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에도 많은 콘텐츠가 스트리밍에서 방송됐다. 2024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콘텐츠 장르가 있다면 단연 ‘추리 예능’이다. 추리 예능은 말 그대로 프로그램에 각종 추리와 퀴즈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때문에 추리 예능은 마니아적인 성격이 강하다. 보통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도전자가 게임을 통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송에서는 <크라임씬(JTBC)>, <더 지니어스(tvN)> 등 많은 추리 예능이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1. 스트리밍에서 펼쳐지는 추리 예능의 경쟁
2024년에는 유독 많은 추리 예능이 넷플릭스의 <미스터수사단> 등 2024년에는 유독 많은 추리예능이 TV가 아닌 스트리밍에서 방송됐다. TV 추리예능이 약간 식상해진 반면, 스트리밍을 통한 추리 예능은 새로워지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과 추리 예능은 장르 특성상 잘 맞는 부분이 있다.
추리 예능은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출연자들과 함께 사건의 단서를 찾고 범인을 맞춰가는 특성을 보인다. 이른바 참여형 콘텐츠가 되는 추리 예능은 스트리밍을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시청자들은 기존의 리니어 방송(linear TV)과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반복적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됨으로써 특정 회차의 콘텐츠를 여러 번 돌려 보거나, 단서를 찾기 위해 특정 구간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시청자들과 의견을 나누는 등의 활발한 교류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또 스트리밍을 만난 추리 예능은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TV에서 비해 스트리밍이 심의나 형식 규제 등에서 보다 자유로운 만큼,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실험할 수 있다. 전통적인 TV 방송에서는 제한될 수 있는 긴 호흡의 스토리라인이나 복잡한 사건 구성도 스트리밍에서는 가능하며, 이는 추리 예능에 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미스터리 수사단>
얼마 전 6월 넷플릭스에서 방송된 <미스터리 수사단(6부작)>은 과거에 비해 스케일이나 내용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림 1] <미스터리 수사단> (자료: 넷플릭스)
<더 지니어스(2013~2015년)>, <대탈출(2018년)>, <여고추리반(2021년)> 등 대표적인 한국 추리 예능을 만들어낸 정종연PD의 <미스터리 수사단>은 프로그램은 제목 그대로 미스터리한 특수한 사건만을 전담하는 수사단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존박, 이용진, 이은지, 이혜리, 김도훈 등이 출연했다.
<미스터리 수사단>은 정종연 PD의 연출 특징을 그대로 받아내면서 새로운 흥미 요소들이 담겨있다. 좁은 공간이나 장소(마을)에서 펼쳐지는 참석자들의 두뇌 게임은 ‘스트리밍 구독자’들을 시청자로 단숨에 변화시켰다. 실제 6부작이라는 짧은 길이가 아쉽다는 평가들도 많았다.
게다가 여름 시즌에 맞게 초자연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 인기를 더했다. 정 PD는 제작발표회에서 “공포물과 초자연적인 콘텐츠가 이전 시즌에서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 이런 컨셉트를 도입했다”며 “출연자들의 밝은 웃음, 배경 장치의 어두움이 충돌적인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림 2] <미스터리 수사단> 한국 넷플릭스 순위(자료: 넷플릭스)
미스터리 수사단은 한국 넷플릭스에서 25일 간 톱10위에 머물렀다. 이외 홍콩도 11일 간이나 톱10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마니아가 형성됐다.
<크라임씬 리턴즈>
TV에서 시작해 스트리밍으로 넘어온 추리 예능도 있다.
