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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에 목마른 플랫폼, 답은 다각화에 있다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Digital Daily)

Photo by Oscar Nord / Unsplash

넷플릭스의 독주가 매섭다. 올해 국내외 OTT 시장에서 격동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가입자를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한 넷플릭스는 사업다각화에 나선다. 그러나 넷플릭스를 제외한 남겨진 사업자의 상황은 좋지 않다. 대부분의 사업자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이미 낙오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이들 사업자에 주어진 과제는 재원 확보다. 국내 사업자들도 광고요금제 출시 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실험에 나섰지만, 올해 수익성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수 있냐 여부에 따라 명운도 갈릴 것으로 점쳐진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라”…팬데믹 이후 OTT에 주어진 과제>

OTT 시장의 분위기는 불과 몇 년 새 완전히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시기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수혜를 누리며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급부상했지만, 2022년부터 가입자 상승폭이 꺾이면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글로벌 OTT 시장은 커진 반면, 성장세는 대체로 둔화하고 있다는 결과다. 예컨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세계 구독형VOD(SVOD)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는 2024년 8.6%로, 2020년 36.4%와 비교하면 둔화세가 확연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난 몇 년간 해외 주요 OTT 가운데 수익을 낸 곳은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티빙·웨이브·왓챠 등 국내 OTT 사업자의 영업적자는 지난해 기준 2432억 원으로, 2020년(385억 원)과 비교하면 약 6배 이상 커졌다.

이처럼 적자폭이 계속 늘어나는 건 콘텐츠 제작에 지속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영업적자는 2022년(2,964억 원)과 비교해 줄었지만 이는 제작비 투자 감소의 영향이 컸다.

OTT라는 사업의 특성상 구독자를 확보하려면 제작이든 수급이든 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져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감당해내야 하지만, 1~2만원 수준의 월 구독료에 의존하는 수익모델(BM)의 특성상 돌아오는 수익은 적다.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의 제작비가 각각 300억 원, 500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내수시장의 규모가 작은 국내에서 OTT 사업자가 제작비를 얼마나 확보하기 어려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먼저 극복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해 왔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현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 모든 콘텐츠에 자막·더빙을 입히는 등 콘텐츠 현지화 작업에만 막대한 규모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막 제작만 해도 1편(1시간 기준)에 수십만 원이 투입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건 넷플릭스의 행보다. 그간 넷플릭스는 선두주자로서, 다른 국내외 OTT 사업자들에 이정표를 제시해왔다.

특히 넷플릭스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실적 발표회에서 내년부터 가입자 및 ·가입자당 평균 매출 등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가입자 수가 사업 초기 성장 잠재력을 보여줬던 지표였다면, 매출과 순이익이 일정 규모로 성장한 지금, 해당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이는 더 이상 가입자에 기대어 매출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신규 가입자를 대거 확보한 뒤, 올 1분기는 주춤한 모양새다.
지난 6분기 신규 가입자 수는 각각 ▲2023년 1분기 175만 명 ▲2분기 589만 명 ▲3분기 876만 명 ▲4분기 1,312만 명 ▲2024년 1분기 933만 명이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넷플릭스 주가는 전장보다 9.09% 내린 555.04달러에 마감했다. 하락률은 지난해 7월20일(8.4%) 이후 최대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오히려 넷플릭스의 자신감이라 보고 있다. 가입자를 뺏고 빼앗기는 무의미한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수익모델 마련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 여부에 따라 OTT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실제 넷플릭스는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왔다. 자사 IP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 넷플릭스는 자사 IP를 활용한 40개의 게임을 선보였으며, 올 연말까지 40개 이상의 게임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개발에 착수한 게임 타이틀도 9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외부 게임 개발자를 섭외하고 3개의 비디오 게임사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핀란드에 자체 게임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IP 기반 라이브 스트리밍에 대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미국 배우조합상(SAG Awards) 시상식,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 카를로스 알카라스(Carlos Alcaraz)의 시범 경기 등을 생중계한 바 있다.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인기 프로그램인 의 독점 중계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중계권 확보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올해부터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국가에선 WWE의 RAW를 라이브로 볼 수 있게 됐다. 당시 넷플릭스 측은 “영화나 게임, 브랜드 광고 등은 6000억 달러(약 801조원) 규모 이상의 시장으로 잠재 기회가 많지만, 해당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약 5% 미만”이라며 “(넷플릭스가) 광고나 게임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 성장할 여지가 훨씬 더 많다”고 밝혔다.

