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폭탄버스를 탄 넷플릭스: 글로벌 OTT의 새로운 국면 인식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옛날 영화 <스피드>는 시한폭탄 인질극 스토리의 한 전형이 되고 있어 영화를 보지 않은 독자들도 스토리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 것이다. 폭탄 테러리스트가 버스에 시한폭탄을 설치했는데, 그 폭탄은 버스가 시속 50마일(약 80km) 이상으로 달리면 작동하기 시작해서 시속 50마일 이하로 떨어지는 즉시 폭발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 버스는 제한된 시점까지 멈추지 못하고 시속 50마일 이상으로 달려야 하는데, 그 전에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교통정체가 있는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안도로에서 시속 50마일 이상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더 긴장감을 준다. 넷플릭스는 2013년에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의 공개를 기점으로 이미 시한폭탄을 작동시켜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폭발해버리는 폭탄 장착 버스가 되어버렸다.
넷플릭스의 주수입원은 구독료이며, 구독자를 늘리고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의 지속적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다. 더 이상 클릭할 콘텐츠를 찾지 못한 구독자들은 계약을 쉽게 해지하고 플랫폼을 옮겨갈 수 있으며, 경쟁이 심화된 OTT 시장에서 한번 떠난 구독자가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구독자를 확보 및 유지하는 데에 일반적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독점적일수록, 미공개 작품일수록 유리하다. 넷플릭스는 이 둘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해왔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넷플릭스의 투자가 불가피했던 또 다른 이유는 플랫폼사로서 안정적 콘텐츠 확보에 있다. 미디어 기업이 갖는 불확실성의 가장 큰 부분은 콘텐츠사 입장에서는 유통망 확보이며, 플랫폼사 입장에서는 콘텐츠의 안정적 수급과 관련되어 있다. 콘텐츠 유통사업으로 시작한 넷플릭스였지만,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환한 시점부터 향후 이 사업이 성공적 모습을 갖춰간다면 메이저 콘텐츠사들도 자체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 것이고, 자사 콘텐츠의 이용권리를 다른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회수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가능했다. 이럴 때를 대비하자면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2013년 이래 수년간 큰 효과를 보였다. 구독자의 확대 및 유지, 콘텐츠의 안정적 수급,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글로벌 영상산업에 광범위하고도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2024년 현재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국가는 북한, 중국, 러시아, 시리아 등 몇몇에 불과할 정도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이루어냈다. 넷플릭스가 진출한 해외시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영향을 고려하여 자국의 방송영상산업의 구도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졌다. 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은 영상업계에 넷플릭스를 지상파 네트워크, HBO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 주체로 뚜렷하게 인식시켰다. 이미 넷플릭스는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과 메이저 제작사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금까지의 성과와 분리될 수 없는 어두운 측면인 과도하고도 멈추기 어려운 투자비용과 부채를 직면하면서,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달려야 하는 폭탄버스에서 살아남을 궁리를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OTT는 다양한 형태의 유무료 경쟁 플랫폼의 증가, 가입자수의 정체 혹은 감소, 과도한 제작비용,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쉽지 않다. FAST의 부각, 해외 로컬 OTT의 성장 등도 넷플릭스에는 부정적인 환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2. 국내 OTT의 고군분투
한국 OTT도 큰 틀에서는 글로벌 OTT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 이 산업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결국 OTT 산업의 보편적 이슈와 한국적 상황에 기인하고 있다. 국내 OTT 입장에서 넷플릭스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2024년 5월 기준으로 월간활성화 사용자수(MAU)는 넷플릭스 1,118만여 명, 티빙 731만여 명, 쿠팡플레이는 654만여 명으로 넷플릭스와 국내 OTT의 차이는 이전보다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하다. 2023년 공격적인 스포츠 콘텐츠 전략을 구사한 쿠팡플레이는 2023년 8월 MAU에서 티빙을 능가하여 2024년 3월까지 이어오다가, 4월 이후 감소세를 보이면서 티빙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2022년 3분기부터 상승세를 보인 티빙은 MAU에서 최근 쿠팡을 다시 따라잡았으며,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 5월 28일 티빙 총사용시간은 250만 10시간으로 OTT 업계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넷플릭스 총사용시간보다 약 9만 시간 더 큰 것으로, 국내 OTT가 넷플릭스의 총사용시간을 넘긴 최초라고 할 수 있다1). 이는 매우 의미있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장 상황의 가변성이 높고, 이용시간 지표에 근거한 결과에만 국한되어 있으므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올 1월 1,282만여 명에서 점차 감소하여, 5월 1,118만여 명까지 왔지만, 여전히 티빙과 쿠팡플레이 가입자의 합계인 1,385만여 명의 약 81%에 달한다.
