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의 등장 등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오랜 기간 방송사들이 원했던 쇼핑TV(Shoppable Television)가 현실화되고 있다. 쇼핑 TV란 말그대로 쇼핑 기능이 탑재된 TV다.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혹은 TV홈쇼핑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었다. 또 기술 발전도 쇼핑TV의 정착에 기여를 했다. 복잡하고 새로운 기술이 아닌 QR코드가 보편화되면서 소비자가 시청 중 쇼핑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림 1] 쇼퍼블 TV발표 영상
NAB2024는 ‘쇼핑 플랫폼이 되는 TV’를 주목했다. ‘스트리밍 서밋’에서 마련된 쇼핑TV 트렌드는 광고 이외 새로운 수익을 찾는 방송사와 TV제조사, 콘텐츠 사업자에게 적합했다. 미국 유통 시장은 6조 달러 규모다. 최근 스마트TV가 확산되면서 쇼핑TV가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4월 16일 진행된 ‘QR에서 카트까지’ 세션은 스마트TV과 쇼핑 테크놀로지 등장이 ‘쇼핑 TV’를 어떻게 가능하게 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세미나에서는 프란체스카 디졸스(Francesca Dijols) 딜로이트 소비자 성장 대표, 스티브 맥베스(Steve Macbeth) 아마존 리테일 디렉터, 왕하홍(Haohong Wang) TCL리서치 아메리카 이사, 콜레트 윈(Collette Winn) NBC유니버설 광고 혁신과 커머스 파트너십 담당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더글라스 몽고메리 글로벌 커넥트 대표가 담당했다.
토론에 앞서 발표를 맡은 더글라스 몽고메리 대표는 최근 소비자 유통 시장에서는 데이터가 곧 힘이라며 소매업 경쟁에서 월마트와 아마존의 경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디지털 유통 플랫폼 등장 초기에만 해도 아마존과 월마트는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었지만,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두 기업이 본격적으로 맞붙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경쟁의 무기는 데이터다. 그는 “월마트는 1979년 최초의 데이터 웨어하우스(DW)를 구축했고 공급업체와 판매 시점 및 재고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인 ‘소매링크’를 도입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방문객들의 소비 패턴을 파악한 월마트는 2001년에 매출 기준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러나 몽고메리는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프라임 비디오와의 패키지 시너지를 통해 유통업까지 획기적으로 성장하면서 월마트는 뒤처지게 됐다. 월마트는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온라인 마케팅을 펼쳤다. 아마존의 전직 임원인 세스 델라레를 월마트의 최고 수익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월마트가 소매 미디어 분야에서 아마존과의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몽고메리는 평가했다.
이어 진행된 세션에서 참석자들은 이제 월마트와 아마존의 싸움은 온라인을 넘어 TV에 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몰입형 TV가 등장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쇼핑 TV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티브 맥베스(Steve Macbeth) 아마존 리테일 디렉터는 현장에서 “ 2023년 가을 블랙 프라이데이 풋볼에서 처음으로 NFL 경기를 방송함으로써 쇼핑 가능한 TV를 도입했다”며 “이 이벤트에서 시간 할인, QR코드 쇼핑, 호스트들을 위한 홀푸드 칠면조 협찬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기능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900만 명의 시청자가 몰린 이 이벤트는 TV광고의 새로운 혁명이 됐다. 이 세션을 진행했던 더글라스 몽고메리가 ‘쇼핑 TV’의 미래를 담은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하는 몽고메리 대표의 기고>
최근 유통 업계는 테크놀로지가 지배하고 있다. 미국 온오프라인 유통의 강자는 단연 월마트와 아마존이다. 최근 월마트가 스마트TV 비지오(Vizio)를 인수하고 온라인 쇼핑을 강화하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아마존과 월마트의 대결은 단순한 유통 시장 점유율을 넘어 ‘소비 형태의 본질’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다. 월마트는 그동안 오프라인 쇼핑에선 강자였지만 온라인은 뒤졌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TV 등 TV와 쇼핑이 연결되는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가 부상함에 따라 월마트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이런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는 TV를 넘어 OTT에서도 작동한다. 월마트는 리테일 미디어 혁명에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월마트는 원래 테크놀로지를 앞세운 혁신기업이었다. 1990년 최초 데이터웨어하우스(DW)를 구축했고 공급업체와 판매 데이터 및 재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 ‘리테일링크’ 출시했다. 소비자 행동 분석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행태 협업은 2001년 월마트가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멤버십을 내놓고 OTT인 프라임 비디오와 연계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내놓으면서 월마트는 한순간에 2선으로 밀려나게 됐다.
