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블룸버그는 애플, 넷플릭스,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출연료 지급 방식을 혁신하려는 움직임을 보도했다.1) 기존의 고정 출연료 지급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 기반 보상 체계’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창작자들에게 더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성과 보상 방식은 빅테크 비즈니스에서는 흔한 구조다. 그러나 넷플릭스 진출 이후, 할리우드 업계에서는 출연료나 제작비가 다소 거품(인플레이션)이 끼어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를 컨트롤하고 높은 성과를 낸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늘려 ‘성취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계획은 애플이 애플 TV+파트너들에게 향후 콘텐츠 제작비 정산 시스템 변경을 상의하면서 밝혀졌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특정 콘텐츠를 2분 이상 시청한 계정(고유 시청자)을 통해 도달 범위를 측정하다가 2021년부터 총 이용 시간 측정으로 전환해 시청자가 콘텐츠를 얼마나 오랫동안 시청했는지 즉 콘텐츠 시청 완료율 성과 지표로 삼아왔다.2)
새로운 지표가 개발되어 적용하던 2021년에는 한국에서 제작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를 타고 글로벌 흥행가도를 달렸고, 2022년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수리남>이 큰 성과를 보이자 넷플릭스는 주주레터에서 한국 콘텐츠의 흥행을 자랑할 만큼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과 효율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해 국내 여론은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는가?”하는 논쟁이 시작됐고 국회 종합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전무는 정당한 보상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흥행의 리스크도 전적으로 부담하고 더빙, 마케팅 동 부담하는 부분을 감안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제작환경에 기여할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3)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4년 현 시점에서 넷플릭스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새로운 콘텐츠 보상 체제 개편을 예고했고 이를 통해 스트리밍 사업의 수익화와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1. 넷플릭스, 시작은 백엔드(back-end) 방식을 통한 콘텐츠 독점
백엔드 방식은 콘텐츠 제작자와 배우들에게 잠재적인 성과에 따라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백엔드 방식은 콘텐츠가 성공했을 때 추가적인 보상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보장하게 되는데 넷플릭스는 이 방식을 통해 제작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상하고 그대신 IP(지적재산권) 전체를 요구해 콘텐츠 전권을 가져갔다. <오징어 게임>, <피지컬 100>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콘텐츠는 대부분 그렇게 넷플릭스 소유가 되었다.
코로나19로 극장 개봉도 하지 못하고 판로가 막혔던 많은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백엔드 방식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기본적으로 제작하고 손해를 보지 않고 일정 부분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넷플릭스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제작사가 늘어났고 한국 제작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백앤드 거래 방식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제작사들이 성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액수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의 백엔드 방식이 바뀌기 바랐던 건 제작사들만은 아니었다. 구독자 확대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 개선으로 경영 방향을 선회한 스트리밍 사업자들도 지금의 백엔드 방식이 고비용 구조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고착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기 때문에 시스템 개편이 필요성을 느끼고 사업자별로 여러 방식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2. 애플, 포인트 시스템 도입
애플은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 사업자들에게 배우들의 출연료 지급 방식을 변경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지급했던 출연료 정액 방식에서 콘텐츠(TV나 영화 등)별 성과에 따라 다르게 출연료를 지급하는 ‘성과 기반 보상’ 도입을 제안한 것이다.4)
할리우드는 극장 개봉이나 시청률에 따른 출연료 차등 지급처럼 ‘성과에 따른 보상 방식’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애플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성과 기반 보상’은 출연 배우들에게 애플 TV+(Apple TV+) 가입자 중 △시청 숫자 △시청 시간 △시청자 규모 대비 프로그램 비용 등 세 가지 기준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하고 출연자들은 포인트 시스템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 구조다. 고 성과자(성과 순위 TOP 3)에게는 시즌 당 최대 1,050만 달러(한화 약 142억 원)까지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 그러나 아직 최종 확정된 사항은 아니고 처음부터 모든 콘텐츠가 아닌 애플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부터 시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성과 보상제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 띄우기 위해서로 보인다. 애플은 미국 스트리밍 비즈니스에서 독특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그림1]과 같이 패럿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애플은 기업이나 플랫폼 수요 점유율(Demand share)는 각각 1.8%와 1.6%로 낮지만 오리지널 수요 점유율(Original Demand share)은 7.9%를 상당히 높다. 흥행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애플 TV+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림 1] 애플TV+의 플랫폼 & 오리지널 수요 점유율(자료: Parrot Analytics)
그러나 최근 애플 TV+의 오리지널 콘텐츠 성적이 좋지 않다. 패럿 분석에서도 애플 오리지널의 수요는 2024년 1분기 기준, 이전 분기 대비 8.4%나 하락했다. 빈약한 라이브러리로 인해 한두 개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플랫폼 수요를 높이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이런 추세적인 하락세는 애플TV로써는 위험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애플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의지를 높이기 위해 이런 ‘당근(성과 보상)’을 도입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3. 새로운 보상 시스템, 스튜디오들은 입장에 따라 달라져