글로벌 OTT의 국내 제작사의 콘텐츠 제작에 대한 투자규모는 국내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규모를 훨씬 능가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제작비 상승은 국내 방송사뿐 아니라 국내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규모를 보면, 2016년 150억 원, 2017년 819억 원, 2018년 920억 원, 2019년 2,480억 원, 2020년 3,300억 원, 2021년 5,000억 원, 2022년 8,000억 원 등으로 증가해왔다. 한편, 국내 OTT 중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가장 적극적인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예산으로 2021년 1,200억 원, 2022년 2,000억 원, 2024년 1,5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넷플릭스가 콘텐츠 투자에 2023년 130억 달러, 2024년 170억 달러(약 22조 원) 수준으로 투입하고 그 중 대부분은 오리지널 제작에 투입한다고 밝혔는데3), 그것은 차치하고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투자한 규모만 보더라도, 국내 OTT 사업자에게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엿볼 수 있다.
국내 OTT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는 있지만 그 의존도는 높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티빙과 웨이브는 방송 콘텐츠의 온라인 플랫폼 창구역할을 주로 하고 있으며, 최근엔 쿠팡플레이와 티빙은 스포츠 중계를 가입자 확보와 유지의 주요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CJENM 계열 채널들과 지상파방송사의 방송 프로그램들은 자체 OTT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상당수의 타이틀을 넷플릭스에 제공함으로써 수익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시장규모가 제한적이고, 상품성 있는 방송 프로그램 타이틀이 제한적인 국내 내수시장에서 방송사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독점적 이용권을 보유하는 것이 국내 OTT 성장에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겠지만, 콘텐츠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한국 시장을 고려한다면 단기에 수익을 내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디즈니, 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셜 등도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위해 넷플릭스로부터 이용권을 회수했지만, 2023년 후반기부터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다시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넷플릭스의 점유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력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수 사업자의 경쟁의 결과로 다시 넷플릭스로 수렴되는 건 아닌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3.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강화하는 전략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어 수익감소가 발생하면 미디어 기업은 한편으로는 차별화를 시도하여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용절감에 들어간다. 유료 스트리밍 사업자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축소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강화하는 전략은 기본적으로는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이용자 확대를 위해서는 차별적 라이브러리가 필요하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글로벌 OTT도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에 적극적이며, 독점적으로 확보한 양질의 라이브러리가 OTT의 중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방송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면 가장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콘텐츠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서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계열방송사 추가 설립이나 인수합병의 과정은 험난한 과정이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진행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를 통한 독점적 콘텐츠 수급을 하는 경우가 더 보편적이다.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티빙의 파라마운트 플러스 브랜드관 런칭, 웨이브와 HBO 및 HBO Max와의 콘텐츠 공급계약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라이브러리 콘텐츠에 비중을 두는 전략은 기본적으로 수성(守城)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주도하는 힘이 줄어드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는 결정적 약점이 있다. 이는 다채널 유료방송에서 프로그램의 재방송 편성의 증가는 수익성 개선의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재방송 중심 채널이 이용자의 핵심 레퍼토리에 포함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의 라이브러리 콘텐츠는 불가피하게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FAST(Free Ad Supported Streaming TV)와의 적소중복(niche overlap)을 직면하게 된다. 적소중복은 두 서비스가 소구하는 시장이 겹치는 지점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엔 기공개된 콘텐츠의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점에서 적소중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의 차별성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에 있는 반면, FAST의 차별성은 무료광고모델이다.
FAST 시장의 규모는 현재 계속 성장 중에 있지만, 글로벌 OTT에 비견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3년 글로벌 FAST 시장 매출은 72억 달러이며, 2024년에는 90.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으며,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이 글로벌 시장의 85.9%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4).