JTBC의 대표 추리 예능 <크라임씬>은 7년 전 TV에서 시즌3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마니아들의 끊임없는 후속 요청에 따라 7년 만인 2024년 2월 TV가 아닌 스트리밍 티빙(Tving)을 통해서 ‘시즌4’가 제작되었다. 크라임씬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4는 장진, 장동민, 박지윤을 주축으로 SNL의 주현영, 아이브의 안유진, 샤이니 키 등이 새로운 멤버들이 충원되면서 시청자들을 기대하고 만들었다. 출연진들의 호흡과 배역과 연계해 바뀌는 스타일링이 새로운 <크라임씬 리턴즈>의 화제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림 2] <크라임씬> (자료: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는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임씬 리턴즈>를 시청하기 위해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티빙에 가입한 것이다. 추리 예능과 스트리밍의 긍정적인 시너지 사례라 할 수 있다. 티빙(Tving)은 2024년 2월 보도자료를 통해 <크라임씬 리턴즈>이 스트리밍 되는 첫 주에 유료 구독자 기여도가 1위(역대 2위)를 했고, 이 때문에 <크라임씬3>, <크라임씬2> 등 이전 시리즈도 동반 상승하면서 티빙 톱20 내 역주행하는 기록을 냈다고 밝혔다.1) 같은 자료에서 티빙은 추리 게임 요소를 도입한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 역시 영국 BBC, NME 등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특히 BBC는 <피라미드 게임>이 “아픈 현실을 보여주는 새로운 <오징어게임>”이라 평하며 “게임에 기반해 폭력, 계급 차별 등 현실의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준다”고 분석했다.
<여고추리반 시즌3>
티빙은 지난 2024년 4월, 또 다른 추리 예능 <여고추리반 시즌3>를 선보였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여자 고등학교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구성된 <여고추리반 시즌3>는 제작 발표 당시, 폐교 건물을 개조해 세트장을 만들었다는 소식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림 3] <여고추리반 시즌3> (자료: 티빙)2)
기존에 제작을 담당했던 정종연 PD대신 임수정 PD가 제작을 맡게 되었는데 장도연, 박지윤, 재재, 비비, 최예나씨 등 오랫동안 시즌을 함께 한 주연공들의 케미와 새로워진 연출 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또 게임 요소를 차용해 NPC캐릭터를 등장시킨 것과 몰입감을 위해 무대 공간을 인터넷으로 확장한 것도 주목을 받게 한 요소가 되었다. 학생들이 각종 게임을 펼치던 공간을 메타버스로 인터넷에 재현하면서 기록실, 교실, 체육관 등 학교 공간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였고 이곳에서 시청자들이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들도 연출되는 등 최신 기술적 트렌드를 콘텐츠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노력으로 <여고 추리반>은 화제성 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TV-OTT’ 비드라마(non-drama) 부문 5위(2024.05.28.)까지 오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2. 스트리밍과 추리 예능의 미래
해외에서도 추리 예능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24년 7월 열린 제40회 TCA Awards에서 리얼리티 부문 우수상(Outstanding Achievement in Reality)을 받은 피콕(Peacock)의 <The Traitors(배신자들)>3)는 2023년 1월, 시즌1이 공개된 이후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으며 2024년 1월 시즌 2가 제작된 대표적인 추리 예능 프로그램이다.
<The Traitors>는 ‘Faithfuls(신실한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참가자들 중에 ‘Traitors(배신자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Traitors가 Faithfuls를 모두 제거하면 상금을 차지하고, 반대로 참가자들이 Traitors를 모두 제거하면 상금을 나눠 갖는 포맷이다. 한국에서 한 때 유행했던 ‘마피아 게임’과 유사한 형식이다.
