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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영애 (숙명여자대학교 심리치료대학원 교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 이후 영상콘텐츠 제공의 주체가 유선방송과 케이블방송 등으로 불리던 유료 방송 플랫폼에서 OTT(Over-The-Top) 플랫폼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1). OTT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하여 영화, 드라마, 방송프로그램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셋톱박스(Top)을 넘어서’라는 의미를 가진다. OTT는 소비자들에게 실시간 또는 비실시간으로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방송 서비스(지상파, 케이블, 위성 방송)와 차이가 있으며, PC, 테블릿PC, 스마트폰 등 TV 수상기가 아닌 전자기기를 통해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IPTV 서비스와 차이가 있다.

OTT 서비스에 있어서 오리지널 콘텐츠가 소비자의 만족도 및 지속적 이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OTT 서비스의 성공 요인은 맞춤형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독점 배급에 있다. 한국에서는 2021년 9월 1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로 오픈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TV쇼 사상 최초로 47일간 1위를 하면서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흥행과 수익이 동시에 발생하였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의 전 세계 회원과 매출이 증가했고,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기회가 많아졌다2). 그 이후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를 통해 K-콘텐츠의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많은 연구들에서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OTT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중 하나이므로 인터넷 매체가 가지는 개방성, 상호작용성, 탈중앙통제성, 이용비용의 저렴성이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OTT는 인터넷 매체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이용자의 정보 선택권 보장’ 및 ‘정보의 다양성 확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3). 그러므로 OTT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 소비자의 유입을 위해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그 내용에서 자극적인 유해한 요소들이 포함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방송사에서는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내용을 심의하는 기준을 가지고 있으나 OTT는 그 특징 상 규제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영국에서도 BBC와 ITV 같은 전통적인 방송사들은 영국 방송위원회 오프콤의 규칙을 만들어 해악, 범죄, 정확성과 공평함 같은 소재 관련 이슈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이를 따르게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트리밍 플랫폼은 오프콤의 해당 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증가할수록 TV 매체와는 다른 OTT 내용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제 OTT의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현 시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 유해한 내용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프로그램 중 최근 방영된 <스타킹>의 원조가 되는 <기인열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보여주었는데, 특히 치아로 밧줄을 물고 트럭을 끄는 등의 차력이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때부터 항상 “어린아이는 따라하지 마세요.”라는 경고문구가 자막으로 송출되었다. 또한 범죄물이 드라마로 방영되면 모방범죄가 증가하기도 하고, 유명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 모방 자살사건이 증가하기도 한다. 예전에 상담을 했던 내담자들 중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자살사건 보도 후 “내가 죽어야지, 왜 그 사람이 죽느냐”면서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호소해오기도 하였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미국의 심리학자인 반두라(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으로 설명해볼 수 있다. 반두라의 실험 중 관찰학습과 관련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우선 아동들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한 집단에는 어른이 오뚝이 인형을 발로 차로 때리는 모습을 10분동안 보여주었고, 다른 집단에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다음 실험에 참여한 모든 아동들을 다시 오뚝이 인형과 다른 여러 장난감이 있는 방으로 데려갔을 때, 아무 것도 보지 않은 아동들보다 오뚝이 인형을 때리는 모습을 본 아동들이 오뚝이 인형에게 더 많은 공격을 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실험을 통해, 아동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 관찰하면서 새로운 학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것은 아동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 연령을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관찰 및 모방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행동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인간은 외부 사물에 대한 감각 정보 중 70% 이상을 눈을 통해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른 자극보다 시각적 영상자료에 노출될 때 더 많이 집중하게 된다4)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영상매체를 통해 들어오는 다양한 자극은 모든 연령의 시청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영상매체는 성인보다는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아동기 및 청소년기의 발달 특성 때문이다. 우선, 학령전기 아동의 경우, 인지발달의 특성이 성인과는 다르다. 이 시기의 아동은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심사숙고하여 판단하기보다는 직관적으로 사고하고, 자기중심적 사고하며, 모든 사물이 살아있다는 물활론적 사고를 하며, 현실과 상상 간에 명확한 구분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영상매체에서 나타나는 자극적인 행동을 그대로 답습하고 놀이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파워레인저를 시청한 다음 자신이 파워레인져가 되어서 악당인 친구나 동생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엄마에게 혼나면 방송에서 들었던 비속어를 사용해서 자신의 화난 마음을 강력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부모의 시청 지도 없이 장시간 영상매체에 노출될 때, 일방적인 상호작용에 익숙해져서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질이 낮아져 언어 및 사회성 발달에 어려움이 초래되기도 한다.