<마트와 OTT의 결합…1차 쇼핑TV 전쟁>
아마존의 유통 모델은 소비자 참여와 유통을 묶는 결속력을 바탕으로 한다. 쉽게 말하면 OTT와 쇼핑몰을 연결하는 것이다.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부터 OTT 프라임 비디오의 ‘목요일 밤 미식축구(Thursday Night Football)’ 중계권 확보까지 아마존의 전략적 행보는 소비자 참여와 유통을 융합하는 선구자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물론 월마트도 구독 서비스인 월마트+와 OTT 파라마운트+ 번들링을 출시했다. 출시했다. 그러나 두 서비스 간 시너지는 발생하지 않으면서 아마존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월마트+와 파라마운트+는 특정한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제품 추천 등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가격 할인이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이에 강수를 뒀다. 쇼핑 TV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아마존 출신 세스 델레어를 최고 수익 책임자(CRO)로 선임했다. 이는 월마트가 리테일 미디어 시장에서 아마존과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또 월마트는 미국 3위 스마트TV 비지오를 인수해 ‘스마트TV 쇼핑’ 시장에 진출했다. 2024년 2월 비지오 인수를 발표한 인물도 바로 델레어다.
<쇼핑TV 시대의 개막>
과거 가능성만을 계속 보여왔던 쇼핑TV(Shoppable TV)는 이제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앞선 OTT와 마트의 결합이 1차 쇼핑TV였다면 이제는 스마트TV나 모바일 기기와의 유통의 연동을 통해 기기를 벗어나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쇼핑TV 시장에서도 아마존과 월마트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랙티브 TV가 처음 등장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소비자들이 화면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2023년 가을, 아마존은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 풋볼 경기에 처음으로 쇼핑 TV를 송출하며 공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보였다. 이 행사에서 아마존은 시간 할인, QR 코드 쇼핑, 진행자들을 위한 홀 푸드 마켓(아마존 소유) 후원 샌드위치 제공 등 다양한 인터랙티브 기능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했다.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이 행사를 초절정 고객들의 쇼핑루트(hyper-consumerist rout)’라고 표현”하며 “900만 시청자(블랙프라이데이 풋볼 시청자)가 쇼핑TV 광고를 보게 된 것은 TV 광고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공격적 진출에 이어 월마트도 쇼핑TV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2023년 12월, 월마트는 23편 에피소드로 구성된 숏폼 콘텐츠 ‘Add to Heart’ 시리즈를 선보였다. 로맨스 코미디라는 TV장르를 차용한 ‘로맨스 커머스 (Rom-commerce)’라는 별명을 얻은 이 시리즈는 유튜브, 틱톡, 로쿠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방송됐다. 방송에는 직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정보와 QR 등이 제공됐다. 이에 월마트 최초의 자체 제작 쇼핑 콘텐츠 시리즈로 기록됐다.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이라는 키워드를 완벽하게 연결하기 위해 제목도 ‘Add to Cart’와 비슷하게 ‘Add to Heart’로 잡았다.
아마존은 블랙 프라이데이 풋볼 중계를 통해 쇼핑TV 시장의 선두주자로 이점을 확보했지만 월마트의 ‘Add to Heart’ 시리즈는 혁신에 대한 노력과 새로운 포맷을 제공하며 쇼핑TV 시장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쇼핑 TV의 맹주를 위한 아마존과 월마트의 치열한 경쟁>
쇼핑TV가 확대됨에 따라 두 유통 대기업은 끊임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쇼핑 TV는 더 고도화되고 보다 개인화된 기능들을 탑재하며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엔터테인먼트와 커머스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른바 ‘엔터테인먼트 커머스’에서 보다 인터랙티브하고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에서도 아마존이 앞서 있다고 보고 있다. 월마트는 아직까지도 ‘느릿느릿한 거인’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월마트는 과거 혁신과 선두성을 보여준 바 있다. 월마트+ 와 ‘Add to Heart’와 같은 창의적인 노력들은 월마트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쇼핑 TV시대, 월마트가 리테일 미디어 혁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추격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공격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쇼핑TV와 같은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RMN)가 광고와 소비자 참여의 새로운 최전선으로 부상하면서 월마트는 주도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위기점에 놓여 있다. 이 전쟁은 단순히 유통 시장을 재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커머스와 소비자와의 관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혁신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수조 달러 규모 유통 업계 선두로 다시 자리매김할 것인가? 이는 쇼핑TV에서 승패가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쇼핑TV는 또 스마트TV를 넘어 모바일 OTT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