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영상콘텐츠는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개최한 8번의 온라인 공개 세미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함께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총 참석자 1,100여 명(유튜브 최대 동시 시청자 기준), 총 조회 수 6,000여 회를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방송트렌드&인사이트>도 세미나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매 호 기사로 담아냈다. 그중 10월과 11월에 걸쳐 열린 두 온라인 세미나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OTT 시대 인력양성과 제작환경 변화에 대한 세미나를 소개한다.
‘OTT 산업에 특화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한가?’ ‘OTT 시대 영상콘텐츠 기업들은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정부, 학교, 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지난 10월 26일 열린 <OTT 시대 영상콘텐츠 전문인력 양성> 세미나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글로벌 OTT 환경을 선도할 전문인력 양성의 정책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제자인 김정섭 교수(성신여대)와 이희대 겸임교수(광운대)는 각각 △OTT 산업 환경과 영상콘텐츠 인력 시장의 변화 △OTT 특화 인력양성 사례와 정책 지원 필요성을 주제로 현장 경험에 기반한 정책 제언을 발표했다.
김정섭
우리가 양성해야 할 OTT 전문 인력의 핵심 두 축은 ‘콘텐츠’와 ‘기술운용’입니다. OTT 플레이어에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생명이니까, 이걸 어떻게 잘 기획하고 투자, 제휴해서 많은 이용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느냐는 거죠. 또 디지털 전환에 따라 플랫폼, UI 개발 운용과 개인화 서비스를 기획하는 쪽도 중요해요. OTT 플레이어는 △콘텐츠 기반 △플랫폼 기반 △통신사/포탈 기반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 간편체제 조직이에요. 공공에서 OTT 인력 양성을 할 때에는 한류 영상콘텐츠 통합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드라마와 영화, 뮤직비디오까지 잘 결합해서 시너지를 만드는 거죠.
'OTT 산업환경과 영상콘텐츠 인력 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발제 중인 김정섭 교수
이희대
한 5년 정도 ‘OTT 미디어 프로듀싱’이라는 이름으로 대학 교육을 진행하며 느낀 것은 OTT 교육은 하나의 학과에서만 진행될 문제가 아니고, 종합적인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글로벌 OTT 강자들이 빅데이터, AI 시스템으로 흥행을 예측한다고 하잖아요. 전 세계적으로 <오징어 게임>(넷플릭스)이 흥행할 때 동남아 시청 순위에서는 <갯마을 차차차>(tvN)가 1위인데, 그 이유를 아는 건 넷플릭스뿐이라는 거죠. 그래서 학부에서는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목표라면, 대학원에서는 분석하는 눈을 갖고 비즈니스적인 가치를 더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는 기획 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합토론에서는 ▲정윤경 교수(순천향대)의 진행으로 ‘OTT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발제자를 비롯한 토론 참석자들은 OTT 산업, 드라마, 뉴미디어 등 업계 전문가이자 교육 경험자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전문 인력의 요건과 양성 방안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이준호 교수(호서대) ▲김운호 본부장(도레미엔터테인먼트) ▲김나리 대표(㈜미디어인큐베이터오리) ▲이동규 교수(동덕여대) ▲배대식 사무국장(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이 참여했다.
<OTT 시대 영상콘텐츠 전문인력 양성> 세미나 종합토론 현장
이준호
‘OTT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논의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OTT 시대는 공공성과 수익성이 균형을 이뤘던 과거 미디어 환경과 달라요. 수익성만 남은, 수익성만 추구하는 비즈니스 절대주의 시대라는게 주요 특성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비즈니스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고요. 제작사들의 글로벌 비즈니스 진출에 대한 지원, 신진 작가의 발굴과 육성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이 경계 파괴라는 점에 주목해서, 창조적인 인력 육성을 가능하게 만들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일을 먼저 정의하는 것보다는 사람과 역량이 이미 가지고 있는 부분을 일로 만들어주고, 그것이 사업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김운호
인력양성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이 산업을 지속가능하게 확장시킬 수 있냐는 겁니다. 우리 콘텐츠산업이 하나의 스타 프로젝트에만 기대야 한다면 그것은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제작 인력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OTT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넓어졌고, 이는 작가들에게 기회가 됩니다. 스토리텔링의 힘이 그만큼 커졌거든요. 산업의 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다양한 작가들의 합으로 좋은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 수 있는 ‘작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김나리
미디어 인큐베이터 일을 하며 교육을 진행하고 창업 생태계를 보고 있으면, 뉴미디어 혼동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장르의 경계가 없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고요. 저널리즘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숏 다큐나 예능 포맷도 콘텐츠 시장으로 진입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영상을 다 만들고 있다 해도 무방하고, 전공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력뿐 아니라 마케터, 개발자 등도 중요하고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하고 스토리텔링을 제안할 수 있는 기획자 육성 등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제작 인력의 일자리 안정성에 대한 고민과 대책도 준비해야 합니다.