학령기의 아동의 경우, 유아기의 사고틀에서 벗어나서 좀더 구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발달하지만 아직 성인 수준으로 인과관계를 추론하면서 논리적으로 사고하지는 못한다. 이 시기에는 가정 밖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도 가치관이 형성되고, 사회성이 본격적으로 발달한다. 이때에는 건강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OTT 예능 콘텐츠를 많이 시청하게 되는데, 아동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폭력의 정당성 부여는 피해야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벌로 손이나 다른 도구로 뺨, 머리 등 신체를 때리거나,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모욕해놓고는 장난 또는 예능이라고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특히 아동기에 폭력을 정당화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성고착적 내용은 주의해야 한다. 여성은 긴 머리, 핑크색, 남성은 근육질의 몸매, 남색 등으로 이원화시키는 내용들은 아동에게 성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간접적이라도 너무 빠른 성적 경험은 아동다움을 방해한다. 아동기에는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학교생활 속에서 학습을 통해 인지발달을 해나가는 것에 쏟아야 하는데, 영상매체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성적 장면들은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방해하게 된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지만 아직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성인 수준으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에 압도되면 논리적 판단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또래집단과 동조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자아정체감을 형성해나가면서 우월한 대상을 모방하여 닮고자 하면서 그 대상과 같아지고 싶은 욕구가 커지게 된다. 이러한 발달상의 특징은 보다 논리적인 판단과 조절능력이 충분히 발달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점점 더 성숙되는 만 15세~20세경이 되어야 성인의 수준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는 그 전 시기보다 외모와 관련된 자극적인 콘텐츠, 적나라한 범죄 묘사, 자극적인 성적 장면 노출 등에 자극을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행동화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소년기의 행동화는 범죄와 관계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성인의 경우는 어떠할까? 성인기에는 전두엽의 발달로 논리적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져 있으므로 아동과 청소년에 비해 영상매체를 통해 들어오는 각종 자극 및 정보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영상 매체를 통해 정서가 자극되거나 정서가 압도되는 경험은 논리적 사고를 하는 전두엽 기능에 영향을 주어 적절한 판단이나 조절하는 기능을 방해하게 된다. 즉, 자극적인 영상을 시청하면서 관찰학습을 하게 될 때 이를 적절히 판단하고 조절하는 기능을 방해하여 무분별하게 모방학습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예인들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효과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 연령을 통해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보다 취약계층에 대한 인권보호이다.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문제행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방영되고 있다. 이렇게 아동이 방송의 대상이 될 때, 반드시 아동 및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아동에게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 보호자의 동의만으로도 촬영을 진행할 수 있으나 최대한 아동의 인권이 보호되어야 한다. 한번 제작된 영상은 삭제되지 않으므로 추후 아동이 이로인해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지 않도록 얼굴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드라마, 영화에서 아동을 성인 중심의 이야기에서 부속품 정도로 취급되거나 외형만 아동이지 대사 내용으로는 성인인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아동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낮추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노인 등에 대한 인권존중의 시각이 필요하다.

OTT에서는 아직 내용에 대한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없지만,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서는 유해성, 선정성, 폭력성, 욕설, 공포, 약물, 모방위험의 7가지 규정을 가지고 영화에 대해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심의 규정을 가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의 성공 및 실패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 폭력성이 높거나, 공포가 높거나 보통인 경우, 약물성이 높거나 보통인 경우 흥행에 실패하였다고 보고되었다5). 이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본 연구 결과를 고려해볼 때, 자극적이고 유해한 영상은 당장 소비자를 유입시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흥행과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므로, 전 연령 소비자들의 마음과 영혼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질 좋은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존중이 핵심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1. 1)박상현, 이종오,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플랫폼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 –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2022.
  2. 2)안성훈, 정재우, 오세종, 빅데이터를 통한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요인 분석,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시즌2’ 제언, 2022.
  3. 3)황성기, OTT 서비스 규제기준에 관한 연구 –내용적 규제를 중심으로-. 2017.
  4. 4)Anderson, J. R., Cognitive psychology and its implications (3rd ed.). New York: Freeman & Company, 1990.
  5. 5)홍지수, 박진수, 강성우, 평점에 따른 OTT 서비스 콘텐츠의 성공과 실패 요인 분석: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국산업경영시스템학회지, 2021.

참고자료

  1.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19-234호, 사건번호: 2019기결1571, 사건명: 에스케이텔레콤 주식회사 등 7개사의 기업결합 제한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건, 2019.
  2. 김영주, OTT 서비스 확산이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방송문화연구, 27(1), 2015.
  3. 민병준, 고제경, 송재용, 넷플릭스의 경쟁 전략: 네트워크 효과, 콘텐츠 재판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전략적 조합. 전략경영연구, 23(2), 2020.
  4. 박상현, 이종오,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플랫폼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 –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022.
  5. 서성민, 김경현, SVOD OTT 선택 결정요인 및 오리지널 콘텐츠에 관한 논의. 문화경제연구, 25(3), 2022.
  6. 안성훈, 정재우, 오세종, 빅데이터를 통한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성공요인 분석,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시즌2’ 제언, 2022.
  7. 유지훈, 박주연, 글로벌 OTT 서비스 이용자의 지속적 이용 의도에 미치는 요인 연구: 넷플릭스 사례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연구, 2018.
  8. 최상희, 영국의 OTT플랫폼 산업과 정책. KOFIC 통신원 리포트, 2021.
  9. 홍지수, 박진수, 강성우, 평점에 따른 OTT 서비스 콘텐츠의 성공과 실패 요인 분석: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국산업경영시스템학회지, 44(4), 2021.
  10. 황성기, OTT 서비스 규제기준에 관한 연구 –내용적 규제를 중심으로-, 2017.
  11. Anderson, J. R., Cognitive psychology and its implications (3rd ed.). New York: Freeman & Company, 1990.
이영애 (숙명여자대학교 심리치료대학원 교수)
이영애 교수는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심리치료대학원 놀이치료학과 주임 교수로, 한국놀이치료학회장과 한국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협회장, 아동상담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2021년~2022년 JTBC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