed titles) 역시 45개에서 86개로 9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청시간으로는 상반기(2023)에만 30억 시간으로 전체 시청시간의 3.3%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2]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글로벌 시청 순위(단위: 백만 명 / 1시간)
[그림 3] 2023년 상반기 IP별 넷플릭스 시청률(단위: 백만 뷰 / 시간)
MAX도 애니메이션과 성인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맥스는 △성인 애니메이션 △Adult Swim △카툰 네트워크 △DC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 등 주요 5개 애니메이션 카테고리를 확보하고 있다. ‘Adult Swim’은 성인용 애니메이션과 라이브 액션 쇼를 중심으로 하는 TV블록 카테고리로 MAX의 대표 콘텐츠 중 하나인 <Rick and Morty>를 비롯해 <Robot Chicken>, <Aqua Teen Hunger Force>, <The Boondocks> 등이 있다. 맥스의 시청순위 상위 10편 중 2021년부터 2023년까지 <Rick and Morty> 1편만이 올랐지만, 2024년 상반기에는 시청순위 TOP 10 중에서 <Ninja Kamui>(5위)와 <Rick and Morty>(8위) 2편이 오르는 등 애니메이션 시청량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스트리밍 사업자의 경쟁은 구독자 확대에서 수익과 효율성으로 돌아섰다.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중요하지만 제작비 대비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사업자들은 시청자의 수요도가 높은 콘텐츠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은 스트리밍 사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장르이자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 1)Precedence Research, Animation Market Size to Hit Around US$ 642.5 bn by 2030, 2024.6.28.
- 2)Anime Hunch, Crunchyroll Expands Presence In India With New Hyderabad Office, 2024.3.5.
- 3)크런치롤의 구독료는 미국 기준 월 7.99달러이다.
- 4)매거진한경, ’덕후의 힘’...라프텔, 국산 OTT 중 유일하°‘ ‘흑자’ 달성, 2024.4.15.
- 5)연합뉴스, 애니메이션, OTT 불황을 이기는 원동력?, 2024.6.9.
- 6)연합뉴스, 애니메이션, OTT 불황을 이기는 원동력?, 2024.6.9.
참고자료
- 매거진한경, 국내 유일 흑자 OTT 라프텔···덕후의 힘 [비즈니스포커스], 2024.4.22.
- 연합뉴스, 애니메이션, OTT 불황을 이기는 원동력?, 2024.6.9.
- ampereanalysis, AA PR Europe powers global Anime boom, 2024.4.
- advanced-television, Europe leads new Anime boom, 2024.6.5.
- Reuters, Sony sees streaming service Crunchyroll driving growth as anime goes global, 2024.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