아마존은 프라임비디오의 ‘프로그램 시청자 중 몇 퍼센트가 끝까지 시청했는지’ 같은 성과 지표를 중심으로 포인트 제도를 손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 역시 기존의 백앤드 방식에서 애플과 같은 성과 기반의 보상 계획을 개발하고 있다.5)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올해 안에 새로운 평가방식 모델을 테스트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일부의 제작사들은 출연동기 부여를 위해 성과 중심의 보상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프로그램의 성적과 상관없이 고정적인 금액을 받는 것은 그만큼 출연의 동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에 소위 잘나가던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보상 제도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콘텐츠 성적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스트리밍 사업자만 좋아질 것이라는 거다. 기존에 흥행 콘텐츠를 많이 제작하던 스튜디오들은 스트리밍 사업자에 거액의 선급금을 받아 콘텐츠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제작사의 자금이 충분치 않아도 콘텐츠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성과에 따른 보상제도가 도입되면 그동안 받아왔던 선급금의 규모가 축소되기 때문에(또는 축소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자금사정에 따라 콘텐츠 제작이 위축될 수 있어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보다는 Fox나 워너브라더스, 마블 스튜디오처럼 유명 제작사의 콘텐츠를 받아와서 스트리밍 했다. 그러다 스튜디오를 갖고 있던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넷플릭스 성장을 견제하자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간절히 필요하게 됐고, 이를 위해서 역량 높은 감독과 배우, 제작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거액의 출연료와 제작비를 미리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스트리밍 사업자들의 선급 시스템을 넷플릭스가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제3자에게 콘텐츠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고, 모든 콘텐츠 관리를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넷플릭스는 잠재적 성과 보상(‘백엔드’ 시스템)을 주고 모든 권리를 사들인 것이다. 제작자들과 배우들도 넷플릭스에 제공한 콘텐츠가 성공하지 못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이 방식을 선호했었다. 하지만 2억 7,000만 구독자를 확보해 명실상부 글로벌 1위 스트리밍 사업자가 된 넷플릭스는 더 이상 초창기 지급 시스템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제는 ‘BUYING POWER’를 내세워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전까지는 콘텐츠 독점을 위해 거액의 돈을 아끼지 않았던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선급금은 줄이는 대신 고 성과 콘텐츠에는 통 큰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질은 높이고 전체적인 제작비는 줄이는 두 가지 효과를 보겠다는 전략을 계획하는 것이다.
4. 투명한 데이터 공개가 제작사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전 세계 구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애플TV 같은 스트리밍 사업자가 비용 지급 방식을 변경하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미디어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동시에 ‘보상 시스템’을 개편하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제작 스튜디오들은 개편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스트리밍 사업자들이 시청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가?’이다.
개편되는 보상 시스템에 맞는 시청 데이터를 공개하고 검증하는 것은 콘텐츠 공정거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금은 넷플릭스가 시청율 TOP 10 정도만 공개할 뿐 구체적인 시청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다른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이조차도 공개하지 않는 실정이다. 스트리밍 사업자들은 시청 데이터가 자신들의 고유 자산이고 영업 비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이나 콘텐츠 수요를 측정하는 패럿 애널리틱스 정도가 데이터를 측정하고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청 데이터는 물론 정확한 구독자 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바일인덱스가 OTT 사업자들의 앱 이용 분석을 통해 발표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바탕으로 1, 2위 순위를 정하는 정도이다.
출연자, 제작사, 창작자는 물론 스트리밍 사업자들도 정확하고 합리적인 비용 지급 방식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제도 개편을 원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성과 데이터’를 어떻게 산출하고 공개되는지는 미정인 불완전한 상태라 할 수 있다.
5. 향후 전망
넷플릭스가 몰고한 콘텐츠 제작 열풍은 해외뿐만 아니다. 국내에서도 제작비 규모가 커진 만큼 이전에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든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콘텐츠들이 제작되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소재의 블록버스터급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제작비도 많이 주는 OTT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사와 OTT의 관계가 마냥 우호적일 수는 없게 됐다. 콘텐츠 무한 경쟁의 시대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스트리밍 데이터 성과 투명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와 창작자 모두 스트리밍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싶어 하고, 구독자 확대보다 보유 및 수익이 중요해진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비용을 지급하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성과 기반 보상 시스템’의 도입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성과 기반 보상 시스템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창작자들에게 더 공정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시스템 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 그래야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해외에 콘텐츠를 유통하려고 하는 한국을 비롯한 로컬 콘텐츠 제작사들에게도 새로운 보상 시스템이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1)Bloomberg, Apple, Netflix Amazon Want to Change How They Pay Hollywood Stars, 2024.5.13.
- 2)What’s on Netflix, Is It Better To Measure Streaming Hours or Households? Netflix’s Viewing Metrics Explained, 2021.12.3.
- 3)이데일리, 여야 “K콘텐츠, 보상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넷플릭스에 한목소리, 2022.10.25.
- 4)Bloomberg, Apple, Netflix Amazon Want to Change How They Pay Hollywood Stars, 2024.5.13.
- 5)News bytes, Apple, Netflix, Amazon might introduce ‘performance-based’ pay system for talents, 2024.5.13.
참고자료
- 이데일리, 여야 “K콘텐츠, 보상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넷플릭스에 한목소리, 2022.10.25.
- Bloomberg, Apple, Netflix Amazon Want to Change How They Pay Hollywood Stars, 2024.5.13.
- News bytes, Apple, Netflix, Amazon might introduce ‘performance-based’ pay system for talents, 2024.5.13.
- Variety, Film Industry Hurdles 2024: A Special Report, 2024.5.
- Variety, The Death of Peak TV: A Special Report, 2024.3.
- What’s on Netflix, Is It Better To Measure Streaming Hours or Households? Netflix’s Viewing Metrics Explained, 20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