이동규
발제를 들으며 대학에서 OTT 특화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어느 산업이든 생산·유통·소비가 큰 틀인데, 세 개 다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대학 교육자로서 인재를 어떻게 양성하고 학교에서 이걸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 고민해보면요. 학과를 신설하거나, 전공 융합을 도모하거나, 과목을 신설하거나, 마지막으로 별도 교육기관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동안 대학에서 생산 측면은 잘 담당한 것 같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증명된 만큼, 이제는 ‘제값 받는 노력’과 이를 위한 교육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배대식
새로운 영상콘텐츠 시대에 맞춘 실무형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려면 정부의 공적 영역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저희 협회는 ‘방송영상인재교육원’에서 세 가지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먼저 신입 인력들을 양성하기 위한 드라마 기획 및 제작 프로듀서 양성과정이 있고, 두 번째로 유통 전문가 마케팅 디렉터 양성 과정, 또 하나는 현업인 재직자를 위한 전문성 강화 과정입니다. 드라마 제작사는 기획 및 창의력, 제작 현장 관리 능력을 모두 갖춘 멀티 플레이어형 인재를 원하고 있으나, 수요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OTT형 드라마와 방송국형 드라마의 차이는 무엇인가?’ ‘OTT 시대 드라마 제작사들은 어떤 IP 비즈니스 전략을 고민할까?’ ‘제작사 중심의 IP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11월 19일에 개최된 세미나는 ‘OTT 시대 제작환경 변화와 IP 비즈니스 정책’을 주제로 위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했다. 발제자인 신윤하 프로듀서(스튜디오앤뉴 드라마기획팀장)는 영상 이론 공부를 하다 2011년부터 드라마 기획 경력을 쌓았다. 앞선 인력양성 세미나에서 그린 ‘OTT 시대 영상콘텐츠 인재상’에 그대로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결국 두 세미나는 주제는 다르지만 같은 맥락의 변화를 짚고 있었다.
신윤하
OTT 시대 드라마 제작사는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됐어요. OTT형 드라마는 장르적 재미를 기반으로 한 타깃형 드라마라는 특성이 있고, 방송국형 드라마는 다양한 시청자 층을 수용할 수 있는 드라마로, 휴먼 로맨스 코미디가 대표적이죠. IP 비즈니스의 확장으로 OTT형 드라마, 방송국형 드라마를 전략적으로 나누어 기획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제작사의 기획 역량이 부각되기 시작했죠. 선구안을 가진 기획 프로듀서가 어떤 작품을 선택하고 진행하느냐가 중요해진 겁니다. 지금까지는 방송사와 작가가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프로듀서와 제작사를 접촉했다면, 이제는 프로듀서와 제작사가 작가, 감독, 플랫폼을 접촉하는 형태로 변했거든요. 기획 분야의 새로운 흐름으로 크리에이터 회사(작가 회사)와 드라마 전문 스튜디오의 공동 제작이 등장했습니다. 스튜디오앤뉴는 원작자와 함께 대본을 집필하는 형태를 시도하고 있어요. <무빙>(디즈니플러스), <미스 함무라비>(JTBC), <이혼의 모든것> 등이 사례에요. 원작의 브랜드와 팬덤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으니, IP 비즈니스의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큽니다.
<OTT 시대 제작환경 변화와 IP 비즈니스 정책> 세미나에서 발제 중인 신윤하 프로듀서
드라마 기획·제작의 최전선에서 들려준 생생한 이야기에 이어 종합토론에서는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 ▲콘진원 이양환 정책본부장이 사회를 맡아 ▲유건식 소장(KBS 공영미디어연구소) ▲최세정 교수(고려대)가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더불어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방송영상 리더스포럼1) 위원들과 강지은 과장(문체부 방송영상광고과)이 자유토론에 참여했다.
유건식
지상파 방송국을 떠나 이적하거나 프리랜서로 활약하는 프로듀서들이 많아졌죠. 방송사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프로듀서가 연출력에 따라 인정받고 보상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미국도 비슷합니다. 다만 미국은 우리와 달리 작가/감독/프로듀서 직종 간의 벽이 없어서 능력만 있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발제에서 이야기해주신 기획 프로듀서의 중요성에 크게 동감합니다. 드라마의 시즌제를 이끌어가는 것과 IP를 확보하고 다른 장르로 스핀오프하는 것까지 기획 프로듀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최세정
OTT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콘텐츠이고, IP는 콘텐츠의 확보 기반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의 화제로 우리 제작환경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산발적으로 나오는데, 종합적으로 생태계 전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고민을 하는가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민간이 콘텐츠에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제작사와 플랫폼이 대립하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상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전체 산업의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는 올라운더(All-rounder) 인재의 양성이 필요합니다.
강지은
방송영상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하는가, 정책 개선에 대한 고민을 해 왔습니다. 글로벌 OTT의 진출로 제작산업이 활성화되고, 여러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얼마나 지속 가능하게 끌고 갈 수 있느냐, OTT에 대한 제작사들의 협상력을 올려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제작지원이나 인력양성 등 지원 정책도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며 새롭게 확인한 것은 실시간 댓글 토론장의 역동성이었다. 전통적인 세미나에서는 발제자와 토론자의 이야기가 최고 권위를 가지지만,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실시간 시청자들이 모인 댓글창에서 새로운 의견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었다. 세미나에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시고, 입체적이고 풍성한 담론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이름 모를 참여자분들에게 감사하다.