글로벌 FAST 시장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으며, 한두 절대강자의 지배구조는 아니다. FAST의 추이를 보면, 2019년 PlutoTV가 선도적으로 시장을 이끌 땐 글로벌 FAST 시장의 52.83%까지 차지했지만, 2023년에는 23.01% 정도로 떨어졌다5). 마이아 리서치(Maia Research Analysis)의 글로벌 시장의 FAST 업체의 매출액 기준 자료에 근거해서 상위 4개 기업의 시장집중도(CR4)를 도출해보면, 2019년 PlutoTV, ROKU, Tubi, Xumo의 점유율 합계인 82.32%였는데, 2023년에는 PlutoTV, ROKU, Tubi, Amazon Freevee의 CR4는 64.51%로 여전히 높지만 크게 감소했다.
이 시장에선 기업들이 제각각 차별적인 독점적 콘텐츠를 확보하고자 하지만, 제공되는 대다수의 콘텐츠는 독점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차별적이지도 않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최신작들로 인해 유료 이용자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를 축소해 나간다면 이용자 이탈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사실 오리지널 콘텐츠로 확보한 바로 그 구독자들이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브러리 콘텐츠의 수익성 기여도에 대한 좀더 엄밀한 평가가 중요해 보인다.
4. 오리지널 콘텐츠의 리모델링
결국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수익성 개선만 생각하면서 순전히 라이브러리 콘텐츠 중심의 전략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의 대안을 찾아 오리지널 콘텐츠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드라마 시리즈는 다른 장르에 비해서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고, 대체로는 1회차부터 순차적으로 시청하기 때문에 선행 회차, 특히 1회차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후속 회차는 시청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규 구독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킬러 콘텐츠로서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확보된 구독자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볼 때 이는 투입 대비 효율성이 좋지는 않다.
넷플릭스도 대작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되면서 대안적 콘텐츠 장르를 개발해왔다. <로마제국>, <오스만 제국의 꿈>, <알렉산드로스: 신의 탄생> 등의 역사다큐드라마, 트래버 노아, 조 코이, 케빈 하트, 데이브 샤펠 등의 코미디언이 진행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당신과 자연의 대결>, <캣버글러: 박물관을 털어라>,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등의 인터렉티브 콘텐츠, 그리고 피트니스, 다이어트 등의 하우투(how-to) 장르 등 다양한 형태로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는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의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디즈니/ESPN, 폭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의 스포츠 조인트벤처 VENU Sports가 출범하여 올가을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6). 넷플릭스는 스포츠 스타, 스포츠계의 스캔들 등을 중심으로 다룬 다큐멘터리에 머물렀고 지금까지 스포츠 중계는 다루지 않다가 올 년말에 NFL 중계로 시작해서 2025년 1월부터 시작되는 프로레슬링 WWE RAW의 10년간 중계권을 확보했다. FAST인 로쿠는 무료 서비스로 확보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피콕이 년 3000만 달러 지불했던 MLB 중계를 3년 3000만 달러와 조건부 광고수익배분으로 계약했다.
국내 OTT의 스포츠 중계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월드컵축구지역예선, K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포뮬라원(F1) 등을 중계하고 있으며, 2025-26 시즌부터 시작해서 프리미어 리그의 독점 중계권을 6년 계약으로 확보하여 스포츠 중계를 차별점으로 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티빙은 분데스리가, UFC, 테니스경기 등에 이어, 2024~2026년 KBO 리그 뉴미디어 분야 중계권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7).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엔, 그 이점을 살려 상대적으로 많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스포츠 중계를 한다면, 회원수 확대와 광고수익 증대의 효과를 도모할 수 있고, 티빙의 KBO프로야구 중계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스포츠 중계의 유료화 가능성도 있다.
스포츠 중계는 국내 시장에서 이제 오리지널 드라마나 영화 제작의 좋은 대안을 넘어 사활을 건 전쟁터가 되었다. OTT가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에 대한 지속적 투자 증가에 회의적이라면 라이브러리 콘텐츠 강화에 나설텐데, 이로 인한 이용자의 낮아진 구독 의지를 높여줄 오리지널 콘텐츠 영역으로 ‘살아있는 드라마’, ‘각본없는 드라마’인 스포츠 중계만 한 것이 없다.
