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Now

피콕: 성공한 ‘콘텐츠 재활용’ 전략

Photo by peacocktv

컴캐스트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은 2024년 1분기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손실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컴캐스트의 2024년 1분기 스트리밍 부문 손실은 직전 분기 8억 2,500만 달러에서 6억 3,900만 달러로 줄었다.

피콕의 성장에는 오리지널 영화 투입이 한 몫 했다. 미국 피콕에는 지난 2월 16일부터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의 오스카 수상작 <오펜하이머(Oppenheimer)>가 서비스되고 있다.

피콕(Peacock)은 2023년 연간 27억 5,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은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올 초 컴캐스트의 CFO 제이슨 암스트롱은 “2023년은 피콕의 연간 손실이 정점을 찍었으며 2024년에는 2023년에 비해 의미 있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NBC유니버설은 디즈니에 이어 두 번째로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보이며,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및 파라마운트 글로벌보다 훨씬 전략에서 앞서 있다.

컴캐스트의 전략은 ‘오리지널을 중심으로 한 넷플릭스’와는 전혀 다르다. 미디어 그룹 내 자원(영화, 드라마)을 최대한 활용하며 지상파 방송과 스포츠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스트리밍 플랫폼 전략을 쓰고 있다. 자사 콘텐츠들을 피콕 안에 가두지 않고 외부에 유통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유니버설은 영화나 TV 콘텐츠와 스트리밍의 시너지 효과를 가장 잘 내고 있다. 유니버설의 인기 영화 덕분에 피콕(Peacock)은 2024년 1분기 플랫폼 수요 점유율을 8.8%까지 끌어올려 1년 전 보다(7.6%) 눈에 띄게 상승했다. 피콕은 이 부문에서 2분기 연속 파라마운트+를 앞질렀다.

[그림 1] 플랫폼별 오리지널 시리즈 글로벌 평균 수요

피콕은 2024년 1분기 사상 최초로 NFL 플레이오프 경기를 독점 스트리밍했다. 특히 기존에 스트리밍 했던 NFL 중계(캔자스시티 치프스와 마이애미 돌핀스)를 통해 유입된 신규 구독자 대부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스포츠 중계를 늘리고 있는 한국 스트리밍 사업자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는 전략이다.

피콕은 웨이브나 티빙과 유사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36.2%), 케이블TV(38%), 인터내셔널(11.9%), 스트리밍 오리지널(13.9%) 등으로 다양한 소스에서 콘텐츠를 수급하고 있다. 이런 장점이 풋볼 시즌이 마무리되어도 지속해서 고객이 유입되는 동인이 되고있다.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독립형 스트리밍 서비스로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높은지는 아직 의문이다.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피콕은 스트리밍 오리지널 시리즈 수요에서 주요 스트리머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플랫폼 내 총 수요 점유율에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6위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트리밍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때문에 NBC유니버설은 이번 여름 파리 하계 올림픽을 중요한 계기로 보고 있다. 라이브 스포츠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다른 스트리밍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림 2] 오리지널 카탈로그 포맷별 점유율

NBC유니버설은 처음엔 스트리밍 분야 투자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증권가의 비판도 많이 받았다. 사업 초기 투자자들이 스트리밍 모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자 콘텐츠 투자에 신중한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피콕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투자가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지금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되고 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파라마운트 글로벌이나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의 경우 스트리밍 초기,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에 콘텐츠를 가뒀던 전략에서, 이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외부에 개방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유니버설도 처음에는 자사 스트리밍 고객들을 위해 콘텐츠를 가뒀지만 이제는 넷플릭스 등에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유니버설 영화는 4개월 후 피콕에서 넷플릭스와 아마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컴캐스트는 주요 라이선스 수익을 희생하지 않고도 자체 플랫폼을 강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상파 방송 NBC 콘텐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피콕은 실시간 방송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방송이 끝난 뒤 그 다음날 제공되는 NBC 콘텐츠는 물론 브라보(Bravo)의 인기 리얼리티 프랜차이즈인 <위기의 주부들(The Real Housewives)> 같은 강력한 실시간 프로그램 라인업을 고객 유입을 위해 쓰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신규 구독자 유입에 매우 중요하다면, 라이브러리 콘텐츠는 고객 유지를 위한 핵심 요소다. 소비자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면서 볼 것이 많다고 느끼게 하는 라이브러리 콘텐츠는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점이 피콕의 생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NBC유니버설은 수요가 높은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라이선스 아웃소싱해 수익원을 늘리는 동시에 피콕 독점 콘텐츠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구독자 확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1. Hollywood Reporter, Peacock Quarterly Loss Narrows to $825M as Streamer Hits 31M Subscribers, 2024.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