최근엔 유통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는데, <셰프의 테이블(CHEF’S TABLE)> <이즈 잇 케이크(Is it cake?)> 등 넷플릭스의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에 출연했던 셰프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SPC 배스킨라빈스와 협업해 ‘투둠 초콜릿 프레첼’을 출시했다. ‘투둠(Tudum)’은 넷플릭스 콘텐츠가 시작할 때 나오는 소리에서 착안한 것이다. 배스킨라빈스에 앞서 넷플릭스는 GS25와도 ‘트러플(송로버섯) 팝콘’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들 역시 선보여 왔다. 지난해 반다이남코코리아와 <오징어게임> 피규어를 출시하는 한편, 반스와 영화 <서울대작전>의 스피디한 드라이빙 느낌을 살린 커스텀 패턴 신발 2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급한 불부터 꺼야…FAST 통한 해외 진출도 고려>

국내에서도 수익 다각화를 통해 월 구독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과감한 시도를 하기엔 어려운 재정 상황 탓이다. 당장 올해 광고요금제의 성공 여부가 향후 생존을 판가름할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는 국내 OTT 가운데 티빙 만이 광고요금제를 선보인 상황이다. 광고요금제는 콘텐츠에서 광고를 제공하는 대신 구독료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티빙이 선보인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의 월 구독료는 5,500원으로, 현재 티빙의 최저가 요금제인 ‘스탠다드’ 이용권(1만 3,500원)보다 8,000원 저렴하다.

국내외 OTT는 이런 광고요금제가 가입자 성장세 둔화 타개책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가입 진입장벽을 낮춰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업계에선 티빙이 최근 오리지널 및 독점 콘텐츠가 연이어 흥행을 기록한 가운데,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기엔 적기라고 평가한다. 실제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은 지난 2월 한 달 동안 73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월간 급상승 애플리케이션(앱) 순위 5위에 올랐다. 총 MAU는 656만 3,522명으로, 전월 대비 무려 13% 증가했다.

이용자가 급증한 배경엔 오리지널 및 독점 콘텐츠의 흥행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2월부터 공개한 <이재, 곧 죽습니다>, <환승연애3>, 등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OTT 독점 확보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 AFC 스포츠 중계 등이 연이어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에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중계권도 확보했다.

티빙의 경우 지켜봐야겠지만, 광고요금제의 효과는 넷플릭스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신규가입자를 대거 확보한 것은 물론 수익성도 개선됐다. 기존 가입자가 광고요금제로 하향해 오히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비껴간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넷플릭스 창업자 겸 공동 CEO는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주최한 ‘딜북 서밋’에서 “제이슨 킬라(전 훌루 CEO)는 프리미엄 광고로 성공을 거두면서 소비자에 더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이것이 더 나은 모델임을 증명했다”며 “그동안 (넷플릭스가) 광고형 요금제 채택을 꺼리고 몇 년 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넷플릭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광고요금제는 어디까지나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결국 장기적으로 어떻게 수익을 다각화할지는 사업자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도 여전히 사업자들에 남겨진 과제다.

최근엔 FAST를 통한 OTT의 해외 진출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FAST는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앞자리를 딴 단어다. 광고를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광고형 VOD(AVOD)’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AVOD 콘텐츠를 하나의 TV채널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삼성TV플러스’를, LG전자가 ‘LG채널’을 각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는 FAST를 통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골라볼 수 있으며, 콘텐츠 공급업자는 FAST의 확산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료방송 요금이 비싼 해외, 특히 북미 시장에서 FAST는 이미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존 선형 TV 시청률은 50% 미만으로 감소했는데, FAST에 따라 이른바 ‘코드커팅’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 그 이유로 지목됐다.

향후 FAST 시장의 성장성도 높다. FAST 시장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오는 2028년까지 1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미 북미 기준 FAST 이용률은 2023년 1분기 31%에서 3분기 41%로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FAST 채널 광고 수익도 39억 달러(약 5조 4,000억 원)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운영체제(OS) 점유율이 높다는 점에서, OTT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해외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TV OS시장에서 타이젠의 점유율은 19.8%, LG 웹OS의 점유율은 11.6%로 나란히 2위,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구글 안드로이드로, 점유율은 42.7%였다

정부 차원에서도 연내 TV 제조사와 제작사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를 꾸리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TV 보급률과 K-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로 동반 진출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OTT에겐 올해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 다각화가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재원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콘텐츠 릴리즈 방식과 요금제의 변화 등 복합적인 강구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OTT의 위기는 곧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