5. 수익모델의 변화: 광고모델과 구독모델의 조화
라이브러리 콘텐츠 전략은 기본적으로 광고모델을 부분 혹은 전면적으로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방송중인 콘텐츠나 상영중 영화가 아니라면 기공개된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 지불의지는 매우 낮으며, 첫 공개(first-run)로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금방 0원으로 수렴된다. 그런 콘텐츠를 가지고 양적 공세를 한다고 해도 이용자의 지불의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OTT가 전략적으로 라이브러리 콘텐츠에 대한 비중을 증가시키고자 한다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을 여러 수준으로 나누어 라이브러리 콘텐츠 비중이 높은 서비스 패키지는 광고모델 혹은 광고+구독모델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넷플릭스에 광고모델이 도입되었고, 다양한 방식의 무료 광고기반 모델의 FAST도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2022년에 최저 요금제인 베이식 멤버십을 폐지하고 표준형 요금제보다 49% 저렴한 월 5,500원의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했는데, 이 요금제가 도입된 국가의 가입자 중 10명 중 4명이 이 요금제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3월 티빙도 광고형 요금제를 채택하여 베이직 서비스보다 42% 저렴한 월 5,500원 상품을 출시했다. 티빙은 2024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광고 요금제를 통한 신규고객 유입효과와 광고수입 증대를 발표한 바 있다8).
라이브러리 콘텐츠에 비중을 두는 전략하에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광고모델 도입의 성과는 일단 요금제 변화에 뒤따른 시장의 긍정적 반응으로 볼 수 있지만 지속적 효과는 속단하기 어렵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수요, 유사 서비스의 경쟁 심화에 따른 광고단가 변화, 플랫폼간의 인수합병, 기업전략들 간의 연계작용, 시장 내 대체재의 가격, 그 외에도 시장 내외부의 다양한 가변성 높은 변수들이 있으므로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위축과 라이브러리 콘텐츠 강화가 영상콘텐츠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1)데일리안(2024). “티빙의 질주, 독점 드라마·스포츠로 넷플릭스 첫 추월”. (6월 11일자). https://www.dailian.co.kr.
- 2)더벨(2024). “티빙의 전략 시프트…'글로벌 & FAST'”, (2월 24일자). https://www.thebell.co.kr
- 3)Jones, L.(2024). “Netflix will spend vast majority of its $17 billion content budget on originals in 2024”, Fortune (4월 25일), https://www.fortune.com.
- 4)이승엽(2024). “FAST 시장현황과 국내기업 발전 가능성”, <미디어 이슈 & 트렌드>, Vol.61.
- 5)Han, J.(2024).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미래와 FAST”, Direct Media Lab.
- 6)Spangler, T.(2024). “Disney, Fox and WBD unveil name of sports-streaming venture: Venu Sports”. Variety (5월 16일자), https://variety.com/2024/digital/news
- 7)글로벌이코노믹(2024). “티빙·쿠팡 ‘스포츠 넌 내꺼야!’ 중계권 확보 사활” (3월 14일자). https://www.g-enews.com/
- 8)뉴스1(2024). “티빙, 광고요금제 가입자 성장세…KBO 생중계 유료화 효과도”(5월 9일자). https://www.news1.kr
참고자료
- 글로벌이코노믹, 티빙·쿠팡 ‘스포츠 넌 내꺼야!’ 중계권 확보 사활, 2024.3.14.
- 뉴스1, 티빙, 광고요금제 가입자 성장세…KBO 생중계 유료화 효과도, 2024.5.9.
- 더벨, “티빙의 전략 시프트…'글로벌 & FAST', 2024.2.24.
- 데일리안, 티빙의 질주, 독점 드라마·스포츠로 넷플릭스 첫 추월, 2024.6.11.
- 이승엽, FAST 시장현황과 국내기업 발전 가능성, <미디어 이슈 & 트렌드>, Vol.61, 2024.
- Fortune, Netflix will spend vast majority of its $17 billion content budget on originals in 2024, 2024.4.25.
- Han, J.,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미래와 FAST, 2024.
- Variety, Disney, Fox and WBD unveil name of sports-streaming venture: Venu Sports, 2024.5.16.
- 임정수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
- 임정수 교수는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로, 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2년에는 한국소통학회장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 방송트렌드&인사이트 기획위원으로도 활동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