피콕의 <The Traitors>는 2021년 네덜란드 RTL4의 TV Show <De Verraders(배신자)>를 기반으로 제작된 호주판(2022년 10월, Network 10)과 영국판(2022년 11월, BBC One)에 이어 세 번째로 제작되었으며 호주와 영국과 달리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특히 미국판 <The Traitors>는 영국판과 같은 스코틀랜드에 있는 Ardross Castle에서 촬영하고 프로그램도 스코틀랜드 출신의 배우이자 작가인 앨런 커밍(Allan Cumming)이 진행하면서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주고자 노력했다. 다만 미국판은 영국판과 달리 유명인과 비유명인을 섞어서 출연시키며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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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itors>에서는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서로를 속이고 배신자를 찾아내는 심리전을 펼치고 제시된 미션과 회의를 통해 긴장감과 함께 몰입감 등 게임적 요소를 제공하면서 시즌을 거듭하며 시청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의 시즌1의 경우 388만 명(episode1)이 시청한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 회(12회)는 473만 명으로 끝냈으나, 2024년 1월에 새롭게 시작된 시즌2에서는 594만 명 시청을 시작으로 12화에서는 803만 명으로 끝내면서 시즌 1 첫 시작 대비 207% 시청자 상승, 시즌 2 시작 대비 35% 시청자가 증가하는 성과를 나타냈다.4) 스트리밍 피콕에서 제공되고 있는 미국판의 경우 시즌 1은 피콕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리얼리티 시리즈가 되어 두 번째 시즌 제작을 촉진했고 출시 후 영국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BBC 3에서도 가장 많이 시청한 리얼리티 쇼로 기록됐다.5)
이 뿐만 아니라 <The Traitors>는 ‘British Academy Television Awards Best Reality and Constructed Factual 부문 수상(2023년 영국)’, ‘Royal Television Society Programme Awards 엔터테인먼트 부문 수상(2023년 영국)’, ‘Logie Awards Most Popular Enterainment Program 수상(2023년 호주)’, ‘EMMYS 리얼리티 부문 우수 캐스팅상(2023년 미국)’ 등 영국, 호주, 미국 모두에서 작품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 상반기 한국 스트리밍 시장을 강타한 추리 예능의 열기는 앞으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기만큼이나 제작비 규모도 커지고 있다. <크라임씬 시즌3>을 만든 윤현준 PD는 인터뷰에서 이전 작품들에 비해 제작비가 5배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6) 그에 따라 시청자들은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이제는 TV가 아닌 스트리밍을 통해서 봐야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이처럼 추리 예능의 인기는 계속 커지고 있다. 특히 추리 예능으로 인한 구독자 증가를 경험한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앞으로도 추리 예능 장르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팬들의 높은 충성도로 인해 ‘플랫폼’ 매니아도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시즌이 공개되면 이전 시즌도 덩달아 인기가 높아져 스트리밍 서비스는 추리 예능을 통해 1석 2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추리 예능이 나올 것이며 이를 좋아하는 팬층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까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 1)CJ 뉴스룸, 티빙, 오리지널 5연타 흥행…1분기 신규 유료가입자 50% 급증 , 2024.4.9.
- 2)스포츠동아, 연출자 바뀌어도 문제없다…‘여고추리반 시즌3’도 인기, 2024.5.29.
- 3)네덜란드 TV Show
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 4)Wikipedia, The traitors(British TV series) 참조
- 5)DEADLINE, ‘The Traitors’ U.S. Premiere Becomes Most-Watched BBC Three Show Since Linear Relaunch, 2023.2.3.
- 6)이데일리, 윤현준 PD "제작비 5배 '깜짝'…'크라임씬' 어벤져스 하고파" [인터뷰]③, 2024.2.12.
참고자료
- 스포츠동아, 연출자 바뀌어도 문제없다…‘여고추리반 시즌3’도 인기, 2024.5.29.
- 이데일리, 윤현준 PD “제작비 5배 ‘깜짝’…’크라임씬’ 어벤져스 하고파”, 2024.2.12.
- 일간스포츠, 비운의 예능 ‘크라임씬’ OTT로 귀환…입소문 시작되나, 2024.2.14.
- CJ 뉴스룸, 티빙, 오리지널 5연타 흥행…1분기 신규 유료가입자 50% 급증, 2024.4.9.
- DEADLINE, ‘The Traitors’ U.S. Premiere Becomes Most-Watched BBC Three Show Since Linear Relaunch, 20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